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241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241화
뒤이어 헐레벌떡 차량에 탑승하는 생존자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빨리빨리, 빨리!”
전완수가 다급하게 외치자, 생존자들은 쓰러지다시피 차량에 올라탔다.
마지막으로 이정우가 탑승하자, 전완수는 재빨리 기어를 변속하며 액셀을 밟기 시작했다.
부우웅- 부우아앙!!
크어어어어어!!!
뒤따라오는 좀비들을 무시하고, 전완수는 비상등을 점멸하며 2차 바리케이드로 이동했다.
그 뒤로 수십 대의 차량이 따라붙었다.
전부 생존자 이송을 위해 미리 배치해둔 차량이었다.
난 얼떨떨한 정신을 다잡으며 전완수의 옆으로 걸어갔다.
세차게 흔들리는 버스 내에서, 양손으로 기둥을 붙잡고 물었다.
“얼마나, 나 얼마나 잔 거야?”
“3시간!”
3시간이나 기절했다고?
에스파디아랑 대화를 나눈 건 30분도 안 되는 것 같은데 3시간이나 지났다니.
멍한 표정으로 생존자들의 모습을 확인했다.
다들 탈진한 모습을 보였다.
땀을 얼마나 흘렸는지, 다들 안색이 창백했다.
버스가 이렇게 흔들리는데 기둥을 잡는 사람이 없었다.
손아귀에 힘이 없는지, 바닥에 주저앉아 흔들리는 대로 몸을 맡기고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정우는 마른세수와 함께 입을 열었다.
“여러분! 지금까지 잘해주셨습니다! 조금만 더 힘냅시다!”
“예!”
기진맥진한 상태에서도 목청껏 대답하는 생존자들.
지친 기색이 역력하지만, 그들의 눈빛만큼은 생동감이 넘쳤다.
삶을 향한 독기, 의지, 열망이 엿보였다.
이정우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여러분을 2차 바리케이드에 내려드리고, 좀비들의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해 저희는 도로로 나올 겁니다!”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 거죠?”
“네 그렇습니다. 저희가 시간을 끄는 동안 여러분은 대열 갖추고 수비 강화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생존자들의 대답을 듣고, 이정우는 내 얼굴을 쳐다보며 물었다.
“재형아, 움직일 수 있겠어?”
“푹 쉬었으니 움직여야죠.”
그러자 이정우는 바닥에 엎드리며 커다란 지도를 펼쳤다.
내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하기에, 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고 지도를 살폈다.
“별동대를 따로 꾸릴 거야. 여기, 부산 성모병원 보여?”
“네.”
“이 근처는 아파트랑 빌라가 많아. 이미 건물 옥상에 철근이랑 휘발유, 라이터, 부탄가스, 수류탄 등 준비된 상태니까 상황에 따라 이용하면 돼.”
“좀비카는 어떻게 쓸 거예요?”
“2차 바리케이드 앞에서 좀비들 미는 용도로 쓸 거야. 아니면 엄폐물로 쓰거나.”
이정우는 지도를 짚으며 얘기했다.
“남쪽 바리케이드는 여기, 용호동 공원묘지랑 신선대유원지 사이의 길이고, 북쪽 바리케이드는 여기, 이기대공원로에 있어.”
수비에 최적화된 위치선정이었다.
남쪽 바리케이드는 4차선 도로의 양옆으로 좀비들이 이동할 수 없는 가파른 언덕과 절벽이 위치한다.
북쪽 바리케이드도 마찬가지였다.
이기대공원로는 2차선 도로였고, 마찬가지로 양옆이 막힌 길이었다.
그러다 문득, 의구심이 들어 지도의 한 부분을 짚으며 물었다.
“여긴 뭐예요? 중앙에도 길이 하나 있는데.”
“거기가 관건이야. 중앙의 용호로터리.”
총 3개의 구역으로 나뉜 2차 바리케이드.
남쪽과 북쪽에 비해 중앙에 위치한 바리케이드는 도로 폭이 지나치게 넓었다.
또한 로터리가 뚫리면 좀비들이 남쪽과 북쪽의 바리케이드를 뒤에서 공격할 수 있는 형국이었다.
이정우는 지도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별동대가 있는 거야. 성모병원이랑 로터리의 거리는 350m. 성보병원 근처 지형을 이용해서 최대한 좀비들의 발목을 잡아줘야 돼.”
이정우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별동대는 누구누구예요. 정해졌어요?”
“너는 여원이랑 같이 움직이면 돼.”
“바리케이드에도 플레이어 배치하는 거죠? 설마 전부 별동대로 뛰는 건 아닐 테고.”
“당연하지. 별동대는 너랑 여원이, 현이가 1팀, 완수랑 혜리, 재우가 2팀, 희연이, 덕록이, 내가 3팀, 이렇게 담당하기로 했어.”
“바리케이드 수비는요?”
“남쪽은 자사모랑 영일대, 북쪽은 돼지국밥이랑 밤바다, 중앙은 황금동이 담당할 거야. 혹시 모르니 진영이도 중앙 로터리 수비하라고 했어.”
