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95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195화
버스의 운전석에 있던 전완수는 핸들에 턱을 괴고 박재형의 싸움을 지켜봤다.
그의 표정에서 긴장감은 엿보이지 않았다.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하품까지 하고 있었다.
그러자 뒤에 있던 사람들이 다가와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재형이 혼자 보내도 괜찮은 거야?”
방현우와 이규리의 물음에, 전완수는 머리를 긁적이며 얘기했다.
“저 앞에서 벌어지는 상황, 형님이랑 누님은 안 보이죠?”
“우린 안개 때문에 안 보이지.”
“안 보는 게 정신건강에 좋아요.”
전완수는 저런 광경을 보는 게 일상이기에, 이젠 무덤덤해진 모습을 보였다.
톡톡.
뒤이어 버스의 문 앞으로 결인들이 다가왔다.
전완수가 문을 열어주자, 다들 버스에 오르며 물었다.
“상황은 어때?”
이정우가 묻자, 전완수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쉬고 있으면 될 것 같아요.”
“재형이 혼자 감당할 수 있어?”
“지금 상황만 보면 좀비를 걱정하는 게 더 정상적일 것 같은데요?”
“…….”
이정우와 정진영인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자, 전완수는 홀로그램을 켜며 얘기했다.
“다들 코인 알림 꺼놨죠?”
“대장 좀비랑 변종 알림만 표시되도록 설정했지. 괜히 시야만 가리니까.”
“켜봐요.”
이정우는 전완수의 말대로 알림 설정을 변경했다.
-좀비를 처리했습니다. 0.1코인이 지급됩니다.
-좀비를 처리했습니다. 0.1코인이 지급됩니다.
-좀비를 처리했습니다. 0.1코인이 지급됩니다.
-좀비를 처리했습니다. 0.1코인이 지급됩니다.
-좀비를 처리했습니다. 0.1코인이 지급됩니다.
…….
…….
순식간에 쏟아지는 알람에 이정우는 움찔거리는 모습을 보이더니, 말없이 알람을 껐다.
무슨 알람이…… 1초에 6개씩 쏟아진다.
1초에 6번 주먹을 휘두르는 게 아니라, 6마리를 죽이고 있다.
언제나 걱정을 안고 살던 설여원도, 지금은 멍한 표정으로 박재형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와…….”
연신 감탄사를 터뜨리며 말이다.
이는 김희연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의 표정은 재미난 액션 영화라도 보듯, 한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
이에 전완수는 싱겁게 웃으며 얘기했다.
“저 녀석, 주먹으로 좀비 잡는 건 도가 텄어.”
“…….”
“우린 칼이나 쓰자. 난 도저히 저렇게 못 싸울 것 같다.”
그러자 버스의 뒷좌석에 있던 아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슈퍼맨! 삼촌은 슈퍼맨이야!”
그러자 구미에서 구출한 10세 미만의 아이들은 너도나도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진짜냐, 하늘도 날 수 있느냐, 손가락으로 사람도 들 수 있느냐 등, 여러 질문이 이어졌다.
슈퍼맨이라고 외친 아이는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더니 다 된다고, 전부 가능하다고 자신 있게 얘기했다.
산타 할아버지가 존재한다고, 본인이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고 얘기하는 것처럼, 아이는 더욱 부풀려서 박재형을 설명했다.
그러자 차내의 아이들은 탄성을 터뜨리며 설레는 표정을 지었다.
반면에 김희연은 마른침을 삼키더니,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혼잣말을 읊조렸다.
“저건…… 슈퍼맨보다 빌런 같은데…….”
김희연의 말에 설여원도 쓴웃음을 지으며 얘기했다.
“19세 미만 관람 불가 수준이지.”
선혈이 낭자하고 사지가 떨어져 나가는 현장.
잔인한 학살의 현장이나 다름없었다.
* * *
족히 500마리는 잡은 것 같은데, 좀비들은 계속해서 밀려들고 있었다.
보아하니 아파트 방면에서 계속 달려오는 것 같은데, 1000세대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라도 있는 건가?
난 우측으로 보이는 공사현장으로 뛰어 들어가며 무전기를 들었다.
“완수야, 들려?”
치지직- 치직.
-지원 갈까? 좀비들 계속 달려드는 거 같은데.
“아니 그게 아니고, 저 뒤에 있는 아파트. 혹시 대단지 아파트야?”
한동안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일행과 상의하는 것 같은데…….
뒤이어 전완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2700세대 아파트라는데?
2700세대 아파트라고?
장난해?
-아, 잠깐만 기다려봐.
전완수는 뜸을 들이더니, 다시금 입을 열었다.
-재형아. 거기 벌집인 거 같다.
“왜! 빨리 말해!”
-바로 앞에 있는 아파트가 500세대, 그 뒤에 있는 아파트가 2700세대, 오른쪽에 500세대, 그 옆에 1000세대 아파트래.
여기 뭐 하는 동네야?
