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96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196화
108동은 내부에 있는 좀비들까지 처리했기에, 다들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모두가 108동 702호로 들어가고, 난 맞은편에 있는 703호로 들어갔다.
좀비들을 정리하는 과정에, 유독 기억에 남는 화장실이 703호에 있었다.
집주인이 목욕을 좋아하는지, 화장실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우측에는 넓고 편안한 욕조가 있고, 좌측에는 샤워부스가 따로 설치되어 있었다.
간단한 샤워를 통해 좀비의 혈흔부터 닦아냈다.
“어흐…… 좋다.”
욕조에 누워 신체에 쌓인 피로를 풀었다.
느긋하게 목욕이나 하고 싶지만, 정리해야 할 게 남았다.
욕조에 누운 채 홀로그램을 열고, 플레이어 정보를 확인했다.
[플레이어 정보]-캐릭터 이름: 에덤 화이트
-능력: 강화
-한계 돌파 2단계
*한계를 돌파할 때마다 기존 모든 스탯이 1.3배 증가합니다.
*두 번째 한계 돌파에 필요한 포인트는 3000입니다.
-현재 처리한 좀비의 수: 14578/28000
-남은 포인트: 597
-스킬: 좀비화, 급가속 Lv5, 감지 Lv5, 하울링 Lv1, 광폭화 Lv2
-패시브 스킬: 재생, 광란
*좀비화의 능력치 반감 페널티 ‘과부하’가 사라집니다.
좀비 카운트가 14,578?
마지막에 확인했을 때보다 11,103이나 증가했다.
구미에서 식량 조달팀을 찾아다니며 처리한 변종의 카운트와, 용흥동에서 처리한 좀비의 합이 11,103.
이런 속도면…… 멀게만 느껴지던 한계 돌파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여전히 시간에 쫓기는 건 사실이지만, 여유를 가지고 사냥시간을 가지는 건 어떨까?
지금껏 살아남기 위해, 라스트아크를 클리어하기 위해, 잠시도 쉬지 않고 달려왔다.
나중을 위해서라도, 한동안 강해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지금처럼 변종과 대장 좀비의 위협이 없는 동네라면, 쿨타임마다 좀비화를 사용하며 포인트를 쌓는 게 이로울 것이다.
생각을 정리하고, 서둘러 몸에 묻은 좀비의 혈흔을 씻어냈다.
현재 계획을 일행에게 얘기하고, 그들의 의견을 들어봐야겠다.
빠르게 목욕을 마치고 나오자, 화장실 앞에는 갈아입을 옷이 놓여 있었다.
전완수가 두고 간 모양이다.
뽀송뽀송한 새 옷으로 갈아입고, 서둘러 702호로 향했다.
덜컥-
702호 현관을 열고 들어서자, 투명한 중문 너머로 일행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거실로 들어서자, 10세 미만의 아이들이 한걸음에 달려왔다.
“삼촌! 삼촌 하늘도 날 수 있어요?”
“아저씨 한 손으로도 사람 들 수 있어요?”
대체 무슨 얘기를 들었는지 몰라도, 아이들은 나를 슈퍼맨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멋쩍은 마음에 어른들을 쳐다보자, 황덕록의 어머니가 내 곁으로 다가오며 얘기했다.
“애들아, 슈퍼맨 삼촌 쉬어야 하니까 나중에 놀자.”
“슈퍼맨도 피곤해요?”
“당연하지? 슈퍼맨도 사람인데. 우리 안방에 있는 장군이랑 놀까?”
“장군이? 네!”
황덕록의 어머니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내 팔을 토닥여주었다.
이에 가볍게 목례하자, 황덕록의 어머니는 아이들을 데리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어머님 덕에 편히 앉아서 쉴 수 있게 되었다.
뒤이어 코끝을 간질이는 구수한 냄새에 부엌을 쳐다보자, 모두가 양팔을 걷어붙이고 솜씨를 발휘하고 있었다.
이덕배가 부엌에서 알짱거리자, 이민정은 그의 등을 때리며 거실에 있으라고 나무랐다.
이덕배는 얼얼한 등을 만지작거리며 툴툴거렸다.
그 모습이 재밌는지, 최만석과 이현배는 더 때리라며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김서연과 이신혜는 콩나물을 다듬고, 윤혜리와 김희연도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채소를 손질했다.
한슬기는 등에 아기를 업은 채 전완수와 설여원에게 국 끓이는 법을 가르치고 있었다.
천호진은 안방으로 들어가 레크리에이션 강사처럼 아이들을 조련했다.
조련이라 표현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천호진은 신기에 가까운 실력으로 아이들을 다루고 있었다.
10명이 넘는 아이들이 천호진만 나타나면 까르륵거리며 좋아했다.
