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47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147화
일행은 4층 건물에 몸을 숨긴 채 박재형의 상태를 주시했다.
수성못 뒷길은 좀비들의 시신으로 가득 차고, 박재형은 도망치는 좀비들을 뒤쫓기 시작했다.
오래 지나지 않아 좀비들의 씨가 마르자, 박재형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목젖을 가는 모습을 보였다.
설여원은 박재형의 모습을 바라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목젖을 갈며 제자리에서 고개를 흔드는 모습은…… 영락없는 좀비였다.
“아직도 1시간 안 됐어?”
옆에 있던 최현이 묻자, 전완수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
“여기 시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어떻게 알아?”
“재형이 혼자 1천 마리 넘게 죽였어. 그런데도 좀비화가 안 풀렸다면…….”
그 순간, 박재형이 기이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감전된 사람처럼 전신을 부르르 떨더니, 바람 빠진 풍선처럼 그 자리에 쓰러지는 모습을 보였다.
설여원은 그 모습을 보고 두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황급히 쇠뇌를 챙겨서 밖으로 나갔다.
“재형아!”
족히 200m는 떨어진 거리.
설여원은 잠시도 쉬지 않고 박재형의 곁으로 달려갔다.
박재형은 좀비화가 끝나면서 정신을 잃은 것으로 보였다.
뒤따라온 일행은 주변을 경계하며 안전을 확보했다.
전완수는 곁눈질로 설여원과 박재형을 쳐다보더니, 혀를 차며 얘기했다.
“어디든 들어가야 돼. 일단 카페로 가자.”
“카페? 어디 카페.”
“수성못 들어올 때 봤던 4층 카페. 여긴 좀비들 시신이 많아서 불안해.”
모두가 수긍하는 모습을 보이자, 최현은 황급히 박재형을 등에 업으며 얘기했다.
“너희가 앞장서. 찬혁이 형이랑 내가 뒤에서 따라갈게.”
안개 속에서 시야 확보가 어려운 최현이 짐꾼 역할을 자처해 준 덕에, 일행은 사주경계에 집중할 수 있었다.
설여원과 전완수가 선두에 서고, 곽찬혁이 최현을 살피며 카페로 향했다.
* * *
카페에 도착해서 박재형을 바닥에 눕히고, 최현은 맥박을 살피며 얘기했다.
“맥박은 이상 없어.”
“현아, 재형이 몸이 너무 차갑지 않아?”
설여원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묻자, 최현은 박재형의 이마에 오른손을 얹으며 얘기했다.
“열은 없는데…… 좀비 상태에서 인간으로 돌아왔으니, 온도가 불안정한 거 아닐까?”
“담요 가져올까?”
“그래, 다들 창고 가서 담요 좀 들고 와줘. 우리 덮을 것도.”
황금동 쉘터에서 쉬는 게 좋겠지만, 기절한 박재형을 들고 이동하는 건 무리였다.
쉘터에 있는 일행을 부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오늘은 월광도 낮고 구름도 많은 탓에 온 세상이 칠흑 같았다.
쉘터에 있는 사람 중에 시야 확보가 가능한 건 김희연뿐이기에, 일행을 부르는 것도 위험했다.
곽찬혁은 일행의 가방을 살피며 남은 물과 식량을 확인했다.
아직 여유 있는 식량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물병을 꺼냈다.
“현아 물부터 마셔. 재형이 업고 뛰느라 수고했어.”
“감사합니다.”
최현은 기다렸다는 듯이 미지근한 물을 벌컥벌컥 마시더니, 입가에 묻은 물기를 닦으며 곽찬혁에게 얘기했다.
“형, 형은 쉘터에 무전 좀 보내주세요.”
“쉘터에 있는 사람들 부르는 건 위험하지 않겠어?”
“부를 생각은 없어요. 계속 연락 안 하면 걱정할 거예요. 안부만 전해주세요.”
곽찬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전기를 들고 구석진 곳으로 걸어갔다.
뒤이어 창고로 갔던 전완수와 설여원이 양손 두둑이 담요를 들고 왔다.
바닥에 담요를 깔고, 그 위에 박재형을 눕혔다.
설여원은 최현이 건네주는 물병을 받아들며 박재형의 입에 천천히 물을 넣어주었다.
전완수는 머리를 긁적이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입맛을 다시며 얘기했다.
“오늘은 여기서 묵어야겠지?”
“그래야지. 불편하더라도 돌아가면서 보초 서자.”
전완수는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뒤이어 잊고 있던 것이 떠올랐는지, 손가락을 튕기며 물었다.
“아 참, 너희 스탯은 확인했어?”
