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90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190화
곧 이민정과 한슬기, 이신혜, 김서연, 황덕록의 어머니까지 다가와 아이들을 챙겼다.
“삼촌들 얘기하도록 자리 비켜주자.”
“삼촌이랑 축구하고 싶은데…….”
“다음에 안전한 곳에 도착하면 하자?”
“응!”
황금동 쉘터에서 이동준비가 한창일 무렵, 좀비를 사냥하지 않는 날이면 아이들과 놀아주었다.
축구도 하고, 숨바꼭질도 하며 아이들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노력했다.
처음엔 아이들과 놀아주기 위함이었지만, 아이들과 놀아주며 내 정서도 안정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멀어지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왠지 모를 애잔함이 느껴졌다.
좀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주지 못해서,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난 훅, 하고 숨을 뱉으며 처지는 마음을 붙잡고, 일행을 쳐다보며 물었다.
“그건 그렇고, 변종은 어떻게 됐어요?”
“안 그래도 그것부터 정리해야 돼.”
이정우의 대답에, 난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아직 살아 있는 놈들이 있어요?”
“정리는 끝났어. 다만…… 딱 한 놈. 지하에 알파3이 있어.”
알파3이 있다는 말에 반사적으로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직 안 죽었어?
일행의 말이 사실이라면, 난 이틀이나 정신이 없었다.
이틀간 알파3이 죽지도 않고 이곳에 있다는 말이 아닌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이정우는 내 팔을 잡으며 얘기했다.
“진정해. 지금은 숨만 붙어 있으니까.”
“아니…… 왜 안죽이고 여태 놔둔 거예요?”
“안 죽인 게 아니라 못 죽인 거야.”
이정우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당시의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로그나이트 카타나도 통하지 않고, 불에 태워도 죽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은 새까만 숯처럼 변한 상태이고, 도주의 위험이나 달려들 가능성은 희박하다 못해 불가능에 가깝다고 한다.
로그나이트로 만든 카타나도 통하지 않다니.
알파3부터는 대체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 거야?
곤란한 마음에 아랫입술을 깨물자, 가만히 앉아 있던 황덕록이 입을 열었다.
“내 생각에 두 번째 에피소드부터 빨리 클리어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왜?”
“상점 이용권으로 보호대의 레벨을 높일 수 있다며? 그럼 다음 에피소드부터 로즈의 능력에 강화가 생길지도 모르지.”
“…….”
“세 번째 에피소드 진입하면 다른 캐릭터들도 구매불가 스킬의 해금이 풀린다며. 충분히 가능한 가설 아니야?”
일리 있는 말이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박재우도 입을 열었다.
“나도 덕록이 의견이랑 같아. 그리고 재형이 너, 가슴 보호대 파괴된 거지?”
“아…… 미안.”
“미안할 건 없고, 따로 챙겨둔 게 있으니 이건 아껴 써.”
“프린트 설치했어?”
“아니, 저번에 덤프 남은 거로 혹시 몰라서 네 것만 가슴 보호대 하나 더 만들었거든.”
“…….”
“어떻게 예상을 빗나가지를 않냐.”
내가 무리하는 걸 알기에, 비상용으로 하나 더 구비해 둔 상태였다고 한다.
박재우가 건네주는 가슴 보호대를 착용하고, 진심을 담아 고맙다고 했다.
가슴보호대를 제외한 다른 보호대, 건틀릿은 복구가 끝난 상태였다.
알파3을 상대하려면 최소한 레벨2 이상의 보호대를 착용해야 한다는 걸, 이번 기회에 깨닫게 되었다.
그럼…… 좀비 카운트는 얼마나 들어왔는지 볼까?
“변종은 총 몇 마리나 죽인 거야?”
일행을 쳐다보며 묻자, 설여원이 처리한 변종의 숫자를 알려주었다.
알파1만 58마리, 알파2는 4마리를 처리했다고 한다.
알파1의 좀비 카운트는 50점, 알파2의 좀비 카운트는 100점이 올라간다.
알파2는 전부 내 손으로 처리했고, 알파1은 8마리만 내 손으로 처리했다.
그럼…… 직접적으로 올린 좀비 카운트는 800, 어시스트로 올라간 카운트가 500.
총 1,300 좀비 카운트를 올렸다.
차라리 좀비 1,300마리를 잡는 게 훨씬 수월할 것이다.
포항에는 부디 변종 말고 좀비가 있기를…….
그러다 문득, 에스파디아에게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광란의 중첩 사용.
황급히 홀로그램부터 열었다.
플레이어 정보는 건너뛰고, 스킬 목록을 확인했다.
[광란]-학살의 희열을 느낄 시 이성을 잃고 발동됩니다. 또는 사냥감을 향한 강한 집착을 보일 시 발동됩니다.
-정신력 스탯이 낮을수록 발동 확률이 증가합니다.
