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77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177화
구미로 가는 동안 홀로그램을 켜고 좀비 카운트를 확인했다.
지난 한 달간의 결과물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플레이어 정보]-캐릭터 이름: 에덤 화이트
-능력: 강화
-한계 돌파 1단계
*인간의 신체가 지닌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한계를 돌파할 때마다 기존 모든 스탯이 1.3배 증가합니다.
*첫 한계 돌파에 필요한 포인트는 1000입니다.
-현재 처리한 좀비의 수: 14921/15000
-남은 포인트: 97
-스킬: 좀비화, 급가속 Lv5, 감지 Lv5, 하울링 Lv1, 광폭화 Lv1
-패시브 스킬: 재생, 광란
명덕역의 좀비들을 정리했을 때만 해도 좀비 카운트가 6,000 후반이었는데, 지난 한 달간 황금동 일대를 정리하며 14,921이 되었다.
한 달 동안 무난하게, 아무런 위협도 없이 8,000의 카운트를 올렸다.
차량 수리와 개조, 그 외에 잡다한 일을 돕지 않고 좀비만 죽였으면 15,000카운트는 금방이었을 텐데.
좀비 카운트가 살짝 부족해서 그런지, 내심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건 그렇고, 내가 이 정도의 카운트를 올렸다면 일행은 훨씬 많은 코인을 얻었을 것이다.
나 혼자 좀비 8,000마리를 잡으면 8,000카운트가 올라가지만, 어시스트로 8,000카운트를 올리려면 일행이 40,000마리를 죽여야 하니까.
에덤의 어시스트는 5배나 뒤떨어지니 말이다.
난 옆에 있는 전완수를 쳐다보며 물었다.
“완수야, 지금 코인 얼마나 있어?”
“코인? 글쎄, 천리안 배운 뒤로 안 쓰고 계속 모아서 모르겠는데.”
“확인해 볼래?”
“운전 중에 무슨 홀로그램이야. 다른 사람한테 물어봐. 다들 안 쓰고 모았으니.”
설여원만 코인을 모은 게 아닌 모양이다.
궁금해서라도 새로운 스킬을 구매하거나, 스킬의 레벨을 높일 법도 한데, 다들 설여원의 방식을 따른 모양이다.
하긴, 추후 발생할 상황을 대비해서 차곡차곡 모아두는 게 여러모로 이롭긴 하다.
전완수는 핸들을 조작하며 얘기했다.
“정확한 숫자는 모르겠지만, 대략 2,400코인은 모았을 걸?”
“2,400? 우리가 24,000마리나 죽였나?”
“넌 좀비 카운트 얼마나 올랐는데?”
“난 8,000.”
“그럼 네가 4,000마리 죽이고, 다른 사람들이 20,000마리 죽였나 보네. 그럼 에덤의 어시스트 계산 방식으로 딱 8,000이잖아.”
짜식, 산수 빠르네.
한 달 전, 일행의 코인을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 설여원에게 2,142코인이 있었다.
천리안을 배우고도 2,142코인이 있었으니, 지금은 4,500코인 이상 있을 것이다.
레이첼의 패시브 스킬 신체 복구는 2,000코인이었으니, 이정우와 정진영은 3,500코인이 있을 테고…….
난 무전기를 들고 황덕록을 호출했다.
“덕록아, 들려?”
치지직- 치직.
-얘기해.
“너 코인 얼마나 있어?”
-로그나이트 5번 구매하고, 지금 512코인 남았어.
황덕록과 박재우는 1,000코인이 생기는 족족 프린트를 돌렸다.
황덕록이 로그나이트를 담당하고, 박재우가 덤프를 담당했다.
덕분에 로그나이트로 만든 검이 네 자루나 되었고, 내게는 특별 제작한 전용 무기가 생겼다.
너클 건틀릿.
박재우와 황덕록의 합작이었다.
덤프로 만든 건틀릿의 손가락 마디 부분을 로그나이트로 마감했다.
황덕록과 박재우가 설계도를 제작할 당시, 마감 부위에 칼날을 박는 등 여러 형태를 고안했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주먹이 빠지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에, 칼날은 빼달라고 했다.
로그나이트로 만든 카타나는 전완수와 최현, 설여원, 정진영에게 돌아갔다.
이정우는 칼을 사용하는 게 어색하다며,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창을 만들어달라고 했다.
또한 모든 파티원에게 조끼 형태의 보호대도 제공되었다.
성능은 상점에서 구매한 레벨 1의 보호대와 큰 차이가 없었다.
단점이라면 제작 아이템이라서 레벨을 높일 수 없다는 것 정도?
앞으로 한계 돌파까지 남은 좀비는 79마리.
한계 돌파를 하면 모든 스탯이 1.3배 증가하니, 내심 기대가 크다.
플레이어 정보에 수치로 표시되진 않지만,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 내 정신력은 150이었다.
