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66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166화
전완수는 차량에서 내리자마자 무전기를 들었다.
“찬혁이 형, 어디에요?”
치지직- 치직.
-2팀 수비 구역.
“그리로 갈게요. 기다려요.”
-이리로 온다고? 상동네거리는 어떻게 하고.
“지원 왔으니까 같이 가요.”
-너희 빠지면 정우랑 진영이는?
“정우 형이 가라고 해서 온 거예요. 괜한 소리 말고 같이 가요.”
서로가 서로를 걱정하고 있었다.
상동네거리는 황금네거리를 걱정하고, 황금네거리는 상동네거리를 걱정한다.
각자의 자리에서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나아가 먼저 돕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
그것이 쉘터 황금동과 소리결 사람들이었다.
오래 지나지 않아 곽찬혁의 대답이 들려왔다.
-시간 없으니 곧장 쉘터로 와.
“쉘터요?”
-이놈들…… 쉘터로 이동한 거 같아.
“금방 갈게요. 저희 도착할 때까지 전면전은 피해요.”
전완수는 C구역에서 보자는 말을 남기고 최현과 함께 골목으로 들어섰다.
좀비들의 시체가 사방에 널브러진 상태였다.
새까맣게 그을린 시체들.
코를 찌르는 매캐한 악취가 진동하고 있었다.
건물의 외벽도 불에 그을린 상태였고, 걸음을 뗄 때마다 깨진 유리 파편이 밟혔다.
최현은 전완수의 뒤에 바짝 붙으며 물었다.
“부회장 이쪽으로 간 거 맞아? 살아 있는 좀비가 한 마리도 없는데?”
“살아 있는 놈들은 부회장이 데려갔겠지.”
“규모는 얼마나 되는 거야.”
“나도 몰라.”
“하…… 뭐라도 있어야 마리오네트를 쓰든 말든 하는데.”
착잡한 건 전완수도 마찬가지였다.
부디 쉘터에 있는 미성년자들이 안전하기를 기도했다.
쉬지 않고 달려 C구역 바리케이드 앞에 도달하자, 귓가를 맴도는 이질적인 음성이 들려왔다.
크르르르르…… 카하악!
카하악! 칵! 크어어어!
바리케이드 내부에서 들려오는 울음소리.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바리케이드를 넘었다.
쉘터 내부로 들어서자, 저 멀리 5단지 앞에서 좀비들을 저지하는 생존자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전완수는 두 눈에 힘을 주고 상황을 살피더니, 재빨리 카타나를 뽑으머 5단지로 달려갔다.
최현도 덩달아 카타나를 손에 쥐고 그 뒤를 따랐다.
크어어어어어!!
“입구부터 막아! 밀어!”
“벽 넘어오잖아! 넘어오는 놈들부터 잡아!”
황금네거리를 수비하던 1팀과 3팀이 5단지 바리케이드를 틀어막은 상태였다.
위치가 바뀐 구도.
밖으로 나오려는 좀비들과 못 나오게 막는 생존자들.
곽찬혁과 이덕배, 천호진은 바리케이드 위로 올라서는 좀비들을 쇠뇌로 잡고 있었다.
“찬혁이 형!”
전완수가 곽찬혁을 부르자, 그는 황급히 뒤를 돌아보며 외쳤다.
“너희도 도와!”
“이 좀비들은 뭐예요?”
“부회장이 5단지부터 공격했어!”
5단지에 있던 사람들.
쉘터로 들어온 부회장은 바로 옆에 보이는 5단지부터 공격했고, 그곳에 있던 150명의 사람을 수하로 만든 모양이다.
박재형이 얘기했던 혹시 모를 방파제가, 현실로 나타났다.
문제는 150명이 죽으면 아군의 사망으로 끝나는 게 아니었다.
그만큼 적의 숫자가 늘어난다.
크어어어어어!!
밖으로 나오려는 좀비들이 거세게 압력을 가하자, 5단지 입구에 설치된 바리케이드가 기울기 시작했다.
1팀과 3팀의 숫자는 성인 남자 35명.
그들이 좀비들의 압력을 버티는 건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심지어 부회장의 수하들은 평범한 생존자보다 2배 이상 근력이 강하다.
전완수는 황급히 남은 탄알을 확인하더니, 대뜸 곽찬혁에게 건네며 얘기했다.
“다들 물러서요.”
“뭐?”
“현이랑 제가 처리할 테니까, 다들 뒤로 오라고요.”
전완수의 말에 모든 생존자가 얼빠진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반면에 최현은 보호대의 내구도를 확인하며 카타나를 말아쥐었다.
“간만에 몸 좀 쓸까?”
“옛날 생각나네.”
전완수와 최현은 카타나를 손에 쥐고 5단지 바리케이드를 응시했다.
곽찬혁은 잠시나마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더니, 1팀과 3팀의 생존자들에게 소리쳤다.
“다들 뒤로 물러서요!”
생존자들은 서로 눈치를 보더니, 하나 둘 셋, 하는 신호와 함께 바리케이드에서 떨어졌다.
크어어어어어!!
뜨득- 뜩! 떵!!
