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81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181화
현재 일행의 신체 능력이면 충분히 변종을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수치상의 결과고, 알파 변종과 1 대 1로 싸워본 경험이 없을 텐데…… 괜찮으려나?
내 표정에서 티가 났는지, 전완수는 싱겁게 웃으며 얘기했다.
“괜찮아 인마. 로그나이트 실험은 해봐야지.”
“실험치고는 상황이 과하니까 그렇지.”
“원래 실전에서 배우는 거야.”
전완수는 싱겁게 웃으며 내 팔뚝을 때렸다.
팔뚝으로 느껴지는 전완수의 근력.
예전보다 타격감이 있다.
그래, 더는 내가 보호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이에 심호흡으로 불안감을 떨쳐내고, 알파 변종의 전투 패턴을 얘기해 주었다.
“팔 관절이 인간보다 많아. 예상 밖의 각도에서 팔을 뻗을 수 있으니 조심해. 목 관절도 유연해서 가슴이나 복부로 파고드는 거 경우가 많으니…….”
“됐어 인마. 걱정도 팔자다.”
“…….”
“네가 우릴 걱정할 때야? 우리가 널 걱정해야지. 너 혼자 4마리 상대하는 상황인데.”
전완수의 말에 반사적으로 웃음이 터졌다.
하긴, 내가 남을 걱정할 때가 아니었다.
난 전완수의 팔뚝을 가볍게 치며 얘기했다.
“까불다가 다치지 마.”
“어휴, 알았네요.”
“모조리 처리하고 버스에서 보자.”
“오케이.”
* * *
한발 앞서 응급센터를 빠져나왔다.
이정우와 전완수는 종합센터 앞의 변종이 내 뒤에 붙으면, 곧장 정진영을 지원하러 가기로 했다.
안개 속을 내달리며 좌측을 주시하자, 그곳에서 상체를 일으키는 인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영?
아니, 저건 사람의 그림자가 아니다.
기다란 팔을 축 늘어뜨린 채, 이곳을 돌아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읊조리는 존재.
“아이이…….”
가뭄에 시달리는 대지처럼 쩍쩍 갈라지는 목소리.
상체를 일으켰던 존재는 안개 속을 돌파하는 내 모습을 응시하더니, 금세 자세를 잡고 따라오기 시작했다.
거미처럼 네 발로 달리는 기이한 몸짓에, 발소리는 담겨 있지 않았다.
애써 못 본 체하며, 일부러 크게 돌아서 정문으로 향했다.
버스에 있는 일행이 발각되면 곤란하기에, 근처로도 가지 않았다.
병원 정문을 지나며 재빨리 무전기를 들고 얘기했다.
“유인 완료. 정우 형 이동하세요. 버스에 있는 사람들은 고개 숙이고 움직이지 마.”
바스락…….
유리 파편 밟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자, 10m 뒤에서 바짝 추격하는 알파 변종의 그림자를 확인할 수 있었다.
손에 쥐고 있던 무전기를 레그홀스터에 쑤셔 넣고, 재빨리 가드부터 올렸다.
키익!
고막을 자극하는 외마디 음성과 함께 내 안면으로 오른팔을 뻗는 변종.
날아드는 팔은 왼팔로 쳐내며 있는 힘껏 놈의 안면에 주먹을 내질렀다.
그러자 알파 변종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세차게 고개를 비틀었다.
‘피해?’
정확히 놈의 안면을 노렸는데, 놈은 기이한 각도로 고개를 비틀며 주춤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재빨리 왼발에 무게를 싣고, 왼손 훅을 시도했다.
훙-!
변종은 이어지는 공격에도 뒤로 넘어지듯이 회피했다.
키리리릭- 키릭-
안개 속에서 들려오는 불쾌한 음성.
놈은 조심스레 상체를 일으키더니, 웃음기 없는 얼굴로 내 모습을 응시했다.
‘뭐지 저거?’
지금껏 상대한 알파 변종과 다르다.
겉모습은 평범한 알파 변종인데, 반응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
지금의 난 수성못에 있을 때보다 근력이 2배는 증가했는데, 어떻게 피하는 거지?
키리리릭- 키리릭-
키에에에…… 키리릭-
대로에 있던 변종들이 이곳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총 4마리의 변종이 내 주변을 둘러싸고, 내 움직임 하나하나를 관찰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껏 만난 알파 변종들과 달리, 상당히 침착한 모습을 보였다.
학습능력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침착하다고?
대체 구미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우선…… 내 주먹의 명확한 궤도를 파악하고 회피한 건 아닌 것 같다.
어깨의 움직임을 보고, 주먹이 날아든다는 인지하에 대뜸 머리를 꺾어서 회피한 것이라 생각된다.
다급히 두 다리에 제동을 걸고, 뒤로 쓰러지다시피 회피한 모습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행동이 크다는 건 본능에 가까운 움직임이니까.
난 두 주먹을 말아쥐며 어떻게 상대해야 좋을지 머리를 굴렸다.
