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94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194화
치료가 진행되는 동안, 난 눈앞의 홀로그램을 확인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희생: 난이도 B+(Clear)]-체력 회복제가 지급됩니다.
*체력 회복제: 마시는 순간 체력이 전부 회복됩니다.
손바닥 위로 생성되는 노란색 유리병을 보고, 조용히 가방에 넣었다.
라스트아크에는 다른 RPG 게임처럼 HP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체력 회복제는…… 폐활량의 회복을 뜻할 것이다.
물량전에선 체력만큼 중요한 게 없기에, 나중을 위해 아껴두는 게 좋겠다.
뒤이어 치료가 끝나자, 바닥에 누워 있던 남자는 얼빠진 표정으로 본인의 다리를 쳐다봤다.
“이, 이게 무슨…… 이게 어떻게…….”
남자는 두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안방 입구에 있던 형수와 동생도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남자의 곁으로 다가왔다.
뒤이어 이정우와 내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며 물었다.
“다, 당신들 정체가 뭡니까.”
당혹감이 묻어나는 표정.
부정적인 기운이 아니었다.
구세주를 만난 듯한 눈빛이었다.
이정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내 얼굴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거실에서 쉬고 있어. 내가 설명하고 나갈 테니.”
* * *
거실에 앉아 얼마나 기다렸을까.
방문을 열고 이정우와 식량 조달팀이 나왔다.
식량 조달팀은 설여원과 나, 최현을 보고 대뜸 고개 숙이는 모습을 보였다.
얼떨결에 나도 같이 고개 숙였다.
얘기가 잘 된 모양이다.
뒤이어 형수라 불린 여자는 내 앞으로 다가와 덥석 손을 잡더니, 마른침을 삼키며 물었다.
“저희 딸 소희는, 소희는 잘 있어요? 다들 무사한 거예요?”
“네, 혁수네 엄마 아빠만 왔다고 어젯밤에 엄청 울었어요.”
“아아…….”
여자가 울먹이는 모습을 보이자, 완치된 남자가 다가와 그녀를 위로했다.
현재 시각은 오후 1시.
더 늦기 전에 출발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출발해야 해가 떨어지기 전에 윤혜리의 본가에 도착할 수 있다.
또한 포항에 도착해서도 진지를 구축할 시간이 필요했다.
난 거실에 모인 사람들에게 얘기했다.
“이동하죠.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우린 식량 조달팀을 데리고 승합차로 향했다.
* * *
모든 식량을 챙겨서 영화관에 도착하자, 입구로 마중 나온 생존자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정우가 무전기로 얘기한 상태라서, 다들 우리가 도착하기만을 목 빠지게 기다린 모양이다.
“엄마아…… 엄마아!”
“소희야!”
승합차에서 식량 조달팀이 내리자, 생존자들 사이에 있던 여아가 울먹이며 달려왔다.
양팔을 활짝 펴고, 종종걸음으로 달려오는 모습에 괜스레 코끝이 시큰해졌다.
한 차례 코를 풀자, 최현은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최현을 쳐다보자, 그는 엷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고생한 보람이 있다.
반면에 이정우는 손목시계를 확인하더니, 모든 사람에게 얘기했다.
“여러분! 어제 얘기한 대로 질서정연하게 탑승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수색을 나가 있는 동안 결인들과 생존자들은 이동준비를 마쳤다.
그들은 이정우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차량에 탑승했다.
이정우의 어머니는 그런 아들이 대견한지, 말없이 이정우의 등을 토닥였다.
보는 내가 더 흐뭇하다.
내가 살아 돌아가면…… 우리 엄마 아빠도 저렇게 반겨주려나?
아련한 눈으로 모자 관계를 바라보자, 옆에 있던 설여원이 얘기했다.
“다들 무사하실 거야.”
“…….”
“우리 부모님도, 너희 부모님도.”
“……그래.”
싱겁게 웃으며 설여원과 함께 차량으로 향했다.
부모님이 무사하기를, 진심을 담아 바랐다.
* * *
구미IC를 타고 곧장 포항으로 이동했다.
고속도로에서 바라본 세상은…… 어딘지 모르게 낯설고, 또 한편으로는 아늑했다.
어렸을 적, 처음 기차여행을 하던 순간과 비슷한 기분이었다.
두려움과 설렘이 공존하는 기분.
지금의 떨림을 가슴에 묻고, 두 눈을 지그시 감은 채 달리는 버스에 몸을 맡겼다.
꾹, 꾹.
여유로운 감상에 잠겨있는데, 옆에서 팔뚝을 간질이는 손길이 느껴졌다.
눈을 뜨고 고개를 돌리자, 한 소녀가 내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다.
소희였다.
“아저씨.”
“어, 소희야.”
“이거…….”
소희는 양손에 꼭 쥐고 있던 무언가를 내게 건네주었다.
