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46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146화
단칸방에 숨어 있던 일행은 창밖에서 일어나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전완수는 퍼석한 입술을 핥으며 긴장한 표정을 짓더니, 옆에 있는 설여원을 쳐다보며 물었다.
“야,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거 같은데?”
띠링.
-대장 좀비를 처리했습니다. 2.5코인이 지급됩니다.
뒤이어 일행의 눈앞으로 떠오르는 홀로그램.
설여원은 홀로그램에 적힌 문구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2.5코인은 뭐야. 대장 좀비가 25마리의 좀비를 처리한 거랑 같다는 건가?”
“그렇겠지. 그보다 좀비들 숫자는 얼마나 돼?”
최현의 물음에 설여원은 창밖을 살피더니, 불안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너무 많아. 못해도 천 마리.”
“재형이 좀비화 얼마나 남았지?”
최현의 물음에 선뜻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곽찬혁은 가만히 턱을 매만지더니, 자신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대략 45분 정도 남지 않았을까?”
곽찬혁의 대답에 최현은 이마를 문지르며 생각에 잠긴 모습을 보이더니, 설여원을 쳐다보며 물었다.
“여원아, 대장 좀비는 몇 마리 같아?”
“방금 하나 죽었고, 저 뒤에 하나 더 있는 거 같아.”
“확실해?”
“확실하진 않은데…… 방금 죽은 놈도 그렇고, 저 뒤에 있는 놈도 그렇고 양복을 입고 있어.”
설여원의 대답에 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양복 입은 놈만 주시해. 도망치면 우리가 잡는다.”
“우리가?”
“대장 좀비도 다른 좀비랑 신체적 차이는 없어. 지금의 우리라면 충분해.”
“밖에 재형이가 있잖아. 지금은 재형이도 우리한테 위험한 거 몰라?”
설여원의 말에 최현은 훅, 하고 숨을 뱉으며 얘기했다.
“어디까지나 내 가설인데, 재형이는 우리를 보고 바로 공격하지 않았어. 저번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그래서.”
“광란 상태의 재형이는 좀비한테만 환장한다는 거지. 우리랑 좀비, 두 가지 선택지가 있으면 좀비한테 달려들 거야.”
“너무 모 아니면 도 아니야? 굳이 우리가 나가서…….”
“양복 입고 다니는 대장 좀비들 본 적 있어?”
“…….”
“분명 패거리가 있을 거야. 여기서 대장 좀비를 살려두면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최현의 의견에 선뜻 반박하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전완수는 머리를 긁적이며 혼란스러운 마음을 정리하더니, 창밖을 돌아보며 얘기했다.
“하지만 재형이가 죽을지도 모를…….”
-좀비를 처리했습니다. 0.1코인이 지급됩니다.
-좀비를 처리했습니다. 0.1코인이 지급됩니다.
-좀비를 처리했습니다. 0.1코인이 지급됩니다.
-좀비를 처리했습니다. 0.1코인이 지급됩니다.
-좀비를 처리했습니다. 0.1코인이 지급됩니다.
…….
뒤이어 쉴 새 없이 떠오르는 홀로그램.
전완수는 멍하니 입을 벌린 채 창밖의 상황을 바라보더니, 다시금 최현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현이 말대로 하자. 재형이 걱정할 때가 아니네.”
광란에 휩싸인 박재형이었다.
1천 마리가 넘는 좀비지만, 체력적 부담이 없는 지금의 박재형에겐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았다.
최현은 훅, 하고 숨을 뱉으며 카타나를 손에 쥐었다.
“가자.”
* * *
“막아, 막아 이 새끼들아!”
부장은 옆에 있는 수하들을 괴물에게 던지며 황급히 달아나기 시작했다.
건드려선 안 되는 존재를 건드렸다.
지금껏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공포였다.
수하들을 방파제로 이용해도, 쓰나미처럼 밀려드는 파도를 막을 수 없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는데, 부장의 발치에서 느껴지는 살기는 아무리 도망쳐도 사라지지 않았다.
부장은 새하얗게 질린 안색으로 1천이 넘는 수하들에게 본인을 지키라고 지시했다.
“크어어어어어어!!”
뒤이어 고막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포효가 부장의 뒤에서 들려왔다.
-두려움이 각인되어 1분간 이동속도 30%가 감소합니다.
부장은 눈앞으로 떠오른 홀로그램을 보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스킬까지 사용하는 괴물이라니.
지금껏 듣지도, 보지도 못한 존재.
물속에 잠긴 것처럼 느려진 이동속도에, 부장은 이 악물고 팔다리를 움직이며 수성못을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부장의 머릿속에서 빠르게 사라지는 붉은 점들.
수하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지고 있었다.
부장은 젖 먹던 힘을 다해 쉬지 않고 도망친 끝에, 수성못의 경계를 지나 도로에 다다를 수 있었다.
그제야 돌아볼 용기가 생겼는지, 어깨너머로 슬쩍 뒤를 돌아봤다.
