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69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169화
설여원과 전완수는 끝까지 뜻을 굽히지 않아서, 결국 둘 다 가기로 했다.
그러자 상황을 지켜보던 정진영도 합류 의사를 밝혔다.
“애들 무리하지 않도록 보호관찰 하는 사람은 있어야지.”
정진영의 말에 다들 싱겁게 웃으며 반겨주었다.
그러자 너도나도 같이 가겠다고 난리를 쳐서, 일행을 진정시키며 얘기했다.
“쉘터 수비 인력도 필요해. 다들 마음만 받을게.”
상황을 정리하고 설여원과 전완수, 최현, 나, 황덕록, 정진영은 승합차로 이동했다.
설여원과 전완수는 쇠뇌를 챙기고, 최현은 카타나를, 황덕록과 정진영은 손도끼를 챙겼다.
야밤엔 좀비들의 활동성이 증가하기에, 소란을 일으키는 건 부담스러웠다.
변종이 없으리라는 보장도 없으니, 우선순위에 집중하기로 했다.
곽찬혁은 배웅을 나오며 얘기했다.
“쉬지도 못하고 참…… 미안하다.”
“형이 미안할 게 뭐 있어요.”
곽찬혁은 황덕록을 쳐다보더니, 애써 엷은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살아계실 거야.”
황덕록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뒤이어 이정우가 다가오며 얘기했다.
“수류탄은 없어도 되겠어? 혹시 모르니 몇 개 챙기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얼마나 남았어요?”
“이제 20개 정도.”
“그럼 2개만 주세요. 정말 위험할 때 사용할게요.”
이정우는 상자에 들어 있는 수류탄을 건네주더니, 말없이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굳이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난 입꼬리를 올리며 얘기했다.
“무리 안 해요. 걱정하지 마세요.”
“조심해서 다녀와.”
난 전완수를 쳐다보며 얘기했다.
“가자.”
* * *
대명동으로 향하는 동안, 난 홀로그램을 켜고 플레이어 정보를 확인했다.
[플레이어 정보]-캐릭터 이름: 에덤 화이트
-능력: 강화
-한계 돌파 1단계
*인간의 신체가 지닌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한계를 돌파할 때마다 기존 모든 스탯이 1.3배 증가합니다.
*첫 한계 돌파에 필요한 포인트는 1000입니다.
-현재 처리한 좀비의 수: 2613/15000
-남은 포인트: 247
-스킬: 좀비화, 급가속 Lv5, 감지 Lv5, 하울링 Lv1, 광폭화 Lv1
-패시브 스킬: 재생, 광란
남은 포인트 247
레벨 5에 도달한 급가속과 감지에 필요한 포인트는 320.
남은 포인트는 아껴두는 게 좋을까?
‘한번 실험이라도 해봐?’
혹시 모르잖아?
광폭화를 사용하기 위한 요구 조건이 정신력 150이었기에, 레벨을 높이기 위한 최소 조건이 150포인트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급가속과 감지처럼 레벨 1에서 2로 올리는 데 20포인트가 소모될지도 모른다.
난 조심스레 손가락을 움직였다.
1, 2, 3, 4, 5…….
광폭화에 20포인트를 투자했지만, 레벨이 올라갔다는 문장은 나오지 않았다.
처음 예상이 맞는 모양이다.
어차피 남은 227포인트로 할 수 있는 것도 없기에, 광폭화에 130포인트를 더 투자했다.
-스킬 광폭화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광폭화 Lv.2]-아드레날린 분비를 촉진합니다.
-광폭화는 10분간 유지되며, 스킬이 유지되는 동안 좀비화의 능력이 2배 증가합니다.
-광폭화의 재사용 대기시간은 20분입니다.
능력치가 증가하거나, 재사용 대기시간 감소 효과는 없었다.
광폭화의 지속시간만 5분에서 10분으로 증가했다.
150포인트를 투자해서 5분 증가.
역시 나중에, 여유 있을 때 올리는 게 좋겠다.
설여원과 정진영, 황덕록도 홀로그램을 살폈다.
설여원은 홀로그램에 적힌 코인을 보고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얘기했다.
“대박.”
“왜.”
“2251코인 있어.”
처절한 싸움 끝에 쏠쏠한 수확을 거두었다.
설여원은 코인 상점을 살피며 얘기했다.
“1000코인으로 천리안 배울 수 있는데, 일단 배워둘까?”
“천리안? 라스트아크에 그런 스킬이 있었나?”
“난이도 올라가면서 새로 생긴 거 같아.”
“스킬 설명도 있어?”
“2분간 좌표 지점을 확인할 수 있대.”
발로 뛰지 않고 적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건 좋지만, 지속 시간이 너무 짧다.
