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203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203화
승합차에 올라 간단한 점심으로 끼니를 해결했다.
이민정과 한슬기, 이신혜, 황덕록의 어머니, 이정우의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샌드위치와 김밥.
전완수는 입안 가득 김밥을 오물거리며 얘기했다.
“역시 민정 이모 김밥은 언제 먹어도 맛있어. 손맛이 기가 막히잖아?”
전완수의 말에 식사에 집중하던 일행은 엷은 미소를 지었다.
우리가 마음 편히 싸울 수 있도록, 일상생활에 기본이 되는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생존자들.
그들의 노고에 언제나 감사한 마음을 지니고 있었다.
정진영은 미지근한 물로 목을 축이더니, 천호진을 쳐다보며 물었다.
“그건 그렇고 호진아, 장량동은 어때? 나도 장량동은 많이 가본 적이 없어서 잘 몰라.”
“어떤 거요?”
“동네 환경 말이야. 아파트 많아?”
“두호동보다는 적어요. 하지만 용흥동보다는 많을 거예요.”
“딱 중간 정도라는 건가?”
“중간에서 조금 높은 정도? 대신 계획도시라서 지형 파악은 수월합니다.”
천호진의 말에 일행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도로가 격자로 뚫린 계획도시와 달리, 예전에 지어진 동네는 구불구불한 골목과 언덕이 많았다.
골목이 적다는 건 사각이 많지 않다는 뜻이고, 언덕이 적다는 건 지형지물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정진영은 들고 있던 샌드위치를 내려놓고 포항 지도를 펼치며 얘기했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건 위험할 것 같아.”
“두호동 정리 끝났는데 뭐가 걱정이에요.”
덤덤하게 묻자, 정진영은 고개를 저으며 얘기했다.
“아파트 밀집 구역은 정리했지만, 그 위로 조금만 올라가면 또 주거지역이야.”
“거긴 아파트가 얼마나 되는데요?”
“용흥동이랑 비슷해.”
“무슨 아파트가 이리 많아…….”
미간을 구기며 말끝을 흐리자, 정진영은 싱겁게 웃으며 얘기했다.
“이렇게 아파트가 많은데 내 집은 없지.”
정진영의 씁쓸한 미소에 전완수는 그의 등을 토닥이며 얘기했다.
“형, 걱정하지 마세요. 이제 부동산의 시대는 끝났어요.”
“…….”
정진영이 눈꼬리를 치켜뜨자, 전완수는 어깨를 으쓱이며 시선을 회피했다.
전완수의 시답잖은 농담에 다들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옆에 있던 설여원은 전완수의 말을 무시하고, 지도를 살피며 얘기했다.
“지금은 재형이가 좀비화를 사용할 수 없으니, 안전하게 가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나도 그것 때문에 얘기한 거야.”
정진영의 말에 난 구레나룻을 긁적이며 물었다.
“도심을 무시하고 장량동으로 올라갈 수 있어요?”
“여기, 해안도로 따라서 이동하면 안전하게 올라갈 수 있어. 주변에 건물도 별로 없고 인적도 드문 길이라 안전할 거야.”
난 정진영이 가리키는 길을 유심히 살폈다.
해안가를 따라 이어진 도로.
해안가를 따라 복지 센터와 119센터가 보이고, 그 너머에 환호공원이라는 커다란 공원이 있었다.
그런데…… 공원 맞은편에도 대단지 아파트가 있는 것 같은데?
난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지도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물었다.
“형, 이거 아파트 아니에요?”
“맞아. 거기도 있긴 있는데, 도심을 가로지르는 것보다 훨씬 안전할 거야. 거기 있는 대단지 아파트만 정리하면 한동안 아파트 없거든.”
정진영의 설명을 듣고 옆에 있는 천호진에게 물었다.
“호진아, 이모네 집이 어디야?”
“아, 그게…….”
천호진은 쭈뼛거리는 모습을 보이더니, 어느 한 지점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난 천호진이 짚은 지역을 유심히 살피며 물었다.
“혹시…… 아파트 밀집된 여기?”
“네, 그중에서도 정중앙에 있는 단지요.”
입맛을 다시며 일행을 쳐다보자, 다들 골치 아프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거나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말없이 샌드위치를 먹고 있던 최현이 입을 열었다.
“분위기 왜 이래? 뭐가 걱정이라고.”
“뭐 믿고 그리 천하태평이야?”
설여원이 눈꼬리를 치켜뜨며 묻자, 최현은 대수롭지 않게 얘기했다.
“재형아, 오늘은 내가 나서도 되지?”
설여원은 반박 대신 내 얼굴을 쳐다봤다.