행동이 큰 적을 상대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냅다 난타를 날리면 그만.
하지만 그건 1 대 1 상황에서나 통하고, 다수와 싸우기 위해선 보다 효율적인 방법이 필요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면…… 하나 있긴 하지.
난 좌우로 눈을 굴리며 변종들의 움직임을 살폈다.
뒤이어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운과 함께 전신의 털끝이 곤두서는 걸 느꼈다.
‘뒤.’
귓가를 간질이는 바람과 증가한 반사신경이 변종의 움직임을 말해준다.
재빨리 상체를 숙이자, 머리 위를 스치는 변종의 오른팔을 확인할 수 있었다.
뒤에 있던 놈이 가장 먼저 달려들다니.
시야의 사각도 알고 있는 건가?
재빨리 회전하며 숙였던 상체를 일으켰다.
동시에 우측 겨드랑이에 변종의 어깻죽지와 목을 걸었다.
순식간에 잡은 길로틴초크.
“흡!”
숨을 들이켜며 변종의 목을 뽑아버릴 각오로 끌어올렸다.
뚜둑! 뚝! 떡!
껴억! 커헉!
알파 변종의 입에서 쇳소리가 들려오더니, 경추가 완전히 뽑혀버렸다.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카운트 50점이 주어집니다.
반응만 빨라졌지, 방어력이 증가한 건 아니잖아?
아무리 학습능력이 있어도, 절대적인 무력은 학습할 수 없다.
모르면 맞아야지.
목이 뽑힌 변종은 바람이 꺾인 갈대처럼 바닥에 고꾸라지는 모습을 보였다.
타격으로 피해를 입힐 수 없다면 부러뜨리면 그만.
남은 세 마리의 변종은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더니, 셋 다 목을 집어넣으며 두 팔을 들어 올렸다.
난 한쪽 눈꼬리를 치켜뜨며 놈들의 모습을 관찰했다.
설마…… 목을 보호하고 가드를 올리는 건가?
날 따라 하는 거야?
어처구니없는 모습에 실소가 터졌다.
이것들 하는 짓이 아주 귀엽네?
입꼬리를 올리며 세 마리의 변종을 똑바로 직시했다.
“이것도 버텨봐.”
그리고 나지막이 읊조렸다.
“가속.”
쾅!!
지면을 박차며 노도와 같이 달려들자, 우측에 있던 놈은 아무런 반응조차 못 하고 얼굴을 내어주었다.
팡!!
손끝에서 느껴지는 기이한 촉감과 함께 사방으로 변종의 선혈이 흩뿌려지고, 변종의 안면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되었다.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카운트 50점이 주어집니다.
옆에 있던 변종들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기겁하는 모습을 보였다.
스킬 급가속의 지속시간은 25초.
그 안에 모두 처리하면 그만.
도망칠세라 황급히 발목을 비틀어 좌측에 있는 변종들의 안면에도 주먹을 꽂아 넣었다.
뻑!! 떠걱- 빡!! 떡!!
건틀릿의 효과는 상상을 초월했다.
예전의 타격감도 좋았지만, 건틀릿을 착용하고 때리니 완전히 뚫고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체력소모는 줄고, 주먹을 감아주는 느낌에 확실하게 목표지점을 공격할 수 있었다.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카운트 50점이 주어집니다.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카운트 50점이 주어집니다.
연달아 올라오는 홀로그램을 보고, 천천히 숨을 내쉬며 병원을 살폈다.
아직 실내에 있는 변종을 처리했다는 홀로그램이 떠오르지 않았다.
망설일 필요 없이 종합센터로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종합센터 1층을 지나 2층에 들어설 무렵, 눈앞으로 떠오르는 홀로그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카운트 10점이 주어집니다.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카운트 10점이 주어집니다.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카운트 10점이 주어집니다.
7마리의 변종은 우리에게 위협이 되지 않았다.
* * *
변종들의 시체를 주차장 옆에 겹겹이 쌓아 올리고, 말끔히 태워버렸다.
전완수는 활활 타는 시체들을 바라보며 나를 불렀다.
“야, 재형아.”
“왜.”
“이거 로그나이트, 라스트아크에 있는 재료라고 했지?”
“어.”
“현실에서는 못 구하는 거야? 주기율표에도 없는 건가? 코인 상점 말고는…… 이거 구하는 방법 없어?”
“없지, 자가재생하는 광물이나 가죽이 이 세상에 어디 있어.”
전완수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는지, 아랫입술을 삐죽 내밀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싱겁게 웃으며 물었다.
“왜, 욕심나?”
“나중에 여유 되면 갑옷까지 만드는 건 어떨까 싶어서.”
“성능이 그렇게 좋아?”
“예전에 쓰던 카타나는 알파 변종의 피부에 생채기 만드는 게 전부였는데, 이건…… 손맛부터 달라.”
“어떤데.”
“엄청나게 두툼한 스테이크 써는 느낌?”
그렇게 예리하다고?
난 건틀릿의 손가락 부위를 살폈다.
