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59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159화
다들 수긍하는 모습을 보이기에, 난 이정우를 쳐다보며 물었다.
“형, 저희 지도 어디 있죠?”
“기다려.”
이정우는 버스로 돌아가 커다란 지도를 들고 왔다.
바닥에 대구 전도를 펼치고, 현 위치를 알려주었다.
대명동과 상동네거리, 수성못, 황금동의 위치를 살피며 얘기했다.
“여기, 황금네거리에서 황금동으로 이어지는 대로에 좀비들 시체 모아주세요.”
“휘발유는 어떡해. 시체들 위에 부으면 돼?”
정진영이 묻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그렇게 해주세요. 그리고 완수랑 현이, 정우 형은 저랑 같이 상동네거리로 갑니다.”
“우린 밖에 있는 좀비들 시체 정리 안 해?”
이정우의 물음에 지도를 가리키며 얘기했다.
“지금 상동네거리에 좀비들이 너무 많습니다. 이것들부터 정리해야 돼요.”
“굳이 좀비들까지 정리해야 될까? 한시가 급한 마당에.”
“아까 보니 대장 좀비가 죽으면 수하들은 평범한 좀비로 돌아가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이야 평범한 좀비지만, 회장의 수하가 되면 일반인의 3배. 아시죠?”
“네 말은…… 전투 중에 회장의 수하가 죽으면, 상동네거리에 있는 좀비들로 부족한 숫자를 확보한다는 거야?”
“그렇죠. 상동네거리에 있는 좀비들은 사지 멀쩡한 A급 좀비들이에요. 미리 처리해야 합니다.”
다들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박재우는 가만히 턱을 매만지더니, 내 얼굴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중형차랑 승합차만 가져가. 버스는 골목에 숨기기 어려워서 회장이 들어왔을 때 발각될 위험이 있어.”
“동감이야.”
박재우는 퍼석한 입술을 핥으며 이마를 긁적이더니,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볼트는 얼마나 남았어?”
“대략 400발.”
“더 만들어야겠네. 이번엔 소총도 쓰는 게 좋을 거 같아.”
박재우가 대수롭지 않게 얘기하자, 옆에 있던 곽찬혁이 화들짝 놀라며 입을 열었다.
“뭐? 안 돼. 소총을 쓰면 주변 좀비들이 몰려들 거야.”
“주변 좀비들은 이미 충분히 몰려들었어요. 이번 기회에 대청소한다고 생각해야죠.”
“…….”
“그러니 시체 정리하는 사람들도 조심해야 됩니다. 동대구로에 있는 좀비들, 아직 전부 정리된 것도 아니니까요.”
전완수는 팔짱을 낀 채 뚱한 표정을 짓더니, 헛기침과 함께 입을 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손이 부족한데? 쉘터에 있는 사람들도 거들어야 각이 잡히지 않을까?”
불안한 건 사실이지만, 그들도 밥값을 해야 한다.
곽찬혁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더니, 오래 지나지 않아 고개를 끄덕였다.
힘을 합쳐야 한다는 걸 곽찬혁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얼추 안건을 정리하고, 난 자리에서 일어나며 얘기했다.
“그럼…… 다들 움직이죠. 시간 없어요.”
황금역에 있던 일행은 기합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벽에 기댄 채 두 눈을 감고 있던 설여원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설여원의 상태를 살피며 물었다.
“여원아, 넌 여기서 사람들 도와줘.”
“나는 상동네거리 안 데려가?”
상동네거리 팀에 포함되지 않아서 내심 서운한 모양이다.
이에 엷은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여기 있는 사람들한텐 네가 필요해. 경험 많은 사람이 한 명은 있어야지.”
말은 이렇게 했지만, 설여원에게 안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내린 선택이었다.
학교에서 좀비들과 싸울 때도, 극한으로 몸을 쓴 뒤에는 다음 날까지 몸 상태가 저조한 날이 많았다.
