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45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145화
일행은 숨죽인 채 창틀 밑으로 몸을 숨겼다.
“어떡하지? 쟤 우리 위치 아는 거 같은데?”
전완수가 잔뜩 긴장한 목소리로 묻자, 최현은 마른침을 삼키며 얘기했다.
“그럴 리가. 최소한 300m는 떨어져 있는데 어떻게 알아? 가브리엘도 아니고.”
“우리 체취 맡고 따라오는 거 아니야?”
“개 코냐? 우리가 호텔 빠져나온 게 언젠데 공기 중에 체취가 남아 있겠어?”
“그럼 이쪽으로 오는 이유가 뭐야?”
전완수가 인상을 찌푸리며 묻자, 최현은 머리를 긁적이며 더는 반박하지 않았다.
곽찬혁은 심호흡을 통해 놀란 마음을 추스르며 얘기했다.
“다들 진정해. 여긴 안개 밖이고, 해도 떨어져서 우리 위치 모를 거야.”
“형, 좀비들 안개 밖에 있어도 이젠 체취 맡을 수 있어요. 그리고 좀비화 상태에서는 재형이도 시야 확보가 가능하니,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몰라요.”
최현이 덤덤하게 대답하자, 곽찬혁은 멍한 표정을 지으며 아무런 말도 잇지 못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설여원이 입을 열었다.
“야, 설마 재형이…… 반사신경이랑 동체 시력 향상돼서 우리 위치 보이는 거 아니야?”
“그거랑은 연관 없을 거야.”
“좀비화 상태에서는 얼마나 보이는 거야?”
“좀비화를 써도 50m가 한계고, 광폭화 사용해야 100m까지 늘어나.”
“지금은 광란 상태라며. 광란 상태에선 시계가 얼마나 되는데?”
설여원의 물음에 최현은 멍하니 입을 벌리며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박재형의 기억을 들여다봤을 당시, 광란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았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박재형도 광란에 빠지면 본인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명확하게 기억하지 못했으니까.
탓.
그 순간, 얇은 창문 너머에서 인간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전완수는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짓더니, 두 손을 바들바들 떨며 조심스레 창틀을 잡았다.
그리고 창문 너머를 슬쩍 확인하는 찰나.
“좀…… 비?”
창문 앞에 서서 고개를 갸웃거리는 박재형을 발견할 수 있었다.
“좀…… 비야? 좀…… 비?”
어눌한 말투로 좀비만 찾는 모습.
전완수는 일전에 겪은 상황이 머릿속을 스쳤는지, 그 자리에 석고상처럼 굳어버렸다.
최현은 그 모습을 보고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외쳤다.
“마리오네트!”
-5초 이내에 명령어를 말씀하세요.
-입력이 완료되면 대상은 10초간 명령에 복종합니다.
눈앞의 홀로그램을 보고 최현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다급히 외쳤다.
“당장 내려가서 흙 속에 대가리 박아!”
-입력이 완료되었습니다.
-명령어: 흙 속에 대가리 박아.
최현의 말에 주변에 있던 일행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얼빠진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박재형은 무언가에 홀린 듯이 움찔거리는 모습을 보이더니, 황급히 지면으로 내려가서 흙 속에 머리를 박았다.
퍽!! 퍽! 퍽!!
머리가 얼마나 단단하면, 지면에 상체의 절반이 박혔다.
혹은 습한 안개로 인해 지면이 약해진 탓인가?
전완수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최현을 쳐다보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미친놈아. 그게 명령이야?”
“그럼 어떡해? 5초 이내에 명령어를 얘기하라는데.”
“다른 곳으로 보냈어야지 인마! 맨땅에 머리 박아가 뭐야!”
“흙 속에 박히면 냄새도 못 맡고 소리도 못 듣고, 아무것도 안 보일 거 아냐.”
본인도 민망한지, 최현은 퉁명스럽게 얘기했다.
그러자 설여원은 최현의 옷깃을 잡으며 미간을 찌푸렸다.
“숨 못 쉬어서 죽으면 어쩌려고?”
“죽을 거 같으면 다시 흙 밖으로 나오겠지. 명령은 10초밖에 유지 안 돼.”
최현의 어처구니없는 실책에 다들 한탄에 가까운 한숨을 내쉬었다.
반면에 곽찬혁은 창밖을 응시하더니, 오래 지나지 않아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열었다.
“아니야, 현이가 잘한 거 같아.”
“예?”
“다들 봐봐. 재형이 안 움직이잖아.”
설여원과 전완수는 황급히 박재형의 모습을 살폈다.
박재형은 흙 속에 머리를 박은 채 몇 차례 엉덩이를 씰룩이더니, 무릎을 접었다 피는 행동을 반복했다.
최현은 마른침을 삼키며 생각을 정리하더니, 일행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여기서 좀비화 풀릴 때까지 기다리자.”
“무슨 소리야? 지금이 탈출할 기회잖아.”
전완수의 말에 최현은 고개를 저으며 얘기했다.