-스킬이 발동되면 좀비화의 능력이 2배 증가합니다.
*(4/10)
*광란은 강화할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 (2/10)였지만, 지금은 (4/10)으로 변한 상태였다.
씁쓸한 마음에 홀로그램을 닫고, 두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이마를 긁적였다.
그건 그렇고, 저번과 달리 이번엔 에스파디아와 만난 기억이 선명했다.
에스파디아에게 들은 이야기를 일행에게 들려주는 게 좋을까?
아니야, 아직 명확한 대답을 들은 것도 아니니 함묵하는 게 좋겠다.
괜한 얘기를 꺼내서 일행의 근심을 야기할 필요는 없으니까.
게다가 허무맹랑한 이야기뿐이었고, 명확한 방향을 잡아주는 이야기도 아니었다.
곧 이정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알파3 말고도 네가 알아야할 게 있어.”
“어떤 거요?”
“부산이 시끄러운 거 같아.”
“부산이요?”
이정우는 본인의 홀로그램을 켜고 내게 보여주었다.
파티장에게 출력되는 공격대 메시지.
그동안 쌓인 내용이 상당했다.
황금동 파티가 어디를 지났고, 어느 동에 도착했는지, 현 위치를 알려주는 내용이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그 밑으로 어떠한 집단과 어디서, 몇 명을 만났는지도 적혀 있었다.
-생존자 총합: 421
-위치: 광안리
-플레이어 유무: 유
-파티명: 돼지국밥
공격대 설정 덕에, 파티 황금동의 발자취를 꼼꼼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물었다.
“혹시 금호강 건너에서 만났던 군인들의 생사도 알 수 있어요?”
“거기까진 알 수 없어. 황금동 파티랑 헤어진 직후부터의 내용만 적혀 있거든. 물론 저기 적힌 421명 중에 소대장이 있을지도 모르지.”
난 이정우의 홀로그램에 적힌 어느 한 부분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물었다.
“이건 뭐예요? 돼지국밥?”
“부산에 있는 플레이어들. 파티명이 돼지국밥이야.”
황금동 파티가 부산에 있는 플레이어를 만난 모양이다.
뒤이어 설여원이 디가와 본인의 홀로그램을 열었다.
“봐봐.”
-파티명: 돼지국밥
-파티장: 윤성민
-파티원: 11
-각성 여부: X
-국적: 한국
랭킹 17위에 있는 파티.
소리결에 비하면 순위는 높지 않지만, 파티를 결성한 것만 봐도, 첫 번째 에피소드를 클리어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난 설여원의 홀로그램과 이정우의 홀로그램을 번갈아 살피며 물었다.
“그럼 부산은 안전한 거 아니에요?”
“밑에 더 있어.”
이정우는 홀로그램에 적힌 문장을 쭉쭉 내렸다.
뒤이어 좀비와 변종을 마주친 내용까지 적혀 있었다.
홀로그램의 가장 하단에는 숫자도 표기되어 있었다.
-습득 가능한 코인: 174코인
*공격대의 코인을 습득하기 위해선 파티간의 거리가 20km 내에 위치해야 합니다.
공격대에 속한 파티가 좀비를 처리할 경우, 다른 파티는 그 절반을 습득하게 된다.
즉, 파티 황금동이 좀비 하나를 죽이면 소리결 파티에게 0.1코인이 아닌 0.05코인이 지급된다.
그런데 174코인이 쌓였다는 건 파티 황금동이 지난 며칠 새에 3,000마리 이상의 좀비를 잡았고, 알파 변종도 처리했다는 말이 된다.
난 계산을 마치고 이정우를 쳐다보며 물었다.
“아크가 파괴된 건 아니겠죠?”
“그건 모르지. 그리고 빨리 포항부터 가야 하는 이유는…….”
이정우는 홀로그램을 다시 위로 올리더니, 생존자 규모가 적힌 도표를 눌렀다.
그곳에는 최근에 광안리 쉘터에 합류한 생존자들의 정보가 적혀 있었다.
-생존자 총합: 81명
-출발지: 포항
-플레이어 유뮤: 유
-파티명: 영남대
81명의 생존자와 함께 있는 파티 영남대.
포항에서 출발한 그들이 아크가 있는 부산에 도착한 모양이다.
어쩌면 81명 사이에 윤혜리와 정진영의 부모님이 포함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홀로그램에 적힌 내용을 확인하고, 이정우를 쳐다보며 물었다.
“광안리에 진영이 형이랑 혜리 부모님이 계실지도 모르는 거네요?”
“맞아, 그래서 혜리랑 진영이 본가부터 확인하고, 퀘스트 완료 메시지 출력되지 않으면 곧장 이동하려고.”
“지금 몇 시예요?”
“오후 11시.”
“내일 해 뜨면 바로 출발하죠.”