바리케이드가 무너지자, 벽 너머에 있던 수백 마리의 좀비가 밀물처럼 밀려들었다.
전완수와 최현은 두 눈 부릅뜨고 좀비들의 목을 쉴 새 없이 썰었다.
생존자들은 그 모습을 보고 벌어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무…… 무슨 말도 안 되는…….”
“뭐야 저 학생들?”
“사람이 저렇게 빠를 수가 있어?”
소리결 일행이 박재형과 대조되어서 그렇지, 개개인의 전투력은 이미 인간의 범주를 벗어난 상태였다.
현재 전완수와 최현의 근력, 체력, 골밀도, 표피강화 수준만 봐도, 알파 변종을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게다가 동체 시력과 반사신경도 높아서, 좀비들에게 물릴 가능성은 낮았다.
신체 능력을 수치상으로 비교한다면 부회장의 수하들이 평범한 인간보다 2배 강하다면, 전완수와 최현은 부회장의 수하보다 2배 강한 수준이었다.
* * *
“헉, 커헉, 헉.”
폐가 터질 것 같다.
바닥에 대(大)자로 누운 채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좀비들이 300마리가량 남았을 무렵, 좀비화가 풀리고 말았다.
신체 능력 반감 효과로 인해 당황하는 것도 잠시, 몰려드는 좀비들로 인해 숨돌릴 새도 없었다.
성 이사 일당을 처리하고 근력과 골밀도를 높여두지 않았다면, 상상도 하기 싫은 상황에 처했을 것이다.
좀비화가 풀리면서 근력이 42로 돌아왔고, 반감 효과를 적용받아 21의 근력으로 좀비들과 싸워야 했다.
수성못의 변종을 상대하던 당시의 근력이 22.
즉, 좀비화 페널티를 받아도 알파 변종과 싸울 수 있는 수준이었다.
힘겨운 나날을 버텨낸 끝에, 에덤 화이트를 안전 궤도를 넘어 좀비 사냥이 가능한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300마리의 좀비를 건물로 유인해서 처리하고, 바닥에 누워 거칠어진 숨을 가다듬었다.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좀비화가 풀리면 신체에 축적된 충격이 몰려온다.
고통을 인내하며 300마리를 처리해서 그런지, 더는 움직일 힘도 없었다.
말 그대로 녹초가 되었다.
그래도 입가에 번지는 미소는 숨길 수 없었다.
일행의 도움을 받지 않고, 나 홀로 6,000마리의 좀비를 처리했다.
해냈다는 성취감에, 마음만은 뿌듯했다.
크르르르르…….
텅- 쿵- 쿵쿵.
멀찍이서 들리는 좀비들의 음성.
이삿짐 트럭에 갇혀 있는 좀비들이 꿈틀거리는 모양이다.
회장의 수하들은 전부 처리했는데, 저건 또 언제 처리하냐.
안일한 마음에 채찍질을 가하며, 앓는 소리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치지직- 치직-
그 순간, 핏물을 뒤집어쓴 무전기에서 신호가 들어왔다.
-재형아, 재형아 들려?
“정우 형?”
-그쪽 상황은 어때?
“정리 끝났습니다. 이제 이삿짐 트럭에 있는 좀비만 잡으면 돼요.”
-뭐? 그럼…… 6,000마리를 너 혼자 잡았다는 거야?
이정우의 목소리에 당혹감이 묻어났다.
6,000의 좀비를 홀로 때려잡았으니, 놀라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나도 믿기지 않을 정도였으니까.
뒤이어 정진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우야. 나 먼저 쉘터로 돌아갈 테니까 재형이 데리고 와.
-알았어.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난 찌뿌드드한 몸을 풀며 물었다.
“상동네거리는 어때요? 정리 끝났어요?”
-여긴 끝났어. 그보다 쉘터가…… 아니다. 일단 만나자, 만나서 얘기해.
이정우의 목소리에 초조함이 담겨 있었다.
이에 반사적으로 눈꼬리가 꿈틀거렸다.
쉘터?
황금동 쉘터에 무슨 일이 있나?
분명 대장 좀비를 죽였다는 홀로그램이 두 번 떠오르는 걸 확인했는데?
잠깐, 상동네거리가 정리됐다면 부회장이 죽었다는 홀로그램도 떠올라야 정상이다.
설마…….
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이정우에게 물었다.
“형, 부회장이 쉘터로 갔어요?”
-어.
어째서 불안한 마음은 빗나가는 법이 없을까.
“지금 어디예요. 저도 그리로 갈게요.”
-이제 상동지구대에서 출발한다. 대로 따라서 직진해. 우리가 상동교 쪽으로 마중 나갈 테니까.
들고 있던 무전기를 레그홀스터에 쑤셔넣고, 이삿짐 트럭이 있는 곳을 쳐다봤다.
어차피 트럭에 갇혀 있는 놈들이니, 저건 나중에 처리해야겠다.
지금은 쉘터 안정화가 우선이었다.
부디 피해자가 없기를 바라며, 황급히 상동교로 이동했다.
상동교를 지나 200m 정도 나아가자, 상향등을 점멸하며 다가오는 승합차를 발견할 수 있었다.
