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65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165화
무전기로 들려오는 일행의 대화에서 여유가 엿보였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상황이지만, 급히 지원을 요청하는 목소리는 없었다.
이에 마음 편히 좀비들을 처리했다.
좀비화의 남은 시간은 25분.
남은 좀비는 많아 봐야 2,000마리 정도.
이삿짐 트럭에 몇 마리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쉬지 않고 싸우면 전부 처리할 수 있을 것 같다.
두근-
그 순간, 심장을 조여오는 충격에 반사적으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설마.
황급히 좀비들과 거리를 벌리며 근처에 있는 아무 건물이나 외벽을 타고 올라갔다.
옥상에 올라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았다.
나약한 좀비들을 학살하며 희열이 차오르고 있었다.
학살의 희열이, 광란을 자극한다.
쉬지 않고 싸우면 전부 처리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원하지도 않는 휴식을 취해야 했다.
크어어어…… 크어어어!
카하아악! 카하악!
좀비들이 건물 1층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난 두 눈을 질끈 감으며 침착하게 심호흡을 반복했다.
격해진 마음이 서서히 진정되고, 가빠지려던 호흡이 정상적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속도를 높이려고 했는데, 차오르는 희열로 인해 전력으로 싸울 수 없었다.
정신력 스탯의 필요성이 절실하게 느껴졌다.
* * *
상동네거리에 갇힌 부회장은 수하들의 움직임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2,000마리에 달하는 회장의 수하들이 이상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대로를 질주하는 승합차와 중형차의 상향등을 보고 무작정 달려들기 시작했다.
‘회장 새끼…… 죽은 거야?’
수하들의 움직임만 봐도 회장이 사망했다는 걸 유추할 수 있었다.
질서를 잃고, 자극에 따라 거리를 활보하는 좀비들.
부회장은 눈살을 찌푸리며 황금동 방면을 바라봤다.
‘영민아…….’
김 이사라 불리는 부회장의 친동생 김영민.
홍 이사와 함께 황금네거리로 이동한 뒤에 소식이 끊겼다.
부회장에게 더는 싸움의 승패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친동생 김영민과 홍 이사가 안전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부회장의 머릿속에서 빠르게 줄어드는 수하들의 숫자.
분명 4,000의 수하를 데려왔는데, 어느새 절반 이상 줄었다.
부회장은 쓰러진 이삿짐 트럭의 문을 열고, 그 속에 뒤엉킨 좀비들을 쳐다봤다.
트럭에만 150마리의 좀비가 뒤엉켜 있었다.
망설임 없이 그들을 수하로 받아들이고, 허공을 향해 소리쳤다.
“크어어어어어!!”
남은 수하들에게 생존자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고, 이삿짐 트럭으로 확보한 150마리에게는 다른 명령을 내렸다.
“크르르르르…… 카학!”
따라오라는 지시.
부회장은 150마리로 별동대를 꾸려서 황금네거리로 향했다.
승합차와 중형차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좁은 골목으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길에도 부회장의 머릿속은 혼잡하기 짝이 없었다.
배터리가 방전된 전구처럼 머릿속에서 빠르게 사라져가는 붉은 점이, 그의 마음을 초조하게 만들었다.
이 정도 저력을 지닌 생존자들이라면, 홍 이사와 김 이사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었다.
수성구의 생존자들은 지금까지 경험한 생존자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좀비를 보고 공포에 질리거나, 두려움에 잠식되어 어쩔 줄 모르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도망치는 게 아니라, 칼을 들고 좀비를 죽이러 나오는 사람들.
사람이 좀비를 조심하는 게 아니라, 좀비가 사람을 조심해야 하는 동네였다.
그렇게 150마리의 별동대를 이끌고 얼마나 나아갔을까.
전속력으로 달린 끝에 황금네거리의 모습이 부회장의 육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현장을 목격한 부회장은 벌어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수천 구의 시신이 불에 타고 있었다.
야심한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타들어 가는 시체들로 인해 세상은 대낮처럼 밝았다.
코를 찌르는 매캐한 냄새에 부회장은 얼빠진 표정으로 화염을 응시했다.
“조, 좀비! 여기도 좀비 있다!”
그 순간, 골목을 정리하던 생존자 무리가 부회장을 발견하고 소리쳤다.
시선을 돌리자, 부회장을 발견한 생존자들은 벌써 무전을 치고 있었다.
“여기는 2팀! 황금네거리 방면 다수의 좀비 출현!”
탓!
부회장은 지면을 박차며 쏜살같이 생존자에게 달려들었다.
도끼눈을 뜨며 달려드는 좀비의 모습에, 생존자는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황급히 죽창을 내질렀다.
하지만 평범한 인간의 공격에 당할 부회장이 아니었다.
부회장은 상체를 비틀며 손쉽게 회피하더니, 다짜고짜 생존자의 목을 졸랐다.
텁!
“커헉!”
“어디 있어.”
차갑게 내려앉은 부회장의 목소리.
목을 붙잡힌 생존자가 버둥거리자, 옆에 있던 다른 생존자들이 일제히 달려들기 시작했다.
“크르르르…… 카하악!”