설여원보다 체력이 2배나 높은 나도 숨이 가쁜 순간이 있었는데, 설여원은 오죽하겠는가?
오직 정신력으로 버텼을 것이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지만, 설여원은 본인이 하나라도 더 하려는 성격이다.
이를 잘 알기에, 최대한 기분 나쁘지 않도록 배려했다.
* * *
대명동의 회장실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1시간, 2시간, 3시간, 이윽고 5시간.
박 회장은 관자놀이를 지그시 누르며 생각했다.
‘성 이사…… 당한 건가?’
웬만한 쉘터 하나 공략하는 건 이들에게 일도 아니었다.
길어봐야 5시간이면 정리가 끝나는데, 수성못으로 향한 성 이사는 아무런 소식도 전해오지 않았다.
똑똑.
뒤이어 방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박 회장은 금세 화색을 띠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들어와.”
하지만 박 회장의 예상과 달리, 회장실을 찾아온 건 홍 이사였다.
“회장님, 달서구 쉘터 정리가 끝났습니다.”
박 회장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금 자리에 앉았다.
이에 홍 이사는 눈꼬리를 치켜뜨며 물었다.
“어디 불편하신 곳이라도……?”
“아니야. 수고 많았어. 나가 봐.”
홍 이사는 회장실을 둘러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성 이사님은…… 안 보이네요?”
“어어, 수성못 정리가 좀 오래 걸릴 것 같다고 연락 왔어.”
아무런 연락도 못 받았지만, 박 회장은 대충 얼버무렸다.
그 말을 듣고 홍 이사는 엷은 미소를 짓더니,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회장님, 그럼 달서구 쉘터에 있던 플레이어들은…… 제가 섭취해도 될까요?”
“뭘 물어? 딱 보니 벌써 대장 좀비로 만든 것 같은데.”
박 회장의 말대로였다.
홍 이사는 달서구 쉘터에 있던 8명의 플레이어를 대장 좀비로 만들었고, 물 한 모금 주지 않고 가둬둔 상태였다.
추후 변종으로 변이되는 낌새가 보이면 모조리 섭취하고, 부회장과 동등한 힘을 손에 쥘 계획이었다.
홍 이사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태연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럼, 허락해 주신 거로 알겠습니다.”
“홍 이사야.”
“네, 회장님.”
박 회장은 두 눈을 게슴츠레 뜨며 창밖을 바라봤다.
회장실을 감도는 침묵.
홍 이사는 초조한 마음에 마른침을 삼켰다.
무슨 말을 하려고 저렇게 뜸을 들이는 걸까.
곧 박 회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 위에 올라서려는 이유가 뭐냐?”
박 회장의 예상치 못한 질문에 홍 이사는 움찔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홍 이사는 마른침을 삼키며 좌우로 눈을 굴리더니, 애써 엷은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냐?”
“…….”
“너도 목적이 있을 것 아니냐.”
“저는…… 회장님을 모시는 게 최고의 영광입니다.”
홍 이사의 대답에 회장은 슬쩍 고개를 돌려 홍 이사를 쳐다봤다.
뒤이어 냉정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아부도 해본 놈이 잘하는 거다.”
“…….”
홍 이사는 떨지 않기 위해 전신에 힘을 주었다.
박 회장은 다시금 창밖을 바라보더니, 한숨을 내쉬며 얘기했다.
“이제 이 풍경도 물리네. 그렇게 원했던 풍경인데.”
“회장님 저는…….”
“너도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 그러니 어떻게든 나를 죽이고 싶은 거 아니냐.”
홍 이사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꼭꼭 숨겨두었던 속내를 들킨 기분에, 어떻게 대처해야 좋을지 감을 못 잡고 있었다.
홍 이사가 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잡아떼는 게 전부였다.
“아닙니다, 회장님. 저는 전혀 그런 뜻이 없습니다.”
