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70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170화
폐부에 들어찬 탁한 숨을 내쉬며 뒤에 있는 일행에게 얘기했다.
“혹시 모르니 먼저 확인하고 들어가자.”
“또 혼자 들어가려고?”
“아니, 감지로 좀비들 실내에 있는지 확인할 거야.”
카페의 위치를 바라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감지.”
-25초간 전방 90m 내의 좀비와 변종의 움직임을 감지합니다.
-움직임이 포착된 적은 감지의 지속시간이 끝나도 10초간 위치를 추적할 수 있습니다.
-감지의 재사용 대기 시간은 40분입니다.
감지를 사용했지만, 아무런 움직임도 파악할 수 없었다.
푸른색으로 보이는 좀비가 없다.
뒤에 있는 일행에게 따라오라는 손짓과 함께 카페로 이동했다.
딸랑-
조심스레 유리문을 열고 들어서자, 상단에 부착된 종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후끈한 열기와 비릿한 피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눈살을 찌푸리며 주변을 살폈지만, 좀비의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았다.
감지의 지속시간이 끝나고, 가방에 넣어둔 손전등을 꺼내어 실내를 살폈다.
“미친…….”
옆에 있던 설여원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욕설을 읊조렸다.
나도 말문이 막혔다.
수십 구의 시신이 1층에 널브러져 있었다.
게다가 이곳에 있는 시신은…… 우리가 흔히 아는 좀비가 아니었다.
전부 머리가 없었다.
이는 대장 좀비가 생존자를 섭취했다는 방증이었다.
1층을 샅샅이 살피고 지하로 내려가자, 그곳은 더욱 암담한 상황이었다.
털썩.
등 뒤로 들려오는 소리에, 난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아봤다.
황덕록이 멍한 눈으로 한 시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덕록아 왜 그래.”
황덕록을 쳐다보며 묻자, 그는 시신의 옷차림을 살피며 혼잣말을 읊조렸다.
“아니야, 아니야. 이럴 수는 없어.”
시신의 상의는 이름 모를 회사의 작업복이었다.
설여원은 마른침을 삼키며 곤란한 표정을 짓더니, 황덕록을 쳐다보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혹시…… 부모님 옷이야?”
황덕록은 대답 대신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얼굴을 가렸다.
까드득 갈리는 황덕록의 치아가, 그의 심경을 대변하고 있었다.
어째서 안 좋은 예감은 빗나가는 법이 없을까.
최현의 말이 맞았다.
부회장이 달성공원 주변에 있는 쉘터를 공격했고, 그곳에서 생존자들을 데려왔다더니…… 그 속에 황덕록의 부모님이 포함되어 있었던 모양이다.
황덕록은 아랫입술을 파르르 떨더니, 소리죽여 흐느끼는 모습을 보였다.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설여원은 바닥에 고인 핏물을 바라보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얘기했다.
“핏물에 기포가 없어. 변색도 많이 됐고. 한참 전에 죽은 거야.”
“그게 무슨 소리야.”
“회장이 대명동을 벗어나자마자 창고를 습격한 거라고.”
치지직- 치직.
-재형아, 좀비들 보인다.
“어디야.”
-별다방 맞은편 카페거리 지나면 안지랑 곱창 거리 보일 거야. 거기에 좀비들 뭉쳐 있어.
무전기에서 들려오는 말에, 황덕록은 바닥에 내려둔 손도끼를 말아쥐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붉게 충혈된 눈으로 이를 갈며 읊조렸다.
“개X발 새끼들…… 한 마리도 남김없이 찢어 죽인다.”
황덕록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카페를 나섰다.
설여원과 나는 다급히 뒤를 따라나섰다.
흥분한 황덕록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
“덕록아, 야 황덕록!”
황덕록의 어깨를 붙잡으며 소리치자, 그는 내 손길을 뿌리치며 얘기했다.
“말리지 마. 다 죽여 버릴 거니까.”
도끼눈을 뜨며 얘기하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주춤거리고 말았다.
이미 눈빛이 맛이 갔다.
황덕록은 은폐고 뭐고, 4차선 도로를 질주했다.
어쩌면 좋지?
지금 말리면…… 황덕록의 이성이 버티지 못할 것이다.
물론 좀비를 죽인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하지만 결과가 어떻든, 황덕록의 분노를 잠재울 무언가가 필요했다.
하는 수 없이 무전기에 대고 얘기했다.
“완수야, 그쪽으로 덕록이 간다. 대장 좀비 보이면 얘기해 줘.”
-덕록이? 야, 덕록이가 무슨 싸움을 한다고 그래.
“지금 못 말려. 말리면 우리가 도끼 맞을 거 같다.”
-아…….
전완수도 상황파악을 완료했는지, 덤덤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우린 외곽 따라서 도망치는 놈 찾을 테니까, 너희는 덕록이 도와줘.
“알았어.”
무전을 마치고 옆에 있는 설여원에게 얘기했다.
“여원아, 넌 오른쪽으로 돌아줘.”
“나도 대장 찾아?”