상대적으로 가장 위험한 로터리에 파티 황금동과 정진영을 배치하고, 4차선 도로인 남쪽 바리케이드에 각성 파티 자사모를 배치했다.
깔끔하게 나뉜 파티.
뒤이어 핸들을 쥐고 있던 전완수가 외쳤다.
“바리케이드 도착했습니다! 전부 내려요!”
끼이이익-
차량이 정차하고 문이 열리자, 생존자들은 일사불란하게 무기를 챙겨서 내렸다.
버스의 뒤로 수십 대의 차량이 정차하고, 그곳에서 파티 자사모와 영일대, 돼지국밥, 밤바다의 플레이어들이 내렸다.
윤성민과 구창진은 먼저 이동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파티원들과 함께 북쪽 방향으로 이동했다.
곧 송하윤과 김윤기는 내 얼굴을 보고 화들짝 놀라며 다가왔다.
“재형이 너 괜찮아? 기절했다고 들었는데.”
“괜찮아요. 그보다 어서 움직이죠.”
그들을 다독이며 서둘러 바리케이드 내부로 진입했다.
3m 높이의 바리케이드.
허술하게 지었다기에 볼품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견고하게 잘 지었다.
무게중심도 탄탄하고, 혹시라도 바리케이드가 뚫렸을 때를 대비해서 뒤편에도 안전장치를 마련해둔 상태였다.
또한 버스를 포함한 각종 좀비카를 약속이라도 한 듯이 갈지자형으로 세워둔 상태였다.
좀비들이 마음껏 달려들지 못할 것이다.
전완수는 카타나를 손에 쥐며 송하윤에게 얘기했다.
“버스에 차 키 꽂아뒀으니 필요할 때 이용하면 돼요.”
“알았어, 고맙다.”
“수고하세요. 무슨 일 생기면 무전 치고요.”
결인들은 구불구불한 외길을 통해 용호로터리로 향했다.
좌측은 경사가 가파른 산이 있고, 우측은 절벽.
지형을 살피며 연신 감탄이 절로 나왔다.
어떻게 이런 곳을 찾았을까.
역시 본토박이가 있어야 돼.
남쪽 바리케이드에서 북쪽 바리케이드까지의 거리는 대략 800m.
그 중앙에 위치한 로터리.
각성 플레이어들에게 400m는 별것도 아닌 거리였다.
로터리에 도착하자, 벌써 전투 준비가 한창인 이덕배와 여러 생존자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덕배 아저씨!”
이덕배를 부르자, 그는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내게 달려왔다.
“재형 학생! 기절했다고 들어서 얼마나 놀랐는 줄 알아?”
이덕배는 내 양팔을 붙잡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자 이현배가 다가오며 얘기했다.
“재형이 네가 이해해 줘. 우리 형님 갱년기야.”
“갱년기는 무슨 갱년기! 얼마나 고생했으면 기절을 하겠냐고!”
이덕배가 대뜸 열을 내자, 그의 뒤에 있던 천호진이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외쳤다.
“덕배 아저씨! 지금 딴짓할 때가 아니잖아요!”
“현배도 딴짓하는데 왜 나한테만 그래!”
“현배 아저씨도 빨리 와요!”
천호진의 호령에 이 씨 아저씨들은 헛기침과 함께 내 눈치를 봤다.
그 모습을 보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상황은 최악인데, 이런 와중에도 웃음이 나온다.
좋은 사람들.
힘겨운 나날을 함께 버텨오며 친근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서로의 가족이 된 사람들.
모두가 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뭐든 할 준비가 됐다.
난 이덕배와 이현배를 쳐다보며 얘기했다.
“혹시라도 무슨 일 생기면 저한테 바로 연락하세요.”
“우리 걱정 말고 재형 학생이나 조심해. 또 무리해서 기절하지 말고.”
이덕배의 말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옆을 돌아보자, 이정우는 방현우와 이규리에게 신신당부하고 있었다.
또한 어머니에게도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하고 있었다.
“재형아!”
뒤이어 우측에서 설여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광안대교 방면을 수비하던 일행이, 북쪽 바리케이드에 생존자들을 내려주고 로터리에 모였다.
곽찬혁은 도착하자마자 망원경을 들고 좀비들의 위치를 살피더니, 마른침을 삼키며 얘기했다.
“보인다. 슬슬 별동대 움직여야 돼.”
이에 고개를 끄덕이며 설여원과 최현을 쳐다봤다.
설여원은 카타나를 쥐고 훅, 하고 숨을 뱉었다.
반면에 최현은 입꼬리를 올리며 얘기했다.
“별동대끼리 시합이라도 할까? 누가 좀비들 더 많이 잡나.”
그러자 전완수가 뻐근한 어깨를 풀며 대답했다.
“네 쪽에 재형이 있다고 자랑하냐?”
두 사람이 시시덕거리자, 설여원은 두 눈을 게슴츠레 뜨며 한숨을 내쉬었다.
“너희 언제 정신 차릴래? 지금 장난칠 때야?”
이에 전완수와 최현은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시선을 회피했다.
다들 내가 없는 3시간 동안 고생 많았을 텐데, 예상보다 훨씬 기운찬 모습을 보였다.