하지만 언제 어떻게 사용될지 모르기에, 배워두는 건 좋을 것 같다.
설여원을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천리안을 구매했다.
-스킬 천리안을 구매합니다.
[천리안 Lv.1]-2분간 원하는 지점에 좌표를 찍어 지형을 살필 수 있습니다.
-스킬 발동 중에 사용자가 이동 시, 천리안은 사라집니다.
-재사용 대기시간은 10시간입니다.
말뚝 스킬이었다.
움직이면 스킬이 사라진다니.
어떻게 된 게 요구 조건이 점점 까다로워지는 것 같다.
설여원은 남은 코인을 확인하고는 나중을 위해 아껴두겠다고 했다.
무작정 새로운 스킬을 구매하는 것보다, 기존 스킬의 효과를 높여야 하는 순간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현명한 선택이다.
뒤이어 정진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난 어떡해?”
“형은 스킬 뭐 있어요?”
“신체 복구.”
“그건 각성하면 생기는 기본 능력 아니에요?”
“다른 거 같아. 회복이 기존 레이첼의 능력이고, 복구는 코인 상점에 구매할 수 있는 패시브 스킬로 나와 있어.”
라스트아크에서는 레이첼이 각성하면 잘려 나간 신체도 복구할 수 있었다.
본래 각성하면 기본으로 생기는 패시브 스킬이었지만, 난이도가 올라가면서 파티원 버프로 바뀐 모양이다.
대신 코인 상점을 통해 기존의 패시브 스킬을 구매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 주었다.
이건 제작자에게 고마워해야 하는 건가?
“신체 복구도 1000코인이에요?”
“아니, 2000코인. 비싸긴 하지만 패시브 스킬이라 배워두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당연히 배우는 게 좋죠. 아 참, 파티원 신체 능력 향상은 혹시 레벨업 가능한 스킬이에요?”
“아니, 스킬 옆에 레벨이 없어. 설명에도 패시브 스킬이라고 적혀 있고.”
하긴, 코인을 투자해서 파티원들의 신체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으면 너무 사기다.
아쉬운 마음에 입맛을 다시자, 정진영은 또 다른 스킬을 얘기했다.
“대신 상점에 비슷한 건 있어.”
“비슷한 거요?”
“강화제라는 알약인데, 먹으면 30분 동안 기본 신체 능력이 1.5배 증가한다고 적혀 있어.”
기본 신체 능력 증가?
예를 들어 ‘근력 10(+15)’ 이런 식으로 있으면 앞에 있는 10에서 1.5배가 증가한다는 건가?
1.5배면 엄청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나 같은 경우는 모든 스탯이 기본 신체 능력으로 묶여 있기에, 42에서 1.5배가 증가한다는 말이 된다.
거기에 좀비화를 사용한다면…….
30분간 무적에 가까운 힘을 얻을 수 있다.
기대 어린 눈으로 정진영을 쳐다보며 물었다.
“형, 그거 에덤도 효과 있는 거예요?”
“아니, 에덤 화이트는 제외라고 적혀 있어.”
그놈의 제외.
왜 항상 에덤만 제외야?
왕따 시키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씁쓸한 마음에 입맛을 다시며 물었다.
“가격이 어떻게 돼요?”
“한 알에 500코인.”
30분 강화하는데 좀비 5,000마리를 잡아야 한다는 건가?
물가가 말도 안 된다.
한숨을 내쉬며 구레나룻을 긁적이자, 정진영은 싱겁게 웃으며 얘기했다.
“레이첼은 다 이런 식이야. 패시브 스킬 아니면 아이템.”
“혹하는 아이템 더 없어요?”
“지금은 없고, 두 번째 에피소드 클리어하면 추가되는 아이템이 몇 개 있어.”
“어떤 거예요?”
“아직 미공개라고 적혀 있어. 두 번째 에피소드 클리어해야 확인할 수 있나 봐.”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뒷좌석에 있는 황덕록을 쳐다봤다.
황덕록은 홀로그램을 닫고 내 얼굴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난 저번에 얘기한 게 다야.”
“아직 프린트 설치 안 했지?”
“못 했지. 계속 정신없었잖아.”
“대명동 확인하고 돌아가면 확인해 보자.”
“……그래.”
황덕록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애써 태연한 척을 하지만,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부모님의 생사가 대명동에서 판명 날 수도 있기에, 눈빛만 봐도 초조해 보였다.
뒤이어 운전석에 있던 전완수가 입을 열었다.
“저 앞에 차량 정차하고 카페거리는 걸어서 들어가자.”
승합차를 타고 들어가면 대장 좀비들이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기에, 가능하면 은밀하게 진입해서 일망타진해야 한다.
최현은 들고 있던 지도를 대시보드에 넣고, 홀로그램을 켜며 얘기했다.
