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243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243화
눈앞에서 분수처럼 솟아나는 선혈을 보고, 눈꼬리를 치켜뜨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이상하다.
분명 1차 바리케이드 앞에 똘똘 뭉쳐 있는 3마리의 자주색 좀비를 확인했는데, 지금 죽인 녀석은 지나치게 허약했다.
알파1보다 못한 방어력.
감지가 끝나기 전에 놈들을 처리하고 싶었지만, 계속해서 달려드는 좀비들로 인해 그럴 수 없었다.
감지가 끝난 뒤에도 10초 동안 위치를 파악할 수 있기에, 두 마리의 자주색이 좌우로 흩어지는 건 확인했다.
그리고 한 놈은 중앙에 남아 있는 걸 분명히 봤는데…….
설마 일반 좀비를 처리한 건가?
그럴 리가.
이놈은 내 얼굴을 보고 신음을 뱉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는 대장 좀비가 확실하다는 뜻인데.
“아, 설마.”
대장 좀비가 더 있는 건가?
하긴, 자주색으로 보이는 대장 좀비는 5성부터였다.
1성부터 4성까지의 대장 좀비는 똑같이 푸른색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지금 죽인 녀석은 4성 이하의 대장 좀비라는 말이 되고, 6성 이상의 대장 좀비는 이미 도주했다는 말이 된다.
“허, 미꾸라지가 빠르네.”
이렇게 빨리 사라졌다면, 사라진 녀석이 6성 이상의 대장 좀비라는 뜻.
난 무전기를 들고 일행을 불렀다.
“현이랑 혜리는 북쪽 바리케이드랑 남쪽 바리케이드로 이동해.”
치지직- 치직-
-지금? 갑자기 왜.
무전기로 들려오는 설여원의 목소리.
이에 한숨을 내쉬며 얘기했다.
“5단계 대장 좀비들이 바리케이드 쪽으로 이동했어. 인형극 쿨타임 돌아오면 대장부터 찾아서 죽여.”
-5단계 대장 좀비 몇 마리.
“남북으로 각각 한 마리씩.”
-확인.
무전을 마치고 자욱한 안개가 내려앉은 세상을 응시했다.
감지를 다시 사용하기 위해선 7분을 기다려야 한다.
그동안 6성 이상의 대장 좀비가 도주할 가능성은?
아니, 아크를 포기할 가능성은 없다.
지금껏 수하를 보내지 않고 기다렸다는 건 다른 목적이 있다는 말이 된다.
수하들을 보내면 대장 좀비의 유무를 들키는 꼴이니,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지금껏 기다린 것이다.
대체 무엇을 노린 걸까.
생존자?
아니, 생존자가 목표였으면 처음부터 이곳을 공격했을 것이다.
각성 플레이어?
그럼 파티 소리결과 자사모, 황금동을 발견한 시점에 맹공격을 퍼부었겠지.
설마 아크?
아크라는 글자를 떠올린 순간, 머릿속에서 반짝이는 빗금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래, 아크.
대장 좀비도 시스템상 플레이어로 구분된다.
그들도 우리처럼 퀘스트를 받을 수 있고, 대공습과 관련된 메리트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
아크를 수비해야 하는 일반 플레이어와, 아크를 함락시켜야 하는 좀비 플레이어.
아크를 부수면 대장 좀비들에게 메리트가 생기는 것이다.
생각을 마치고 무전기를 들었다.
“여원아, 현이 아직 거기 있어?”
치지직- 치직-
-현이? 잠시만. 야!! 최현!!
1층으로 내려간 최현을 부르는 목소리.
설여원의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눈살을 찌푸리며 무전기를 멀찍이 뗐다.
치지직- 치직.
-무슨 일이야! 아까는 바리케이드로 가라며!
무전기로 들려오는 최현의 목소리.
난 이마를 긁적이며 물었다.
“현아, 지금 마리오네트 지속시간 얼마나 되지?”
-마리오네트? 아직 1레벨이야. 10초가 한계!
“1층에 살아 있는 수하 있어? 인형극으로 다 죽었나?”
-본론만 말해! 바빠!
무전기에서 연달아 들리는 좀비들의 울음소리로 보아, 한 손에 무전기를 들고 좀비들을 처리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에 본론만 깔끔하게 얘기했다.
“마리오네트 최고 레벨까지 올린 뒤에 명령 하나만 내려줘. 대장한테 가라고.”
-따로 표시해서 보낼게!
“표시? 어떤 표시.”
하지만 최현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크어어어어어어!!
뒤이어 내 위치를 발견한 좀비들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길거리의 흔하디흔한 좀비들.
카타나를 손에 쥐고 지긋지긋한 좀비들의 목을 도려냈다.
좀비들을 처리하면서도, 계속해서 머리를 굴렸다.
표시가 뭐지?
