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57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157화
박재우의 대답을 듣고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속도를 높였다.
빌라촌의 경계에 다다르자 더는 연결된 옥상이 보이지 않았다.
설여원은 계단으로 내려가지 않고, 건물 외벽에 있는 테라스로 뛰어내렸다.
우린 원숭이처럼 테라스를 타고 1층까지 쉬지 않고 내려갔다.
크어어어어어!!!
발치에서 들려오는 좀비들의 울음소리.
설여원은 뒤를 돌아보더니, 황급히 내 손을 잡으며 안개 속을 나아갔다.
전속력으로 달리다 보니, 말할 여력도 없었다.
새하얀 안개가 쉴 새 없이 좌우로 갈라지고, 건물의 윤곽이 나타날 때마다 다급히 발목과 무릎을 비틀어 회피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전속력으로 달리는 상황.
앞서가는 설여원의 뒷모습을 주시하며, 두 눈 부릅뜨고 달렸다.
카하아악!!
그 순간, 좌측에서 튀어나온 좀비가 설여원을 향해 몸을 던졌다.
속옷만 입고 있는 것으로 보아, 성 이사의 수하다.
난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다급히 지면을 박차 올랐다.
쩍!!!
무릎으로 놈의 관자놀이를 가격하고, 좌측 골목을 흘깃 쳐다봤다.
수백 마리의 인영이 이곳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재빨리 상체를 일으키고 설여원이 이동한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숨이 턱 막히는 것을 느꼈다.
‘어디 갔어.’
설여원은 100m를 돌파하는 데 8초가 걸리지 않았다.
잠깐 눈을 돌린 새에, 설여원의 모습이 사라졌다.
달리지 않으면 좀비들에게 붙잡힌다.
보이는 건 없지만, 설여원이 이동한 방향으로 냅다 달렸다.
“재형아! 박재형!”
안개 속에서 설여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놀이공원에서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처럼, 설여원은 내 이름을 부르며 골목길을 질주하고 있었다.
이에 소리의 근원지로 방향을 틀었다.
뒤이어 자욱한 안개 너머로 순식간에 나타나는 인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디 갔었어!”
“뛰어!”
설명할 시간이 없다.
설여원은 다시금 황금네거리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 * *
“빌어먹을!”
성 이사는 3호선 레일을 따라 이동하며 모든 수하를 불러들였다.
유인책도 통하지 않고, 일반인보다 2배 가까이 강한 수하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지고 있었다.
게다가 수류탄의 폭음까지 들려온 상황.
본인이 잘못된 곳에 발을 들였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크어어어어!!
쾅!! 콰곽- 텅! 터덩!!
레일 밑으로 지나가는 수하들이 좀비카에 쓸려 나가고 있었다.
지금까지 상대한 생존자들과 급이 다른 놈들이었다.
좀비카까지 만들어서 싸울 줄이야.
이를 보고 성 이사는 확신을 가졌다.
이곳에 각성 플레이어가 있다는 것을.
빠아아앙-! 빠앙!
쉬지 않고 달려 황금역에 도달한 순간, 저 멀리 눈부신 상향등을 점멸하며 폭주 기관차처럼 달려오는 버스를 발견할 수 있었다.
성 이사는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다급히 상체를 숙였다.
역사 내에 도착해서 망정이지, 하마터면 위치가 발각될 뻔했다.
‘저건 또 뭐야.’
성 이사는 창밖으로 슬쩍 고개를 내밀어 버스가 달려온 방향을 살폈다.
황금동.
이에 성 이사는 눈살을 찌푸리며 생각했다.
‘수성못은…… 눈속임인가?’
수성못에서 황금동으로 통하는 길은 비좁은 골목뿐이었다.
저런 커다랗고 해괴망측한 버스가 지나갈 수 있는 길이 아니다.
이는 황금동이 생존자들의 본진이고, 수성못은 눈속임이라는 방증이었다.
성 이사는 까드득 이를 갈더니, 역사에 배치된 역무실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매직을 들고 나와 옆에 있는 수하를 쳐다봤다.
속옷 빼고 전부 탈의한 수하.
수하의 등에 빠르게 글자를 적어 내려갔다.
-황금동이 근거지. 지원 요청.
“크르르르…… 카하악!”
수하를 쳐다보며 목젖을 갈자, 등에 글자가 적힌 수하도 덩달아 목젖을 갈며 1층으로 내려갔다.
수하에게 내린 지시는 하나였다.
대명동에 있는 회장실을 찾아가라는 명령.
성 이사는 수하의 이동 경로를 살폈다.
버스는 황금네거리를 휘저으며 좀비들을 곤죽으로 만들고 있었다.
황금역을 빠져나가면 바로 앞에 황금네거리가 위치한다.
부디 버스에 치이지 말라고 손에 땀을 쥐며 기도했다.
성 이사의 기도가 통한 걸까?
등에 글자가 적힌 수하는 버스의 사각을 피해 황금네거리를 벗어났다.