“혹시 모르니 나도 스킬 하나 배워둘게.”
“어떤 거.”
“인형극. 1000코인짜리.”
“스킬 능력이 뭔데.”
“반경 100m 내의 좀비들을 20초간 조종할 수 있어. 하루 1회 사용 가능하고,”
반경 100m 내의 좀비를 20초간 조종할 수 있다고?
완전 사기 스킬인데?
놀란 눈으로 최현을 쳐다보자,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얘기했다.
“제한이 있어. 일반 좀비만 조종할 수 있고, 대장 좀비의 수하들을 조종하려면 스킬 레벨을 높여야 돼.”
“그거야 천천히 올리면 되니까, 일단 배워둬.”
전완수는 좌측 대로변에 차량을 정차하며 뒤를 돌아봤다.
“다들 무기 챙겨서 내려. 여기서부터 걸어가자.”
전완수를 선두로 다들 발소리를 죽인 채 차량에서 하차했다.
대로변에 세워진 비석으로 남부 도서관이란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설여원은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주변을 살피더니, 곤란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아무것도 안 보여.”
“좀비 없어?”
“아니, 너무 늦은 시간이라 주변에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가브리엘의 능력은 무용지물이었다.
어디까지나 안개 속에서 시야 확보가 가능한 것이지, 어둠 속에서는 주변을 분갈 수 없었다.
눈을 감은 것과 뜨는 것의 차이가 없을 정도였다.
최현은 모든 일행을 계단으로 부르며 얘기했다.
“눈에 보이는 건 없어도, 느낌 알잖아.”
결인들의 동체 시력과 반사신경은 일반인의 5배에 달한다.
눈으로 확인하지 못하더라도, 본인에게 접근하는 인기척은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난 고개를 끄덕이며 전완수에게 무전기를 건네주었다.
“세 명씩 찢어져서 움직이자. 다 같이 움직이면 좀비 발소리랑 우리 발소리랑 섞여서 분간하기 어려워.”
“오케이. 나랑 현이, 진영이 형, 이렇게 움직여도 돼?”
“그래, 여원이랑 덕록이는 나랑 같이 가자.”
최현은 옆에 있는 전완수를 쳐다보며 얘기했다.
“완수야, 여기 삼거리 맞아?”
“어, 오른쪽에 내리막길 있어.”
“부회장의 기억이 맞다면…… 길 따라서 쭉 내려가면 별다방 카페 있어. 거기가 생존자들 창고야.”
최현의 말을 듣고 맞은편을 가리키며 얘기했다.
“우리가 우측 인도로 이동할 테니까, 너희가 좌측 인도로 움직여줘.”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뻐근한 몸을 풀었다.
황덕록은 보호대를 착용하며 내구도를 표시하는 홀로그램 위치를 조정하고, 손도끼를 말아쥐며 얘기했다.
“가자.”
우린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발소리를 죽인 채,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내리막길을 따라 이동했다.
은은하게 들리는 귀뚜라미 울음소리.
혹여나 좀비들의 인기척을 놓칠지도 모르기에, 모든 감각이 예민해졌다.
우리가 이동하는 내리막길은 대략 5차선 도로 같은데, 맞은편에 있는 전완수의 모습이 눈에 보이지 않았다.
월광이 이렇게 흐릴 줄이야.
마른침을 삼키며 옆에 있는 설여원을 쳐다봤다.
설여원의 표정도 썩 좋지 않았다.
시각이 차단된 상태에서 좀비와 싸우는 건 익숙하지 않을 것이다.
가브리엘의 캐릭터 특성 덕분에, 언제나 적의 위치를 먼저 파악하고 움직였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뒤이어 설여원이 정지신호를 보내며 얘기했다.
“보인다. 별다방 로고.”
“거리는.”
“20m 정도.”
그걸 이제야 발견했다는 건…… 설여원의 시계도 20m가 한계라는 건가?
치지직- 치직.
-재형아, 우리 남명삼거리 도착했어.
“남명삼거리가 어디야.”
-별다방 앞에 있는 삼거리. 어떻게, 우린 좌측으로 이동할까? 아니면 별다방으로 같이 들어갈까.
“근처에 좀비들 움직임은 없어?”
-이상할 정도로 조용해.
최현의 말이 사실이라면, 창고를 수비하는 좀비 무리가 진즉에 나타났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20m 앞까지 접근해도 좀비들의 움직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좌측으로 이동해 줘. 좀비들 보이면 무전 치고.”
-알았어.
무전을 마치고 뒤에 있는 황덕록의 표정을 살폈다.
안색이 좋지 않았다.
실내를 확인한 것도 아닌데, 자꾸만 부정적인 생각이 머릿속에 차올랐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