결인들만 알아들을 수 있는 비밀신호라도 있나?
아닌데, 그런 건 만든 기억이 없는데.
좀비들을 처리하며 2차 바리케이드 방면을 수시로 확인했다.
곤란하다.
이렇게 길에서 시간을 허비하면…… 상위개체에게 수하들을 수복할 시간을 벌어주는 꼴이다.
언질이라도 줘야 나도 행동을 취하든 말든 할 것…….
그 순간, 저 끝에서 달려오는 괴생명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저게 뭐지?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안개 속을 응시하자, 초록빛을 발하는 거대한 반딧불이가 점점 가까워지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설마 저거…… 팔찌?
양팔에 야광 팔찌를 주렁주렁 달고 정신없이 어딘가로 달려가는 좀비 하나.
2차 바리케이드로 달려가는 좀비들과 달리, 홀로 역주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피융! 퓽! 피융!
딱! 따닥! 딱!
뒤이어 놈의 허리춤에서 폭죽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부산하면 바다, 바다하면 폭죽과 야광 팔찌.
저놈이다.
열심히 달려가는 반딧불이를 보고, 황급히 그 뒤를 쫓았다.
크르르르르…… 크하악!!
그러자 길거리의 좀비들도 폭죽을 보고 쫓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잘 보이게 표시해 준 건 고마운데, 저건 너무 잘 보이잖아.
좀비들까지 따라붙게 만들면 어떡해.
앞길을 막아서는 좀비들을 처리하며 반딧불이를 쫓아가자, 놈은 석포여중을 지나 그 뒤편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석포여중 뒤편에 위치한 당곡공원 둘레길.
30m 정도의 거리를 두고 쫓아가자, 곧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저 새끼 뭐야.”
피융, 피융! 피융!
딱딱! 딱!
열심히 달려가던 수하가 걸음을 멈췄다.
저기구나.
난 카타나를 말아쥐며 단숨에 반딧불이의 앞으로 달려나갔다.
그러자 무언가를 들고 있던 좀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인기척을 감지한 모양이다.
안개로 인해 명확하게 파악할 수 없지만, 놈은 망원경처럼 생긴 물건을 들고 있었다.
뭐가 됐든, 좀비가 도구를 사용하진 않을 터.
저놈이다.
6단계 이상의 대장 좀비.
놈은 내 얼굴을 보고 화들짝 놀라더니, 황급히 도주하는 모습을 보였다.
순간, 놈의 움직임을 보고 나 역시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대장 좀비 맞아?
저렇게 빠르다고?
쫓아갈 수 없는 속도는 아니지만, 부동자세에서 총알처럼 튀어 나가는 움직임을 보고 마른침이 넘어갔다.
대장 좀비라고 우습게 보면 안 된다.
지금은 좀비화도 사용할 수 없으니 말이다.
놈은 슬쩍 고개를 틀어 내 얼굴을 쳐다보더니, 대뜸 허공을 향해 소리쳤다.
크어어어어어!!
그러자 주변에 있던 수하들이 일제히 내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훙-! 훙!
달려드는 좀비들의 신체 능력도 상상을 초월했다.
마치 수백 마리의 알파1이 일제히 달려드는 느낌.
놀란 건 사실이지만, 그래 봐야 한낱 좀비.
알파1만큼 빠르다고 해서, 내게 위협이 되는 건 아니었다.
칼자루를 말아쥐며 있는 힘껏 눈앞의 좀비를 베었다.
촤악-!
정수리에서 사타구니까지 정확히 반으로 쪼개지는 수하를 보고, 대장 좀비는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안개 속으로 도주했다.
“어딜.”
촤좌좌좌좌좍!!!
주변을 에워싼 좀비들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일도양단 내며 대장 좀비의 발자취를 살폈다.
하지만 칠흑 같은 어둠과 자욱한 안개로 인해 놈의 위치를 파악할 수 없었다.
또한 주변을 에워싼 수하들로 인해, 발자국조차 분간되지 않았다.
RPG게임을 하며 이런 상황을 경험한 적 있다.
더럽게 빠른 황금고블린을 쫓아가는 기분.
잡으면 보물이 쏟아지는데, 정신없이 쫓아가다 보면 주변 몬스터들이 계속 몰려드는 상황과 흡사했다.
크르르르! 카학- 하아악!!!
좀비들의 움직임이 빠르다 보니, 쉽사리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훙-!
그 순간, 목덜미로 느껴지는 살기에 황급히 상체를 숙이며 눈을 흘겼다.
“까비……!”
도주한 줄 알았던 대장 좀비가 어느새 내 배후를 노리고 있었다.
이동속도와 달리 주먹은 위협적이지 않았다.
뭐지 이 기괴한 밸런스는?
근력을 높이면 민첩성도 증가해야 하는데, 대장 좀비의 주먹은 아무런 위협도 느껴지지 않았다.
