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51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151화
상태가 악화될지도 모르기에, 좀비들 정리는 일행에게 부탁했다.
곽찬혁이 대장 좀비일 무렵, 부족한 수하를 채우기 위해 얼추 정리한 길이라서 좀비들이 많지는 않았다.
대략 60마리 정도 정리하자, 저 멀리 C구역 바리케이드의 모습이 안개 너머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곽찬혁은 바리케이드를 보고 다소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한 달여 만에, 인간의 모습으로 쉘터에 들어간다.
전완수와 최현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곽찬혁의 등을 토닥였다.
곽찬혁은 한 차례 심호흡과 함께 무전기를 들었다.
“4단지 수색대 곽찬혁, 바리케이드 도착했습니다. 문 열어주시기 바랍니다.”
쉘터를 만들고, 바리케이드를 세우고, 수색을 나갔다 돌아올 때마다 저 말을 했을 것이다.
감회가 새로운지, 무전기를 들고 있는 곽찬혁의 손이 잔잔하게 떨리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드드드득…….
뒤이어 굳게 닫혀 있던 바리케이드가 열리더니, 이리로 달려오는 인영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곽찬혁은 달려오는 사람을 보고 눈시울을 붉히더니, 양팔을 벌리며 안개 속으로 달려갔다.
한지현과 곽찬혁.
두 사람은 서로를 끌어안으며 상봉의 기쁨을 만끽했다.
그 뒤로 소리결 일행과 실개천 너머 생존자들까지,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우리의 무사 귀환을 반겨주었다.
난 설여원의 부축을 받으며, 일행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 * *
쉘터에 도착해 편히 쉬어서 그런지, 심박은 평온을 되찾았다.
잦은 좀비화와 광폭화, 광란의 사용이 문제였던 모양이다.
앞으로는 좀비화의 사용도 조심해야겠다.
늦은 점심으로 허기를 달래고, 학교에 들러 아이들의 모습을 멀리서나마 지켜봤다.
10세 미만의 아이들은 내가 온 줄도 모르고, 친구들과 종이접기하며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였다.
교실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
질척한 좀비들의 음성만 듣다가, 오랜만에 듣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내 입가에 엷은 미소를 선사했다.
“재형아.”
등 뒤로 곽찬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자, 이동하자는 손짓을 보이는 곽찬혁을 발견할 수 있었다.
“회의 참석할 수 있겠어?”
“가죠.”
여전히 내 상태가 걱정되는 모양이다.
이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곽찬혁과 함께 회의실로 향했다.
파티 소리결과 황금동, 실개천 너머의 수색대는 한지현의 방에 모였다.
이덕배와 이현배, 천호진, 최만석은 한지현의 눈치를 보며 회의에 껴도 되냐고 물었다.
이에 이정우가 대신 입을 열었다.
“아저씨들도 저희 일행입니다.”
이정우의 말에 실개천 너머의 수색대는 다들 민망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내심 뿌듯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지현은 너무 울어서 목이 잠긴 탓에, 회의 진행을 곽찬혁에게 부탁했다.
5시간이나 지났음에도 얼굴은 퉁퉁 부어 있었고, 눈가는 촉촉하게 젖어있었다.
곽찬혁은 한지현을 달래며 뒤편의 편한 의자에 앉힌 뒤, 상석으로 걸어가 모두의 얼굴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황금동 쉘터의 수색대장을 맡았던 곽찬혁입니다.”
곽찬혁의 인사에 그를 처음 본 일행은 박수로 맞아주었다.
곽찬혁은 쓴웃음을 지으며 입술을 달싹이더니, 콧잔등을 긁적이며 얘기했다.
“제가…… 다시 이 자리에 서서 회의에 참석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곽찬혁의 말에 강요한은 코끝이 시큼한지, 몇 차례 코를 훌쩍이며 얘기했다.
“찬혁이 형이 회의 진행하는 모습, 이렇게 다시 보니 좋네요.”
“나도 다시 보니 좋네. 그동안 지현이 옆에 있어 줘서 고맙다. 요한아.”
곽찬혁이 진심을 담아 얘기하자, 강요한은 울상을 지으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이덕배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덩달아 눈시울을 붉히더니, 한 차례 코를 훌쩍이며 혼잣말을 읊조렸다.
“어우, 갱년긴가.”
“갱년기는 무슨, 형님은 원래 눈물 많았어요.”
옆에 있던 이현배가 싱겁게 웃으며 얘기하자, 이덕배는 대뜸 동생의 등을 때렸다.
이현배가 투덜거리자, 그 모습을 지켜보던 최만석이 호쾌하게 웃으며 얘기했다.
“이 형제 놈들은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어.”
“너도 똑같아 인마.”
최만석과 이덕배의 장난치는 모습에서, 전완수와 최현의 모습이 엿보였다.
사람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마음 한편에 소년 소녀 시절이 남아 있다더니, 그 말이 맞다.
일전에 무겁게만 느껴지던 회의실이, 지금은 훈훈한 공기로 가득했다.
