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227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227화
바리케이드 앞에서 얼마나 기다렸을까.
입구가 열리며 결인들이 걸어 나왔다.
한 명도 빠짐없이 다 같이 나오는 모습.
일행의 뒤로 파티 황금동과 자사모의 모습도 보이고, 낯선 사람들의 얼굴도 눈에 들어왔다.
곽찬혁은 내 곁으로 성큼 다가오더니, 뒤에 있는 사람들을 가리키며 얘기했다.
“소개가 늦었네. 다들 처음이지?”
“아, 네.”
“이쪽은 파티 영일대의 파티장 김윤기 씨, 그리고 여긴 파티 돼지국밥의 윤성민 씨.”
그러자 김윤기와 윤성민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김윤기가 먼저 악수를 청하기에, 손에 힘을 빼고 가볍게 잡았다.
그러자 김윤기의 눈꼬리가 꿈틀거리더니,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파티 영일대의 김윤기예요.”
“반갑습니다. 박재형입니다.”
혹시 직업이 데니인가?
독심술로 내 생각을 들여다보는 거야?
하지만 내 생각과 달리, 김윤기는 서둘러 손을 떼며 오른손을 주물렀다.
아…… 힘 조절에 실패했나?
정말 살짝 잡았는데.
성인과 악수를 주고받을 때도 갓난아기의 손을 잡는 것처럼 살짝 잡아야 한다.
지금의 난 딱밤으로 일반인의 두개골을 뚫을 수 있는 수준이니까.
걱정되는 마음에 김윤기를 쳐다보며 물었다.
“괜찮으세요?”
“네, 괜찮아요.”
김윤기는 애써 환하게 웃더니, 영일대 파티원들의 곁으로 걸어가며 연신 탄성을 뱉었다.
“와…… 씨.”
“왜? 어때?”
“장난 아니야.”
“악수만 해도 그게 느껴져?”
“무슨 사람 손이…… 쇳덩이 잡는 느낌이야.”
그들은 속삭이는 목소리로 얘기했지만, 내겐 그들의 대화가 선명하게 들렸다.
발달한 감각으로 인해, 작은 소리까지 전부 잡아낼 수 있었다.
뒤이어 윤성민이 손을 내밀기에, 이번엔 살포시 손을 얹었다.
“파티 돼지국밥의 파티장, 윤성민입니다.”
“박재형입니다.”
“박재형 씨도 에덤이라고 들었는데, 맞습니까?”
“아, 네.”
“저희 파티에도 에덤이 있습니다.”
에덤이 있다는 말에 놀란 눈으로 쳐다보자, 그는 뒤를 돌아보며 누군가를 불렀다.
“성범아.”
그러자 뒤에 있던 거구의 남자가 걸어 나왔다.
족히 190㎝는 될 법한 키에 우람한 체격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대뜸 손을 내밀며 얘기했다.
“홍성범입니다.”
“반가워요.”
빠드득-
그의 손을 잡는 순간, 반사적으로 눈꼬리라 꿈틀거렸다.
홍성범은 있는 힘껏 손에 힘을 주고 있었다.
내 힘을 측정하고 싶은 건가?
이에 서서히 악력을 가하자, 홍성범의 두 눈이 휘둥그레지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이 악물고 버티는 모습을 보이더니, 얼굴이 점점 붉으락푸르락해지기 시작했다.
이에 악력을 더하자, 결국 비명을 토했다.
“아악! 죄송합니다!”
잡았던 손을 놓아주자, 홍성범은 얼얼한 오른손을 붙잡고 오만상을 찌푸렸다.
윤성민은 홍성범의 모습을 보고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마른침을 삼키며 얘기했다.
“초면에 실례가 많았네요.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그보다 에덤을 보게 될 줄은 몰랐네요.”
애써 엷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윤성민은 뒤에 있는 일행에게 홍성범을 치료하라고 했다.
악수할 때는 몰랐는데, 홍성범의 검지 부분의 뼈가 으스러진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적당히 힘을 가하려고 했는데, 너무 힘이 들어간 모양이다.
레이첼의 치료가 진행되는 동안, 윤성민은 쓴웃음을 지으며 얘기했다.
“성범이가 내심 궁금했나 봅니다. 워낙 파티 소리결에 대한 소문이 많아서요.”
“소문이요?”
무의식적으로 곽찬혁을 쳐다봤다.
곽찬혁은 어깨를 으쓱이며 얘기했다.
“난 사실만 얘기했어.”
민망한 마음에 머리를 긁적이자, 윤성민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영웅담처럼 들려오다 보니, 저도 내심 궁금했습니다.”