이거 괜히 만들었나?
도검류나 더 만들 걸 그랬나?
그러자 설여원이 다가오며 얘기했다.
“미확인 변종한테도 통하는지 봐야지.”
“그건 그렇지.”
전완수는 쓴웃음을 지으며 입맛을 다셨다.
사실상 우리에게 위협적인 건 미확인 변종이었다.
알파 변종이 진화한 미확인 변종.
언제까지 미확인 변종이라 부를 수도 없으니, 예전에 최현과 전완수가 그랬던 것처럼 이름이라도 붙여야겠다.
난 헛기침과 함께 얘기했다.
“미확인 변종 말인데, 따로 이름 붙이는 건 어때?”
“역시, 너도 계속 마음에 걸렸구먼?”
전완수가 싱겁게 웃으며 묻기에, 구레나룻을 긁적이며 대답했다.
“알파1, 알파2, 이게 제일 무난하지 않을까?”
“알파원, 알파투? 설여원, 네 생각은 어때?”
“어떻게 부르든 마음대로 해.”
설여원은 어깨를 으쓱이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다 문득, 무언가 떠오른 게 있는지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설여원은 가만히 턱을 매만지더니, 전완수와 내 얼굴을 쳐다보며 물었다.
“야, 알파1 알파2가 있으면…… 3이 나올 수도 있는 거 아니야?”
설여원의 말에 전완수는 멍하니 입을 벌린 채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이정우가 입을 열었다.
“나도 동감이야. 지금껏 알파, 베타, 감마, 이런 다른 종류의 변종만 생각했지, 미확인 변종의 진화 단계가 있을 가능성을 너무 배제했어.”
“…….”
“알파 변종이 같은 개체의 시체를 먹고 진화한다면, 미확인 변종들도 서로의 먹고 진화할 가능성이 있잖아.”
이정우의 말에 난 눈썹을 긁적이며 얘기했다.
“저도 그 생각을 못 한 건 아니에요. 문제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는 거죠. 현실적으로도 어렵고.”
“뭐가 어렵다는 거야?”
“알파1이 알파2로 진화하려면 죽은 알파1의 시체를 섭취해야 돼요. 그렇죠?”
“그렇지.”
“그럼 알파2가 알파3으로 진화하려면 같은 알파2의 시체를 먹어야 한다는 건데, 알파2를 누가 무슨 수로 죽여요.”
그러자 설여원이 반박했다.
“그건 모를 일이지. 같은 알파2끼리 서로 싸워서 이긴 쪽이 잡아먹을 수도 있는 거고.”
“변종은 좀비는 먹어도 같은 변종은 공격하지 않아. 너도 봤잖아.”
“그건 그렇지만…….”
그러자 상황을 지켜보던 정진영이 입을 열었다.
“야, 그러지 말고 물어보면 되잖아? 여기 특이한 변종 있냐고.”
“누구한테요?”
“구출한 여자.”
그래, 까맣게 잊고 있었다.
난 전완수를 쳐다보며 물었다.
“완수야, 지금 그 여자 어디 있어?”
“아, 그 여자…….”
전완수는 씁쓸한 표정을 짓더니, 뒤에 있는 버스를 쳐다봤다.
무슨 일 있나?
그러자 옆에 있던 설여원이 얘기했다.
“4층에 있던 3마리의 변종, 그것들이 먹고 있던 게 여자의 동료들이었어.”
“확실한 거야?”
“여자가 직접 확인했으니 확실해. 지금은 좀…… 물어보기 그런 상황이야.”
대변기에 포스트잇을 붙이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여자는 마지막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았지만, 그 결과는 암담했다.
착잡한 마음에 한숨을 내쉬자, 변종의 시체를 응시하던 이정우가 입을 열었다.
“기대가 컸으니 실망도 클 거야. 지금은 내버려 두자.”
타닷- 탁탁탁-
그 순간, 이곳으로 달려오는 사람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황급히 가드를 올리며 돌아보자, 옆에 있던 설여원이 얘기했다.
“손 내려. 혜리니까.”
인기척이 들리면 주먹부터 쥐는 버릇이 생겼다.
민망한 마음에 양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넣었다.
곧 윤혜리가 다가오더니, 일행의 표정을 살피며 얘기했다.
“쉘터 위치 알아냈어요.”
“그 여자가 얘기했어?”
“아니요?”
“그럼 어떻게…… 아.”
“예전에 지현 언니한테 했던 것처럼 했어요.”
한지현을 위로하면서 그녀의 기억을 모조리 읽은 윤혜리.
인도적인 방법은 아니지만, 목숨이 걸린 마당에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쉘터 위치가 어딘데.”
“가까워요. 저 앞에 영화관이요.”
“영화관?”
“네, 그런데 좀 걸리는 게 있어요.”
걸리는 거?
고개를 갸웃거리며 쳐다보자, 윤혜리는 눈살을 찌푸리며 얘기했다.
“이 동네에…… 미확인 변종이 있는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