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237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237화
전완수의 무전을 듣고 식은땀이 맺히는 걸 느꼈다.
석포 여중에서 북항대교까지는 대략 1.2㎞.
좀비화를 사용하지 않고는 제시간에 도착할 자신이 없었다.
예상보다 너무 빠르지만, 선택지는 하나뿐이었다.
“다이브.”
두근-
심장의 고동을 느끼며, 두 주먹 불끈 쥐었다.
동시에 까드득 이를 갈며 읊조렸다.
“광폭화.”
전신의 혈관이 불끈 솟아나고, 아드레날린 분비가 촉진되기 시작했다.
불가마에 들어온 듯 속에서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고, 입 밖으로 참아왔던 숨결을 토해냈다.
“크윽…… 하악-!”
증기와 같은 숨결이 터져 나오고, 모든 세포가 첨예한 칼날처럼 번뜩이기 시작했다.
아직 부족하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하체를 접으며 입술을 달싹였다.
“가속.”
쾅!!!
지면을 박차며 노도와 같이 질주했다.
몸에 닿는 모든 좀비가 터져 나가고, 1.2㎞의 거리를 10초도 되지 않아 돌파할 수 있었다.
바리케이드 위로 뛰어오르자, 저 밑으로 김희연을 노리는 변종 에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에 목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쳤다.
“크어어어어어어!!”
-포효를 내질러 반경 100m 내의 적에게 두려움을 각인시킵니다.
-두려움이 각인된 적은 5분간 이동속도 30% 감소 효과가 적용됩니다.
-‘집념’ 효과가 적용됩니다.
-집념의 대상이 된 적은 받는 피해가 10% 증가합니다.
동시에 허공을 박차며 변종 에덤의 정수리로 수직 낙하했다.
쾅!!!!
단단한 뒤통수를 가격하자, 손끝으로 느껴지는 저릿한 손맛이 전신을 휘감았다.
하지만 희열을 느끼거나, 상쾌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주체할 수 없는 분기가 열불처럼 끓어올랐다.
조금만 늦었으면, 김희연이 죽을 뻔했다.
“넌 뒤졌어.”
두 주먹을 말아쥐며 바닥에 엎어진 변종 에덤의 뒤통수와 경추에 쉴 새 없이 연타를 가했다.
콰과과과과과곽!!!
지반을 뚫고 들어가는 변종 에덤.
뼈가 얼마나 단단하면 머리가 깨지지 않고, 아스팔트가 박살 난다.
-하나의 대상을 1초 이내에 5회 이상 타격했습니다.
-다음 10회의 공격은 연격이 발동됩니다.
건틀릿을 조여오는 묵직한 압박감.
급가속과 하울링, 거기에 연격까지 더해서 쉴 새 없이 난타를 가했다.
콰꽈과과과각!!!!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카운트 2000점이 주어집니다.
눈앞으로 변종 에덤이 사망했다는 홀로그램이 떠올랐지만, 여전히 분노를 가라앉힐 수 없었다.
전신이 곤죽이 될 때까지, 다른 변종이 식욕을 느끼지 않도록 아주 작살을 냈다.
후두둑- 투둑- 투두둑-
주변에 퍼진 흙먼지가 잠잠해진 뒤에야, 난 폐부에 들어찬 탁한 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신을 다잡고 정면을 응시하자,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자리에 주저앉아 있는 김희연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김희연을 양손으로 감싸고 있는 황덕록.
그 옆으로 이정우와 정진영, 전완수, 박재우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들 무의식적으로, 김희연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에 몸이 먼저 반응한 모양이다.
난 앞머리를 쓸어넘기며 물었다.
“여원이랑 현이, 혜리 어디 있어.”
“과, 광안대교 방면.”
광안대교 방면?
거긴 곽찬혁과 생존자들이 담당하는 구역 아닌가?
대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뒤이어 버스에 탑승하려던 생존자들은 조심스레 내 곁으로 다가왔다.
“바, 박재형 씨?”
“저 괴물을 주먹으로 때려잡은 거야?”
“말도 안 돼.”
다들 넋이 나간 표정으로 내 얼굴을 쳐다봤다.
내 안구를 보고 놀랄 줄 알았는데, 변종 에덤을 때려잡은 게 더욱 놀라운 모양이다.
크어어어어어!!
곧 바리케이드 위에서 좀비들의 포효가 들려왔다.
그러자 생존자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황급히 무기를 들고 고개를 돌렸다.
난 김희연을 쳐다보며 물었다.
“움직일 수 있어?”
김희연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놀라서 말도 나오지 않는 모양이다.
난 이정우를 쳐다보며 얘기했다.
“형, 생존자들 다시 바리케이드 위에 배치하고 좀비들 막아요.”
“넌 어쩌려고?”
“광안대교 확인하러 갑니다. 그리고 좀비화 끝나기 전에 변종들 사냥 다닐 거예요.”
이정우도 다른 말 없이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들 마찬가지였다.
변종 에덤을 순식간에 납작 만두로 만들어버린 내 모습을 보고, 다들 말문이 막힌 것으로 보였다.
