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220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220화
뒤에 있는 일행에게 상체를 낮추라고 손짓하며 무전기를 들었다.
“여원아, 몇 명인지 확인했어?”
-모르겠어. 대형 트럭들이 갑자기 나타나서 길목을 막더니, 옆에서 사람들이 튀어나왔어.
“…….”
-미안, 좀비랑 변종만 신경 쓰다 보니 사람은 생각도 못 했다.
어떻게 해야 좋을까.
시야는 차단되고, 적의 무장 상태도 파악할 수 없는 상황.
심지어 플레이어인지, 일반 생존자인지, 혹은 사이코패스인지도 모르겠다.
일단 상대방이 무슨 반응을 보이는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아! 아! 들리나?”
확성기로 들리는 낯선 남자의 목소리.
고개를 들고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창문에 묻은 잉크로 인해, 위치를 파악할 수 없었다.
숨죽인 채 기다리자, 남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자동차 예쁘게 만들었네? 지금부터 우리가 호명하는 차량에 있는 사람부터 한 명씩 천천히 나온다. 알았나?”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자, 다시금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항할 생각이라면 버리는 게 좋아. 몸에 구멍 뚫리기 싫으면 시키는 대로 움직여.”
총이라도 가지고 있는 건가?
치지직- 치직-
-박재형, 들려?
그 순간, 무전기로 송하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속삭이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말씀하세요.”
-방금 퀘스트 생성됐는데, 이거 공유하면 너희도 받을 수 있는 거야?
퀘스트?
같은 장소에 있으니 송하윤에게 퀘스트가 생성되었다면 내게도 생성돼야 정상인데?
설마 하는 마음에 퍼석한 입술을 핥으며 물었다.
“혹시 각성 퀘스트예요?”
-어? 어. 어떻게 알았어?
생존자를 마주하고 퀘스트가 생성됐다면 이유는 두 가지뿐이다.
구출, 혹은 사살.
난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상대 몇 명이에요?”
-52명.
“파티 자사모는 퀘스트 수락하고 기다려요.”
-그냥 차에 있으라고?
“네, 시동 걸어두고 대기하세요.”
무전을 마치고 들고 있던 카타나를 바닥에 내려두었다.
그러자 운전석에 있던 정진영이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어쩌려고?”
“각성 퀘스트가 생성됐다는 건 저기 있는 놈들이 전부 쓰레기라는 거예요. 좀비보다 지저분한 놈들입니다.”
“아니, 그건 나도 알아. 문제는 총기 소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잖아.”
치지직- 치직-
-오빠, 재형 오빠?
“얘기해.”
무전기로 들려오는 김희연의 목소리.
김희연은 초조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것들이 뒤에 이상한 거 깔았어요.
“이상한 거? 어떤 거.”
-창문에 잉크 묻어서 제대로 보진 못했는데, 이상한 뾰족한 것들 바닥에 뿌렸어요.
후진하지 못하도록 타이어를 터뜨리겠다?
타이어가 터져도 후진은 가능할 것이다.
당연히 휠이 망가지겠지만, 지금은 안전거리를 확보하는 게 우선이다.
찰나의 고민 끝에, 무전기를 들고 얘기했다.
“다들 내 말 똑똑히 들어. 나 혼자 버스에서 내릴 거야. 신호하면 전속력으로 후진해.”
-그게 무슨 말이야?
-너 혼자?
무전기로 들려오는 송하윤과 방현우의 목소리.
결인들은 반박하지 않았지만,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구미 생존자들과 영일만항의 생존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뒤이어 이정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개 속에서 시야 확보도 안 되는데 52명을 혼자 처리하겠다고? 혹시 좀비화 쓰겠다는 거야?
“어쩔 수 없어요. 오늘은 여기서 하루 묵고, 타이어랑 차량 휠 수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바빠 죽겠는데 참…….
평범한 생존자들과 달리, 결인들의 목소리에는 한숨이 많았다.
두려움이나 공포, 당혹감은 존재하지 않았다.
결인들의 감정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걸리적거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난 싱겁게 웃으며 얘기했다.
“그래도 저놈들만 처리하면 송하윤 씨 파티도 각성하게 되고, 레이첼 버프도 받을 수 있습니다.”
-너는 레이첼 버프 못 받잖아. 에덤은 버프에서 제외되는 거 알지?
“전 스킬 강화권만 노립니다.”
-아, 강화권이 있었구나. 알았다.
모두의 동의를 얻고, 난 정진영을 쳐다보며 물었다.
“진영이 형, 형도 무전기 있죠?”
“있지.”
“제가 내리면 형이 다른 사람들한테 신호 보내줘요. 저 내리고 30초 뒤에 전속력으로 후진하세요.”
“후진만 하면 돼?”
“네, 고속도로에서 기다리세요.”
“알았어.”
계획을 세우고, 밖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낯선 남자는 잔뜩 성이 나서 확성기로 소리치고 있었다.
