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92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192화
알파1이 달려온 길은 헨젤과 그레텔이 뿌려둔 빵가루처럼 흔적이 남아 있었다.
발자국뿐만 아니라, 붉은 핏물이 바닥에 뿌려져 있었다.
난 승합차로 돌아가 이정우에게 얘기했다.
“생존자 흔적 찾았습니다.”
“살아 있을 확률은?”
이정우의 물음에 고개를 저었다.
옆에 있던 최현은 카타나를 손에 쥐며 얘기했다.
“시체라도 확인하자. 혹시 모르잖아.”
“……그래.”
승합차를 타고 바닥의 흔적을 따라가는 건 어렵기에, 도보로 이동했다.
설여원과 내가 선두에 서고, 이정우와 최현이 후방을 담당했다.
핏물을 따라 얼마나 이동했을까.
건물의 외벽을 따라 길게 늘어진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붉은색 페인트를 위에서 쏟은 것처럼, 건물의 측면이 전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식량 조탈팀은 3명씩 움직였다고 들었는데, 도저히 사람 셋이 흘릴 수 있는 양이 아니었다.
“냄새가 지독한데.”
설여원은 콧잔등을 찌푸리며 건물의 옥상을 응시했다.
내가 맡은 피 냄새의 정체가 이거였나?
설여원은 건물의 입구를 확인하더니, 따라오라는 손짓을 보였다.
우린 옥상이 있는 10층까지 쉬지 않고 올랐다.
계단에도 퀴퀴한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시체 썩은 내와 온갖 오물이 뒤섞인 악취.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옥상에 다다르자, 찌그러진 경첩이 눈에 들어왔다.
보아하니 다수의 생존자가 이 건물을 은거지로 사용했던 모양이다.
쉘터가 무너지고 생존자들이 뿔뿔이 흩어졌다더니, 이곳에 자리 잡은 생존자들은 좋지 못한 결말을 맞이한 모양이다.
덜렁거리는 옥상 철문을 부수고 들어가자, 눈앞으로 지옥의 일부가 펼쳐졌다.
내가 지옥문을 열고 들어왔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수십, 수백 구의 시체가 썩어가고 있었다.
전부 머리가 잘려 있고, 사지 멀쩡한 시신이 없었다.
일부는 좀비의 시신이었고, 또 일부는 변이되지 않은 인간의 시신이었다.
먹이 창고였나?
지옥을 목도한 일행은 숨죽인 채 마른침을 삼켰다.
다들 넋이 나간 표정으로 옥상에 즐비한 시체를 살폈다.
그러다 문득, 시체 더미의 위로 아직 부패하지 않은 시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팔과 머리가 잘려 나간 시신.
조금 전 알파 변종이 물고 있던 오른팔과 똑같은 상의를 입고 있었다.
그 옆으로 찢어진 에코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시체 더미 위에 쏟아진 식량들.
설여원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지, 시선을 외면하며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정우는 착잡한 표정을 짓더니, 내 어깨에 손을 얹으며 얘기했다.
“돌아가자.”
“…….”
마음이 좋지 않았다.
시체 더미를 봐서?
그토록 찾아다니던 생존자들이 이미 사망한 상태라서?
그런 단순한 감정이 아니었다.
에코백을 들고 있는 시신은…… 죽은 지 24시간도 안 된 것 같았다.
구미 생존자들을 만났을 때, 갈등하지 않고 식량 조달팀부터 찾아 나섰다면…… 이들은 살아남았을지도 모른다.
두 눈을 질끈 감고 입술을 깨물자, 뒤에서 내 팔을 잡는 손길이 느껴졌다.
최현이었다.
그는 아무런 말도 없이 내 눈을 쳐다봤다.
최현의 눈빛에 수많은 감정이 담겨있었다.
죄책감 느끼지 말라고, 넌 최선을 다했다고.
그렇게 말해주는 것 같았다.
난 폐부에 들어찬 탁한 숨을 내쉬며 얘기했다.
“상모동으로 가죠.”