대단지 아파트가 이렇게 다닥다닥 붙어 있다고?
주변에 빌라와 상가도 분포된 것 같은데, 아파트만 4700세대라는 말이 아닌가?
한 집에 두 명씩 산다고 가정하고, 전부 좀비로 변했다고 치면…… 9,400마리다.
그어어어어…… 어어어…….
쉴 새 없이 들리는 공명 좀비의 울음소리.
더 많은 좀비를 죽이기 위해 살려뒀는데, 이러다간 내가 먼저 지쳐 쓰러지게 생겼다.
방법을 바꿔야 한다.
이미 노을이 지는 시각.
용흥동에 평범한 좀비만 가득하다면…… 전력으로 이곳을 정리하고, 은신처를 만드는 옳다.
난 무전기를 들고 얘기했다.
“1시간 뒤에 데리러 와.”
-1시간? 야, 너 좀비화 쓰려고?
내가 생각한 가설을 들려주자, 오래 지나지 않아 전완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말대로 변종이나 대장 좀비가 없으면 좀비화 써도 상관은 없다만…… 그때까지 우린 손가락이나 빨아?
“나 좀비화 끝나면 쉴 거니까, 보초는 너희가 서.”
-그럼 우리야 땡큐지. 아참, 그리고 재형아.
“왜.”
-혜리네 집이 저 뒤에 2700세대 아파트래. 108동 702호.
어차피 정리해야 되네.
난 폐부에 들어찬 숨을 내쉬며 얘기했다.
“1시간 뒤에 보자.”
-지금이 5시 40분이니까…… 6시 40분에 아파트로 이동할게.
“알았어.”
무전을 마치고, 손에 들고 있던 무전기를 레그홀스터에 쑤셔 넣었다.
변종과 대장 좀비의 위협이 없다면, 좀비화를 써서 최대한 많은 좀비를 잡아야 한다.
크어어어어어!!
공사장으로 들어오는 좀비들을 보고, 두 주먹을 말아쥐며 읊조렸다.
“다이브.”
두근-
* * *
최현과 윤혜리, 박재우와 황덕록은 버스의 바닥에 앉아 아이들과 공기놀이를 하며 시시덕거렸다.
긴장한 사람은 구미의 생존자들과 실개천 너머의 생존자들뿐이었다.
이덕배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이정우에게 물었다.
“정우 학생, 정말 괜찮은 거 맞아?”
실개천 너머의 생존자들은 대명동 좀비들로부터 황금동 쉘터를 지킨 이력이 있었다.
다수의 좀비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기에, 불안한 마음을 쉬이 거두지 못했다.
반면에 이정우는 팔짱을 낀 채 태연하게 대답했다.
“지금의 재형이라면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1시간 내에 족히 1만의 좀비를 혼자 잡는 게 말이 돼?”
“…….”
“그걸 알면서도 이렇게 가만히 있는 게 영…… 마음이 불편해.”
“오히려 저희가 가면 재형이가 불편하게 생각할 거예요.”
이덕배가 한숨을 내쉬며 입맛을 다시자, 옆에 있던 최만석이 입을 열었다.
“거참, 학생들이 괜찮다잖아? 왜 나서서 걱정하고 그래?”
“가시방석 같으니까 그렇지.”
“편히 있으라는데 편히 못 있는 것도 병이야.”
두 사람이 옥신각신하자, 가만히 있던 천호진이 두 사람을 말렸다.
뒤이어 천호진은 쓴웃음을 지으며 이정우에게 물었다.
“저기…… 정우 형.”
“어, 왜.”
“그…… 저희 집도 확인하고 가는 거죠?”
“……?”
“저번에 얘기했는데…….”
뒤늦게 이정우의 머릿속으로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올랐다.
금호강 건너에서, 천호진은 포항이 고향이라고 얘기했다.
이를 기억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러자 차내에 있던 결인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천호진을 쳐다봤다.
이정우는 당황했는지, 헛기침과 함께 물었다.
“다, 당연하지. 집이 포항 어디라고 했지?”
“저 우창동이요.”
이정우가 정진영을 쳐다보자, 정진영은 말까지 더듬으며 얘기했다.
“어, 어어! 우창동! 두호동 가는 길에 우창동 지나가니까 전부 확인하고 가려고 했지. 그치?”
정진영이 모두를 쳐다보며 묻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천호진은 그제야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아, 감사합니다.”
언제나 수비팀에서 최선을 다하는 천호진.
이 씨 형제와 최만석에게 밀려 발언의 기회가 많지 않았다.
또한, 군말 없이 본인의 역할을 꿋꿋하게 해내기에, 그의 존재를 잊고 있었다.
열심히 하면 인정을 해줘야 하는데, 오히려 무심하게 변하는 아이러니.
지금껏 집에 간다는 희망으로 꿋꿋하게 버텼을 텐데…… 천호진을 챙기지 못했다는 사실에 이정우는 미안함을 느꼈다.