“내 말 안 들려? 내리라고! 앞에 승합차! 내리라고!”
저렇게 고래고래 소리치면서, 정작 경고사격조차 하지 않았다.
이는 총기가 없거나, 탄알이 많지 않다는 뜻.
난 훅, 하고 숨을 뱉으며 카타나 대신 건틀릿을 착용하고 버스에서 내렸다.
양손을 머리 위로 든 채 버스에서 내리자, 안개 속에서 짜증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숙여! 고개 숙여 이 새끼야!”
순순히 따르자, 주변으로 두 명의 남자가 나타났다.
그들은 내 손목에 밧줄을 묶더니, 앞으로 끌고 갔다.
그들을 따라 거대한 트럭 앞에 다다르자, 확성기를 들고 있던 남자가 권총을 꺼내며 얘기했다.
“씨X놈아, 승합차부터 내리라니까 왜 버스에서 내리고 지랄이야.”
본인 스스로 플레이어라는 걸 밝힌 꼴이었다.
평범한 생존자라면 내가 승합차에서 내렸는지 버스에서 내렸는지 알 턱이 없다.
반면에 내가 어디서 내렸는지 안다는 건, 이놈이 가브리엘이라는 뜻이다.
그는 내 전신을 위아래로 훑더니, 간사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얘기했다.
“뭐야, 너도 플레이어야? 보호대 입었네?”
“…….”
“벗어.”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살아남았어? 부산으로 이동하는 생존자들 사냥하면서?”
눈꼬리를 치켜뜨며 묻자, 놈은 콧방귀 뀌며 얘기했다.
“왜, 억울하냐?”
“…….”
“모든 건 운명이야. 네가 통도사 휴게소 들어온 것도, 여기서 우리의 일용할 양식이 되는 것도.”
“…….”
“우리가 고속도로를 막은 건 아니잖아? 휴게소 들어오는 놈들만 감사히 먹겠다는 게 나빠? 물론 고속도로 지나가는 놈들은 전부 휴게소 들리더라. 푸하하하!”
평범한 생존자, 혹은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식량도 챙기고, 주유도 하기 위해 휴게소로 들어올 수밖에 없다.
그런 절박한 사람들을 노려서 지금껏 생명을 연장하고 있었다는 건가?
난 양심의 가책을 덜기 위해 마지막으로 물었다.
“그러니까…… 사람을 먹었다는 거지?”
“소 돼지는 잡아먹으면서 왜 사람은 안 돼? 어차피 다 똑같은 고기야. 불만 있으면 버둥거려봐. 으하하핫!”
덕분에 확실해졌다.
살려둘 가치는 없는 걸로.
“다이브.”
두근-
심장에서 아찔한 충격이 느껴지고, 시야가 밝아지기 시작했다.
앞에 있던 놈은 검게 물든 내 눈을 보고 기겁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다급히 총구를 끌어올렸다.
탕!
단발의 총성이 울리자, 주변에 있던 살인귀들이 일제히 이곳을 쳐다봤다.
오른손으로 느껴지는 충격과 손가락 사이에서 피어나는 연기.
알싸한 화약 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건틀릿: 97%]손바닥으로 총구를 막아서 그런가?
건틀릿의 내구도가 3%나 달았다.
생각보다 많이 달았네?
방아쇠를 당긴 놈은 기겁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권총을 잡은 손을 다급히 빼내려고 했다.
이에 권총과 함께 놈의 손을 으스러뜨렸다.
뿌드드득- 뜨득- 떡!
“끄아아아아악!!”
“아까 그랬지? 모든 건 운명이라고.”
“으아아악! 이 개…… 이 개새끼야! 놔! 놔!”
“아무래도 네놈 명줄은 여기까진가 보다.”
쩍!!
주먹을 휘두르자, 놈의 안면은 순두부처럼 으깨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바리케이드로 정적이 내려앉았다.
살인귀들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내 모습을 멀뚱멀뚱 쳐다봤다.
“쏴!!”
뒤이어 정적을 뚫고 튀어나온 외마디 외침에, 놈들은 몽롱한 정신을 되찾았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권총을 꺼내 들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권총이 많네?
이에 하체를 접으며 읊조렸다.
“가속.”
쾅!!
탕! 탕! 탕탕! 탕!
탄알이 날아들지만, 내겐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았다.
지금이라면 100m를 돌파하는 데 3초 정도 걸릴까?
내 움직임을 눈으로 따라갈 수 없는데, 권총으로 맞추는 건 불가능한 상황.
난 일체의 망설임도 없이 살인귀들의 머리를 터뜨렸다.
팡!! 팡!! 팡!!
주먹을 내지를 때마다 풍선 터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으아아악!”
단말마와 같은 비명이 놈들의 위치를 말해준다.
스스로 좌표를 찍어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한 놈도 살려두지 않고, 쏜살같이 살인귀들의 머리를 제거했다.
‘45, 46, 47, 48.’