성 이사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한시름 놓았다.
이제 성 이사에게 남은 건…… 회장이 올 때까지 버티는 것이다.
* * *
단층 건물이 줄 지어선 블록을 벗어나자, 고층 아파트와 빌딩의 윤곽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윽고 골목을 벗어나자, 드넓은 대로가 나타났다.
설여원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좌우를 살피더니, 눈썹에 맺힌 땀방울을 훔치며 얘기했다.
“이쪽!”
설여원을 따라 좌측으로 이동하자, 귓가를 간질이는 엔진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부아아아앙!!!
쾅!! 턱- 텅!! 콰곽!
크어어어!! 카하아아악!!
소리만 들어도 상황이 그려졌다.
좀비들을 밀어붙이는 좀비카의 엔진소리.
설여원은 다급히 그곳으로 이동하다 말고, 급히 두 다리에 제동을 걸었다.
“어? 어어?”
제자리에서 종종걸음을 치며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황급히 하체를 접으며 위로 뛰어올랐다.
빠아앙!! 빵!!
설여원의 발밑으로 쏜살같이 지나가는 중형차.
설여원이 3m 이상 뛸 수 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그대로 차량 앞범퍼에…….
빠아아아앙!!
차량의 상향등이 내게 향하고 있었다.
이에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소리쳤다.
“완수야 멈춰! 야! 야 이 새꺄!”
멈출 기미가 없기에, 나도 황급히 뛰어올랐다.
발밑으로 지나가는 차량을 살피자, 앞 유리는 좀비들의 선혈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쉴 새 없이 와이퍼가 움직이지만, 시야가 불투명한 모양이다.
크어어어어어!!
사방에서 울려 퍼지는 좀비들의 울음소리.
설여원은 착지하자마자 내게 달려오며 소리쳤다.
“따라와!”
수성못역과 황금역을 가로지르는 동대구로.
동대구로의 중앙으로 실개천과 산책로가 존재하기에, 설여원은 그곳에 몸을 숨기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뒤이어 내 손에 있는 무전기를 낚아채며 소리쳤다.
“전완수 미친놈아!”
대뜸 욕부터 내질렀다.
치지직- 칙- 삑.
-너희 어디야!
“어디긴 어디야! 방금 네가 우리 죽이려고 했잖아!”
-어어?
전완수의 목소리에 당혹감이 묻어났다.
뒤이어 최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지금 앞에 아무것도 안 보여! 좀비카 근처로 오면 안 돼!
잔뜩 흥분한 설여원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기에, 난 설여원의 손에 있는 무전기를 빼앗으며 물었다.
“정우 형! 들리세요?”
-얘기해!
“형은 어디에요?”
-황금네거리 근…… 옆에! 희연아 옆에!
다들 흥분한 기색이 역력했다.
잠깐, 이정우가 대답한다는 것은…… 김희연이 승합차의 핸들을 쥐고 있다는 건가?
상상만 했을 뿐인데, 소름이 돋았다.
치지직- 치직-
뒤이어 이정우의 대답이 들려왔다.
-지금 아무것도 안 보여! 이 쓰레기 같은 와이퍼! 좀비들 피가 안 닦여!
중형차와 승합차는 좀비들의 숫자를 줄이는 데 급급한 나머지, 성 이사의 위치를 파악할 여력이 없었다.
난 퍼석한 입술을 핥으며 얘기했다.
“현아, 너흰 반대편 대로로 넘어가! 시야 확보가 안 되면 서로 충돌할 수도 있어!”
-반대편 차선 어떻게 가는 거야? 가운데 실개천 있어서 못 지나가!
최현의 말에 설여원이 대신 대답했다.
“유턴하는 곳 있어! 거기서 차 돌려!”
-아무것도 안 보인다니까 무슨 유턴…… 완수야! 앞에, 앞에!
크어어어어어!!
좀비들의 육성이 점점 크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골목에 있던 좀비들이 대로에 도달한 모양이다.
설여원은 실개천의 우측을 살피더니,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얘기했다.
“뛰어!”
잠깐 숨 좀 돌리나 했는데, 체취를 쫓아온 좀비들이 실개천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설여원을 따라 산책로를 달리며 박재우를 불렀다.
“재우야! 박재우 들려?”
치지직- 치직- 삑.
-나한테 얘기해!
무전기로 들려오는 곽찬혁의 목소리.
시야 확보가 어려운 박재우를 위해, 곽찬혁이 함께 나온 모양이다.
“찬혁이 형! 황금네거리에 좀비들 도착했어요?”
-지금 버스로 밀어붙이고 있어! 근데 숫자가 너무 많아!
“대장으로 보이는 놈 없습니까?”
-거기까지 확인할 여력이…… 재우야 핸들 틀어! 오른쪽, 오른쪽!
이에 미간을 찌푸리며 외쳤다.