“바, 박재형 씨?”
그 순간, 뒤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윤성민과 김윤기, 구창진이 내 곁으로 다가왔다.
어느새 윤성민은 부러진 발목을 치료받은 상태였다.
그들은 내 모습을 위아래로 훑더니, 잔뜩 겁에 질린 모습을 보였다.
이에 훅, 하고 숨을 뱉으며 얘기했다.
“경계하지 마세요. 안 물어요.”
“박재형 씨 눈이…….”
“설명하면 길어요. 수비부터 강화해요.”
황급히 광안대교 방면으로 이동하려는 찰나, 좌측의 좀비들이 눈에 들어왔다.
바리케이드 위에서 아크 내부로 추락하는 좀비들.
지금 당장 생존자들이 좀비를 정리하는 건…… 무리일 것 같다.
이에 옆에 있는 일행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먼저 정리할 테니까, 다들 정신 차리고 바리케이드 막아.”
쾅!!!
곧장 바리케이드로 달려나 지면에 엎어진 좀비들을 처리하고, 바리케이드 위로 올라서는 좀비들을 모조리 처리했다.
생존자들은 갑작스런 돌풍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내가 이동할 때마다, 거센 바람이 그들의 전신을 흔들었다.
눈 깜짝할 새에 머리가 터져 나가는 좀비들을 보고, 생존자들은 넋이 나간 모습을 보였다.
“마, 말도 안 돼.”
“구세주, 구세주다!”
“할 수 있어. 이길 수 있어!”
“오오…… 오오!”
감탄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난 바리케이드 위로 올라가 생존자들과 플레이어들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빨리 안 올라오고 뭐 해요!”
그러자 넋 놓고 있던 사람들이 일사불란하게 바리케이드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대열이 정비되는 걸 확인한 뒤, 이정우와 정진영에게 얘기했다.
“시체들이 너무 많아요. 더 쌓이면 바리케이드보다 높아지겠어요.”
이정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좀비카의 옆에 놓인 부탄가스통을 가리켰다.
“저걸로 무너뜨릴 수 있어.”
“확실해요?”
“10㎏짜리야. 웬만한 콘크리트 벽도 부술 수 있어.”
“밑에서 좀비들 시선 끌 테니까, 최대한 빨리 설치해요.”
말을 마치고 좀비들이 바글바글한 신선로로 내려갔다.
크어어어어!!
카하악!! 하악!!
칼집에 넣어둔 카타나를 뽑고, 일체의 망설임도 없이 좀비들에게 달려들었다.
쾅!!
지면을 박차자 노면으로 거미줄 모양의 균열이 생기고, 흙먼지와 함께 아스팔트 파편들이 흩날렸다.
지면을 박차며 한 번 칼을 휘두를 때마다 좀비 10마리에서 15마리의 목이 달아났다.
분수처럼 터져 나오는 선혈이 내 살결에 닿기 전에, 쉴 새 없이 방향을 전환하며 신선로를 휘저었다.
* * *
전황을 살피던 생존자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좀비가 지상에 강림한 악귀라면, 지금 좀비들을 학살하는 존재는 저승의 왕도를 지키는 아라한, 그 자체였다.
박재형이 이동하는 모든 경로를 따라 붉은 선혈이 낭자하며 좀비들의 머리가 공중에서 춤을 췄다.
박재형이 이동할 때마다 안개가 흩어지고, 좀비들의 시체만이 바닥을 뒹굴었다.
심지어 너무 빨라서, 그의 모습을 두 눈으로 확인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흩어진 안개와 공기 중에 분수처럼 퍼지는 좀비들의 선혈이 그가 지나온 길을 말해줄 뿐이었다.
그사이 모든 플레이어는 좀비들의 시체로 형성된 둔덕에 40m 간격으로 부탄가스통을 설치했다.
밸브를 열고 박재형의 위치를 살피자, 그곳엔 갈대처럼 쓰러지는 좀비들 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정진영은 두 눈을 비비며 끔뻑거리더니, 허탈하게 웃으며 물었다.
“재형이 보이는 사람?”
박재형의 위치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일반인보다 동체 시력이 몇 배나 좋은 플레이어조차, 그의 위치를 확인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전완수가 머리를 긁적이며 얘기했다.
“형, 바퀴벌레가 인간만큼 커지면 인류는 멸망이라고 했어요.”
“뜬금없이 무슨 소리야?”
“바퀴벌레가 인간의 크기가 되면, 100m를 2초에 뛸 수 있대요. 너무 빨라서 인간의 눈으로는 총을 맞히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들었습니다.”
“…….”
“하물며 재형이는…… 100m 1초도 안 걸릴 것 같은데, 저걸 우리가 어떻게 말려요?”
감탄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걸 모두가 알지만, 감탄이 절로 나오는 광경.
수천 마리의 좀비가 일제히 달려오고 있는데, 박재형 혼자 놈들의 접근을 저지하고 있었다.
좀비들은 신선로에 발조차 들이지 못하고 송장으로 전락하고 있었다.
