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235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235화
알파1은 고개를 90도로 들고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읊조렸다.
“밥…… 밥……?”
놈은 계단에 들어찬 좀비들을 밀치며 헐레벌떡 옥상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옥상까지 올라오더니, 대뜸 내 복부를 향해 팔을 뻗었다.
이에 알파1의 손을 붙잡고, 놈의 손가락을 으스러뜨렸다.
키에에에에엑!!
“밥 같은 소리 하고 있어.”
촤악-!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카운트 50점이 주어집니다.
카타나를 휘둘러 알파1의 머리를 잘라내고, 뒤따라 올라오는 좀비들을 처리했다.
내겐 알파1이나 좀비나, 별반 차이가 없었다.
어차피 칼질 한 번에 머리를 잘라낼 수 있으니까.
텁! 터덥!
발치에서 들리는 소리에 황급히 뒤를 돌아봤다.
계단으로 올라올 수 없으니, 좀비들이 외벽을 타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에 옥상 철문을 닫아버리고, 황급히 난간으로 이동했다.
크어어어……!
촤악-!
상체가 반쯤 올라온 좀비의 허리를 긋자, 반으로 갈라지며 지면으로 추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카하악!! 크하아악!!
쉴 새 없이 외벽을 타고 올라오는 좀비들.
그래봐야 한낱 길거리 좀비들이다.
두더지 잡기를 하듯이, 난간을 넘어오는 좀비들의 머리를 잘라냈다.
다만 제자리에서 두더지를 잡는 게 아니라, 열심히 옥상을 뛰어다니며 머리를 날려야 했다.
이렇게 뛰어다니는 건 비효율적이다.
바삐 움직이는 것에 비해, 많은 수를 처리할 수 없다.
이에 인상을 찌푸리며 운동장을 살폈다.
차라리 운동장에서 처리하는 게 덜 부담스러울 것 같다.
“가속.”
쾅!!!
생각을 정리하자마자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그러자 지면에 있던 모든 좀비가 내 위치를 따라 시선을 돌린다.
다시 한번 공기를 박차며 충격을 완화한 뒤, 발밑을 좀비를 짓밟으며 착지했다.
펑!!!
발끝으로 전해지는 저릿한 충격에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크어어어어!!
잠시도 쉬지 않고 달려드는 좀비들.
황급히 칼자루를 말아쥐며 휘둘렀다.
지금의 난 1초에 20번은 칼질을 할 수 있다.
좀비들의 접근을 반경 1m도 허용하지 않았다.
쉴 새 없이 시선을 돌리며 주변을 에워싼 좀비들을 제자리에서 일도양단 냈다.
그어어어어어…… 어어…….
다행히 공명 좀비들도 내 위치를 바라보며 공명하고 있었다.
혹여나 공중으로 뛰어오른 나를 놓치고, 아크로 이동해 버리면 어쩌나 걱정했다.
여전히 좀비들의 시선이 내게 쏠려 있기에, 마음 편히 좀비들을 학살했다.
5분도 되지 않아 좀비들의 시체로 둔덕이 형성되고, 둔덕으로 인해 시야가 차단되기 시작했다.
이에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며 좀비들에게 내 위치를 알려주었다.
슥-
그 순간, 좌측에서 날아드는 시선에 반사적으로 가드를 올렸다.
선명한 인기척이 느껴진 것도 아닌데, 털끝이 곤두서며 머릿속으로 경종이 울렸다.
살기였다.
가드를 올리며 시선을 돌리자, 내 모습을 바라보는 알파2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놈은 나무 사이에 매달린 채 섣불리 공격을 가하지 않고, 내 움직임을 관찰하고 잇었다.
이에 좀비들을 뚫고 놈의 앞으로 성큼성큼 나아갔다.
크르르르…… 카학!
걸리적거리는 좀비들이 너무 많다.
이에 하체를 접고, 단숨에 알파2를 발견한 장소로 뛰어올랐다.
쾅!!
2단 점프도 필요 없었다.
단 한 번의 도약으로 80m는 족히 뛸 수 있으니까.
순식간에 놈의 앞에 도착하자, 알파2는 황급히 도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길 수 없다는 걸 인지한 건가?
하지만 간과한 게 있다.
이길 수 없다는 건 간파했지만, 도망칠 수 없다는 건 모르는 모양이다.
쏜살같이 알파2의 배후로 달려가 놈의 거대한 등에 카타나를 찔러넣었다.
키에에에에에엑!!
생각보다 살점이 질기다.
역시 카타나로 알파2를 일격에 처리하는 건 쉽지 않았다.
칼로 벨 수 없으면 깨부수면 그만.
단단한 적일수록, 카타나보다 건틀릿이 효과적이었다.
왼손에 힘을 주어 알파2의 뒤통수에 주먹을 내질렀다.
쩍!!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카운트 100점이 주어집니다.
후두골을 뚫고 들어간 주먹이 전두골까지 깨부수며 전완근이 알파2의 머리에 박혀버렸다.
크어어어어어!!
뒤따라온 좀비들이 내 목덜미를 노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왼팔이 알파2의 머리에 박히는 바람에, 상체가 돌아가지 않았다.