“어울리지도 않는 아부하지 말고, 기회 줄 때 죽여. 저항할 생각 없으니.”
“예?”
박 회장은 홍 이사를 등진 채 멍하니 창밖을 응시했다.
홍 이사는 박 회장의 뒤통수를 쳐다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곧 천천히, 발소리를 죽인 채 박 회장의 배후로 걸어갔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심장이 고동이 점점 커지고, 먹음직스러운 목덜미가 두 눈에 들어온다.
박 회장은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았다.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는 박 회장이, 홍 이사의 심장에 거센 파랑을 불러왔다.
그토록 죽이고 싶었던 사람인데, 대놓고 죽이라고 하니 허망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했다.
정말 죽여도 되는 건가?
일격에 죽이지 못하면 역으로 당할 텐데?
홍 이사의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며, 조심스레 양손을 뻗었다.
텁.
홍 이사는…… 박 회장의 어깨에 양손을 얹은 뒤, 천천히 주무르며 얘기했다.
“그런 말씀 마세요.”
“…….”
“회장님이 건재하셔야 저희도 사는 겁니다.”
배후를 노려도 이길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또한 어깨를 주무르며 느낀 근력이 말해주고 있었다.
박 회장은 언제든 홍 이사를 공격할 수 있도록 전신에 힘이 들어간 상태였고, 홍 이사의 양손이 박 회장의 어깨에 닿았을 때, 두 주먹이 움찔하는 것을 발견했다.
박 회장은 본인이 절대적 우위에 있다는 것을 알기에, 홍 이사를 시험하고 있었다.
박 회장은 폐부에 들어찬 탁한 숨을 내쉬며 얘기했다.
“네가 변종 몇 마리 섭취했지?”
“현재 4마리 섭취했습니다. 달서구에서 확보한 놈들까지 섭취하면…… 저도 부회장님과 동등한 힘이 생깁니다.”
“그 8마리, 언제 변이되냐?”
“대장 좀비로 변한 지 2시간 정도 지났으니, 앞으로 10시간 이내에 첫 허기를 느낄 겁니다.”
대장 좀비가 느끼는 첫 번째 허기.
인육을 먹고 싶다는 본능.
첫 허기를 잘 넘기면 그 뒤로 허기를 잘 느끼지 않기에, 첫 허기를 잘 넘기느냐 아니냐가 대장 좀비의 운명을 좌우한다.
박 회장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김 이사도 같이 왔지?”
“네, 밖에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김 이사한테 중앙로 가서 부회장 데려오라고 해. 그리고 넌…… 변종 섭취할 준비하고.”
이에 홍 이사는 쓴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이렇게 배려해 주시는 이유를…… 물어도 될까요?”
“너 진화하면 수성못으로 이동할 거야.”
“수성못이요? 거긴 성 이사님께 맡긴 거 아니었나요?”
“아무래도 그 새끼…… 뒤진 거 같거든.”
박 회장은 알고 있다.
홍 이사의 패거리가 본인의 목숨을 노리는 비수라는 걸 말이다.
그리고 지금이, 비수를 이용할 최적의 기회라는 것도 알고 있다.
수성못에 있는 플레이어들은 보통이 아니다.
정찰대를 보내는 족족 대장 좀비들이 사망하는 것만 봐도, 놈들을 우습게 보면 안 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통제권이 있는 지금, 어떻게든 홍 이사를 이용해서 결단을 내릴 생각이었다.
양패구상(兩敗俱傷)이 되어도 좋다.
아니, 오히려 양패구상(兩敗俱傷)이 되어야 좋다.
그래야 마음 편히 토사구팽(兔死拘烹)을 노릴 수 있으니까.
어떤 결과가 도래하든, 마지막 순간에 모조리 흡수하는 건 본인일 테니까.
게다가 박 회장에게는……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않은 비장의 수가 남아 있었다.