박성하, 최지혜, 전수연, 이예정은 천호진을 따라 아이들과 놀아주었다.
어디를 도와야 할까.
옷소매를 걷어붙이고 부엌으로 이동하자, 이정우가 손사래 치며 얘기했다.
“재형이 넌 쉬고 있어.”
“아니요, 저도 도울게요.”
“어허, 앉아 있어.”
이정우가 단호하게 얘기하자, 부엌에 있던 모든 사람이 너도나도 호들갑을 떨며 얘기했다.
쉬어라, 앉아라, 자고 있어도 된다, 먹고 싶은 거 없냐 등.
다들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고 하기에, 난 목덜미를 문지르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낯설면서도 그리운 분위기.
명절에, 큰집에 모인 대가족의 풍경이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람들이지만,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우린 가족이나 다름없었다.
* * *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저녁 식사를 마치고, 빈 그릇을 싱크대로 옮기며 윤혜리에게 물었다.
“혜리야, 퀘스트 어떻게 됐어?”
“완료 메시지는 안 떴어요. 대신 이거.”
윤혜리는 주머니에 넣어둔 꼬깃꼬깃한 포스트잇을 보여주었다.
-딸, 만약 집에 오면 여기로 와.
그 밑으로 주소가 적혀 있었다.
여기가 어디냐고 묻자, 윤혜리는 기대 어린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
“영일대 해수욕장이요.”
“해수욕장이 대피소라고?”
“저도 모르죠. 하지만 포항 생존자들이 부산으로 이동했다고 했잖아요? 그럼 영일대 해수욕장에서 부산으로 이동한 거 아닐까요?”
배를 타고 갔다고?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그럴 거면 항구에 쉘터를 만들고 이동하지 않았을까?
영일대 해수욕장의 남쪽에 항구가 있으니 말이다.
굳이 해수욕장에 있을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의구심이 드는 건 사실이지만, 한껏 들뜬 윤혜리를 보고 있으니…… 솔직한 심정을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었다.
윤혜리에게 필요한 건 진실이 아니라, 희망이니까.
곧 빈 그릇을 옮기던 정진영이 다가왔다.
그는 포스트잇에 적힌 주소를 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거기 영일대 해수욕장 아니야?”
“네 맞아요.”
정진영의 표정에도 들뜬 기색이 역력했다.
난 정진영을 쳐다보며 물었다.
“형, 여기서 영일대 해수욕장까지 멀어요?”
“꽤 멀지. 가는 길에 도심을 가로지르니 좀비들도 많을 거고.”
천호진의 본가와 정진영의 본가도 들러야 한다.
무작정 이동하는 것보다, 차라리 여기를 쉘터로 만들고 주변 안전을 확보하며 수색대를 꾸리는 게 좋을 것 같다.
난 거실에 있는 이정우와 일행을 불렀다.
그들에게 내 생각을 들려주자, 다들 대답을 망설였다.
뒤이어 가만히 있던 박재우가 입을 열었다.
“저는 재형이 의견에 동의합니다. 어차피 태양광 패널도 설치해야 하고, 프린트도 가동하려면 여길 쉘터로 만드는 게 좋아요.”
“나도 동감이야. 도심 상황도 모르는데 여기 있는 사람들 전부 데리고 이동하는 건 위험해.”
정진영도 수긍하는 모습을 보이자, 이정우는 앞머리를 쓸어넘기며 얘기했다.
“내가 이 동네 지리는 잘 모르지만, 오면서 보니까 주변에 산이 많은 거 같은데, 맞아?”
“어, 서쪽에 보이는 게 전부 양학산이야. 산자락이 북쪽까지 감싸는 형태라서 동쪽이랑 남동쪽만 조심하면 돼.”
정진영이 용흥동의 형태를 알려주자, 다들 내 의견에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구미에서의 경험이 좋은 발판이 되었다.
우리가 영화관에 도착한 뒤에 알파 변종의 공격이 있어서 다행이지, 만약 순천향병원에 있을 때 다수의 변종이 들이닥쳤다면…… 분명 수비팀에 구멍이 생겼을 것이다.
다 같이 이동하는 건 아직 무리가 있으니, 수색팀을 꾸려서 각 목표지점을 확인하는 식으로 진행하는 게 안전하다.
뒤이어 전완수가 입을 열었다.
“차는 두 대로 움직이자. 생존자를 발견하면 승합차 한 대로 부족할 수도 있으니.”
전완수의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정진영은 일행의 얼굴을 가볍게 훑으며 얘기했다.
“수색팀은 완수랑, 현이, 나, 재형이, 여원이, 이렇게 가면 되나?”
퀘스트 완료 여부를 확인해야 하니, 정진영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데려가야 하는 사람이 한 명 더 있다.
“호진도 데려가죠.”
“호진이?”