부회장이 목젖을 갈자, 뒤에 있던 좀비들이 노도와 같이 달려들었다.
평범한 생존자 20명이 150마리의 좀비를 상대하는 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하물며 부회장의 수하라면, 승산이 없다.
“끄아아아악!”
“X발! 아악!”
“막아, 막아! 못 들어오게 막아!”
당황하던 생존자들은 재빨리 대열을 가다듬으며 비좁은 골목으로 뒷걸음질 쳤다.
부회장은 다른 생존자들이 도망치든 말든, 손에 붙잡은 생존자를 노려보며 다시 한번 물었다.
“어디 있냐고.”
“뭐, 뭐가……!”
“여기 있던 대장 좀비들 어디 있냐고!”
부회장이 소리치자, 생존자는 오만상을 찌푸리며 숨넘어가는 소리를 뱉었다.
이에 부회장은 손아귀의 악력을 살짝 풀었다.
그 틈을 놓치지 않은 생존자는 주머니에 넣어둔 송곳을 내질렀다.
부회장의 안구를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드는 송곳.
훙-
부회장은 고개를 비틀어 손쉽게 회피하더니, 손에 쥐고 있던 생존자를 그대로 아스팔트 바닥에 내다 꽂았다.
“컥!”
생존자가 헛숨을 토하며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쩍!!
뒤이어 그의 두개골을 짓밟는 부회장의 오른발을 발견할 수 있었다.
머리가 깨진 생존자는 상체를 파르르 떨더니, 차디찬 주검이 되었다.
“박 씨!!”
“안 돼!!”
달려드는 좀비들을 저지하던 생존자들은, 사망한 박 씨를 보고 너도나도 울분을 토하며 부회장에게 달려들었다.
뻑! 퍽! 콰득! 우득!
부회장은 일체의 망설임도 없이 생존자들을 죽이고, 안면을 물어뜯었다.
입가에 묻은 혈흔을 닦을 새도 없이, 부회장은 우측을 돌아봤다.
부르르릉!
눈부신 상향등과 함께 이곳으로 접근하는 버스를 발견할 수 있었다.
부회장은 두 눈을 가늘게 뜨더니, 황급히 골목으로 몸을 숨겼다.
* * *
“젠장! 안으로 들어갔어요!”
박재우는 골목으로 들어가는 좀비를 보고 옆에 있는 곽찬혁을 쳐다봤다.
“나도 봤어.”
“어떡하죠? 그냥 좀비는 아닌 거 같은데.”
움직임에 군더더기가 없었다.
사람을 보고 다짜고짜 달려드는 게 아니라 지면에 내리꽂는 모습.
그가 대장 좀비라는 방증이었다.
그러자 뒤에 있는 윤혜리가 얘기했다.
“상동네거리에 있던 대장 좀비가 들어온 거 아니에요? 홍 이사랑 김 이사가 연락이 없으니 찾으러 온 거 같아요.”
“그렇겠지. 홍 이사랑 부회장이 술친구라며.”
곽찬혁은 곤란한 표정을 짓더니, 세차게 혀를 차며 박재우에게 얘기했다.
“재우야, 넌 계속 버스로 좀비들 숫자부터 줄여.”
“네? 형 없으면 저 아무것도 안 보여요.”
“속도 줄이면 되잖아. 불 때문에 건물 윤곽도 잘 보이는데 뭐가 문제야.”
“아니…… 아무리 그래도 아직 몇 마리 남았는지도 모르는데…….”
“거의 없어. 좀비들이 버스에 붙어도 덕록이랑 현배 형님, 만석 형님이 처리해 줄 거야.”
박재우는 곤란한 표정을 짓더니, 옆에 있는 윤혜리를 슬쩍 쳐다보며 물었다.
“설마 혜리도 데려가려고요?”
“…….”
곽찬혁은 박재우와 윤혜리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싱겁게 웃으며 얘기했다.
“여기선 나만 간다. 저 옆에 버스 세워줘.”
박재우는 내심 찜찜함이 남았지만, 인력이 없으니 곽찬혁을 믿고 맡기는 게 최선이었다.
곽찬혁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무전기를 들었다.
“덕배 형님, 들리십니까?”
치지직- 치직-
-들려! 어디냐!
“형님은 어디세요.”
-황금역으로 나와서 좀비들 죽이고 있어! 이제 거의 끝나간다! 힘내자고!
“제가 버스 올라탄 장소 아시죠? 재우랑 약속했던 장소.”
-어어, 안다! 거긴 왜?
“쇠뇌 들고 있는 사람들 전부 올 수 있습니까?”
-전부는 힘들고, 아무튼 왜? 본론만 말해! 바빠!
“아무래도 대장 좀비 하나가 들어온 거 같습니다.”
곽찬혁의 말에 이덕배는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오래 지나지 않아 이덕배의 대답이 들려왔다.
-그놈 죽이면 끝나는 거지?
“네, 도와주세요.”
-직급은 파악됐어?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2팀이 전멸했어요.”
-호진이랑 간다. 먼저 행동하지 말고 기다려.
“알겠습니다.”