바리케이드 앞에 쌓인 좀비들의 시체처럼, 신선로 맞은편으로 좀비들의 시체가 빠르게 쌓이고 있었다.
이정우는 넋 놓고 정면을 바라보더니, 양손으로 입가에 고깔을 만들며 외쳤다.
“재형아!! 준비 끝났다!!”
훙-!
그러자 이정우의 앞으로 나타나는 검은 인영.
돌풍과 함께 나타난 박재형은 콧잔등을 찌푸리며 얘기했다.
“가스 냄새 고약하네요. 빨리 올라가서 터뜨려요. 시체 산 무너지는 것 확인하고 이동할게요.”
쾅!!
또다시 시야에서 사라져 버린 박재형.
이정우는 어벙한 표정으로 뒤에 있는 일행을 쳐다봤다.
박재우는 구레나룻을 긁적이며 물었다.
“방금…… 뭐가 왔다 갔나?”
전완수는 얼떨떨한 정신을 다잡고 일행에게 어서 올라가라고 했다.
모두가 다시금 바리케이드 내부로 들어서고, 이정우는 횃불을 손에 쥐며 생존자들에게 외쳤다.
“전부 고개 숙이세요!”
훅!
횃불을 바리케이드 너머로 집어 던지자, 곧 대지를 울리는 굉음이 들려왔다.
꽝!!! 꽝- 꽝! 꽝!!!
공기 중에 퍼진 가스는 굉음과 함께 폭발했다.
생존자들은 바닥에 엎드린 채 양손으로 귀를 틀어막고,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좀비들의 살점과 찢어진 오장육부가 하늘에서 쏟아지고, 비릿한 피 냄새에 생존자들은 헛구역질하기 시작했다.
연쇄적으로 폭발이 일어나자, 1차 바리케이드에서도 파찰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귀곡성처럼 들리는 소리에, 윤성민은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바리케이드 무너지는 건 아니겠죠?”
“모르죠. 지켜봐야지.”
전완수는 오른손으로 입과 코를 가린 채 눈살을 찌푸리며 신선로 방면을 살폈다.
신선로 맞은편에 쌓인 시체 둔덕을 짓밟고 넘어오는 좀비들.
박재형이 사라졌다.
바리케이드 앞에 쌓인 시체들이 무너진 것을 확인하고, 곧장 광안대교로 이동한 모양이다.
이에 전완수는 칼자루를 말아쥐며 소리쳤다.
“전투 준비!!”
모든 생존자는 박재형의 등장으로 잠시나마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그 잠깐의 휴식이, 생존자들의 거칠어진 호흡을 되돌리고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불씨를 지폈다.
* * *
강요한은 광안대교 앞에서 벌어진 상황에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생존자들은 좀비들의 공세를 저지하고, 플레이어들은 알파2와 처절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었다.
어느 한쪽도 물러설 수 없는 팽팽한 대립.
‘고민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강요한은 주머니에 넣어둔 강화제 알약 세 알을 단숨에 삼키고, 가장 위험해 보이는 곽찬혁에게 달려갔다.
곽찬혁은 피떡이 된 상태로, 처절하게 알파2와 혈전을 벌이고 있었다.
한 명이라도 쓰러지면 순식간에 균형이 깨지기에, 목숨을 걸고 버티는 중이었다.
“찬혁이 형!”
강요한의 목소리에 곽찬혁과 알파2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를 쳐다봤다.
알파2는 상체를 일으키며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더니, 황급히 바리케이드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곽찬혁은 도주하는 알파2를 보고 소리쳤다.
“저거 잡아! 놓치면 안 돼!”
알파2도 정상은 아니었다.
다리 하나가 잘려나간 상태였고, 옆구리에서 검붉을 혈액을 쏟고 있었다.
강요한 어깨에 메고 있던 쇠뇌를 재빨리 견착하고, 도주하는 알파2의 남은 다리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퉁퉁! 퉁! 퉁!
박재우에게 받은 로그나이트로 제작한 쇠뇌와 볼트.
푸푹! 푹! 푸푹!
키에에에에에엑!!
알파2의 남은 다리에 볼트가 박히자, 놈은 앞으로 고꾸라지며 고통에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쓰러진 알파2의 얼굴을 향해 쉴 새 없이 볼트를 발사했지만, 놈은 양손으로 얼굴부터 방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강요한은 견착하고 있던 쇠뇌를 다시금 어깨에 둘러메고, 로그나이트로 제작한 기다란 창으로 알파2의 얼굴을 향해 내질렀다.
쉴 새 없이 찌르고 뽑기를 반복하자, 그의 눈앞으로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10코인이 지급됩니다.
강요한은 알파2의 시체를 정리할 새도 없이, 황급히 곽찬혁에게 달려갔다.
“형님! 괜찮아요?”
곽찬혁은 기진맥진한 채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고개도 들지 못하고, 숨넘어가는 소리를 뱉고 있었다.
머리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우측 볼이 찢어진 상태였으며, 왼팔도 기이하게 꺾인 상태였다.
숨을 쉴 때마다 쇳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폐에도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였다.
몸이 이 지경이 됐는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알파2를 향한 집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