아까 레벨 4까지 높인 스킬을 사용하려는 건가?
스킬 인형극.
반경 400m 내의 적을 20초간 조종할 수 있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데?
난 최현을 쳐다보며 물었다.
“이번 기회에 실험해 보는 것도 괜찮지.”
“나중에 카운트 못 올렸다고 다른 말하기 없기다?”
“알았어.”
싱겁게 웃으며 얘기하자, 설여원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저기도 1만이 넘게 있을 텐데, 현이가 무슨 수로 잡아?”
“현이가 스킬 실험 좀 해본다고 해서.”
“스킬?”
최현의 스킬 인형극에 대해 설명하자, 다들 의외라는 표정으로 최현을 쳐다봤다.
반면에 전완수는 뚱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런 게 있으면 진즉에 쓰지, 아까는 안 쓰고 뭐했어?”
“재형이 카운트 몰아주려고 안 썼지.”
“아니 중형차 고장 나기 전에 썼으면 얼마나 좋냐고.”
“좀비카 고장 날 줄 알았냐? 하루에 한 번밖에 못 쓰는데 신중하게 써야지.”
두 사람이 투덕거리자, 보다 못한 정진영이 입을 열었다.
“됐어. 둘 다 그만해. 현이가 스킬 아껴둔 덕에 장량동 정리할 기회가 생긴 거야.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정진영의 말에 전완수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얼추 식사가 끝났으니, 난 일행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슬슬 이동하죠. 오늘 장량동이랑 항구까지 확인하려면 시간 없어요.”
“움직이자.”
* * *
해안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이동했다.
지도에서 확인한 것처럼 복지 센터와 119센터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욱한 안개 너머로 간판이 떨어진 119센터의 모습을 보고, 구조를 기다리던 지난날을 떠올렸다.
전국 어디를 가든, 지금 내 앞에 있는 119센터와 별다를 바 없는 상황일 것이다.
만약 기숙사에 숨어 기약 없는 구조를 기다렸다면…… 지금의 난 이곳에 없을 것이다.
이미 굶어 죽었겠지.
머릿속의 잡념을 떨쳐내며, 다시금 상황에 집중했다.
전완수는 전방을 주시하며 한참을 올라가더니, 조심스레 핸들을 틀며 얘기했다.
“전방에 환호공원 보입니다.”
“아파트는?”
“400m 앞에 있어.”
전완수의 말을 듣고 옆에 있는 설여원에게 물었다.
“여원아, 주변에 고층 건물 있어?”
“고층 건물은 없어. 좀비도 별로 없고.”
조수석에 있던 정진영은 지도와 현 위치를 번갈아 살피며 얘기했다.
“완수야, 저 앞에서 좌회전.”
“4차선 도로 쪽이요?”
“어, 보여?”
“보입니다.”
전완수는 조심스레 핸들을 틀더니, 금세 브레이크를 밟으며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곧 뒷좌석에 있는 내 얼굴을 쳐다보며 물었다.
“400마리 정도 있는데, 밀고 가?”
“앞 범퍼 괜찮겠어? 덜렁거리던데.”
이미 수천 마리의 좀비를 처리한 승합차였다.
상태가 온전할 턱이 없다.
전완수는 이마를 긁적이며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일행의 의견을 물었다.
“공원 앞에 정차하고, 길만 정리하고 올까?”
“그러자, 단지 내부까지 확인하는 건 너무 오래 걸려.”
결국 환호공원 앞에 승합차를 정차하고, 각자의 무기를 챙겨서 하차했다.
그러다 문득, 설여원은 공원 방면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어? 야, 저기 경찰서 있는데?”
경찰서?
내겐 안개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전완수는 설여원이 가리키는 방향을 쳐다보더니, 대수롭지 않게 얘기했다.
“동네 파출소 아니야?”
“파출소에도 무전기는 있겠지.”
설여원이 대답하자, 전완수는 눈꼬리를 치켜뜨며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하자고, 확인하고 가?”
전완수의 물음에 난 일행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여원이랑 나, 현이가 도로 정리하고 완수랑 진영이 형이 파출소 확인해 줘요.”
“저는 뭐해요?”
천호진이 묻기에, 승합차를 가리키며 얘기했다.
“호진이는 여기서 대기.”
“저도 도울 수 있는데…….”
천호진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 숙였다.
이에 그의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얘기했다.
“마음만 받을게. 우리 좀비 카운트랑 코인 얻으려는 거니까, 너는 쉬고 있어.”
천호진은 그제야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난 현재 시각을 살피며 얘기했다.
“20분 이내에 정리하고, 다시 여기로 모이죠.”
“오케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각자의 위치로 이동했다.