거기서 1.3배가 증가한다면 195.
한계 돌파를 한다면, 좀비화 중에 희열을 느끼는 일은 없을 것이다.
“뭐야 저거.”
핸들을 잡고 있던 전완수가 전방을 주시하며 얘기했다.
“왜?”
“톨게이트라 그런가? 차가 좀 많네.”
1시간을 쉬지 않고 달린 끝에, 어느새 구미 톨게이트에 들어선 상태였다.
전완수는 서서히 속도를 줄이더니, 톨게이트 앞에 차를 세웠다.
뒤이어 무전기를 들고 얘기했다.
“앞에 차가 좀 많습니다. 조금만 치우고 움직이죠.”
치지직- 치직.
-차를 어떻게 치워?
무전기에서 들려오는 설여원의 목소리.
전완수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어떻게 치우긴, 들어서 옮기면 되지.”
-버스로 밀고 들어가면 안 돼? 밀고 들어가려고 삼각뿔 만든 거잖아.
“시작부터 좀비들 불러들일 필요는 없잖아?”
-좀비는 안 보이는데?
“저 옆에 이마트도 있고, 건물에 숨어 있을지도 모르지. 그리고 경부고속도로랑 일반 국도랑 높이도 차이가 없어서 위험해. 조용히 들어가자고.”
설여원이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자, 곧 이정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완수 말대로 하자, 탈출할 때를 대비해서라도 고속도로는 깨끗한 게 좋아.
전완수는 무전을 마치고 버스의 문을 열었다.
버스에서 내리는 전완수를 보고, 난 뒤에 있는 일행에게 얘기했다.
“정리하고 올 테니 여기 계세요.”
“나도 같이 가지.”
이덕배가 자리에서 일어나기에, 고개를 저으며 얘기했다.
“아니에요. 혹시 모르니 여기 계세요. 길만 정리하고 올게요.”
말을 마치고 전완수를 따라 안개 속으로 들어갔다.
뒤이어 승합차와 중형 트럭, 중형차에서 내리는 일행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설여원은 뻐근한 몸을 풀며 톨게이트로 걸어가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뭐야 저거?”
“왜.”
“차들이 반대 방향이야.”
“반대?”
그게 무슨 말이야?
눈꼬리를 치켜뜨자, 앞서가던 전완수가 뒤를 돌아보며 얘기했다.
“차들이 역주행하는 상태로 서 있어.”
얼마나 급하게 탈출했으면 통행 방향도 무시한 채 고속도로로 올라왔을까.
톨게이트를 지나자, 수십 대의 차량이 무질서하게 정차된 상태였다.
좁은 톨게이트에서 순서를 기다리지 못하고, 차를 버린 채 탈출한 모양이다.
크르르르르…….
그 순간, 정차된 차량에서 목젖을 가는 음성이 들려왔다.
황급히 가드를 올리며 시선을 돌리자, 차내에 갇혀 있는 좀비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한 놈이 울기 시작하자, 차량에 갇혀있던 좀비들이 일제히 목젖을 갈며 유리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전완수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어떡해. 다 죽여?”
“죽여야 차를 옮기지.”
“그냥 이대로 들고 옮겨도 될 거 같은데.”
“그러다 문 열고 나오면?”
“좀비가 문을 어떻게 열어.”
“공명 좀비는 열 수 있잖아.”
공명 좀비들은 문을 보고 벽이라 생각하지 않고, 문고리를 인식하는 정도의 인지능력을 지니고 있다.
물론 차량 문은 다르지만, 혹시 모르니 안전하게 처리하고 옮기는 게 맞다.
다소 귀찮은 과정이지만, 모두가 승낙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명이 문을 열면 옆에 있는 사람이 좀비를 처리하는 식으로, 빠르게 차내의 좀비들을 정리했다.
차량의 숫자에 비해 갇혀 있는 좀비는 많지 않았기에,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대략 40마리의 좀비를 처리하고, 도로 옆의 수풀에 시체를 차곡차곡 쌓았다.
이제 차를 옮겨야 하는데…….
전완수는 내 얼굴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거기 뒤에 잡아.”
“들고 옮기려고?”
“그럼 어떻게 옮기려고?”
“밀어서.”
“밀어서 언제 저 밖으로 옮겨? 도로 옆에 화단으로 옮기는 게 빠르지.”
하긴, 차량의 사이드브레이크를 풀어도 회전해서 나가는 길이다 보니, 밀어서 옮기는 건 한계가 있었다.
전완수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이었다.
“좀비들 잡을 때만 힘쓰라는 법 있어? 이럴 때 힘 좀 팍팍 써야지.”
“…….”
막무가내지만, 생각해 보면 이게 가장 빠른 방법이긴 했다.
이미 우리의 근력은 인간의 범주를 벗어났고, 차량을 드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결국 4명씩 붙어서 중형차를 들어올렸다.