저 멀리, 150m 뒤에서 사방으로 흩뿌려지는 수하들의 모습이 부장의 눈에 들어왔다.
좀비를 장난감처럼 던지고, 종이처럼 찢어발기며 살육을 즐기는 괴물.
부장은 전신을 부르르 떨며 마른침을 삼켰다.
1천이 넘는 수하를 쏟아부은 덕에, 간신히 벗어날 수 있었다.
뒤이어 부장의 머릿속으로 회장의 얼굴이 떠올랐다.
‘대명동, 대명동까지 가야 돼.’
어서 이 사실을 회장에게 알려야 한다.
다시는 수성구에 발을 들여선 안 된다고, 회장과 동료들에게 알려야 한다.
대명동으로 넘어가기 위해선 3명의 생존자를 만났던 상동네거리로 가야 한다.
거기서 다리를 건너 좌측으로 쭉 달리면 봉덕동이 나오고, 그 옆이 대명동이었다.
동료들에게 수성구의 상황을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을 품고, 부장은 앞만 보고 달렸다.
퉁!!
그 순간, 날카로운 파공음과 함께 기다란 무언가가 부장의 허벅지를 관통했다.
부장은 걸음을 옮기다 말고 그 자리에 엎어지며 본인의 허벅지를 쳐다봤다.
허벅지를 관통한 기다란 볼트 하나.
“끄악!”
뒤늦게 고통이 몰려오는지, 그는 허벅지를 잡고 바닥을 뒹굴기 시작했다.
곧 칠흑 같은 안개 너머로 4명의 인영이 나타났다.
* * *
설여원은 쇠뇌를 견착하며 대장 좀비를 노려봤다.
주변에 다른 좀비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 쓰러진 대장 좀비를 노려보며 물었다.
“일행은 더 없어?”
“X바알……!”
대장 좀비는 묻는 말에 대답은 하지 않고, 바닥을 뒹굴며 버둥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전완수는 그게 못마땅했는지, 대장 좀비의 팔다리를 향해 쇠뇌를 발사했다.
퉁!! 퉁퉁!!
연달아 발사된 3발의 볼트는 정확히 대장 좀비의 양팔과 남은 다리 한쪽에 명중했다.
설여원이 전완수를 쳐다보며 미간을 찌푸리자, 전완수는 어깨를 으쓱이며 시선을 피했다.
대장 좀비가 비명을 지르며 발악하자, 상황을 지켜보던 최현이 카타나를 뽑아 대장 좀비의 목에 갖다 대며 얘기했다.
“자꾸 움직이면 그냥 자른다?”
그러자 지렁이처럼 버둥거리던 대장 좀비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움직임을 멈췄다.
분기에 휩싸인 표정이었지만, 다른 방책이 없으니 협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설여원은 대장 좀비를 쳐다보며 물었다.
“어디서 왔어.”
“…….”
“패거리는 더 없어?”
“…….”
“대답 안 한다 이거지?”
대장 좀비가 오기로 버티자, 설여원은 최현을 쳐다보며 턱짓했다.
최현은 일체의 망설임도 없이 대장 좀비의 왼팔을 카타나로 그었다.
“끄아악!”
“쉬…….”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카타나로 다시금 대장 좀비의 목을 노리자, 그는 까드득 이를 갈며 경멸 어린 눈초리로 최현을 노려봤다.
대장 좀비의 얼굴이 붉게 물들자, 최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설여원에게 물었다.
“그냥 죽이면 안 돼? 말할 생각도 없는 거 같은데.”
“기다려, 뭐 하는 놈인지는 알아야지.”
대장 좀비가 슬금슬금 바닥을 기어가자, 최현은 칼끝을 들이밀며 얘기했다.
“움직이지 말라고 했다.”
그러자 대장 좀비는 오만상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원하는 게, 원하는 게 뭐야.”
“아까 얘기했잖아. 어디서 왔고, 너처럼 양복 입은 놈들 어디 있냐고.”
“…….”
“짜증 나게 밀당하고 X랄이야.”
최현이 카타나를 치켜들자, 대장 좀비는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외쳤다.
“대명동, 대명동!”
최현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대장 좀비는 다급히 말을 이었다.
“대명동에 있는 앞산, 거기가 우리 쉘터다.”
“쉘터? 생존자도 아닌 것들이 무슨 쉘터 타령이야.”
또다시 카타나를 휘두르려 하자, 대장 좀비는 황급히 외쳤다.
“새, 생존자 있어! 생존자 있다고!”
“몇 명.”
“저, 정확한 숫자는 몰라.”
“40명 넘어?”
“40명은 그냥 넘지.”
40명이 넘는다는 말에 최현은 뒤에 있는 설여원을 쳐다봤다.
설여원은 대장 좀비에게 한 걸음 다가서더니, 눈꼬리를 치켜뜨며 물었다.
“대장 좀비는 몇 명이야.”
“……열둘.”
“그럼 쉘터 수비하는 좀비만 최소 6000마리라는 거네?”
설여원의 물음에 대장 좀비는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눈앞의 사람들을 쳐다봤다.