“어, 덕록이는 내가 지켜볼게.”
“……알았어.”
좀비들을 죽인다고 황덕록의 분이 풀리진 않을 것이다.
똑똑한 녀석이니, 본인도 알 것이다.
이런다고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참을 수 없는 분노를 쏟아낼 대상이 필요할 것이다.
지금 표출하지 않고 인내를 강요한다면, 내부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개새끼들아!!”
저 멀리, 목청껏 소리치는 황덕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명동에 남은 대장 좀비는 2마리.
즉 1,000마리의 좀비가 곱창 골목에 있다는 말이 된다.
황덕록이 지칠 때까지, 그의 분노가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려줘야겠다.
* * *
황덕록과 함께 곱창 골목에 들어찬 좀비들을 휩쓸었다.
항상 수비팀에 있던 황덕록이라서, 내심 불안한 마음을 거둘 수 없었다.
하지만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는지, 도끼를 휘두르는 자세에 군더더기가 없었다.
괜스레 학교를 벗어나던 순간이 떠올랐다.
처음 학교를 벗어나서 원룸촌에 다다랐을 무렵, 황덕록과 박재우는 좀비와 싸우는 법을 가르쳐달라고 했었다.
그동안 황덕록과 박재우가 수비팀으로 활동해서 몰랐다.
이렇게 싸움을 잘할 줄이야.
하루도 빠짐없이 훈련에 매진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난 황덕록의 보조를 맞추며 달려드는 좀비들을 일사불란하게 처리했다.
“헉, 헉! 헉!”
대략 300마리 정도 처리했을까?
황덕록의 숨이 가빠지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흥분한 나머지 호흡조절에 실패한 모양이다.
“으아아아! X발!!”
지치면 진정될 줄 알았는데, 황덕록은 괴성을 내지르며 두 눈을 부릅떴다.
여전히 분기가 가라앉지 않았는지, 들고 있던 손도끼를 달려오는 좀비에게 집어 던지며 두 주먹을 말아쥐었다.
뒤이어 주먹으로 좀비들을 때려잡기 시작했다.
난 황덕록을 진정시키기보다, 우리를 둘러싼 좀비들이 황덕록을 동시에 덮치지 못하도록 저지했다.
황덕록이 앞만 보고 싸울 수 있도록 말이다.
띠링!
-대장 좀비를 처리했습니다. 카운트 5점이 주어집니다.
뒤이어 눈앞으로 올라가는 홀로그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좀비 카운트 5점?
대장 좀비를 처리한 건가?
치지직- 치직.
-도망치는 대장 좀비 하나 잡았다!
무전기로 들려오는 전완수의 목소리.
포획하지 않고 처리한 모양이다.
남은 하나는 어디 있는 거지?
치지직- 치직.
-이쪽에 도망치는 놈 하나! 내가 처리할게!
-아니야! 그놈은 포획해!
설여원이 대장 좀비를 찾았다고 하자, 다급함이 섞인 최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우리가 모르는 대장 좀비는 더 없는지, 정보를 빼내려는 의도로 보였다.
나도 돕고 싶지만, 지금은 황덕록을 내버려 둘 수 없었다.
크어어어어어!!
뒤이어 밤거리를 물들이는 좀비의 포효가 들려왔다.
그러자 황덕록에게 달려들던 좀비들이 움찔거리는 모습을 보이더니, 몇몇이 우측 골목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설여원이 담당한 대장 좀비가 수하들을 부른 모양이다.
훙- 훙- 훙.
그와 동시에 단층 건물 옥상을 뛰어넘으며 우측 골목으로 이동하는 세 개의 인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전기에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전완수와 최현, 정진영이 설여원을 지원하러 가는 것으로 보였다.
“헉! 쿨럭! 헉!”
앞서가던 황덕록은 드디어 체력적으로 한계에 다다랐는지, 좌측 벽면에 등을 기대며 좀비들을 노려봤다.
이에 황덕록의 곁으로 달려가 그를 어깨에 짊어지며 읊조렸다.
“가속.”
쾅!!!
지면을 박차며 뛰어올랐다.
묵직한 황덕록을 어깨에 짊어지고, 단층 건물 옥상을 뛰어넘으며 전완수가 이동한 방향으로 이동했다.
뒤이어 저 멀리 안개 속에서 비명을 지르는 육성이 들려왔다.
“아아악! 이 개X끼들아!”
욕설이 들려온 곳으로 향하자, 양팔이 잘려 나간 대장 좀비를 발견할 수 있었다.
들고 있던 황덕록을 바닥에 내려놓자, 그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난 옆에 있는 최현을 쳐다보며 물었다.
“정보는 알아냈어?”
“어, 이것들 회장이 자리 비우자마자 창고에 있는 생존자들 공격했어. 진화하고 싶어서.”
“진화한 것 같지는 않은데?”
“대장 좀비 된 지 얼마 안 된 놈들이야. 아직 100명은 더 섭취해야 진화할걸.”
“…….”
난 주먹을 말아쥐며 대장 좀비의 앞에 섰다.