사과 모양의 자그마한 구슬이었다.
이게 뭐냐고 묻자, 소희는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이거 내가 아끼는 건데요, 이거 아저씨 줄게요.”
“응? 왜?”
“아저씨가 우리 엄마랑 아빠랑 삼촌 데리고 왔으니까, 이제 이거 없어도 돼요.”
소희가 건네주는 사과 모양의 구슬을 받아들고, 멍하니 구슬을 쳐다봤다.
손때가 묻은 것으로 보아 상당히 아끼는 물건 같은데…….
난 소희를 쳐다보며 물었다.
“이거 정말 아저씨가 가져도 돼?”
“응! 엄마랑 아빠가 그랬는데요, 그거 소원을 들어주는 구슬이라고 했어요.”
“소원?”
소희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간절하게 기도하면 딱 하나 들어준다고 그랬어요. 그런데 진짜 들어줬어.”
“…….”
“난 이제 그거 없어도 되니까 아저씨 줄게요. 아저씨도 소원 있으면 그거 꼭 쥐고 기도하면 돼요.”
소희의 소원이 무엇인지, 굳이 묻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뒷좌석을 쳐다보자, 엷은 미소를 짓고 있는 소희의 부모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
흐뭇한 마음에 소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얘기했다.
“고마워, 잘 쓸게.”
“나쁜 소원은 안 들어준다고 했으니까 꼭 착한 소원 빌어야 돼요!”
소희는 배시시 웃으며 부모님의 곁으로 달려갔다.
소희의 부모님은 민망한 표정을 짓더니, 내 얼굴을 쳐다보며 가볍게 목례했다.
덩달아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소희가 건네준 사과 모양의 구슬을 쳐다봤다.
소원이라…….
난 구슬을 쥐고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모든 일이 잘되게 해달라는 허황된 소원은 빌고 싶지 않았다.
다만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 포기하지 않고 버틸 힘을.
고통스러운 순간에 기꺼이 감내할 힘을.
즐거운 순간에 마음껏 웃을 여유를 달라고 기도했다.
누군가는 내 기도를 들으며 비웃을지도 모르지만, 난 진심을 담아 기도했다.
* * *
휴게소에 들러 주유를 마치고, 눈에 보이는 식량을 전부 챙겼다.
그렇게 3시간을 이동한 끝에, 핸들을 쥐고 있던 전완수가 입을 열었다.
“보인다, 포항 톨게이트.”
전완수의 말에 무전기를 들고 일행에게 물었다.
“전방에 포항 톨게이트 보입니다. 곧장 포항IC로 나가면 돼요?”
치지직- 치직.
-아니야, 포항IC로 나가면 안 돼.
기다렸다는 듯이 들려오는 정진영의 목소리.
이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럼 어디로 나가요?”
-톨게이트 지나면 학전IC라고 있어. 거기로 나가야 돼.
“길이 많이 달라요?”
-포항IC로 나가면 대이동이랑 양학동이야. 학전IC로 나가야 용흥동으로 바로 간다.
용흥동이 윤혜리의 본가라고 했던가?
그래, 길은 현지인의 의견에 따르는 게 맞지.
전완수를 쳐다보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학전IC 방향으로 핸들을 틀었다.
IC를 빠져나와 교차로에 진입하자, 다시금 정진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서 좌회전.
“그 뒤에는요?”
-계속 직진해. 그럼 용흥동이야.
전완수는 정진영이 말대로 핸들을 틀었다.
난 버스의 정면부를 살피며 두 눈을 가늘게 떴다.
주유소들이 줄지어 있는 것 같은데…… 맞나?
안개 때문에 시야가 불분명하기에, 전완수를 쳐다보며 물었다.
“주변에 뭐 없어?”
“주유소랑 산밖에 안 보여.”
좀비가 없는 것 같은데…….
설마 여기도 변종의 소굴인가?
“어?”
그 순간, 전완수의 목소리에 마른침을 삼키며 물었다.
“변종이야?”
“아니, 길이 막혀서.”
아이 씨, 깜짝이야.
전완수는 속도를 줄이며 정면을 유심히 살피더니, 차내의 사람들에게 얘기했다.
“다들 꽉 잡아요! 뚫고 들어갑니다!”
난 옆에 있는 기둥을 잡고 정면을 응시했다.
부우웅- 부우우웅!
전완수는 빠르게 기어를 변속하며 속도를 높였다.
뒤이어 불규칙적으로 정차된 차량들이 눈에 들어왔다.
난 양손으로 기둥을 잡으며 충격에 대비했다.
쾅!! 콰곽! 텅! 콰광!
삼각뿔로 정차된 차량을 밀어내자, 우레와 같은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폭풍우를 만난 범선처럼, 버스는 세차게 출렁였다.
어른들은 양손으로 아이들을 품에 안고, 아이들은 두 귀를 막으며 신음을 뱉었다.