그러다 문득, 몇 사람이 없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난 방 안을 둘러보며 황덕록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속삭이는 목소리로 물었다.
“덕록아, 재우랑 혜리는?”
“아, 그 둘은 숙소에 있어.”
“왜, 무슨 일 있어?”
“재우가 아직…… 좀 심란한 거 같아서.”
아차, 깜박하고 있었다.
박재우는 허망하게 메인 퀘스트를 클리어했다.
5단지에 있는 본가에 들어설 무렵, 눈앞으로 떠오른 홀로그램을 보고 넋을 잃었던 박재우의 얼굴이 떠올랐다.
박재우가 무너지지 않도록, 윤혜리가 옆에서 지켜주고 있는 모양이다.
씁쓸한 마음에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뒤이어 상석에 있던 곽찬혁이 입을 열었다.
“그럼, 회의 시작하겠습니다.”
회의의 주된 안건은 로즈의 각성과 대명동의 대장 좀비들이었다.
황덕록의 설명에 따르면, 로즈도 다른 캐릭터와 마찬가지로 코인 상점이 생성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스킬북 대신, 라스트아크에 존재하는 희귀 재료가 코인 상점에 있다고 한다.
정확히 무슨 재료냐고 묻자, 게임상 존재하는 희귀 철강과 가죽이라고 한다.
이에 황덕록을 쳐다보며 물었다.
“철강이랑 가죽?”
“어, 철강 이름은 로그나이트, 가죽은 덤퍼라고 적혀 있어.”
재료의 이름을 듣고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물었다.
“그걸 코인 상점에서 구할 수 있다고?”
“아는 재료야?”
“게임에서는 네 번째 에피소드 들어가야 얻을 수 있는 재료야. 파괴된 아크에서 구할 수 있는 한정된 재료.”
다들 놀란 눈으로 내 얼굴을 쳐다봤다.
하지만 제일 당황스러운 사람은 나다.
게임에서는 로그나이트와 덤퍼가 한정된 자원이라서 함부로 사용할 수 없었다.
그런데 코인으로 구매할 수 있다면…… 이건 희소식인데?
들뜨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이에 황덕록을 쳐다보며 물었다.
“또, 더 없어? 코인 상점 말고, 각성하면서 생긴 스킬은 없어?”
“어…… 각성하면서 인쇄기라는 스킬이 생기긴 했어.”
“그렇지!”
주먹을 불끈 쥐며 탄성을 뱉자, 모든 일행이 황덕록과 내 얼굴을 번갈아 쳐다봤다.
모두가 설명을 바라는 표정을 짓자, 황덕록은 구레나룻을 긁적이며 대답했다.
“설계도랑 재료를 넣고 인쇄기 돌리면 제작된다고 하는데, 아직 써본 적은 없어요.”
난 황덕록의 어깨를 잡으며 물었다.
“재사용 대기시간은? 아니면 횟수 제한 같은 건 없어?”
“재료만 있으면 무한정 찍어낼 수 있어. 제작 시간은 제작 물품에 따라 다르고.”
됐다.
이건 대박이다.
라스트아크에만 존재하는 희귀 재료.
로그나이트와 덤프.
게임에서는 로그나이트로 제작한 무기로 검은 변종에게도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었다.
분명 미확인 변종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로그나이트로 볼트나 탄알을 제작한다면, 원거리에서도 미확인 변종도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착용하는 보호대.
보호대의 재료가 바로 덤프였다.
보호대가 없는 일행에게 보호대를 제공할 수 있다.
너무 들뜬 모습을 보였나?
황덕록은 헛기침과 함께 얘기했다.
“그렇게 좋아할 일은 아닌 거 같은데.”
“왜?”
“가격이 미쳤거든.”
얼마냐고 묻자, 황덕록은 입맛을 다시며 얘기했다.
“로그나이트 500g에 1000코인. 덤프 1㎏에 1000코인.”
다들 말도 안 된다며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내 의견은 달랐다.
로그나이트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어떠한 물질보다 경도와 강도가 높다.
하지만 유리처럼 가벼운 게 특징이었다.
이는 덤프도 마찬가지였다.
겉모습은 가죽처럼 생겼지만 성질은 고무처럼 질기기에 복구가 가능하고. 일정한 충격이 쌓이면 찢어지는 게 아니라 깨지는 성질을 지녔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말 그대로 다른 세계의 물질인 것이다.
보호대의 내구도가 ‘찢어진다’는 개념이 아닌 ‘파괴된다’는 개념 자체가, 덤프의 성질을 반영한 것이었다.
1000코인을 습득하기 위해선 좀비 1만 마리를 처리해야 한다.
석 달간 잡은 좀비가 1만이 안 될 것이다.
요구조건이 까다로운 건 사실이지만, 지금의 우리라면 할 수 있다.
난 일행을 쳐다보며 물었다.
“지금 보호대 있는 사람 누구누구지?”
보호대를 착용한 인원이 슬쩍 손을 들었다.
이정우와 정진영, 전완수와 최현, 설여원과 나, 이렇게 여섯 명이었다.
그중 2단계 보호대를 착용 중인 사람은 내가 유일했다.