8,000의 수하를 거느린 시점에 생성된 스킬.
[전투의 포효]이 스킬에 대한 정보는 성 이사에게도 알려주지 않았다.
박 회장을 제외하고, 이 스킬에 대해 아는 대장 좀비는 아무도 없었다.
* * *
상동네거리의 좀비들을 정리하며 신기한 녀석을 발견할 수 있었다.
속옷만 입은 좀비였고, 등에 매직으로 휘갈긴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황금동이 근거지. 지원 요청.
방 과장이 죽었다는 걸 깨닫고, 성 이사는 이놈을 대명동으로 보낸 모양이다.
하지만 성 이사가 죽으면서 상명하복 관계가 사라진 탓에, 이놈은 흔하디흔한 길거리의 좀비로 전락했다.
성 이사를 제때 처리하지 못했으면 어떤 결과가 도래했을지, 상상만 해도 소름이 돋았다.
전완수는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으며 내게 물었다.
“재형아, 조금만 쉬자.”
“몇 시간 싸웠지?”
“벌써 3시간째야. 이러다간 본경기 뛰기도 전에 쓰러지겠어.”
전완수뿐만 아니라, 이정우와 최현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최대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 건물의 계단, 혹은 비좁은 골목에서 좀비들을 상대했다.
안전성은 높았지만, 지형이 좁은 만큼 일행도 불편함을 느꼈다.
이에 건물 옥상에 자리를 잡고, 잠시 휴식 시간을 가졌다.
일행이 쉬는 동안, 난 계단에 걸터앉아 홀로그램을 살폈다.
10분 전부터 시야의 우측 상단에서 점멸하던 노란 불빛.
설레는 마음으로 불빛을 누르자, 300포인트가 들어온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포인트 배분에 망설임이 없었다.
미확인 변종을 상대하며 근력이 부족하다는 걸 절실하게 느꼈다.
이번에 근력과 골밀도를 최대 수치까지 높이면, 광란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미확인 변종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100포인트를 투자해서 근력과 골밀도를 최대 수치까지 높였다.
-근력과 골밀도가 최대 수치에 도달했습니다.
정확히 100포인트가 소모되었다.
표피강화도 MAX까지 5개의 스탯을 남겨둔 상태기에, 고민할 필요 없이 최대 수치까지 높였다.
-표피강화가 최대 수치에 도달했습니다.
이제 얼마나 강해졌는지 확인해 볼까?
플레이어 정보를 열었다.
[플레이어 정보]-캐릭터 이름: 에덤 화이트
-능력: 강화
-스탯: 근력 42(MAX), 체력 42(MAX)
-스탯 2: 골밀도 31(MAX), 표피강화 31(MAX)
-현재 처리한 좀비의 수: 17/6000
-남은 포인트: 187
-스킬: 좀비화, 급가속 Lv3, 감지 Lv1, 하울링 Lv1, 광폭화 Lv1
-패시브 스킬: 재생, 광란
띠링!
그 순간, 귓가로 들리는 기계음과 함께 눈앞의 플레이어 정보가 사라지고 안내 문구가 떠올랐다.
-스탯 1과 스탯 2가 최댓값에 도달했습니다.
-한계 돌파를 통해 추가적인 강화가 가능합니다.
한계 돌파?
다시금 플레이어 정보를 열자, 이전과 확연히 달라진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플레이어 정보]-캐릭터 이름: 에덤 화이트
-능력: 강화
-한계 돌파 1단계
*인간의 신체가 지닌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한계를 돌파할 때마다 기존 모든 스탯이 1.3배 증가합니다.
*첫 한계 돌파에 필요한 포인트는 1000입니다.
-현재 처리한 좀비의 수: 17/6000
-남은 포인트: 187
-스킬: 좀비화, 급가속 Lv3, 감지 Lv1, 하울링 Lv1, 광폭화 Lv1
-패시브 스킬: 재생, 광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