모두의 시선이 거실에 앉아 있는 천호진에게 향했다.
천호진은 본인의 이름을 듣고 부엌을 쳐다봤다.
난 천호진을 쳐다보며 물었다.
“호진아, 너 고향이 포항이지? 정확한 위치가 어디야?”
“아…….”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천호진은 갑자기 울상을 지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예상치 못한 행동에 왜 그러냐고 묻자, 천호진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고개만 저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이정우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
“재형이가 기숙사 방형 맞네.”
“네?”
“사실…… 다들 호진이 고향 까먹고 있었거든.”
“…….”
“너만 기억하고 있었네.”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천호진이 고향 얘기를 한 적이 없었나?
곤란한 표정을 짓자, 이정우는 낮에 있었던 일을 들려주었다.
모든 이야기를 듣고, 난 두 눈을 게슴츠레 뜨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동안 천호진을 챙기지 못했다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들었다.
일행을 나무랄 수도 없고 참…….
천호진이 저렇게 눈물을 흘린다는 건…… 그동안 섭섭함이 많이 쌓인 모양이다.
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결인들을 보고 투정 부릴 수 없어서, 혼자 삼키고 있었던 모양이다.
난 천호진의 곁으로 다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미안하다 호진아.”
“아니…… 아니에요. 형.”
“내가 더 신경 써야 했는데…….”
씁쓸한 마음에 고개 숙이자, 천호진은 애써 환하게 웃으며 얘기했다.
“아니에요. 다들 정신없이 바쁜 거 뻔히 아는데…… 진짜 괜찮아요.”
“…….”
“제 고향 기억해 줘서 고마워요.”
난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천호진의 등을 토닥였다.
위로받아야 할 사람은 천호진인데, 오히려 내가 위로받고 있었다.
난 천호진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내일 너희 집부터 확인하자.”
“네, 형.”
내 진심이, 천호진에게 작은 위안이라도 되기를 바란다.
* * *
다음 날, 우린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민정을 필두로 모든 생존자가 조식을 준비하고, 결인들은 바깥의 좀비 시체 정리에 열을 올렸다.
그동안 난 정진영과 함께 단지 바깥으로 나가 부동산을 돌아다녔다.
포항 지도를 얻기 위함이었다.
대략 세 군데 정도 돌았을까?
책장에 꽂혀 있는 포항 전도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무리 동네 토박이가 있어도, 역시 지도가 있어야 마음이 편하다.
미리 지형을 파악할 수도 있고, 적의 위치나 규모를 적어두기도 편하니까.
정진영과 함께 702호로 돌아오자, 벌써 아침 식사가 한창이었다.
우린 지도를 살피며 아침을 먹었다.
수색팀과 함께 각 동네의 최단거리를 확인하고, 이동 경로 설정에 집중했다.
천호진에게 본가의 위치를 묻자, 그는 밥그릇을 내려놓고 내 곁으로 달려왔다.
“여기가 우리 집이에요.”
“센트럴 아파트?”
“네, 북쪽으로 길 따라서 1㎞ 정도 이동하면 돼요.”
엄청 가까운데?
지도에 코를 박고 주변 건물들을 살폈다.
천호진의 집 근처도 대단지 아파트가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대단지 아파트가 많다는 건 좀비도 많다는 뜻.
오늘도 바쁜 하루가 예상된다.
지도를 살피며 한숨을 내쉬자, 옆에 있던 이정우가 입을 열었다.
“재형아, 좀비화 쿨타임은 얼마나 남았어?”
“쿨타임 끝났어요.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이정우는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내심 걱정되는 모양이다.
하지만 내가 무리하는 이유를 알기에, 차마 반박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였다.
이에 싱겁게 웃으며 얘기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생각 없이 좀비화를 남발하진 않을 테니까.”
이정우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애써 엷은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그래, 무슨 일 생기면 바로 무전부터. 알지?”
“네.”
이정우를 안심시킨 뒤, 박재우와 황덕록을 쳐다보며 물었다.
“덕록아, 재우야. 태양광 패널 설치 끝났어?”
“아침 먹기 전에 끝냈지.”
황덕록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너희 코인 얼마나 있어?”
“지금 2,187코인.”
“수비팀이랑 같이 여기 쉘터 보강 좀 해줘. 그리고 무기 없는 사람들 무기도 만들어 줄 수 있을까?”
“볼트부터 손보려고 했는데. 볼트 제작은 나중으로 미루고?”
로그나이트로 만든 볼트가 있으면 좋지만, 지금은 무기가 없는 결인들에게 무기부터 공급하는 게 우선이다.
무기부터 만들어달라고 하자, 박재우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맡겨둬.”
상황을 정리하고, 난 자리에서 일어나며 얘기했다.
“든든하게 배 채웠으면, 수색팀 슬슬 출발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