“지금은 청각, 후각, 시각이 다 마비된 상태야. 하지만 발소리가 들리면 땅이 울릴 거고, 진동을 감지할 게 뻔해. 잠자코 죽은 듯이 기다리는 게 맞아.”
“……진동을 느낄 수 있을까?”
“책상에 귀 갖다 대고 있으면 옆에서 누가 살짝만 책상 건드려도 고막 터질 거 같잖아. 하물며 재형이 정도 감각이면 쉽게 알겠지.”
최현의 말에 일행은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했다.
최현의 말을 정리하면…… 주변에 아무런 진동도 느껴지지 않으니, 박재형은 저 상태 그대로 고장 난 로봇처럼 박혀 있을 거라는 뜻이었다.
정답이 없기에, 일행은 박재형의 좀비화가 끝나기를 숨죽인 채 기다렸다.
* * *
“멈춰, 멈춰! 야! 어디가!”
탈출에 성공한 사이코패스들은 수성못의 옆에 위치한 상동네거리까지 쉬지 않고 달렸다.
뿔뿔이 흩어졌던 세 명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상동네거리에 모였다.
이는 사이코패스들 사이에도 좀비들을 정리한 구역이 있고, 상동네거리의 안전이 확보됐다는 뜻이었다.
가장 먼저 도착해서 숨을 고르고 있던 남자는 뒤따라온 두 명을 발견하고 멈춰 세웠다.
그들은 혼비백산한 표정으로 도망치는가 싶더니, 남자의 얼굴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곁으로 다가갔다.
“이게 다야? 탈출한 사람 더 없어?”
“없어 X발…… 다 뒤졌어.”
“그 개새끼들, 분명 쇠뇌를 들고 있었어.”
세 명의 남자는 온갖 욕설을 내뱉으며 조금 전에 겪은 살 떨리는 상황을 복기했다.
먼저 도착한 남자는 오만상을 찌푸리며 세차게 혀를 차더니, 두 명의 동료를 쳐다보며 물었다.
“야, 이 근처에 식량 숨겨둔 곳 어디였지?”
“등신아, 이 상황에 배가 고프냐?”
“덜떨어진 새끼야, 우리도 살아야 할 거 아냐! 식량부터 챙겨서 안전한 곳으로 대피할 생각을…….”
터벅- 터벅-
사이코패스들이 언성을 높이는 찰나, 자욱한 안개 속에서 인간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숨까지 참으며 안개 속을 응시했다.
뒤이어 칠흑 같은 안개를 뚫고, 양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넣은 이름 모를 남자가 나타났다.
사이코패스들은 남자의 얼굴을 보고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그 자리에 주저앉으며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양복을 입은 멀끔한 남자.
하지만 그의 눈은 붉게 충혈된 상태였다.
양복을 입은 남자는 사이코패스들을 눈으로 훑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셋이 다가?”
“누, 누구세요.”
“보면 모르나? 구조대지.”
“……예?”
그러자 양복 입은 남자는 입꼬리를 올리며 얘기했다.
“이승 탈출 남바완.”
사이코패스들이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자, 양복 입은 남자는 손가락을 튕기며 뒤를 쳐다봤다.
그러자 두 명의 양복쟁이가 안개 속에서 나타났다.
대장으로 보이는 남자는 뒤에 있는 부하들을 쳐다보며 물었다.
“김 차장. 굶은 지 며칠이나 됐지?”
“5일 됐습니다, 부장님.”
“이 과장은.”
“전 이틀 됐습니다, 행…… 아니, 부장님.”
부장이라 불린 남자는 눈꼬리를 치켜뜨더니, 이 과장을 쳐다보며 물었다.
“행?”
“해, 행복하십쇼 행님! 아아, 부장, 부장님!”
짝!
부장이 따귀를 때리자, 이 과장은 바람에 쓰러지는 갈대처럼 바닥에 엎어졌다.
뒤이어 황급히 큰절을 올리며 외쳤다.
“죄송합니다! 부장님! 살려주십쇼!”
“닌 오늘 굶어.”
“예!”
“김 차장.”
부장이 사이코패스를 쳐다보며 턱짓하자, 김 차장은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감사 인사를 올린 뒤, 냉담한 눈빛으로 사이코패스들을 쳐다봤다.
탓!
뒤이어 눈 깜박할 새에 사이코패스에게 달려들어 두 명의 머리칼을 휘어잡았다.
동시에 양손에 잡은 두 명의 머리를 온 힘을 다해 서로 부딪치게 했다.
쾅!
둘의 콧대가 내려앉으며 기절하는 모습을 보이자, 홀로 남은 사이코패스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미동도 하지 못했다.
겁에 질린 나머지,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조차 못 하는 것으로 보였다.
콰득, 콰직! 으득!
김 차장은 망설임 없이 기절한 사이코패스들의 머리를 파먹기 시작했다.
홀로 남은 사이코패스는 바지에 오줌을 지리며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그러자 부장이라 불린 남자가 그의 앞으로 다가가며 물었다.
“어이, 덩어리.”
