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85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185화
어스름이 내려앉은 세상으로, 수십 마리의 변종이 몰려오고 있었다.
인기척이라도 느껴지면 적의 규모라도 알 수 있지만, 놈들에게 발소리는 없었다.
설여원은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더니, 세차게 혀를 차며 얘기했다.
“들어가요. 나오면 안 돼요.”
“재형이는 어쩌고?”
정진영이 묻자, 설여원은 대뜸 창문을 열며 소리쳤다.
“박재형!!”
그러자 알파2와 싸우고 있던 박재형은 설여원이 있는 방향을 흘깃 쳐다보더니,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바빠!!”
“변종들 몰려와!!”
설여원의 외침에 박재형은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설여원이 초조한 마음으로 대답을 기다리자, 오래 지나지 않아 박재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가!! 50분 뒤에 나와!!”
설여원은 박재형의 대답을 듣고 황급히 정진영의 팔을 잡아끌었다.
정진영이 어쩔 줄을 몰라 하자, 설여원은 진지하게 얘기했다.
“방해하지 말고 들어가죠. 빨리!”
“그렇다고 저렇게 두고 가?”
정진영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짓자, 설여원은 눈살을 찌푸리며 얘기했다.
“광란 쓰겠다는 거예요. 지금 밖에 나가면 재형이한테 죽을 수도 있어요.”
* * *
변종이 몰려오고 있다고?
조금 전 벨로시랩터 같은 울음소리는…… 지원 요청이 맞는 모양이다.
공명 좀비의 공명이 멀리까지 퍼지는 것처럼, 알파2의 기이한 외침은 수 킬로미터 밖의 변종까지 불러들이고 있었다.
아직 감지의 재사용 대기시간이 돌아오지 않아서 적의 숫자를 명확하게 파악하는 건 불가능했다.
껴어어억!!
“그만 좀 죽어라.”
다리 하나가 부러진 상태에서도 끝까지 버티는 알파2.
지원군이 도착할 때까지, 어떻게든 버티겠다는 발악에 가까운 움직임이었다.
난 알파2의 오른팔을 붙잡고, 제자리에서 빙빙 돌리며 건물 외벽으로 집어 던졌다.
쾅!!
마침내 기진맥진한 알파2는 바닥에 엎어지며 전신을 파르르 떨었다.
여전히 숨이 붙어 있는 녀석.
끈질기다.
지긋지긋한 바퀴벌레 같은 생존력이다.
뒤이어 시야의 우측으로 이질감이 느껴졌다.
황급히 시선을 돌리자,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알파 변종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야외 주차장을 가득 채운 알파 변종들.
족히 30마리가 넘었다.
그리고 놈들의 뒤로, 세 마리의 알파2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 동네에 대장 좀비가 하나도 안 보인다 싶더니, 전부 변종으로 변한 모양이다.
이러니 길거리에 좀비가 없지.
난 천천히 뒷걸음질 치며 바닥에 엎어진 알파2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껴…… 어어…….
놈은 찌그러진 눈으로 전신을 덜덜 떨며 내 얼굴을 쳐다봤다.
패시브 스킬 재생이 없었다면 일방적으로 내가 밀렸을 것이다.
자가재생의 능력이, 힘의 격차를 이겨냈다.
난 생사의 갈림길에 있는 알파2를 바라보며 읊조렸다.
“네 업보다.”
뻑!!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카운트 100점이 주어집니다.
알파2의 얼굴에 있는 힘껏 주먹을 내지르자, 안면이 함몰되며 좀비 카운트가 들어왔다.
껴어어어어어어억!!!
그러자 주차장에 있던 알파2들이 괴성을 내지르며 달려들기 시작했다.
난 심호흡과 함께 가드를 올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광폭화.”
-아드레날린 분비를 촉진합니다.
-광폭화는 10분간 유지되며, 스킬이 유지되는 동안 좀비화의 능력이 2배 증가합니다.
-광폭화의 재사용 대기시간은 20분입니다.
전신의 혈관이 불끈 솟아나고, 장기가 뜨겁게 타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폐부에 들어찬 뜨거운 숨결을 내쉬며, 이 악물고 놈들을 노려봤다.
안면으로 날아드는 알파2의 주먹이…… 느리게 보였다.
광폭화를 사용한 이상, 현재 내 근력은 220.
반사신경과 동체 시력도 132에 달한다.
코앞으로 드리운 알파2의 주먹을 가볍게 회피하며, 입술을 달싹였다.
“가속.”
펑!!!!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카운트 100점이 주어집니다.
알파2의 안면에 주먹을 내지르지, 놈의 얼굴은 부패한 향유고래가 폭발하는 것처럼 형체를 알아볼 수 없도록 터져 버렸다.
그러자 뒤따라 달려오는 알파2 두 마리는 황급히 걸음을 멈췄다.
광란도 발동하지 않았는데, 광폭화만 사용하고도 알파2를 손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이제 내가 조심해야 하는 건 단 하나.
광란이 발동하지 않도록 감정을 조절해야 한다.