심지어 건틀릿 때문에 손이 빠지지 않았다.
“에이 씨……!”
안 되면 되게 하면 그만.
알파2를 통째로 던져 버린다는 각오로, 허리와 어깨를 비틀어 왼팔을 휘둘렀다.
그러자 3m 길이의 시체가 기다란 무기가 되어 좀비들을 빗자루처럼 쓸어버렸다.
“…….”
나름 괜찮은 무기 같은데?
알파2의 시체를 채찍처럼 휘두르며 접근하는 좀비들을 마구잡이로 때려눕혔다.
예전 전완수의 말처럼, 내겐 지략이 필요 없었다.
압도적인 무력으로 모조리 깨부수면 되니까.
쯔득-!
뒤이어 알파2의 목에서 기이한 소리가 들리더니, 살점이 찢어지며 척추까지 뽑혀버리고 말았다.
이에 왼발로 척추를 짓밟고, 힘으로 뜯어버렸다.
뚝-!
경추에서 끊어져 버린 척추.
결국 왼팔에 알파2의 머리를 꼽은 상태로 좀비들을 상대했다.
건틀릿과 손목 보호대 때문에 머리가 빠지지 않으니, 다른 수가 없지 않은가?
좀비들한테 팔 좀 빼게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모래주머니를 차고 운동하는 운동선수처럼, 의도치 않게 알파2의 머리를 차고 좀비들을 처리하게 되었다.
* * *
퉁퉁! 퉁! 퉁!
광안대교 방면에 있던 좀비들은 쏟아지는 볼트에 추풍낙엽처럼 쓰러져 나갔다.
크어어어어어어!!
하지만 바리케이드 너머로 시체들이 쌓여가고 있었다.
어느새 가파른 경사가 완성되고, 4m 높이까지 시체들이 쌓였다.
“좀비들 올라온다! 철근 가져와!”
곽찬혁이 소리치자, 물자 보급을 담당하는 생존자들이 황급히 철근을 들고 바리케이드 위로 달려왔다.
바리케이드 상단에 있던 생존자들은 너도나도 철근을 챙겼다.
뒤이어 3m 길이의 철근을 좀비들의 시체와 바리케이드 사이에 찔러넣더니, 곽찬혁의 신호를 기다렸다.
“당겨!!”
곽찬혁이 소리치자, 생존자들은 지렛대 원리를 이용해 있는 힘껏 철근을 위에서 아래로 당겼다.
철근 하나에 성인 남자 두세 명이 붙어서 누르자, 좀비들의 시체로 형성된 벽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투두두둑! 떡! 떵!!
그래봐야 2m 정도 낮아졌을 뿐.
심지어 달려드는 좀비들이 워낙 많다 보니, 시체 벽은 다시금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다.
끼이이익- 드득! 끼이익!
바리케이드에서 연신 들려오는 파찰음.
입구에 덧댄 철판과 지지대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았다.
지지대의 압력이 점점 묵직해지자, 설여원은 곽찬혁을 쳐다보며 외쳤다.
“찬혁 오빠! 이러다간 철판 깨져요!”
곽찬혁은 설여원의 말을 듣고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열심히 준비했는데, 좀비들의 공세가 보통이 아니었다.
족히 10만이 넘는 좀비를 처리한 것 같은데, 좀비들의 압력은 눈곱만큼도 줄어들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증가하고 있었다.
또한 체력적으로 한계에 다다른 생존자들.
날이 더운 것도 아닌데, 벌써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화살 다 떨어졌습니다!”
물자 보급을 담당하던 생존자들이 소리치자, 곽찬혁의 머릿속은 점점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볼트는 아직 남았지만, 이 상태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좀비들의 공세가 시작된 지 1시간도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벌써부터 자원은 고갈되고, 사람들은 지쳐가고 있었다.
곽찬혁이 아무런 지시도 내리지 않자, 설여원이 최현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현아, 따라와.”
“오케이.”
설여원과 최현이 카타나를 들고 바리케이드 상단으로 올라가자, 곽찬혁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벙긋거렸다.
설여원은 곽찬혁의 팔을 잡으며 물었다.
“좀비들 시체만 정리하면 되는 거죠?”
곽찬혁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자, 설여원은 마른침을 삼키며 얘기했다.
“저희가 내려가서 좀비들 시선 돌릴 테니까, 오빠랑 혜리는 좀비들 시체 무너뜨려요.”
“저길 들어간다고?”
“시키는 대로 해요. 시체 무너뜨릴 방법은 있어요?”
수만 구의 시체로 형성된 벽이었다.
인간의 손으로 하나하나 치우는 건 말이 안 되는 상황.
곽찬혁은 관자놀이를 지그시 누르며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더니, 손가락을 튕기며 얘기했다.
“있어.”
“뭔지 몰라도 효과가 있기를 바라죠.”
설여원은 밑에 있는 윤혜리에게 곽찬혁을 도와서 시체를 치우라고 얘기한 뒤, 옆에 있는 최현에게 얘기했다.
“혹시 모르니 알약 먹고 가자.”