고민할 필요도 없이 대답하자, 이정우는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뒤이어 내 귓가에 입술을 갖다 대며 물었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식량 조달팀은…… 가망 없겠지?”
원평동과 인동으로 향한 식량 조달팀의 일부는 돌아왔지만, 아직 형곡동과 상모동의 식량 조달팀이 도착하지 않은 모양이다.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는 건…… 사실상 생존율이 희박하다.
난 슬쩍 고개를 돌려 구미 생존자들의 모습을 살폈다.
10세 미만의 아이들.
저 사이에는…… 돌아오지 않는 부모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을 것이다.
내 눈빛이 흔들리는 걸 느꼈는지, 아이들은 시선을 회피하며 어른들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한 아이가 이정우의 어머니를 쳐다보며 물었다.
“아줌마, 아줌마.”
이정우의 어머니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었다.
반면에 아이는 시무룩한 표정을 짓더니, 이정우의 어머니를 쳐다보며 물었다.
“우리 엄마 아빠는 언제 와요?”
“…….”
“혁수네 엄마 아빠는 왔는데, 우리 엄마 아빠는 왜 안 와요?”
인동에서 변종을 끌고 온 두 명의 생존자가 혁수라는 아이의 부모인 모양이다.
이정우의 어머니는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대신, 아이를 안아주며 말없이 등을 토닥여주었다.
그러자 아이는 금세 울먹이는 표정을 짓더니, 아랫입술을 삐죽 내밀며 눈시울을 붉혔다.
“다섯 밤, 다섯 밤 지나면 온다고 했는데…… 다섯 밤 지났는데 왜 안 와요?”
“소희야…….”
“혁수네 엄마 아빠는 왔잖아요. 왜 우리 엄마 아빠는 안 와아아.”
아이는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런 와중에도 목놓아 울지 못했다.
시끄럽게 울면 괴물들이 온다고 교육받았는지, 닭똥 같은 눈물만 뚝뚝 흘리며 울음소리를 삼켰다.
그러자 아이들 사이로 눈물이 전파되기 시작했다.
너도나도 눈물을 찔끔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끄럽게 우는 아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전완수는 그 모습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더니, 한숨을 내쉬며 읊조렸다.
“X발…… 마음 약해지게.”
말은 거칠게 하지만, 전완수의 눈시울도 붉어진 상태였다.
난 앞머리를 쓸어넘기며 한숨을 내쉬었다.
복잡한 고민은 치워두고, 눈앞에 놓인 문제부터 해결해야겠다.
난 이정우를 쳐다보며 얘기했다.
“형, 파티 황금동 메시지 계속 확인해 주세요.”
“……또 뭐 하려고.”
“일단 알파3부터 처리하고, 내일 상모동이랑 형곡동 빠르게 확인하죠.”
태연하게 얘기하자, 주변에 있던 일행은 놀란 표정으로 내 얼굴을 쳐다봤다.
이정우는 입술을 굳게 다문 채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내 눈치를 보며 물었다.
“괜찮겠어?”
“보아하니 다들 식량 조달팀 확인하고 싶은데, 제 눈치 보고 있던 거 아니에요?”
싱겁게 웃으며 묻자, 다들 의외라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진짜 내 눈치 보고 있던 거야?
멋쩍은 마음에 쓴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다들 저를 냉혈한으로 생각하는 거 같은데, 제 이미지가 언제부터 그랬어요?”
싱겁게 웃으며 묻자, 전완수는 콧방귀 뀌며 얘기했다.
“하여튼, 소리결 남자들 어디 안 가지. 착해빠져서.”
“확인만 하고 이동할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내일 포항 도착해야 돼.”
다들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 * *
빈사 상태라는 말도 아까울 정도로 알파3은 시체나 다름없는 상태였다.
아무런 발악도 못 하고,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는 알파3이지만, 그조차도 처리하기 버거웠다.
좀비화를 사용하지 않은 상태에선 내 주먹도 알파3에게 피해를 입히지 못했다.
결국 스킬 급가속을 쿨타임마다 돌리며 일격 효과를 이용해 금이 간 두개골을 연달아 타격했다.
스킬 급가속의 재사용 대기시간은 10분.
1시간이 넘도록 쿨타임을 돌리며 두드린 끝에, 두개골을 깨뜨릴 수 있었다.
깨진 두개골을 보고, 뒤에 있는 전완수에게 카타나를 달라고 했다.
로그나이트로 만든 카타나를 손에 쥐고, 있는 힘껏 알파3의 머리에 꽂아 넣었다.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카운트 2000점이 주어집니다.
순간, 눈앞으로 떠오른 좀비 카운트를 보고 벌어지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고생한 보람이 있다고 해야 좋을까?
알파2는 좀비 카운트 100점을 주는데, 알파3은 2000점짜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