머뭇거리며 눈치를 보는 두 마리의 알파2.
난 눈꼬리를 치켜뜨며 물었다.
“안 들어와?”
그럼 내가 들어가야지.
쾅!!!
지면을 박차며 튀어 나가자, 바닥으로 균열이 발생하며 아스팔트 조각이 흩날렸다.
순식간에 좁혀지는 거리.
알파2는 두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황급히 양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뻑!!!!
떠걱-
있는 힘껏 주먹을 내지르자, 놈의 기다란 두 팔은 나뭇가지처럼 부러져 버렸다.
착지와 동시에 놈의 종아리와 발목을 붙잡고, 있는 힘껏 잡아당겨 넘어뜨렸다.
연이어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리며 주창에 있는 알파 변종들을 향해 던져 버렸다.
주차장에서 알파2의 싸움을 관찰하던 알파1들은 날아오는 알파2를 보고 좌우로 갈라서는 모습을 보였다.
알파2는 바닥을 나뒹굴며 한참을 날아가더니, 정차된 낡은 트럭에 부딪히며 헛숨을 토했다.
난 크라우칭 스타트 자세를 잡고, 전속력으로 튀어 나갔다.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알파2의 안면을 무릎으로 찍어버렸다.
쾅!!!!
트럭의 측면이 완전히 찌그러지며 알파2의 두개골이 으스러졌다.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카운트 100점이 주어집니다.
난 입꼬리를 올리며 주변의 알파 변종들을 쳐다봤다.
아직…… 부족해.
더…… 강한 놈.
목구멍 너머로 타는 듯한 갈증이 느껴졌다.
좀 더, 좀 더 나를 신나게 만들어줄 수 있는, 내게 자극을 줄 수 있는 강력한 적이 고프다.
이러한 생각이 차오르는 순간, 난 세차게 고개를 저으며 스스로 뺨을 때렸다.
힘에 취한 나머지, 희열이 차오르고 있었다.
‘정신 차려.’
나태해진 마음에 채찍질을 가하며, 침착함을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홀로 남은 알파2는 당황스러워하더니, 영화관이 있는 건물을 바라보며 알파 변종들에게 외쳤다.
껴어어어어어억!!
그러자 30마리가 넘는 알파 변종들은 영화관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놈들을 저지해야 하는데, 도저히 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무리해서 움직이면 금방이라도 광란이 발동될 것 같았다.
“밥…….”
뒤이어 홀로 남은 알파2가 내 앞으로 다가오며 혼잣말을 읊조렸다.
“밥 줘…….”
난 오른손을 심장에 얹으며 심박을 체크했다.
전력을 다해선 안 된다.
무리했다간 45분 동안 광란 상태로 있어야 한다.
심호흡으로 격해진 심장을 달랜 뒤, 알파2를 주시하며 얘기했다.
“너 같은 거 키운 적 없어.”
“밥 줘!!”
밥 타령을 하며 달려들기에, 오른손을 불끈 쥐며 옆구리에 바짝 갖다 댔다.
알파2가 3m에 달하는 기다란 팔을 뻗기에, 안으로 파고들지 않고 놈의 주먹을 향해 정권을 내질렀다.
뻐걱!!!
내 자그마한 주먹이 알파2의 중지와 약지를 으스러뜨리자, 놈은 황급히 뒷걸음질 치며 거리를 벌렸다.
무턱대고 싸우는 건 답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주변에 보이는 잡다한 물건들을 내게 집어 던지기 시작했다.
날아드는 물체를 회피하며 때를 기다렸다.
뒤이어 어느 정도 심장이 진정세를 보이기에, 하체를 접으며 놈의 위치를 직시했다.
쾅!!
일체의 망설임도 없이 튀어 오르자, 놈은 덩달아 땅을 박차며 뛰어올랐다.
내게 달려들지 않고, 회피 기동하기 시작했다.
놈은 바닥에 착지하자마자 주차장에 세워진 쇠파이프를 뽑아 들더니, 내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마구잡이로 휘두르기 시작했다.
이렇게 나오면 곤란하다.
먹잇감을 보고 덤벼드는 게 아니라, 도망치려는 움직임.
다른 알파 변종들이 나를 노리지 않고 영화관을 공격하는 이유도 그것 때문인가?
내가 알파2를 무시하고 영화관을 지키도록 만들려고?
난 건물 외벽에 붙어 있는 알파1들과 알파2의 모습을 번갈아 쳐다봤다.
알파2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황급히 도주하기 시작했다.
이에 하체를 접고, 있는 힘껏 놈의 뒤를 추격했다.
100m를 돌파하는 데 5초가 걸리지 않는 알파2.
그런데…… 스킬 급가속도 사용하지 않은 내가, 놈보다 빨랐다.
좀비화와 광폭화를 사용한 내게, 100m 5초는 어렵지 않았다.
알파2의 발치까지 접근하자, 놈은 기겁하며 비명을 내질렀다.
껴어어억!!
궁지에 몰린 쥐새끼의 비명이나 다름없었다.