* * *
좀비들의 숫자는 예상보다 많지 않았다.
도로에 대략 500마리, 단지 입구에 300마리.
설여원과 나, 최현이 힘을 합치면 금방 처리하는 숫자였다.
우린 일사불란하게 좀비를 처리하고, 다시금 승합차로 돌아왔다.
뒤이어 파출소에서 나오는 일행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자 최현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어떻게 좀비 처리하는 사람보다 늦어?”
“그럼 네가 파출소 들어가지 그랬냐?”
전완수가 눈살을 찌푸리자, 최현은 어깨를 으쓱이며 얘기했다.
두 사람은 또다시 투덕거리기 시작했다.
이에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툭하면 싸우고, 금방 화해하는 전완수와 최현.
항상 똑같은 패턴이라서, 이젠 말리는 것도 귀찮다.
난 정진영에게 물었다.
“무전기 찾았어요?”
“여기.”
총 3개의 무전기.
괜찮은 수확이다.
정진영은 아파트 방면을 살피며 물었다.
“좀비들은 어때?”
“1,000마리도 없더라고요.”
“대장 좀비나 변종의 흔적은 없고?”
“네, 눈에 띄는 흔적은 없었어요.”
“다들 차에 타. 바로 이동하자.”
해 떨어지기 전에 장량동과 항구를 확인하고 돌아가려면 지금부터 바삐 움직여야 한다.
투덕거리던 전완수와 최현은 서로 혀를 끌끌 차며 차량에 올랐다.
전완수는 출발하기 전에 지도를 살피더니, 정진영을 쳐다보며 물었다.
“형, 여기로 쭉 올라간 뒤에 어디로 가요?”
“낙천대 삼거리에서 우회전. 그 뒤에 삼거리 또 보이면 좌회전.”
“가는 길에 전부 빌라 같은데, 차로 이동해도 괜찮아요?”
그러자 뒤에 있던 천호진이 얘기했다.
“고층 건물은 없어요. 위에서 떨어지는 좀비는 걱정할 필요 없어요.”
“그건 나도 아는데, 차라리 건물 옥상으로 이동하는 게 더 안전할 것 같아서.”
전완수의 말대로 빌라들이 촘촘하게 이어진 구역이었다.
차로 이동하다가 좀비들에게 둘러싸이면 퇴로가 막힐 수 있다.
이에 가만히 턱을 매만지며 얘기했다.
“완수야, 길 따라서 올라가면 낙천대 삼거리라고 했지?”
“어.”
“그 근처도 아파트나 건물 많아?”
“삼거리 너머에 아파트 하나 있어. 대단지는 아닌 것 같으니 거기만 조심하면 안전해.”
“그럼 삼거리 건너지 말고, 안전거리 유지하면서 대기해 줘.”
대기하라는 말에 전완수는 한쪽 눈꼬리를 치켜뜨며 물었다.
“대기하라고? 왜, 또 너 혼자 들어가게? 지금은 좀비화 못 쓰는 거 생각해야지.”
“혼자 안 들어가. 나랑 현이, 여원이만 들어갈게.”
“나랑 진영이 형은 뭐 하라고.”
“호진이랑 같이 여기 있어줘.”
“…….”
“우리가 지원 요청하면 그때 좀비카 타고 들어와.”
전완수의 말대로 빌라가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다면 소수정예로 들어가는 게 안전하다.
만약 좀비들이 지나치게 많다면, 차로 뚫고 나오는 것보다 지형지물을 이용해서 들키지 않게 빠져나올 수 있으니 말이다.
전완수는 대답 대신 정진영의 표정을 살폈다.
정진영은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오래 지나지 않아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좋아, 그렇게 하자.”
정진영이 승낙하자, 전완수도 마지못해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난 천호진을 쳐다보며 물었다.
“호진아, 이모네 집이 정확히 몇 동, 몇 호야?”
“607동 10층이요.”
“몇 호.”
“기억이 안 나요. 엘리베이터 내려서 왼쪽이었던 것만 기억나요.”
“엘리베이터 내려서 왼쪽? 그 층에 두 세대뿐이지?”
“네네.”
“그럼 계단 올라가서 오른쪽이겠네. 다른 특징은?”
“어…… 벽지가 주황색이에요.”
이 정도면 충분하다.
난 정진영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형, 카타나 좀 빌려도 될까요?”
“얼마든지.”
정진영이 건네주는 카타나를 손에 쥐고, 설여원과 최현에게 얘기했다.
“너희도 괜찮지?”
설여원과 최현은 대답 대신 어깨를 으쓱였다.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기꺼이 나와 함께 적진으로 들어가겠다는 의사.
이에 카타나를 말아쥐며 얘기했다.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