전완수의 물음에 설여원은 홀로그램을 열고 플레이어 정보를 확인하더니, 일행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예전에 우리 학교에 있을 때, 재형이가 했던 말 기억나?”
“어떤 말.”
“일반인의 근력이나 체력을 수치로 표시하면 4에서 5 정도 된다고 했잖아.”
“그랬지.”
“그때에 비하면 5배는 증가했어.”
설여원의 대답에 전완수는 플레이어 정보를 확인하며 대답했다.
“나는 근력 24, 체력 24, 반사신경 20, 동체 시력 20, 골밀도 16, 표피강화 16이라고 나와. 일반인보다 5배에서 6배는 강한 건가?”
전완수의 대답에 최현은 싱겁게 웃으며 대답했다.
“어떻게 나랑 똑같냐?”
“그럼 우린 근력이랑 체력이 기존에 6 정도였나 본데?”
두 사람이 시시덕거리자, 설여원은 뚱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난 근력이랑 체력 20. 나머지는 너희랑 똑같고.”
“각성하면서 2배 증가하고, 레이첼 덕에 1.5배 두 번 증가했으니…… 여원이는 근력이랑 체력 5였나 보네.”
고작 1 차이가, 각성과 버프를 받으며 4 차이로 변했다.
설여원은 주먹을 불끈 쥐며 얘기했다.
“다시 운동도 해야될 거 같아. 황금동 쉘터에 헬스장도 있던데, 거기 이용해도 되겠지?”
설여원의 물음에 최현은 싱겁게 웃으며 얘기했다.
“이 상황에도 쉬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하네. 역시 설여원.”
“왜, 불만이야?”
“아니 대단해서. 각성하기 전에도 거의 남자들이랑 힘이 비슷했다는 거 아니야? 등짝 때리는 힘이 남다를 때 알아봤다.”
최현이 농담을 던지자, 설여원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달라진 힘을 경험하고 싶다는 거지?”
“난 됐으니 완수한테 줘. 완수는 맞는 거 좋아해.”
최현의 농담에 전완수는 눈살을 찌푸렸다.
설여원이 전완수를 쳐다보자, 그는 격하게 손사래 치며 뒷걸음질 쳤다.
최현과 설여원이 시시덕거리자, 전완수는 고개를 저으며 홀로그램을 열었다.
뒤이어 두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일행을 쳐다보며 물었다.
“야, 너희 상점 확인했어?”
“왜.”
“상점이 두 개야.”
“두 개?”
최현은 홀로그램을 켜고 상점을 살피더니, 놀란 눈으로 전완수를 쳐다봤다.
“맞네? 이용권 쓰는 상점이랑 코인 쓰는 상점이 따로 있네.”
“이용권은 퀘스트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고, 코인은 좀비 처리하고 받는 거라서 그런 거 아니야?”
설여원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자, 최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현의 코인 상점에는 데니와 관련된 스킬북이 존재했고, 설여원과 전완수의 코인 상점에는 가브리엘과 관련된 스킬북이 존재했다.
최현은 상점에 있는 스킬들을 살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야, 라스트아크에 없던 스킬도 있는데?”
“우리도 그래. 이것도 난이도 때문인가?”
“와…… 스킬북 구매에 필요한 코인 이거 맞아? 스킬 하나 배우는데 최소 500개, 비싼 건 1000개짜리도 있는데? 가격 미쳤네.”
코인 500개를 모으기 위해선 좀비 5000마리를 처리해야 한다는 말과 같았다.
일행은 새로운 스킬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에 들뜨면서도, 가격을 보고 탄식을 금치 못했다.
최현은 보유 중인 코인을 확인하더니, 일행을 쳐다보며 물었다.
“너희는 코인 얼마나 있어? 155개 맞아?”
“어, 파티 상태라서 누가 좀비를 잡든 똑같이 오르는 거 같아.”
“그럼 찬혁이 형은 코인 못 받은 건가?”
“그렇겠지. 소리결이 아니니까.”
함께 있었지만, 누구는 받고 누구는 못 받는 현실.
불합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또한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설여원은 스킬 레벨업에 필요한 코인을 살피며 물었다.
“완수야, 우리 독 안개 제거 Lv.2로 올리는데 코인 100개 들어가는 거 맞아?”
“맞아, 나도 그렇게 적혀 있어.”
설여원과 전완수의 대화를 듣고, 최현도 스킬 레벨업에 필요한 코인을 확인했다.
마리오네트도 100개의 코인이 필요했다.
현 상황만 봐서는…… 라스트아크를 플레이할 때보다 스킬의 의존도가 떨어지고, 신체적 요소의 비중이 높아졌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무엇이 더 좋다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죽으라고 등 떠미는 시스템은 아니기에 일행은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
설여원은 변동된 사항을 확인한 뒤, 일행을 쳐다보며 물었다.