“다들 최대한 버텨요! 위험하다 싶으면 쉘터로 돌아가고!”
-넌 어쩌려고!
-너는!
-넌 어딘데!
최현과 이정우, 곽찬혁의 목소리가 순차적으로 들려왔다.
설여원도 내 얼굴을 돌아보기에, 난 앞만 보고 달리며 얘기했다.
“제가 10분 내로 성 이사 찾아서 죽이고 합류합니다!”
들고 있던 무전기를 레그홀스터에 쑤셔 넣었다.
설여원은 뒤따라오는 좀비들을 확인하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무슨 배짱으로 10분 내에 대장을 죽여?”
“높은 곳으로 가야 돼. 근처에 고층 건물 없어?”
설여원은 전속력으로 산책로를 달리며 좌우를 살폈다.
곧 좌측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저쪽! 대로 건너 아파트!”
“올라가!”
산책로에서 다시금 대로로 올라서자, 안개 속을 뛰어다니는 좀비들의 인영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속으로 버스와 승합차의 상향등이 레이저쇼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크어어어어어!!
체취를 맡은 좀비들이 이곳을 쳐다보며 달려들기 시작했다.
이에 지면을 박차며 좀비들에게 달려나갔다.
“따라와!”
5차선 도로를 가로지르며 달려드는 좀비들을 빠르게 제압했다.
설여원도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좀비들의 안면에 묵직한 주먹을 꽂으며 내 뒤를 따라왔다.
빠아아아앙!!
버스가 쉴 새 없이 경적을 울린 덕에, 우리를 향하던 좀비들의 시선이 분산되었다.
뒤이어 승합차와 중형차까지 경적을 울리며 좀비들의 시선을 유도하기 시작했다.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내가 10분 이내에 대장을 찾아서 죽일 수 있도록, 걸리적거리는 좀비들을 유인해 주고 있었다.
얼마 남지 않은 좀비들을 제압하고 인도로 올라서자, 바로 앞에 홈플이라고 적힌 붉은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카하악!!
쩍!
우측에서 들리는 좀비의 육성에 시선을 돌리는 찰나, 좀비의 관자놀이를 가격하는 설여원의 주먹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설여원은 격하게 숨을 내쉬며 내 손을 잡아끌었다.
홈플 정문으로 들어서자, 후끈한 공기와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크르르르…… 카각!
곳곳에서 들리는 좀비들의 음성.
설여원은 좀비들의 위치를 빠르게 살피며 얘기했다.
“성 이사 수하는 아니야. 길거리 좀비들이야.”
“어떻게 알아.”
“전부 옷 입고 있어.”
“그럼 무시하고 올라가자. 처리하더라도 위에서 처리해.”
설여원은 실내구조를 살피더니, 다짜고짜 우측으로 향했다.
설여원을 따라 이동하자, 녹색 비상구 모양이 눈에 들어왔다.
크어어어어!
1층에 있던 좀비들이 인기척을 느끼고 따라붙기 시작했다.
황급히 계단으로 들어가 비상구 철문을 닫았다.
설여원은 계단의 안전을 확인하고 한발 앞서 위로 올라갔다.
쉬지 않고 5층까지 올라가자, 설여원은 그 자리에 쓰러지며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설여원의 상태를 살피자, 두 다리와 양팔이 사시나무처럼 떨리고 있었다.
이에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물었다.
“너 왜 그래, 물렸어?”
“아니, 그게 아니라…… 체력적으로 한계야. 폐가 터질 것 같아.”
설여원의 안색이 창백했다.
얼굴은 땀에 절어 있었고, 숨도 거칠었다.
문득, 예전 학교 본관에 갇혀 있던 순간이 떠올랐다.
그때도 설여원은…… 극한으로 몸을 쓰고 교무처장실에 쓰러지다시피 들어갔다.
하긴, 단시간에 몇 킬로를 뛰었는지 모르겠다.
난 설여원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여기 있어. 뒷일은 나한테 맡기고.”
“안개 속에서 아무것도 못 보면서 혼자 어떻게 하려고.”
“생각이 있으니 기다려, 금방 돌아올게.”
설여원을 비상구에 두고 다급히 5층으로 들어갔다.
크르르르르…….
5층에 있던 좀비들이 일제히 목젖을 갈며 이곳을 쳐다본다.
철문이 녹슬어서 소리가 울린 탓이었다.
크어어어어!!
괴성을 뱉으며 달려드는 좀비들.
옷을 입고 있는 것으로 보아, 성 이사의 수하는 아닌 것 같다.
난 두 주먹을 말아쥐며 가드를 올렸다.
“후…….”
심호흡으로 가빠진 숨을 가다듬고, 달려드는 좀비들의 안면에 주먹을 내질렀다.
쩌덕! 떡- 떠걱- 빡!!
전진 더킹을 시도하며 허리와 어깨, 양팔을 쉬지 않고 움직였다.
균형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허벅지와 무릎, 발목의 움직임에 집중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