난 알파2의 뒷다리를 붙잡으며 황급히 제동을 걸었다.
뚝!
그러자 알파2의 골반에서 다리가 빠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더는 지체할 필요 없이, 재빨리 놈의 등을 타고 올라가 뒷덜미를 잡았다.
동시에 머리가 반대로 꺾이도록 있는 힘껏 잡아당겼다.
두드득- 떡!
워낙 머리가 유연한 놈들이기에, 단단하게 박힌 무를 뽑듯이 비틀어 뽑았다.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카운트 100점이 주어집니다.
때리고 부수는 싸움은 희열을 쉽게 느끼지만, 이렇게 잡고 부러뜨리는 식으로 싸우면 희열을 절제할 수 있었다.
광폭화의 올바른 사용법을 알아냈다.
정신력 수치를 195까지 높였지만, 여전히 광폭화 상태에서 전력으로 싸우는 건 위험했다.
다음 한계 돌파까지,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 게 좋겠…….
스스스스- 스스스…….
순간, 목덜미로 느껴지는 묘한 기운에 황급히 뒤를 돌아봤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
어디선가 시선이 느껴지는 기분.
알파2는 분명 죽었는데?
내 손으로 머리를 뽑았고, 눈앞으로 떠오르는 홀로그램도 확인했다.
모든 것이 알파2의 사망을 말해준다.
그럼…… 지금의 이질적인 기운은 뭐지?
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인기척이 느껴진 장소를 살폈다.
울창하게 자라난 나무들이 줄지어 있었다.
산책로 같은데…….
정말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를 착각한 건가?
대폭 증가한 반사신경으로 인해, 모든 감각이 예민하게 반응했던 모양이다.
난 관자놀이를 지그시 누르며 영화관 방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외벽에 붙은 알파 변종부터 처리하고…….
“히히.”
순간, 귓바퀴를 간질이는 음성에 돌아볼 새도 없이 돌려차기를 시도했다.
두 눈을 화등잔만 하게 뜨며 소리가 들려온 곳을 쳐다봤지만,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뭐야.’
심장이 두근거린다.
잘 못 들었나?
그럴 리가.
변종인가?
아니면 좀비?
아니, 지금껏 이런 느낌이 받아본 적이 없었다.
두렵거나, 공포를 느낄 때의 감정이 아니었다.
정체 모를 초조함이 심장을 옥죄어왔다.
“히히…….”
뒤이어 수풀 속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
황급히 시선을 돌리자, 그곳에서 웃음소리의 정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육안에 들어온 존재를 보고, 난 전신이 석고상처럼 굳었다.
칠흑 같은 안구.
문제는 눈이 2개 아니었다.
6개의 눈이, 가로 70cm에 달하는 거대한 얼굴에 있었다.
덩치는 6m에 달했으며, 먹물에 빠지기라도 한 듯 전신이 칠흑처럼 어두웠다.
팔다리는 4개지만, 구강에 돌기 같은 것이 잔뜩 붙어 있었다.
저건…… 완전히 괴물이잖아.
마른침을 삼키며 정체불명의 존재를 주시하자, 놈은 수풀 속에서 서서히 걸어 나왔다.
“으히히, 으히히.”
놈은 기분 나쁜 목소리로 히죽거리며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으히히, 으…….”
메트로놈처럼 연신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어느 순간 웃음을 그치며 미동도 하지 않았다.
눈도 깜박이지 않고 놈의 행동을 주시했다.
그저 마주하고 있을 뿐인데,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기절할 것 같은 압박감이 느껴졌다.
묘한 신경전이 오갔다.
훙-
그 순간,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져 버린 녀석.
‘왼쪽.’
난 두 눈 부릅뜨고 좌측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좌측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어디 갔어.
이렇게 빠르다고?
분명 좌측으로 움직이는 건 확인했는데,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
좌측으로 이동하며 지면을 박차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몸이 깃털처럼 가볍기라도 한 건가?
덩치가 6m에 달하는데?
쐐엑-!
그 순간,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위.’
다급히 고개를 들자, 유성우처럼 떨어지는 변종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느 틈에 뛰어오른 거지?
고민할 새도 없이, 다급히 양손으로 머리를 방어했다.
쩍!!!!
양팔로 느껴지는 저릿한 기운에 황급히 거리를 벌렸다.
[손목 보호대: 72%] [팔꿈치 보호대: 64%]일격에 20% 이상 떨어진 보호대의 내구도.
심지어 뼈에 금이 갔는지, 양손이 덜덜 떨렸다.
놀란 눈으로 두 팔을 바라보는 순간, 관자놀이로 인기척이 느껴졌다.
본능적으로 상체를 숙이자, 이번엔 하체를 노리는 기다란 팔이 두 눈에 들어왔다.
지금 보니 손이 없다.
두 팔과 두 다리의 끝이, 손과 발이 아닌 기다란 낫처럼 생겼다.
그 짧은 순간, 머릿속으로 불현듯 스치는 하나의 모습.
내 다리가 잘려 나가는 끔찍한 모습이 머릿속을 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