머릿속으로 숫자를 세다 보니, 어느새 51까지 처리했다.
하나가 없는데?
남은 하나를 찾기 위해 주변을 살폈지만, 시야에 들어오는 놈이 없다.
이에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청각을 곤두세웠다.
탓…….
찾았다.
동료들이 죽어 나가는 동안, 혼자 쥐새끼처럼 건물로 숨어들었구나?
휴게소 정문으로 다가가 유리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갔다.
발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시선을 돌리자, 마트 계산대 밑에서 신음이 들려왔다.
“흐읍……!”
다급히 숨을 참은 것 같은데, 이미 위치파악을 끝냈다.
슬쩍 고개를 내밀어 계산대 밑을 쳐다보자, 놈은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전신을 덜덜 떨며 오줌을 지렸다.
뒤이어 궁지에 몰린 쥐새끼처럼 권총을 들이밀며 외쳤다.
“죽어!!”
놈은 일체의 망설임도 없이 내 이마를 향해 격발했다.
탕!
아, 깜짝이야.
총알은 정확히 내 미간을 때렸다.
아무리 좀비화를 써도 뼈가 부러지면 약간의 얼얼함이나 통증은 있는데, 이건…… 따끔하지도 않았다.
분명 총에 맞았는데, 누군가가 손가락으로 내 이마를 밀친 기분이었다.
오른손으로 미간을 문지르자, 생채기가 생긴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사람한테 다짜고짜 총을 쏘면 어떡하냐.”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어이가 없네. 총 쏘기 전에 살려달라고 하든가. 앞뒤가 바뀐 거 아니야?”
놈은 양손을 파르르 떨더니, 들고 있던 권총을 떨어뜨리며 손이 발이 되도록 빌기 시작했다.
이에 무전기를 들고 얘기했다.
“현아, 잠깐 이리로 와봐.”
치지직- 치직-
-뭐야, 벌써 끝났어?
“어, 끝났어.”
-야, 대박이야. 우리 타이어 안 터졌음.
“응?”
예상치 못한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자, 곧 최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희연이가 당황해서 기어 반대로 넣는 바람에 후진이 아니라 전진해 버렸어. 중형차 뒤 범퍼랑 트럭이랑 충돌해서 완수 빡침. 또 고쳐야 한다고.
“다친 사람은.”
-다친 사람은 없어. 그렇게 빠른 속도로 들이받은 것도 아니고.
“타이어랑 휠 망가지는 것보다 범퍼 뼈대 찌그러졌으면 다행 아니야?”
-다들 같은 생각이야. 그냥 완수 혼자 화난 거지. 자기 몸 다치는 것보다 자동차 다치면 더 아파하는 놈이잖아.
“…….”
-아무튼 어디로 가라고?
“여기 마트 안으로 와줘. 한 놈 생포했어.”
무전을 마치고 계산대 밑에 있는 놈을 쳐다봤다.
놈은 혼비백산한 표정으로 나와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
전신을 웅크리고 앉아 있는 모습이, 꼭 콩벌레처럼 보였다.
이에 남자를 쳐다보며 물었다.
“너도 플레이어야?”
“저, 저는 평범한 생존잡니다.”
이에 눈살을 찌푸리며 얘기했다.
“이게 사람대접 해줬더니 진짜 사람인 줄 아네. 생존자? 다시 말해봐. 생 뭐?”
“……저는 개새끼에요.”
태세 전환하는 속도를 보니, 지금껏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알 것 같다.
이에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오래 지나지 않아 유리문을 열고 들어오는 최현과 이정우, 설여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난 최현을 쳐다보며 계산대를 가리켰다.
“여기 이놈.”
이젠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최현은 남자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곧 눈꼬리를 치켜뜨더니, 인상을 찌푸리며 얘기했다.
“아이 씨…… 이 새끼들 쓰레기네.”
“왜.”
최현을 쳐다보며 묻자, 그는 앞머리를 쓸어넘기며 얘기했다.
“조성훈이랑 이하진 기억하지?”
대장 좀비 조성훈과 간신 이하진을 말하는 건가?
설마 하는 마음에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이것들이 이하진 역할이야?”
“어, 휴게소로 들어온 생존자들 대장 좀비한테 넣어주고 있었어.”
“몇 단계 대장 좀비야?”
“4단계.”
4단계면…… 대명동에 있던 부회장급인가?
이는 인형극으로 조종할 수 있는 단계.
난 최현을 쳐다보며 물었다.
“대장 좀비 지금 어디 있어?”
“휴게소 뒤편에 있는 관계자 전용 진 출입로로 나가야 돼. 밖으로 나가면 학교 있고, 거기 2층에 있어.”
최현의 말을 듣고 계산대에 있는 남자를 가리키며 물었다.
“이놈은? 사람 죽인 적 있어?”
“사람도 죽이고, 이미 인육 맛도 봤어.”
그 말을 듣고 일체의 망설임도 없이 놈의 안면을 무릎으로 으깨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