설여원과 최현은 강화제 알약을 섭취하고, 폐부 깊숙이 숨을 들이쉬며 바리케이드 너머로 뛰어내렸다.
“어어? 어디 가!”
“저 친구들 어떡해!”
“뛰어내렸어?”
바리케이드 위에 있던 생존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반면에 곽찬혀은 생존자들을 쳐다보며 외쳤다.
“가서 부탄가스 가져와요!”
“예? 그건 2차 바리케이드 이동할 때 쓸…….”
“남은 것 있잖아요! 남은 거 전부 들고 오세요!”
물자 보급팀이 황급히 이동하고, 곽찬혁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설여원과 최현이 달려나간 방향을 응시했다.
3분.
딱 3분만 벌어주면 된다.
부디 설여원과 최현이 안전하기를 기도했다.
* * *
설여원과 최현은 쉴 새 없이 좀비들을 처리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크어어어어어!!
카하악!! 카각- 하악!!
하지만 좀비들의 규모가 보통이 아니기에, 두 사람의 속도는 점점 느려지기 시작했다.
설여원은 미간을 찌푸리며 이를 갈더니, 최현을 향해 소리쳤다.
“지금 써!”
“100m밖에 못 왔는데 뭘 써! 더 들어가야 돼!”
“더 못 들어가니까 그렇지!”
최현은 까드득 이를 갈며 미간을 찌푸리더니, 칼자루를 불끈 쥐고 한 걸음씩 나아가기 시작했다.
절도있는 움직임, 균형 잡힌 하체.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정확히 좀비들의 목을 도려내기 시작했다.
미미하지만, 확실하게 나아가고 있었다.
설여원은 최현의 모습을 보고 황급히 그의 뒤로 붙었다.
검도 유망주였다고 하더니, 뭐든 배운 사람은 움직임이 다르긴 달랐다.
서로 등을 맞대고 조금씩 전진했지만, 그래 봐야 200m가 한계였다.
최현은 오만상을 찌푸리더니, 욕설과 함께 외쳤다.
“X발……! 더는 못 들어가겠다! 너무 많아!”
“그냥 써! 이러다간 우리도 죽어!”
좀비들의 숫자를 살피던 최현은, 결국 목에 핏대를 세우며 외쳤다.
“인형극!”
-반경 500m 내의 좀비들을 40초간 조종할 수 있습니다.
-명령어를 말씀하세요.
동시에 눈살을 찌푸리며 외쳤다.
“서로 죽여! 모조리 죽을 때까지!”
-입력이 완료되었습니다.
-명령어: 아군 섬멸
죽일 기세로 달려들던 좀비들은 움찔거리는 모습을 보이더니, 옆에 있는 동료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아비규환에 빠진 현장.
그 모습을 멀찍이서 지켜보던 생존자들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외쳤다.
“저, 저것들 왜 저래?”
“싸운다, 좀비들이 서로 싸운다!”
“오오……!”
“역시 소리결이야!”
생존자들이 뭐라 하든, 곽찬혁과 윤혜리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황급히 바리케이드 너머로 내려갔다.
겹겹이 쌓인 좀비들의 시체 사이에 부탄가스통을 찔러넣었다.
30m 간격으로 8개의 부탄가스통을 쑤셔 넣고, 설여원과 최현의 위치를 살폈다.
저 멀리, 광기에 휩싸인 좀비들을 뚫고 달려오는 설여원과 최현.
크어어어어어!!
반경 500m 이내의 좀비들이 서로 싸우고 있지만, 이는 임시방편일 뿐이었다.
서로 싸우는 좀비들보다, 놈들을 무시하고 아크로 달려오는 좀비들이 훨씬 많았다.
“올라가!”
곽찬혁이 소리치자, 설여원과 최현, 윤혜리는 시체로 형성된 언덕을 지나 바리케이드로 몸을 날렸다.
곽찬혁까지 바리케이드에 진입하자, 상황을 지켜보던 박성훈은 손에 들고 있던 횃불을 집어 던지며 외쳤다.
“전부 고개 숙여!!”
치이이이익-!
꽝!!! 꽝- 꽝! 꽝!!!
공기 중에 퍼진 가스는 굉음과 함께 폭발했다.
좀비들의 살점과 찢어진 오장육부가 하늘에서 쏟아지고, 비릿한 피 냄새가 공기 중에 퍼졌다.
생존자들은 이명으로 인해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였고, 몇몇은 기침을 토하며 오만상을 찌푸렸다.
반면에 설여원은 오른손으로 입과 코를 가린 채 바리케이드 너머를 살폈다.
좀비들의 시체로 형성되었던 둔덕이 사라지고, 곤죽이 된 살점과 혈흔이 사방에 흩뿌려져 있었다.
크어어어어어어!!
그러거나 말거나, 끝도 없이 밀려드는 좀비들의 모습이 설여원의 두 눈에 들어왔다.
인형극으로 순식간에 몇만의 좀비를 처리했지만, 끝도 없이 밀려드는 좀비들.
그런다 문득, 좀비들을 응시하던 설여원은 무언가를 발견하고 눈살을 찌푸렸다.
광기에 휩싸인 좀비들의 사이로, 유독 거대한 형체가 눈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