대장 좀비는 진화할 때마다 신체 능력이 1.3배 증가하는 거로 알고 있었는데?
혹시 6단계부터는 달라지는 건가?
아니면…… 내가 너무 강해져 버린 걸까.
“까비 같은 소리.”
재빨리 돌려차기를 가하자, 대장 좀비는 황급히 상체를 숙이며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떡-!!
대장 좀비가 회피하는 바람에 옆에 있던 수하의 머리가 박살 났다.
카하아아악!!
빈틈이 생기자 쏜살같이 달려드는 수하들.
주변 좀비들로 인해 대장 좀비의 인기척에 집중할 수 없었다.
“으하하!”
대장 좀비는 마치 비웃기라도 하듯, 웃음을 터뜨리며 다시금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저 새끼…… 사람 혈압 오르게 하는 재주가 있네.
이에 두 눈 부릅뜨고 대장 좀비가 사라진 곳으로 박차를 가했다.
쾅!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자, 놈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포효를 내질렀다.
“크어어어어어어!!”
-전투의 포효가 적용됩니다.
-500m 내의 수하들이 강화됩니다.
-대장 좀비와 수하들의 신체 능력이 10분간 1.5배 증가합니다.
크르르르…… 카하아악!!!
수하들의 공세가 더욱 빨라졌다.
이 정도 속도면…… 근력 수치가 대략 45는 될 것 같다.
“X발! 진짜 죽는 줄 알았네!”
놈은 쥐새끼처럼 안개 속으로 숨으며 소리쳤다.
싸움 참 더럽게 하네.
흥분해선 안 된다.
당황한 건 사실이지만, 이럴수록 침착해야 한다.
지금은 대장 좀비의 위치를 파악하기도 쉽지 않으니, 내게 주어진 선택지는 하나뿐이다.
급가속과 감지의 재사용 대기시간이 돌아오길 기다려야 한다.
재사용 대기시간 4분.
‘후…… 4분만 놀아준다.’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며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체력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우측의 공중화장실 외벽에 등을 기대고, 움직임을 최소화하며 달려드는 좀비들을 처리했다.
“오올, 좀 하네? 내 수하들을 혼자 처리하다니.”
안개 속에서 들리는 대장 좀비의 목소리.
말은 거창하게 하지만,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를 감지할 수 있었다.
녀석도 초조한 것이다.
첫 공격을 끝으로 달려들지 않는 것만 봐도, 본인이 이길 수 없다는 걸 은연중에 느낀 것으로 보였다.
배짱을 부리는 건가?
초조한 심정을 들키지 않으려고 타인을 조롱하고 비난하며 깎아내리는 유형.
조롱에 휘둘려서 빈틈을 보이면, 그 빈틈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질 게 뻔하다.
감정적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놈의 수를 읽어야 한다.
전투의 포효를 사용했으니, 대장 좀비의 신체 능력도 10분간 1.5배 증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하들만 보내는 건…… 내가 지치길 기다리는 것이다.
섣불리 공격하면 본인의 머리가 달아날 수 있으니 말이다.
엄청 까불거리는데, 잔머리는 좋은 녀석이다.
그래, 어디 웃을 수 있을 때 웃으둬라.
잡히면 사지를 뽑아줄 테니까.
“이래도 버티는지 볼까?”
안개 속에서 대장 좀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반사적으로 눈꼬리가 꿈틀거렸다.
숨겨둔 수가 더 있나?
“폭식.”
-좀비 플레이어와 수하들의 방어력이 20% 감소합니다.
-단, 좀비 플레이어와 수하들의 이동속도가 2배 증가합니다.
-‘폭식’이 지속되는 동안 생명체의 살점을 섭취할 시, 방어력 감소 효과가 사라집니다.
-‘폭식’은 20분간 지속됩니다.
이런 스킬도 있어?
수하들이 일격에 쓰러지고 있으니, 방어력을 버리고 기동력을 극대화하는 선택.
훌륭한 선택이다.
전투의 포효에 폭식 효과가 중첩되자, 개체 하나하나가 가공할 만한 속력을 지니게 되었다.
이젠 나도 여유 부릴 수 없는 상황.
그동안 벽에 등을 기댄 채 체력을 비축했다면, 지금부터는 진심으로 휘둘러야겠다.
“이래도 버텨? 이 새끼 진짜 재밌는 새끼네!”
더는 깔보는 어투가 아니라, 경외감을 느끼는 목소리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내 관심은 다른 곳에 있었다.
저놈이 나를 신기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나 역시 흥미가 돋았다.
저놈은 6단계 이상의 대장 좀비부터 어떤 신체적 변화와 스킬이 생성되는지, 내게 실마리를 던져주는 영양분이 될 것이다.
생포해서 실험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