“평범해서 실망하셨겠습니다.”
“오히려 친근하고 좋은데요? 아크 내부에 있는 생존자분들도 박재형 씨를 보고 싶어 하지만…… 메인 퀘스트가 완료되지 않았다고요?”
“네, 아쉽게도요.”
윤성민은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내 얼굴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고향이 서울이라고 들었는데, 마음고생이 많았겠어요.”
“괜찮습니다. 불안한 건 사실이지만, 우선 순위는 확실하게 해야죠.”
“가족이 우선 아닙니까?”
“생존자들의 생존 여부는 대부분 안개가 퍼진 초기에 결정 났어요. 아크에 들어간 생존자와 아닌 생존자로.”
“…….”
“제 부모님은 아크에 계실 겁니다. 그렇게 믿고 싶어요.”
윤성민은 내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뒤이어 바리케이드를 쳐다보며 얘기했다.
“사실…… 두 명이 더 있었습니다.”
“네?”
고개를 갸웃거리자, 윤성민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
“저희 파티에는…… 에덤이 두 명 더 있었어요.”
파티 돼지국밥은 플레이어만 11명이었다.
초기에는 더 있었다는 말이 아닌가?
에덤만 셋이나 되는 파티.
그런데…… 어째서 이리 약하단 말인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말문이 막혔다.
그러자 윤성민은 쓴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박재형 씨는…… 에덤이 좀비에게 물리면 어떻게 되는지 아세요?”
“어떻게 됩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윤성민은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에덤은 대장 좀비로 변하지 않아요.”
“……예?”
“감염되는 순간, 좀비로 변하지 않고 변종으로 변합니다.”
바로 변종으로 변한다고?
윤성민은 지난날의 참상을 떠올리며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곧 심호흡과 함께 말을 이었다.
“그날도…… 저희는 생존자 구출과 플레이어 수색을 위해 바리케이드 밖으로 나왔어요.”
“…….”
“생존자 구출은 성공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제 동료는 구출하지 못했죠.”
윤성민의 말에 뒤에 있던 플레이어들은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 숙였다.
구출하지 못한 동료로 인해, 다들 죄책감을 지닌 것으로 보였다.
윤성민은 아랫입술을 깨물며 잠시 망설이더니,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우리는 매일 그날의 악몽을 꾸며 살아가고 있어요.”
“…….”
“초면에 죄송하지만……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말씀하세요.”
“만약 변종으로 변한 제 동료를 보면…… 이제 그만 편히 쉴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그건 직접 하시는 게 옳지 않겠어요?”
“저희는 역부족입니다.”
“뒤에 계신 홍성범 씨라면 가능할 텐데요.”
정확한 수치는 모르겠지만, 홍성범의 근력은 40에서 50 사이일 것이다.
처음 악력을 가했을 때, 내 손바닥으로 전해진 힘에 의하면 그렇다.
윤성민은 입술을 파르르 떨며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설마 알파2로 변한 건가?
그러자 옆에 있던 곽찬혁이 입을 열었다.
“내가 대신 얘기할게.”
곽찬혁을 쳐다보자, 그는 헛기침과 함께 얘기했다.
“에덤이 좀비에게 물리면 알파 변종이 아니라, 다른 존재로 변하는 것 같아.”
“네?”
알파 변종으로 변하는 게 아니라니?
아직 세 번째 에피소드에 진입하지도 않았는데, 다른 변종이 나온다고?
그러자 이야기를 듣고 있던 송하윤이 걸어 나왔다.
“파티 자사모의 파티장 송하윤입니다. 얘기해도 되죠?”
불쑥 들어오는 송하윤을 보고 곽찬혁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말씀하세요.”
“제 파티에도 에덤이 있었어요. 하지만 좀비에게 물린 뒤에 변종으로 변하진 않았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확인하셨습니까?”
심란한 모습을 보이던 윤성민이 되묻자, 송하윤은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뒤이어 자신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건…… 아니에요.”
“물리고 얼마나 지난 뒤에 확인하셨습니까.”
“제 동료는 좀비에게 물리고 자결을 택했어요. 하지만 좀비에게 물린 지 20분이 지난 시점이었고, 변종으로 변이될 기미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에덤은 1시간 동안 변하지 않아요.”
“예?”
윤성민의 말에 송하윤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는 나도 마찬가지였다.
1시간이나 이성이 유지된다고?
일반인이나 플레이어가 좀비에게 물리면 20분 이내에 변이가 시작된다.
그런데 1시간이나 버틸 수 있다니.