이들은 대장 좀비가 거느릴 수 있는 수하의 한계도 알고 있었고, 좀비를 보고 겁에 질린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설여원은 콧잔등을 긁적이며 질문을 이어나갔다.
“거기서 진화한 대장 좀비는 몇 명이야?”
“대체 그걸 어떻게…….”
대장 좀비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자, 설여원은 쇠뇌를 견착하며 얘기했다.
“한 번만 더 묻는 말에 흐리멍덩하게 대답하면, 마빡부터 뚫어버릴 줄 알아.”
“네네, 네 명!”
“넌 진화한 대장 좀비야?”
놈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설여원은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기 위해, 더욱 상세하게 물었다.
“너 제외하고 넷이라는 거야? 아니면 포함이야.”
“나 빼고 쉘터에 있는 대장 좀비만 얘기한 거다.”
“처음 진화 조건은 생존자 300명 섭취. 맞아?”
설여원의 물음에 대장 좀비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다음 진화 조건은 뭐야? 똑같이 생존자 섭취?”
“아니, 좀비 500마리 섭취.”
“그 다음은.”
“그건…….”
대장 좀비가 눈치를 보며 말끝을 흐리자, 옆에 있던 최현은 설여원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안 되겠다. 조준하고 있어 봐.”
최현이 카타나를 거두자, 설여원과 전완수, 곽찬혁까지 대장 좀비를 조준했다.
대장 좀비는 오른손을 들고 격하게 손사래 치며 얘기했다.
“자자, 잠깐! 얘기할게, 얘기한다고!”
최현은 들고 있던 카타나를 칼집에 넣고 대장 좀비의 발밑으로 걸어가더니, 그의 발목을 덥석 잡았다.
뒤이어 미간을 찌푸리며 설여원에게 얘기했다.
“됐어. 죽여도 돼.”
“이봐! 잠깐……!”
퉁!!
-대장 좀비를 처리했습니다. 2.5코인이 지급됩니다.
대장 좀비는 정확히 이마의 정중앙에 볼트가 박혔다.
설여원은 대장 좀비의 이마에 박힌 볼트를 뽑으며 최현에게 물었다.
“알아낸 것 좀 있어?”
“이것들 아주 재밌는 놈들이네.”
“왜.”
“깡패들이야. 대장 좀비로 변한 뒤에 자기들끼리 직급 만들어서 움직이고.”
“직급?”
설여원이 눈꼬리를 치켜뜨며 묻자, 최현은 입맛을 다시며 말을 이었다.
“과장, 차장, 부장, 이사, 부회장, 회장, 이런 식으로.”
“이놈은 직급이 뭔데.”
“부장이었어. 부장이 생존자 300명 먹고 수하들 1천 마리 거느릴 수 있는 단계. 한 번 진화한 단계 같아.”
“이사는?”
“이사는 좀비 500마리 섭취. 부회장은 변종 10마리 섭취, 회장이 변종 50마리 섭취.”
최현의 대답에 일행은 넋이 나간 표정을 지었다.
전완수는 머리를 긁적이더니, 뚱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럼 회장이란 놈은…… 4번이나 진화했다는 거야?”
“맞아. 한 번 진화할 때마다 대장 좀비랑 수하들은 신체 능력이 1.3배씩 증가하고.”
“그게 몇이야? 정확한 수치가 있을 거 아니야.”
“계산은 나중에 하자. 나도 머리 아프다.”
최현은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설여원은 최현을 쳐다보며 물었다.
“이것들 쉘터 위치는 알아냈어?”
“대명동 쪽 앞산 카페거리.”
“상황은?”
“그건 유동적이라서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건 이것들 아주 악질이라는 거?”
“왜.”
“생존자 창고랑 좀비 창고를 운영하고 있어.”
창고라는 말에 설여원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설명을 바라는 표정을 지었다.
최현은 일행을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창고에 사람들을 가두고, 자기들한테 붙은 대장 좀비한테 조금씩 나눠주는 거 같아.”
“……미친 새끼들이네.”
전완수가 인상을 찌푸리며 얘기하자, 설여원은 전완수를 진정시키며 최현에게 물었다.
“그럼 좀비 창고는 뭐야?”
“수하들 잃으면 빠르게 회복하려고 좀비들 모아두는 거 같아.”
곽찬혁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저 멀리 보이는 4층 건물을 가리키며 얘기했다.
“얘기는 나중에 하고, 다들 저기로 이동해.”
“네? 아직 재형이를…….”
설여원이 반박하려 하자, 곽찬혁은 수성못 방향을 가리키며 얘기했다.
“대장 좀비가 죽어서 수하로 있던 좀비들이 흩어지기 시작했어. 우리도 살고 봐야지.”
여전히 수백 마리의 좀비가 박재형을 감싸고 있지만, 끄트머리에 있는 몇몇 좀비들이 도망치는 모습을 보였다.
사고기능을 지닌 공명 좀비들이, 상명하복 관계가 사라지자 도주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