“그건 그렇고, 대명동은 어떻게 할 거야?”
“안 그래도 그 얘기 하려고 했어.”
대명동이란 말에 최현은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
“대명동은 포기하자.”
“왜? 거기도 생존자 40명 이상이면 쉘터로 인식될 텐데?”
“좀비들이 너무 많아.”
“얼마나 되는데.”
“대장 좀비가 진화할 때마다 본인과 수하들의 신체 능력이 1.3배 증가하는 건 얘기했지?”
“어.”
“거느릴 수 있는 수하도 500마리에서 1000마리로 증가하는 거, 내가 얘기했나?”
최현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자, 설여원은 예전에 들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대답했다.
“그건…… 예전에 조성훈 잡을 때 들었어. 신체 능력 1.3배 증가에 거느릴 수 있는 수하 2배 증가.”
“그게 진화할 때마다 중첩돼.”
최현의 말에 설여원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되물었다.
“진화할 때마다 거느릴 수 있는 수하가 2배나 증가한다고?”
“어, 쉽게 말해서 대명동에 있는 회장이란 놈은…… 혼자 8000마리를 거느리고 있는 거지.”
말도 안 되는 수치에 전완수와 설여원은 넋이 나간 표정을 지었다.
전완수는 등골이 오싹한지, 상체를 부르르 떨며 물었다.
“그럼 부회장이 거느리고 있는 수하는 4000마리야?”
“그렇지. 그리고 평범한 좀비들의 근력을 5라고 가정했을 때, 회장의 수하들은 14가 넘어.”
“평범한 사람보다 3배는 강한 거네?”
“그렇지.”
캐릭터를 각성하면서 신체 능력은 월등히 높아졌지만, 물량에서 오는 압박감은 무시할 수 없었다.
설여원은 이마를 문지르며 곤란한 표정을 짓더니, 입술을 달싹이며 웅얼거렸다.
좀비들의 숫자를 계산하는 것으로 보였다.
오래 지나지 않아 인상을 찌푸리며 얘기했다.
“대장 좀비가 12마리 있다고 했고, 거기서 진화한 놈들은 넷이라고 했어. 회장 부회장은 한 놈씩 있을 거고, 남은 둘은 이사나 부장이겠지?”
“맞아. 남은 둘을 이사라고 가정하면…….”
최현과 설여원이 손가락을 접으며 덧셈을 하자, 옆에서 팔짱을 끼고 있던 전완수가 입을 열었다.
“2만. 수하들만 2만 마리.”
전완수의 대답에 설여원은 떡하니 입을 벌리며 와, 하는 탄성을 뱉었다.
최현은 어처구니없는 마음이 들었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을 이었다.
“좀비 창고에 갇혀있는 좀비들까지 합치면 못해도 2만 4천은 될 거야.”
“스케일이 갑자기 너무 커진 거 아니야?”
설여원이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묻자, 최현은 입맛을 다시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포기하자고 한 거야.”
“…….”
“어쩌면 우린 학교에서 이 사태를 겪은 게 축복일지도 몰라. 지금껏 도시 외곽으로 다녔으니까.”
“그럼…… 대도시의 중심가는…….”
“안개가 퍼진 지 3개월도 넘었으니, 대명동 패거리 같은 집단이 더 있을 수도 있어.”
최현이 덤덤하게 대답하자, 설여원은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전완수는 땅이 꺼지도록 한숨을 내쉬며 혼잣말을 읊조렸다.
“어휴, X 같은 세상. 먹고 살기 더럽게 힘드네.”
“자세한 얘기는 재형이 일어나면 하고, 지금은 보초부터 정하자.”
최현이 화제를 돌리자, 다들 반박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깊게 생각해 봐야 답은 나오지 않기에, 불편한 고민은 뒤로 미루는 것으로 보였다.
뒤이어 무전을 마친 곽찬혁이 돌아왔다.
그는 평소보다 밝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최현은 곽찬혁의 표정을 유심히 살피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물었다.
“좋은 소식이라도 있어요?”
“좋은 소식? 아주 좋은 소식이 있지.”
“설마 무전기로 프러포즈한 건 아니죠?”
“하하! 아니야.”
일행이 의구심 가득한 표정으로 곽찬혁을 쳐다보자, 그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나도 파티 생겼어.”
“파티요?”
“파티 이름은 황금동. 파티장은 지현이가 맡기로 했어.”
“예?”
“그리고 요한이 덕에 나도 레이첼 버프 생겼다.”
곽찬혁의 대답에 일행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에피소드가 끝난 것도 아닌데 파티 설정이 가능하다고?
일행의 표정을 보고 곽찬혁은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