윤성민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제 동료는 좀비에게 물리고 20분이 지나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에덤에게 면역력이 있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아크로 데려왔어요.”
“…….”
“레이첼의 치료를 받고, 40분이 지난 시점부터는 확신을 가졌죠. 살 수 있다고, 면역력을 지녔다고.”
송하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윤성민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윤성민은 미간을 찌푸리며 두 주먹을 불끈 쥐더니, 땅이 꺼지도록 한숨을 내쉬며 얘기했다.
“하지만 1시간이 지날 무렵…… 몸이 이상하다고, 아프다고, 도와달라고 애원하더군요.”
“…….”
“제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동료가 고통에 몸부림치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어요.”
윤성민은 말끝을 흐리며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자 뒤에 있던 홍성범이 대신 입을 열었다.
“그런 건 처음 봤습니다.”
“어떤 거요?”
“사람이…… 거대한 ‘구’의 형태로 변했어요. 살아 숨 쉬는 알집처럼 꿈틀거리고, 그 속에서 뼈마디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거대한 ‘구’의 형태로 변했다는 말에, 난 일행의 표정을 살폈다.
다들 내 얼굴을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파2.
에덤이 감염되면 대장 좀비로 변하는 게 아니라, 곧장 알파2로 변하는 모양이다.
설마 이스터에그가 좀비화라서 대장 좀비로 변하지 않는 건가?
홍성범은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서 그냥 지켜봤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는…… 괴물로 변했어요.”
“괴물이라면 어떤…….”
“족히 6m는 될 법한 변종이었어요. 우리가 아는 알파 변종이 아니었습니다. 그건 인간이 이길 수 있는 적이 아니었어요.”
6m라는 말에 주변에 있던 결인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는 나도 마찬가지였다.
알파2의 크기는 3m.
6m의 괴물이라면…… 우리가 아는 한 하나뿐이다.
알파3.
알파2가 서로의 시체를 먹고 진화하는 줄 알았는데, 알파3의 정체는 에덤이었다.
설여원은 눈살을 찌푸리며 얘기했다.
“왠지, 덩치부터 생김새까지 이상하더니.”
우리가 알파3이라 생각한 변종은 알파1, 2와는 확연히 달랐다.
갈고리 같은 사지와 6개의 안구, 비정상적인 신체 능력과 기괴한 생김새를 하고 있었다.
지금껏 알파3이라 생각했지만, 그것은 또 다른 개체였다.
보다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기 위해, 홍성범을 쳐다보며 물었다.
“혹시 안구가 6개였습니까?”
“어? 네. 그걸 어떻게…….”
바리케이드 앞의 모든 플레이어들이 내 얼굴을 쳐다봤다.
이에 한숨을 내쉬며 얘기했다.
“저희는…… 지금껏 그게 알파3인 줄 알았어요.”
“……예?”
“명칭을 정정해야겠네요.”
“아, 아니. 그걸 마주하고도 살아남았다는 겁니까? 아크 내부에서 20분이나 발악하면서 버틴 괴물을?”
카타나의 내구도도 순식간에 줄어드는 아크의 전파망.
그 속에서 20분이나 버텼다는 말이 아닌가?
난 눈썹을 긁적이며 얘기했다.
“저희도 죽다 살았습니다.”
입맛을 다시며 얘기하자, 홍성범은 얼빠진 표정으로 내 얼굴을 쳐다봤다.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
난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생존자 구출이나 플레이어 수색을 위해 바깥 활동도 많이 하신 것 같은데, 혹시 그런 변종 더 보신 적 있으세요?”
선뜻 입을 여는 사람은 없었다.
다행히 알파3은 부산에 없는…….
“잠깐.”
그 순간, 예상치 못한 사람이 입을 열었다.
곽찬혁이었다.
그는 이마를 문지르며 곤란한 표정을 짓더니,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얘기했다.
“우리가 부산으로 올 때…… 그거 봤던 거 같아.”
“어디서요.”
“김해랑 부산 사이쯤이었어. 대동IC였나? 그런데 문제는…… 한 마리가 아니었어.”
한 마리가 아니라는 말에, 반사적으로 마른침이 넘어갔다.
뒤이어 착잡한 표정을 하고 있던 윤성민이 입을 열었다.
“제가 아까 말씀드렸죠? 에덤이 둘이었다고.”
“아…….”
“동료 중 한 명만 데리고 들어왔어요. 다른 한 명은…… 데려올 겨를이 없었습니다.”
일이 커진 것 같다.
부산에 알파3이…….
아니, 변종으로 변한 에덤 화이트가 다수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