* * *
돌아가는 길에 죽은 변종의 뇌를 확실하게 으깨버리고, 찢어진 에코백을 주머니에 챙겼다.
망설임의 결과가 어떠한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이야 구미 생존자들이 희생됐지만, 만약 건물 옥상에 있는 시신이 결인들이었다면…… 난 온전한 정신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다.
추후 또다시 망설이는 순간이 온다면, 오늘을 상기시키기 위해 찢어진 에코백을 챙겼다.
승합차에 올라 상모동으로 향하는 동안, 우린 아무런 대화도 하지 않았다.
다들 생각이 많아진 것으로 보였다.
최현은 멍하니 창밖을 응시하더니, 혼잣말을 읊조렸다.
“아무래도 진화한 거 같은데…….”
“뭐가.”
최현을 쳐다보며 묻자, 그는 구레나룻을 긁적이며 얘기했다.
“알파1 말이야. 원래 학습능력이 있는 건 알았지만…… 예전이랑 다르지 않아?”
“어떤 부분이?”
“방금 옥상에 있던 시체들. 그거 식량 모아둔 거 아니야?”
“…….”
“알파1이 식량도 비축한다는 설정은 없었잖아.”
더는 라스트아크의 설정을 믿을 수 없다.
에피소드를 이루는 큰 틀은 변하지 않았지만, 그 안의 세부적인 내용은 전부 바뀌었다고 생각해야 한다.
게임에서는 좀비든 생존자든, 시스템으로 찍어내면 그만.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좀비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생존자가 줄었다는 말이 된다.
또한 생존자가 없다는 건 좀비가 섭취할 식량이 사라졌다는 뜻.
이는 변종으로 하여금 굶주림을 느끼게 했을 것이고, 살아남기 위해 좀비를 섭취했을 것이다.
학습능력이 있으니, 눈앞의 식량을 전부 섭취해선 안 된다는 것도 깨달은 모양이다.
그러니 게임처럼 눈에 보이는 모든 먹잇감을 섭취하지 않고, 조금 전 옥상에서 본 것처럼 시체를 쌓아두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들려주자, 최현은 한숨을 내쉬며 얘기했다.
“지랄 맞은 세상이다.”
최현의 푸념에 반박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조수석에 있던 이정우는 우측을 살피더니, 설여원을 쳐다보며 물었다.
“여원아 잠깐만, 옆에 아파트 있지 않았어?”
“네? 아, 네 맞아요.”
“아파트 이름 뭐였어?”
“제대로 못 봤는데 보, 뭐라고 쓰여있었던 거 같아요.”
“멈춰. 우회전 말고 직진해야 돼.”
정진영의 말에 설여원은 속도를 줄이며 물었다.
“직진이요? 여기서 직진하면 순천향병원이에요. 상모동은 안 가요?”
“아니, 직진하면 홈플 있거든. 올 때는 형곡동만 생각하느라 못 봤는데, 홈플이 식량 조달팀 베이스캠프로 쓰인다고 적혀 있네.”
“베이스캠프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자, 이정우는 지도를 살피며 얘기했다.
“인동을 제외한 형곡동, 상모동, 원평동은 홈플을 기준으로 길이 나뉘거든. 그래서 홈플을 중간지점으로 잡았나 봐.”
난 이정우가 들고 있는 지도를 살폈다.
형곡동과 순천향병원의 사이에 홈플이 있었다.
홈플을 기준으로 서쪽이 형곡동, 북서쪽이 원평동, 남쪽이 상모동이었다.
이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형, 상모동 가기 전에 사곡동이 있다고 적혀 있는데, 저기도 마트 있어요?”
“거긴 술집이 많아서 대형마트는 많지 않아. 식량이 남았다고 표시된 마트도 하나뿐이고.”
이정우는 마른침을 삼키며 말을 이었다.
“아무튼, 어젯밤에 영화관을 공격한 변종 숫자만 봐도, 조달팀이 홈플에 갇혀서 못 나왔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상모동에 있던 식량 조달팀이 영화관까지 돌아오지 못하고 홈플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그렇지.”