난 곽찬혁의 옆에 있는 한지현을 쳐다보며 물었다.
“한지현 씨, 직업이 로즈라고 하셨죠?”
“네.”
“보유 중인 코인, 지금 몇이에요?”
“지금…… 12코인 있습니다.”
황덕록이 보유한 코인은 161이라고 했는데, 고작 12밖에 안 된다고?
공격대 구성이 늦은 건가?
그렇다면 말이 된다.
난 황덕록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덕록아, 급한 대로 볼트랑 탄알 제작할 수 있을까?”
“탄알? 나 제작법 몰라.”
“몰라도 돼. 인쇄기는 설계도만 넣을 수 있는 게 아니야.”
황덕록이 고개를 갸웃거리기에, 내가 아는 라스트아크의 정보를 들려주었다.
“이름은 인쇄기지만, 라스트아크 고인물들은 복사기라고 불렀어.”
“복사기?”
“설계도 대신 실존하는 물건을 넣어도 돼. 그럼 인쇄기가 알아서 설계도를 제작하는 시스템이 있을 거야.”
“그런 게 가능하다고?”
황덕록이 얼빠진 표정을 짓기에, 싱겁게 웃으며 얘기했다.
“게임에서는 재료도 필요 없었어. 시간만 투자하면 무기가 복사되니, 다들 복사기라고 불렀거든.”
“미쳤네.”
“지금은 재료도 같이 넣어야 하는 거로 봐서는, 난이도가 올라가서 바뀐 거 같아. 그러니 한번 확인해 봐. 설계도도 대체되는지.”
“알았어.”
황덕록은 곧장 홀로그램을 열더니, 인쇄기 설치라는 글자를 눌렀다.
-공간이 협소합니다.
뒤이어 불투명한 점선이 일정한 크기로 황덕록의 시야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로 4m, 세로 3m, 높이 2m의 점선.
황덕록은 어벙한 표정을 짓더니, 좌우를 살피며 얘기했다.
“이거 평범한 인쇄기가 아닌데?”
“커다란 3D인쇄기라고 생각하면 돼. 나중에 밖에 나가서 나랑 같이 실험하자.”
“그래.”
“설치에 필요한 시간이나, 회수한 뒤에 재설치 쿨타임은 얼마나 돼?”
“인쇄기 설치에 필요한 시간은 1시간, 회수에 소모되는 시간 30분, 재설치 쿨타임 100시간.”
한번 회수하면 100시간이 지나야 다시 설치할 수 있다.
지금처럼 쉘터에 자리 잡은 상황에 인쇄기를 설치하고, 계속 돌리는 게 최선이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최현이 입을 열었다.
“아니 잠깐만. 아직 설치하지 말고 기다려.”
최현을 쳐다보자, 그는 곽찬혁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찬혁이 형, 우리 대명동 얘기도 해야죠.”
“안 그래도 지금 하려고 했어.”
곽찬혁은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을 쳐다보며 대명동 좀비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좀비들의 규모를 듣고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한지현도 이 소식은 못 들었는지, 우려의 마음이 표정으로 드러났다.
최현은 일행의 표정을 살피더니,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
“제 생각에는…… 대명동은 포기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덕록이 부모님부터 찾고…….”
“아니야.”
이를 황덕록이 반대했다.
모두의 시선이 황덕록에게 쏠리자, 그는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
“나도 부모님이 걱정되는 건 사실이야. 하지만 대명동에 남은 대장 좀비가 12마리라며?”
“덕록아, 회장이란 놈은 4번이나 진화한 놈이야. 우리가 상대하기엔…….”
“시체들 정리했어?”
황덕록의 물음에 최현은 움찔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황덕록은 수색을 나갔던 전완수와 설여원, 그리고 내 얼굴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시체가 너무 많아서 정리하기 힘들었겠지. 하지만 좀비들 시체가 수성못에 그대로 있으면…… 결국 들킬 수밖에 없잖아.”
“…….”
“너희가 죽인 대장 좀비는 정찰대 같은데, 정찰대가 안 돌아오면 당연히 본진에 있는 놈들이 조사하러 나올 거야.”
황덕록의 의견에 최현은 뚱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하고 싶은 말이 뭐야. 2만이 넘는 좀비들을 상대하자고?”
“상대하지 않으면 우리가 당한다는 거지. 아니면 이 쉘터를 버리고 다 같이 이동하거나.”
최현이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자, 황덕록은 팔짱을 끼며 말을 이었다.
“쉘터의 위치를 들키느냐, 먼저 공격하느냐, 아니면 쉘터를 버리고 도망치느냐. 모든 게 시간 문제야.”
황덕록의 의견에 선뜻 입을 여는 사람은 없었다.
난 곤란한 마음에 입맛을 다시며 물었다.
“여기 있는 생존자들이 다 같이 싸워도 힘들 텐데, 가능할까?”
“방법이 없는 건 아니야.”
“괜찮은 방법이라도 있는 거야?”
황덕록을 쳐다보며 묻자, 그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갉아 먹으면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