난 카타나를 뽑으며 내구도를 살폈다.
[로그나이트 카타나: 100%]보호대의 내구도도 전부 복구된 상태.
난 일행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시작하죠.”
별동대 1팀, 2팀, 3팀은 쏜살같이 2차 바리케이드를 넘어 도심으로 진입했다.
* * *
한편, 먼발치서 전황을 살피는 존재들이 있었다.
“저것들 전부 각성 파티야?”
“딱 보면 모르겠냐? 각성 파티니까 이렇게 버티지.”
“X발, 뚫을 수 있으려나?”
4명의 대장 좀비는 1㎞ 밖에서 망원경을 통해 전황을 살피고 있었다.
세 명의 대장 좀비들이 구시렁거리자, 팔짱을 끼고 바닥에 앉아 있던 대장 좀비가 입을 열었다.
“너희들 몇 성이라고 했지?”
“난 5성.”
“나도.”
“난 4성.”
5성 대장 좀비가 둘이었고, 4성 대장 좀비가 하나였다.
그러자 팔짱을 끼고 있던 대장 좀비가 한숨을 내쉬며 얘기했다.
“다들 X밥이네.”
“……뭐?”
“형 하는 거 잘 봐라.”
거들먹거리는 대장 좀비가 팔짱을 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머리를 깨끗하게 민 대장 좀비.
놈이 뻐근한 몸을 풀며 의기양양한 모습을 보이자, 다른 대장 좀비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야, 너도 몇 성인지 얘기는 해야지? 그래야 우리가 따르든 말든 하지 않겠어?”
“X밥들이 무슨 권리가 있다고. 뒤지기 싫으면 시키는 대로 해야지.”
“이 새끼 말하는 것 좀 봐라. 귀엽네? 어디서 굴러먹던 놈인지 몰라도, 우리도 각자 동네에서 좀 놀던 사람들이거든?”
“우리가 무슨 사이?”
“……뭐?”
대머리 대장 좀비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뜬금없는 소리를 꺼내자, 대장 좀비들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뒤이어 4성 대장 좀비가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되물었다.
“치, 칠성사이ㄷ…….”
“그래.”
대머리가 흐뭇한 미소를 짓자, 대장 좀비들은 마른침을 삼키며 황급히 눈을 깔았다.
다들 겁에 질린 표정을 짓자, 대머리는 히죽거리며 물었다.
“어때, 웃기지? 재밌지?”
더럽게 재미없는 말을 꺼냈지만, 7성이란 말에 대장 좀비들은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
강자 앞에서 입꼬리는 올리고 꼬리는 내리는 모습.
7성 대장 좀비는 목에서 뚜둑, 소리가 나도록 몸을 풀며 얘기했다.
“우리 5성 찌꺼기들, 입이 쏙 들어갔네? 계속 주둥이 털지 왜.”
“아, 아닙니다.”
“쫄기는. 여태 각성 파티 안 죽이고 뭐 했어?”
“각성 파티가 별로 없어서…….”
“수도권엔 많아.”
“예? 정말요?”
“많았었지.”
대머리는 조소를 지으며 입술을 할짝거렸다.
그 음흉하고 비열한 미소에, 대장 좀비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곧 4성 대장 좀비가 말까지 더듬으며 물었다.
“그, 그럼 형님은…… 왜 서울에서 부산까지 오신 겁니까?”
“음…… 그건 비밀.”
“예?”
“궁금하면 직접 가봐.”
대머리의 말에, 다른 대장 좀비들은 의구심조차 품을 수 없었다.
수도권은 눈길조차 주면 안 된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7성 대장 좀비조차 범접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니까.
“자, 슬슬 가볼까.”
대머리는 폐부 깊숙이 숨을 들이쉬더니, 정면을 향해 포효를 내질렀다.
크어어어어어어어어!!!
두두두두두두두두-
그러자 7성 좀비의 뒤로 대지를 흔드는 말발굽 소리가 들려오고, 광기에 휩싸인 좀비 떼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마치 광분한 물소 떼가 뿔을 치켜들고 달려드는 모습과 흡사했다.
대장 좀비들은 7성 좀비의 모습을 보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처음엔 거들먹거리는 싸가지 정도로 생각했지만, 지금은 7성 대장 좀비를 통해 가능성을 보고 있었다.
무임승차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말이다.
5성에서 6성이 되기 위해선 10명의 각성 플레이어를 섭취해야 한다.
수도권엔 각성 파티가 많았다고 하지만, 지방에선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대공습이 시작되고, 그들의 눈앞으로 이러한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아크를 파괴할 시 3성이 증가합니다.
부산 아크의 반경 100㎞ 내의 모든 대장 좀비에게 이러한 홀로그램이 전송됐을 것이다.
이들은 떡고물이라도 먹기 위해 수십 킬로미터를 쉬지 않고 달려왔다.
7성 대장 좀비만 있다면 손쉽게 퀘스트를 완료할 수 있을 것이다.
단, 이들은 간과하고 있는 게 있었다.
이들이 아크에 도착한 시점은, 박재형이 기절한 시점이라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