플레이어가 아니더라도, 부모님이 걱정되는 건 누구나 똑같을 텐데 말이다.
이정우는 천호진의 어깨를 토닥이며 얘기했다.
“미안하다. 사실…… 잊고 있었어.”
“아, 괜찮아요. 사실…… 다들 깜박한 것 같아서 얘기한 거예요.”
“꼭 확인하고 갈게. 네가 걱정하지 않도록.”
천호진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뒷좌석에서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와, 호진이 형이 얘기 안 했으면 그냥 지나갈 뻔한 거? 정우 형이 너무했네.”
10대 후반의 학생, 박성하였다.
뜬금없는 소리로 가끔 눈총을 사지만, 본인 역할은 충실히 하고 있었다.
그러자 박성하의 옆에 있던 최지혜와 전수연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박성하의 허벅지를 꼬집었다.
“우리 성하, 눈치 어디 버렸어?”
“팔아먹은 듯?”
최지혜와 전수연이 악력을 더하자, 박성하는 까르륵거리며 발악했다.
그 모습을 보고 박재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얘기했다.
“우리 성하 엄청 좋아하네. 더 꼬집어줘라. 좋아 죽게.”
“아 미안, 미안!”
꼭 보면…… 매를 버는 사람들이 있다.
박성하는 아프겠지만, 장난스러운 분위기에 주눅 들어 있던 사람들의 입가에 엷은 미소가 번졌다.
* * *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전완수는 손목시계를 살피며 혼잣말을 읊조렸다.
“앞으로…… 5분 정도 남은 거 같은데.”
“몇 시에 좀비화 썼지?”
“5시 40분, 지금 6시 35분이고.”
노릇노릇하던 하늘은 어느새 검푸른 빛으로 물들었다.
설여원은 뒤에 있는 일행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슬슬 재형이 찾으러 가야 할 거 같아요.”
“그러자, 다들 차로 돌아가.”
이정우의 말에 결인들은 버스에서 내려 각자의 차로 돌아갔다.
전완수가 시동을 걸고 비상등을 점멸하자, 뒤따르는 차량도 하나둘 비상등을 점멸했다.
“자, 그럼 대단지 아파트로 가볼…….”
전완수가 상향등을 켜는 순간, 바로 앞에 있는 인영에 그는 두 눈을 화등잔만 하게 떴다.
너무 놀라서 말문이 막힌 것으로 보였다.
버스 앞에 있는 인간은 온통 핏물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양손에선 핏물이 뚝뚝 떨어지고, 그가 걸어온 길은 온통 붉은빛이었다.
전완수는 상체를 부르르 떨더니, 마른침을 삼키며 창문을 열었다.
“재, 재형이?”
안구는 검게 물들어 있었고, 머리는 핏물을 뒤집어써서 미역처럼 축 늘어진 상태.
얼굴은 박재형이 분명한데, 겉모습만 보면 새로운 변종이나 다를 바 없었다.
전완수가 긴장한 표정으로 마른침을 삼키자, 곧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이 씨…… 갑자기 상향등 켜면 어떡해.”
박재형이었다.
그는 두 눈을 껌벅이며 고개를 저었다.
갑작스레 켜지는 상향등으로 인해, 덩달아 놀란 모양이다.
전완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무전기 고장 났어? 얘기라도 하고 오지.”
“저 앞에서부터 걸어왔는데 못 봤어?”
“시동 걸고 기어 바꾸느라 못 봤지.”
“타이밍도 참…….”
박재형이 버스에 탑승하려 하자, 전완수는 격하게 손사래 치며 얘기했다.
“어어 아니야. 안 돼, 너 타지 마.”
“뭐?”
“애들도 많은데, 지금 모습은 정서에 안 좋아.”
“…….”
박재형은 본인의 모습을 위아래로 살피더니, 입맛을 다시며 얘기했다.
“먼저 들어가. 108동 702호.”
“고생한 사람 나무라는 거 같아서 미안한데, 어디 가서 세수라고 하고 들어와.”
“알았으니 빨리 가.”
“저녁 준비하고 있을게.”
“알았다.”
버스가 먼저 아파트로 향하고, 그 뒤를 승합차와 중형차, 중형 트럭이 따라붙었다.
운전석에 있던 사람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박재형의 모습을 보고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화들짝 놀랐다.
박재형이 어서들 들어가라고 손짓하자, 가장 뒤에 있던 중형 트럭이 박재형의 앞에 정차했다.
김희연은 창문을 내리더니, 엄지로 뒤를 가리키며 얘기했다.
“오빠, 짐칸에 타요.”
“걸어가면 돼.”
“뭘 걸어가요. 좀비화 끝나면 기절할지도 모르는데.”
“무리 안 해서 괜찮아. 기절은 안 할 것 같아.”
“잔말 말고 빨리 타요.”
결국 김희연의 성화에 못 이겨, 박재형은 중형 트럭의 짐칸에 올라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