생각보다 가벼워서 놀랐다.
“와…… 미쳤네. 이게 되네.”
최현은 본인이 행하고도 믿기지 않는지,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웃었다.
대략 20대 가까이 옮겼을까?
버스가 충분히 지나갈 수 있는 길이 확보되었다.
전완수는 양손을 털며 이정우의 곁으로 걸어갔다.
“형, 집이 어디에요?”
“따라와. 이젠 내가 앞장설게.”
“아무리 길을 알아도 앞이 안 보이잖아요. 변종이라도 튀어나오면 어쩌려고요.”
“…….”
“그냥 형도 버스 타요. 승합차 운전은 진영이 형한테 부탁하고.”
얘기를 듣고 있던 정진영도 전완수의 의견에 동의하기에, 이정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버스로 향했다.
다시금 버스에 오르자, 이정우는 지형을 살피며 얘기했다.
“어차피 역주행해도 상관없잖아?”
“그렇죠.”
“그럼 저쪽으로 가로질러 가자.”
“회전구간 빠져나가서 좌회전하라는 거죠?”
“그렇지.”
“오케이. 꽉 잡아요.”
비상등을 점멸하고 버스가 출발하자, 그 뒤로 모든 차량이 따라붙었다.
전완수는 이정우가 가리킨 방향으로 핸들을 돌리며 액셀을 밟았다.
그렇게 얼마나 나아갔을까, 좌측으로 경찰서가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건물이 꽤 큰데, 저 안에도 권총이나 무전기가 있지 않을까?
현재 우리가 소지한 무전기는 총 6개.
좀비들과 싸우는 과정에 완전히 고장 난 무전기는 아무리 로즈의 힘을 빌려도 고칠 수 없었다.
무전기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기에, 경찰서 주차장에 차량을 정차하고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차량을 정차하고 내리자, 이전과 다른 묘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너무…… 조용하다.
지금껏 거리를 거니는 좀비를 보지 못했다.
“이상하지 않아? 좀비가 너무 없어.”
뒤에서 설여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들 나와 같은 생각인지, 경계하는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윤혜리는 쇠파이프를 말아쥐며 퍼석한 입술을 핥더니, 내 옆으로 다가오며 물었다.
“오빠, 그냥 곧장 이동하면 안 돼요?”
윤혜리의 물음에 옆에 있는 이정우를 쳐다봤다.
이정우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
“집이 경찰서랑 가까워. 여기서 1.5㎞ 정도 더 가면 내 본가야.”
“…….”
“여기랑 상황이 크게 다르진 않을 거야. 단서를 찾을지도 모르니, 확인하고 가자.”
이정우의 뜻이 이렇다고 하니, 굳이 반대할 필요는 없었다.
난 윤혜리를 쳐다보며 얘기했다.
“혜리랑 희연이, 재우는 버스에서 기다려. 가서 사람들 지켜줘.”
“알았어.”
박재우는 윤혜리와 김희연을 데리고 버스로 이동했다.
남은 결인들은 각자의 무기를 들고 경찰서 입구로 향했다.
황덕록은 경찰서 유리문을 열고 들어서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얘기했다.
“어후, 여기 냄새 고약한데?”
나도 반사적으로 콧잔등이 찌푸려졌다.
이 냄새는…….
‘시체 냄새.’
시신이 부패하면 풍기는 악취였다.
이에 일행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빠르게 확인하고 돌아가죠. 저랑 여원이가 1층, 진영이 형이랑 정우형이 2층, 완수랑 현이, 덕록이가 3층.”
실내에 뭐가 있을지 모르기에, 최대한 말소리를 죽였다.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각자 맡은 위치로 이동했다.
예전엔 불안한 표정으로 왜 따로 움직이냐고 뭐라 했을 텐데, 이젠 반박하는 사람이 없었다.
다들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평범한 길거리의 좀비는 위협적이지 않지만, 여전히 변종에 대한 위기의식은 다들 지니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태연하게 행동할 수 있다는 건…… 그동안 경험이 쌓이며 성장한 덕이겠지.
나도 어서 좀비 카운트부터 올려서 한계 돌파부터 해야겠다.
톨게이트 앞에서 40마리가량의 좀비를 처리했지만, 전부 내 손으로 처리한 게 아니었다.
내가 처리한 건 20마리.
나머지는 일행이 처리했다.
앞으로 한계 돌파까지 남은 좀비 카운트는 55카운트.
한시라도 빨리 좀비를 처리하고 한계 돌파를 하고 싶지만, 이렇게 조용한 동네는 처음이었다.
마치 조성훈이 떠난 대학교 교정의 풍경과 다를 바 없었다.
이젠 좀비가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으면 더욱 불안했다.
이는 대장 좀비든 변종이든, 뭔가가 있다는 뜻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