하긴, 홈플 정도면 알파2의 지원요청을 들은 변종들이 충분히 달려올 수 있는 거리였다.
운전대를 잡고 있던 설여원은 정면을 주시하며 얘기했다.
“그럼 홈플부터 갈게요.”
* * *
홈플은 사거리 앞에 있었다.
대로변에 차량을 정차하고, 곧장 정문으로 들어갔다.
실내로 습한 안개가 들어찬 상태였고, 별다른 악취는 느껴지지 않았다.
최근까지 관리가 되고 있었다는 걸 냄새만 맡아도 알 수 있었다.
설여원은 계단부터 확인하더니,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정우 오빠, 베이스캠프로 사용된 게 몇 층이에요?”
“지도엔 4층으로 나와 있어.”
건물의 규모가 꽤 크다.
전부 확인하는 건 무리라서, 베이스캠프로 사용되는 4층만 확인하기로 했다.
4층으로 올라 실내를 살피자, 저 멀리 커다란 텐트가 듬성듬성 놓여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텐트 앞에는 엎어진 냄비와 굳어버린 라면 국물, 수저 등이 정리되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최현은 라면 국물을 손가락을 슥, 훑으며 얘기했다.
“완전히 굳었어. 최소 나흘은 지난 거 같다.”
나흘 전에 이곳을 떠났다면 어디로 간 걸까.
난 가만히 턱을 매만지며 생존자 입장에서 생각했다.
그들에게 가장 익숙한 장소.
엄폐하기 좋은 장소.
따라붙은 변종으로부터 영화관에 있는 일행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장소.
‘돌아간 거야.’
변종이 따라붙은 걸 확인하고 라면도 먹지 않은 채 황급히 이곳을 떠난 것이다.
영화관으로 돌아가면 아이들까지 위험하기에, 다시 상모동으로 유인했을 가능성이 높다.
난 자리에서 일어나 이정우를 쳐다보며 얘기했다.
“형, 남쪽으로 가면 사곡동이 있다고 했죠?”
“어, 사곡동이 나오고, 더 내려가면 상모동이야.”
“상모동으로 돌아간 거 같아요.”
“여기까지 왔는데 다시 돌아갔다고?”
다들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기에, 내가 생각한 가설을 들려주었다.
그러자 일행은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 숙였다.
최현은 앞머리를 쓸어넘기며 한숨을 내쉬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본인은 죽더라도, 영화관에 있는 애들은 살리겠다는 건가?”
“그렇지.”
“……꼭 착한 사람들은 먼저 죽어.”
최현의 말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난 훅, 하고 숨을 뱉으며 얘기했다.
“이동한 흔적이나 단서부터 찾아보죠.”
텐트부터 샅샅이 살폈다.
총 3개의 텐트가 설치된 상태였고, 그 안에는 최근까지 사람이 살았다는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그러다 문득, 텐트의 구석에 놓인 3개의 에코백이 눈에 들어왔다.
그 속에는 식량이 가득 들어 있었다.
에코백에 들어 있는 식량을 보고, 괜스레 마음이 아려왔다.
귀가가 늦어지면 영화관에 있는 생존자들이 홈플을 찾아올지도 모르니, 그들을 위해 에코백을 두고 대피한 것으로 보였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사람이 이토록 이타적일 수 있을까?
“찾았다!”
그 순간, 밖에서 설여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텐트 밖으로 나가자, 찢어진 종이를 들고 있는 설여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종이에는 다급히 휘갈긴 글자가 적혀 있었다.
-우리 소희, 잘 부탁해. 붉은색 텐트에 식량.
휘갈긴 글자에서 그들의 다급함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소희?
어제 이정우의 어머니에게 안겨 서글프게 울던 아이의 이름이 소희 아니었나?
엄마 아빠 언제 오느냐고 물으며 울먹이던 여아.