“…….”
“대답 안 하나?”
“……예, 예?”
“어서 왔노?”
부장의 물음에 사이코패스는 오른손을 파르르 떨며 수성못 방향을 가리켰다.
부장은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돌리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저짝에 너거 친구들 더 있나?”
“예? 예예! 많습니다.”
사이코패스가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자, 부장은 눈썹을 긁적이며 김 차장을 불렀다.
“야, 김 차장아.”
“예, 부장님.”
김 차장이 입가에 묻은 핏물을 닦으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부장은 남은 사이코패스를 쳐다보며 얘기했다.
“니 오늘 계 탔다. 점마도 먹고 회장님한테 이짝 동네 보고 올리라.”
“예, 감사합니다 부장님.”
김 차장은 일체의 망설임도 없이 모든 사이코패스를 섭취했다.
이 과장이 곁눈질로 김 차장을 쳐다보며 아니꼬운 표정을 짓자, 부장은 싱겁게 웃으며 물었했다.
“이 과장아.”
“예, 부장님.”
“내한테 섭하나?”
“아닙니다, 부장님.”
“이 과장 니는, 내랑 수성못이나 한 바퀴 돌자.”
수성못을 돌자는 말에 이 과장은 금세 화색을 띠며 힘차게 대답했다.
“예!”
“자, 드가자.”
부장이 이동하자, 이 과장은 어깨를 펴고 힘차게 그 뒤를 따랐다.
그리고 양복쟁이들의 뒤로, 1천 마리가 넘는 좀비들이 우르르 따라붙었다.
그렇게 얼마나 이동했을까.
수성못 입구에 다다르자, 이 과장은 콧잔등을 찌푸리며 얘기했다.
“부장님, 저쪽에서 사람 냄새가 납니다.”
“내도 코 있다. 근데…… 뭔 놈의 피 냄새가 이리 진동을 하노?”
“아무래도 여기서 한바탕 싸움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뭐 뵈는 거 있나?”
“저도 보이는 건 없고…….”
부장이 미간을 찌푸리며 이 과장을 쳐다보자, 그는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얘기했다.
“가서 확인해 보고 오겠습니다!”
“오야.”
이 과장은 자욱한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한참을 기다리자, 저 멀리 안개 속에서 이 과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장님! 이쪽으로 와서 이것 좀 보셔야겠습니다!”
이 과장의 목소리에 부장은 수하들을 이끌고 안개 속으로 나아갔다.
뒤이어 부장의 눈앞으로 기이한 생명체가 나타났다.
부장은 이 과장의 옆으로 다가가더니, 두 눈을 가늘게 뜨며 안개 속의 형체를 응시했다.
“저게…… 뭐꼬?”
“저, 저도 모르겠습니다, 부장님.”
“사람이가? 아님 좀비?”
“그게…… 냄새가 좀 희한합니다. 사람 같기도 하고, 좀비 같기도 하고. 요상한 피 냄새만 많이 납니다.”
땅에 머리를 박은 채 엉덩이를 씰룩이는 이상한 생명체.
고작 40m 앞에서 엉덩이를 씰룩거리고 있으니, 부장은 눈살을 찌푸리며 얘기했다.
“백로도 아닌 것이, 뭐고 저게.”
“뭔진 몰라도 새대가리 아니겠습니까?”
“참나, 살다 살다 별 희한한 꼴을 다 보네. 땅바닥에 대가리 박으면 뭐, 좀비도 지를 못 보는 줄 아나베?”
“어떻게 할까요, 부장님?”
“뭘 어떡해? 빨리 치아라.”
부장이 혀를 차며 얘기하자, 이 과장은 황급히 땅바닥에 꼽힌 괴생명체에게 달려갔다.
얼마나 세게 박혔으면, 상체가 반쯤 땅속에 들어간 상태였다.
이 과장은 괴생명체의 허리를 붙잡고 끙끙거리더니, 잡초를 뽑듯이 힘겹게 뽑아냈다.
이 과장은 뒤로 엉덩방아를 찧으며 미간을 찌푸리더니, 허리를 주무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 나 이 새끼.”
이 과장은 양손을 털며 흙투성이의 남자를 쳐다봤다.
흙투성이의 남자는 꽃가루를 삼킨 강아지처럼 세차게 코를 풀며 상체를 털었다.
뒤이어 이 과장을 쳐다보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읊조렸다.
“좀…… 비이?”
“뭐, 뭐꼬 이거.”
“이건…… 좀비 맞…… 다.”
이 과장은 반사적으로 뒷걸음질 치며 남자의 모습을 위아래로 훑었다.
칠흑처럼 어두운 안구와 귓불에 걸릴 듯이 올라간 입꼬리.
이 과장은 겁에 질렸지만, 불안한 마음을 떨쳐내기 위해 억지로 언성을 높였다.
“니 뭐냐고 이 X발……!”
쩍!!!!
이 과장은 차마 말을 끝맺지 못했다.
말을 끝내기도 전에, 두개골이 먼저 으스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