그러자 옆에 있던 최현이 내 어깨에 손을 얹으며 얘기했다.
“이건…… 덕록이가 죽이는 게 맞지 않아?”
황덕록을 쳐다보자, 그는 바닥에 주저앉아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최현은 황덕록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덕록아 이놈이야. 생존자 처리하고 도망치자고 한 놈.”
황덕록은 두 눈을 홉뜨며 양팔이 잘려 나간 대장 좀비를 쳐다봤다.
대장 좀비는 마른침을 삼키며 두 다리를 덜덜 떨었다.
놈은 쉴 새 없이 눈을 굴리더니, 황덕록을 쳐다보며 대뜸 소리쳤다.
“아니야, 나 아니야! 같이 있던 놈이 생존자 죽였다고!”
“너도 먹은 거 다 아는데 어디서 오리발이야. 짐승만도 못한 새끼야.”
최현이 눈살을 찌푸리며 얘기하자, 대장 좀비는 입술을 벙긋거리며 좌우를 살피기 시작했다.
사방을 둘러봐도, 이곳에 탈출구는 없었다.
막다른 골목.
궁지에 몰린 대장 좀비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고함을 내지르며 최현에게 달려들었다.
뻑!!
최현은 일체의 망설임도 없이 놈의 허벅지에 발길질을 가했다.
대장 좀비의 무릎이 반대로 꺾이며 그 자리에 고꾸라지는 모습을 보였다.
“끄아아악!”
대장 좀비가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굴러다니자, 최현은 황덕록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덕록아, 내가 죽일까?”
최현이 묻자, 황덕록은 고개를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숨을 가다듬으며 대장 좀비를 노려보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읊조렸다.
“천륜도 저버린 새끼.”
“씨, X발놈아! 너희도 좀비 죽였잖아! 좀비가 사람죽이는 건 안 되고, 사람이 좀비 죽이는 건 되냐?”
대장 좀비의 모순된 말에 황덕록은 입술을 파르르 떨며 얘기했다.
“넌 가해자랑 피해자를 같은 선에 두고 생각하냐?”
“나도 피해자야!”
“그래?”
황덕록은 두 주먹을 말아쥐며 대장 좀비를 노려보더니,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얘기했다.
“그럼 나도 지금부터 피해자 할게.”
“……뭐?”
“죽어.”
황덕록은 두 눈을 부릅뜨며 대장 좀비의 두개골을 짓밟았다.
떡! 떠걱! 퍽! 팍! 팍!
형체를 알아볼 수 없도록 으깨지는 대장 좀비의 머리.
-대장 좀비를 처리했습니다. 카운트 5점이 주어집니다.
눈앞으로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황덕록은 대장 좀비를 죽인 뒤에도 쉴 새 없이 놈의 머리를 짓밟았다.
최현이 황덕록을 말리려고 했지만, 분노한 황덕록을 말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
황덕록은 대장 좀비의 뇌수까지 으깨버리며 혼잣말을 읊조렸다.
“대가리에, 똥만 찬 새끼들은, 다 죽어야 돼. 모조리 죽여 버려야 돼!”
최현이 내 얼굴을 쳐다보기에, 난 고개를 저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황덕록의 분노가 가라앉을 때까지 지켜보는 게 최선이었다.
오래 지나지 않아 대장 좀비의 시체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도록 손상되었다.
황덕록은 그 자리에 주저앉더니, 넋이 나간 사람처럼 미동도 하지 않았다.
정신을 반쯤 놓은 것 같았다.
난 일행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정리는 나랑 완수, 여원이가 하자. 진영이 형이랑 현이는 덕록이 좀 봐줘요.”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황덕록이 안정될 때까지, 정진영과 최현이 그의 곁을 지켜주었다.
* * *
모든 좀비를 정리하고 돌아가는 길.
승합차 내부로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
그 누구도 선뜻 입을 열지 못했다.
황덕록은 생기 없는 눈으로 칠흑 같은 어둠을 응시했다.
뒤이어 혼잣말을 읊조렸다.
“천애 고아가 여기 있네.”
황덕록의 말에 차내의 모든 일행이 서로 눈치를 봤다.
다들 함묵하는 모습을 보이자, 정진영이 가볍게 목을 가다듬으며 얘기했다.
“덕록아, 우리 힘내자. 우리도 가족이잖아.”
“형도 부모님 없어요?”
“……뭐?”
“부모님이 없는 것도 아니면서, 이해한다는 식으로 얘기하지 말라고요.”
황덕록이 싱겁게 웃으며 얘기하자, 옆에 있던 설여원이 눈살을 찌푸리며 얘기했다.
“야, 황덕록. 말이 심하잖아.”
“뭐가, 내가 틀린 말 했어?”
황덕록의 표정을 보고, 난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실성한 사람의 표정이었다.
끼이익!!
그 순간, 갑작스러운 제동에 양손으로 앞좌석 등받이를 붙잡았다.
놀란 눈으로 운전석을 쳐다보자, 전완수가 뒤를 돌아보며 얘기했다.
“내려, 정신 나간 새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