4분 가까이 이어진 요란한 천둥이 가시고, 전완수는 속도를 줄이며 얘기했다.
“다들 긴장 풀어도 됩니다.”
나도 전신에 들어간 힘을 풀며 뻐근한 목을 돌렸다.
지나치게 힘을 주고 있었는지, 어깨에 담이 걸린 것 같았다.
전완수는 뭐가 그리도 좋은지, 혼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역시 내가 만든 차야.”
본인의 결과물이 흡족한 모양이다.
그 뒤로는 정차된 차량이 없는지, 휑한 도로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4차선 도로를 따라 한참을 나아가자, 곧 무전기 너머로 정진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재형아, 완수한테 아파트 보이면 멈추라고 얘기 좀 해줘.
정진영의 목소리를 듣고 전완수를 쳐다보자, 그는 속도를 줄이며 무전기를 달라고 했다.
전완수에게 건네주자, 그는 좌측을 살피며 얘기했다.
“진영이 형, 왼쪽에 있는 아파트 말하는 거예요?”
-어 맞아. 보여?
“저 멀리 보입니다. 대략 400m 정…….”
전완수는 무언가를 발견하고 두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엔진브레이크를 걸며 황급히 속도를 줄였다.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미간을 찌푸리며 전완수를 쳐다보자, 그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
“재형아, 200m 앞에 좀비들.”
“몇 마리.”
“더럽게 많은데? 눈에 보이는 것만 500마리는 넘을 것 같다.”
예전이었다면 당연히 문제가 되는 상황이지만, 지금은 아니다.
오히려 좀비가 있다는 건 희소식이었다.
변종이 없다는 증거니까.
난 무전기를 들고 얘기했다.
“전방 200m 앞에 다수의 좀비 출현이요. 내려서 처리하고 갈게요.”
-내려서 처리한다고? 좀비카로 밀어 그냥.
“기회 될 때 좀비 카운트 확보해야 돼요. 나중에 알파3 또 만나면 어쩌려고요.”
무전기 너머로 정진영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대신 이정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재형이 말대로 하자. 나중을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코인 모아야 돼.
-그건 나도 인정하는데, 굳이 내려서 처리할 필요가 있느냐는 거지.
정진영의 반박에 내가 설명하려는 찰나, 이정우의 목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재형이는 우리랑 다르잖아. 좀비 카운트를 빨리 높이려면 본인이 직접 처리해야 돼.
-그럼 뭐 어떻게 하겠다고. 앞에 있는 좀비들 재형이 혼자 처리한다는 거야?
정진영의 물음에 옆에 있던 전완수는 멍하니 내 얼굴을 쳐다봤다.
다들 내 대답을 기다리는 것 같아서, 난 심호흡과 함께 얘기했다.
“제가 처리합니다. 만약 버겁다 싶으면 지원 요청할게요.”
-재형아, 이거 게임 아니다. 현실이야. 사냥터 나가서 레벨업하는 게 아니라고.
정진영의 걱정 어린 목소리에, 난 싱겁게 웃으며 대답했다.
“예전엔 그랬죠. 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
“위험하다고 피해 다니면 나중에 알파3, 그리고 알파4 등장했을 때 못 버텨요.”
-그건 그렇지만…….
“믿어줘요.”
-……알았다.
알파3을 광란 없이 수월하게 잡으려면 최소한 한계 돌파를 3번은 더 해야 한다.
나태하게 있을 시간이 없다.
난 옆에 있는 전완수를 쳐다보며 얘기했다.
“여기서 기다려. 처리하고 올게.”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지원 간다. 긴장 풀지 마.”
“알았어.”
건틀릿을 착용하고, 버스에서 내려 안개 속을 나아갔다.
크르르르르…….
카각…… 카학!
멀찍이서 들리는 좀비들의 음성.
목젖을 가는 좀비들의 울음소리가, 내겐 반가운 인사말처럼 느껴졌다.
구미와 달리 안전하다는 기분마저 들었다.
변종과 대장 좀비가 없다면, 좀비화를 사용할 일도 없다.
길거리의 좀비들은…… 내게 포인트일 뿐이다.
슬슬 노을이 지고 있으니, 다들 기다리기 전에 끝내야지.
속전속결로 끝내야겠다.
“가속.”
쾅!
지면을 박차며 튀어 나가자, 눈 깜박할 새에 좀비들의 인영이 눈에 들어왔다.
망설일 필요 없이, 바로 앞에 보이는 좀비의 안면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펑!!
머리가 폭죽처럼 터지고, 사방으로 핏물을 흩뿌려졌다.
한 박자 늦게 인기척을 확인한 좀비들이 일제히 이곳을 돌아보며 포효를 내질렀다.
크어어어어어!!
두렵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긴장하는 대신, 가드를 올리고 좀비들의 두개골을 깨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