* * *
이정우는 무전기에서 들려오는 곽찬혁과 이덕배의 대화를 듣고 황급히 얘기했다.
“섣불리 싸우면 안 됩니다! 그거 부회장이에요!”
치지직- 치직- 치이이익-
송수신 상태가 원활하지 않았다.
화르륵!!
상동지구대에서 활활 타는 좀비들의 시체 때문인지 몰라도, 무전기에선 잡음만이 들려왔다.
핸들을 쥐고 있던 설여원은 열기로 인해 비 오듯 땀을 흘리며 물었다.
“어떡해요! 저희가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이정우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미간을 찌푸렸다.
상동네거리부터 상동지구대 사이에 남은 좀비만 2,000마리가 넘었다.
정리되려면 시간이 좀 필요한데, 그사이에 부회장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
부회장은…… 지금껏 만난 대장 좀비들과 다르다.
물량만 믿고 덤벼드는 바보들이 아니라, 싸움에 익숙한 좀비라 생각되었다.
대부분의 대장 좀비들은 물량을 믿고 대로로 들어왔는데, 부회장은 상황이 악화되는 걸 파악하고 좁은 지형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대장 좀비가 골목을 이용한다면…… 지금처럼 갉아 먹을 수 없다.
오히려 생존자들이 갉아 먹힐 가능성이 커진다.
“여원아, 여긴 완수랑 희연이한테 맡기고 우린 황금네거리로…….”
치지직- 치지직— 치직.
-정우 형! 방금 뭐예요? 대장 좀비가 황금동으로 갔다고요?
무전기로 들려오는 최현의 목소리.
이정우는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으며 얘기했다.
“어, 부회장이 수하들 일부만 데리고 황금동으로 들어간 거 같아.”
-쉘터까지 들어간 거예요?
“거기까진 모르겠어.”
-여긴 정우형이랑 진영이 형이 맡아줘요. 황금네거리는 완수랑 제가 갈게요.
“너희가? 괜찮겠어?”
-어차피 앞 범퍼 박살 나서 더는 못 밀어요. 대장 좀비 위치도 제가 알아낼 수 있으니 형들은 좀비들부터 처리해 주세요!
최현이 자신 있게 얘기하니, 더는 반대할 수 없었다.
이정우는 찰나의 고민 끝에 대답했다.
“부탁할게.”
-옙!
저 멀리, 황금네거리를 향해 일직선으로 길을 뚫는 중형차를 발견할 수 있었다.
설여원은 쏜살같이 지나가는 중형차를 보고 이정우에게 물었다.
“설마 쉘터까지 들어가서 아이들 공격하는 건 아니겠죠?”
“그전에 완수랑 현이가 막아줄 거야.”
“…….”
“저쪽 걱정은 나중에 하고, 우린 여기에 집중하자.”
“하지만…….”
설여원이 반박하려 하자, 이정우는 차분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완수랑 현이 믿어.”
“…….”
“실개천 너머 생존자들, 황금동 쉘터 생존자들도 믿고.”
승합차까지 황금네거리로 이동하면 상동네거리에 있는 좀비들은 당연히 승합차를 따라올 것이다.
좀비들이 정리되지 않으면 짐짝을 끌고 들어가는 꼴이고, 따라붙지 못한 좀비들은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럼 퀘스트를 완료하기도 어려워진다.
결과가 어떻든, 지금은 일행을 믿는 게 최선이었다.
부아아아앙!!
뒤이어 맞은편에서 접근하는 중형 트럭이 이정우의 두 눈에 들어왔다.
치지직- 치직!
-야! 방금 중형차 황금네거리로 가지 않았어? 완수랑 현이 어디 가는 거야?
정진영의 무전기도 신호 상태가 좋지 않았던 모양이다.
아무런 얘기도 못 들은 것 같으니, 이정우는 현 상황을 간략하게 설명해 주었다.
설명을 마치자, 뒤이어 정진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젠장…… 희연이랑 나는 황금네거리에 있을 거 그랬나?
“그럼 여기가 뚫렸을 거야. 너희가 휘발유 가져온 덕에 막고 있는 거지.”
-……빨리 정리하고 지원 가자.
중형 트럭과 승합차는 쉴 새 없이 좀비들을 지르밟으며 머릿수 줄이기에 열중했다.
* * *
전완수와 최현이 탑승한 중형차가 상향등을 점멸하며 황금네거리에 도착하자, 황금역에 자리 잡은 엄호부대가 좌측 골목을 가리켰다.
전완수는 그들의 손짓을 보고 황급히 골목으로 핸들을 틀었다.
끼이이익!
골목은 까맣게 타들어 간 좀비들의 시체로 꽉 막힌 상태였다.
최현은 전완수에게 수류탄을 건네며 얘기했다.
“여기서부터 걸어가자.”
“카타나 챙겼어?”
“당연하지. 혹시 모르니 너도 소총만 챙기지 말고 카타나도 챙겨.”
“내가 앞장선다.”
평소엔 장난기 가득한 두 사람이지만, 싸움이 시작되면 누구보다 냉철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오랜 시간 합을 맞춰온 만큼, 전완수와 최현의 움직임에는 군더더기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