승합차는 좀비들의 혈흔으로 인해 붉게 칠해진 상태였다.
또한 불길에 그을린 자국도 찾아볼 수 있었다.
“타!”
설여원은 목소리를 듣고 황급히 승합차에 올랐다.
이정우는 내 모습을 위아래로 훑더니, 마른침을 삼키며 물었다.
“너 괜찮아?”
“네.”
“대체 어떻게 싸우면…….”
이정우는 차마 말을 끝맺지 못했다.
난 머리부터 발끝까지 좀비들의 혈액을 뒤집어쓴 상태였다.
숨을 쉴 때마다 구역질 나는 썩은 내가 진동하고 있었다.
설여원도 악취에 미간을 찌푸리더니, 컵홀더에 있는 생수를 건네주었다.
“세수라도 해.”
설여원이 건네주는 생수로 얼굴에 굳은 핏물을 닦아내고, 퍼석한 입술을 축였다.
감로수처럼 달콤한 수분에 혼탁해진 머릿속이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목부터 축이고, 난 이정우를 쳐다보며 물었다.
“부회장은 누가 막고 있는 거예요?”
“완수랑 현이가 먼저 갔어.”
“부회장 위치는 파악됐어요?”
“아직, 쉘터에 있는 좀비들부터 처리하고 있는 거 같아.”
“아이들은요? 4단지로 대피했어요? 설마 아직 학교에 있는 건 아니죠?”
“진즉에 대피했지. 문제는 부회장이 4단지로 이동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거고.”
이정우의 표정에서 지금의 초조한 마음이 고스란히 엿보였다.
설여원도 애써 태연한 척을 하지만, 승합차의 속도만 봐도 조급함을 알 수 있었다.
더는 질문을 이어갈 수 없었다.
쉘터에 도착할 때까지 머릿속에 불쑥불쑥 떠오르는 불안감을 삼키며, 모두가 무사하기를 기도했다.
그렇게 얼마나 이동했을까.
불길이 잦아든 황금네거리의 모습이 두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황금네거리에 세워진 버스와 중형 트럭.
사방에 즐비한 시체와 바닥을 질퍽하게 적시는 혈흔까지.
쉘터의 생존자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싸웠는지,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대로는 좀비들의 시체로 길이 막힌 상태라서, 더는 승합차로 이동할 수 없었다.
결국 승합차를 세워두고 도보로 이동했다.
구불구불한 골목을 지나 C구역에 다다르자, 반쯤 허물어진 바리케이드가 두 눈에 들어왔다.
서둘러 쉘터 내부로 들어서자, 앞서가던 설여원이 5단지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설여원을 따라 5단지 앞으로 향하자, 200마리가 넘는 좀비 시체가 지면에 널브러진 상태였다.
대부분 시체에서 날카로운 절단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완수와 최현이 상대한 모양이다.
설여원은 시체의 얼굴과 행색을 확인하더니,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
“이 좀비들…… 5단지에 갇혀 있던 사람들이야.”
이정우는 설여원의 말을 듣고 무전기부터 들었다.
“찬혁 형님 들리세요? 찬혁이 형?”
치지직- 치직.
오래 지나지 않아 차분하게 가라앉은 곽찬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4단지 앞이야.
“부회장은 어디 있어요. 처리했습니까? 아이들은 안전해요?”
-일단…… 너희도 이리로 와.
곽찬혁의 목소리에 이정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도 의아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곽찬혁의 목소리에 당혹감이 묻어있었다.
이정우는 마른침을 삼키며 물었다.
“얘기하기 곤란한 상황이에요? 목소리 왜 그래요.”
-데려오란 말이야! 시체라도 봐야겠다고!
그 순간, 무전기 너머로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이어 곽찬혁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진정해, 우리 말로 하자고. 일단 아이들부터 놔줘. 대화로 해결할 수 있어.
-대화 같은 소리. 총 버려, 안 버려? 여기서 다 같이 죽을까?
-자, 자! 총 내렸어. 시체라도 가져올 테니까 아이들 놔주라고!
-내 동생 데려오란 말이야!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설여원은 이마를 짚으며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설마 했던 일이 일어났다.
부회장은 4단지로 이동했고, 아파트에 있는 아이들을 인질로 잡은 모양이다.
뒤이어 곽찬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우야, 재형아. 황금네거리 우측 빌딩 1층에 홍 이사랑 김 이사 시체 있을 거야. 들고 와줘.
흥분한 부회장을 진정시키는 게 급선무였다.
이에 설여원과 나, 이정우는 황금네거리로 돌아가 곽찬혁이 얘기한 빌딩으로 들어갔다.
1층 로비 바닥에 놓인 두 구의 시체.
차갑게 식어버린 시체들을 어깨에 짊어지고, 황급히 4단지로 향했다.
4단지 앞에 모인 생존자들.
다들 불안한 표정으로 아파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난 들고 있던 시체를 4단지 입구에 내려놓고, 스킬 감지를 사용하여 3층을 쳐다봤다.
푸른 인영으로 보이는 존재가 이곳을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