최현은 종이에 적힌 글자를 보고 눈살을 찌푸리더니, 한숨을 내쉬며 얘기했다.
“여기도 애 딸린 집인가 보네.”
띠링-!
그 순간, 익숙한 기계음이 들려왔다.
-퀘스트가 생성됩니다.
[희생: 난이도 B+]-스스로 미끼가 되어 가족을 지키려는 조달팀. 그들을 찾아 구출하세요.
-클리어 보상: 체력 회복제.
*체력 회복제: 마시는 순간 체력이 전부 회복됩니다.
-클리어 조건: 돌아오지 않은 마지막 식량 조달팀을 찾아야 합니다.
-제한 시간: 5시간.
5시간 이내에 실종된 조달팀을 찾으라는 퀘스트.
일행을 쳐다보자, 다들 똑같은 퀘스트가 생성된 것으로 보였다.
이정우는 곧장 무전기부터 들었다.
“진영아, 들려?”
치지직- 치직.
-얘기해.
“지금 퀘스트 공유할 테니까 받아.”
-퀘스트? 알았어.
이정우는 영화관에 있는 일행에게 퀘스트부터 공유하고, 내 얼굴을 쳐다보며 물었다.
“사곡동이나 상모동에 조달팀이 있다는 거지?”
“어디까지나 제 생각이에요.”
“제한 시간이 많이 없으니 재형이 말대로 하자. 반대하는 사람 없지?”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재 시각은 오전 11시 40분.
앞으로 5시간 이내에 상모동 식량 조달팀을 찾아야 한다.
* * *
승합차로 돌아가 곧장 사곡동으로 향했다.
남쪽으로 이동하며 창밖을 살폈다.
좌측은 산업단지고, 우측이 주거지역인 것으로 보였다.
설여원은 이정우의 브리핑에 따라 열심히 핸들을 돌렸다.
6차선 대로는 금세 2차선으로 줄어들고, 구불구불한 길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순간, 설여원은 브레이크를 밟으며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서 좌회전.”
이정우가 얘기하자, 설여원은 핸들을 틀지 않고 직진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니 좌회전이라니까? 직진 말고.”
“잠시만요.”
설여원은 바로 앞에 있는 횟집의 주차장에 차량을 정차하더니, 카타나를 손에 쥐며 얘기했다.
“여기서부터 걸어가죠.”
“아직 절반도 안 왔는데 갑자기 무…….”
“변종 있어요.”
설여원이 이정우의 말을 자르며 얘기하자, 그는 보호대의 내구도를 확인하며 차량에서 내렸다.
최현과 나, 설여원도 이정우를 따라 황급히 하차했다.
설여원은 발소리를 죽인 채 선두에 서더니, 벽면에 몸을 기대며 조심스레 변종의 위치를 살폈다.
“300m 거리.”
“몇 마리야.”
건틀릿을 착용하며 묻자, 설여원은 두 눈을 가늘게 뜨며 얘기했다.
“보이는 건 한 마리. 그런데 좀…… 이상해.”
“왜.”
“이쪽 쳐다보고 있어.”
평범한 좀비의 시계는 30m가 한계.
반면에 변종은 50m 이상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300m나 떨어진 이곳을 쳐다보고 있다면…… 우리의 인기척을 느낀 건가?
아니면 자동차의 엔진소리 때문에?
그럴 리가. 시각에 비해 후각과 청각이 발달한 건 사실이지만, 300m 이상 떨어진 거리의 소리는 듣지 못한다.
공명 좀비의 공명, 혹은 알파2의 지원 요청처럼 특유의 울음소리가 아닌 이상 인지하지 못할 텐데?
그러자 뒤에 있던 최현이 입을 열었다.
“거봐, 변종도 성장하는 것 같다니까.”
식량을 쌓아두는 것도 그렇고, 300m나 떨어진 거리의 인기척을 파악하는 것도 그렇고, 예전의 알파 변종과 확연히 다르다.
근력과 골밀도, 표피는 차이가 없지만, 변종의 반사신경과 감각이 발달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