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246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246화
최현은 대장 좀비의 상체를 들고 생존자들의 곁으로 달려갔다.
윤성민은 최현이 들고 온 것을 보고 기겁하는 모습을 보였다.
잔인하다는 말로도 부족한, 참혹한 광경이었다.
이는 다른 생존자들도 마찬가지였다.
피떡이 된 덩어리를 보고 다들 구역질을 하거나, 뒤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대, 대체 그게 무슨…….”
윤성민이 말까지 더듬으며 묻자, 최현은 대장 좀비의 이마에 오른손을 얹으며 얘기했다.
“아까 얘기했잖아요. 재형이는 더 강한 놈 잡으러 갔다고.”
“이게 그놈이에요?”
“네.”
박재형의 작품이라는 말에, 다들 멍하니 입을 벌린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다른 건 몰라도, 박재형의 심기를 건드려선 안 된다는 걸 모두가 느꼈다.
최현은 두 눈을 지그시 감더니, 대장 좀비의 머릿속을 확인하며 마른침을 삼켰다.
미간을 찌푸리기도 하고, 눈꼬리가 꿈틀거리기도 했다.
무슨 기억을 들여다보는지 몰라도, 차마 입에 담기도 어려운 장면들을 확인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미친…….”
뒤이어 최현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욕설을 읊조리며 감았던 두 눈을 떴다.
“몇 단계, 몇 단계 대장 좀비입니까?”
윤성민이 묻자, 최현은 한숨을 내쉬며 얘기했다.
“7단계 같습니다.”
“치, 7단계?”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너도나도 탄성을 터뜨렸다.
최현은 오른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혼잣말을 읊조렸다.
“이걸 재형이한테 얘기하는 게 맞나…….”
최현이 곤란한 표정을 짓자, 이에 의구심을 품은 윤성민이 물었다.
“왜요, 대체 무슨 기억을 봤길래…….”
“서울에서 온 대장 좀비예요.”
“서울? 대공습의 범위는 100㎞ 아닙니까?”
“맞습니다. 원래 서울에 있던 놈인데, 세력 다툼에서 밀린 놈이에요.”
“예?”
“살기 위해 보름 전 남쪽으로 이동했고, 청도에서 생활하다가 대공습 메시지를 확인하고 부산으로 온 거예요.”
최현의 말에 옆에 있던 구창진이 입을 열었다.
“살기 위해 내려온 놈이라고? 7단계 대장 좀비보다 강한 놈이 서울에 있다는 거야?”
“수도권은 이미 끝났어요.”
끝이라는 말에 다들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구창진의 옆에 있던 이예진이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끝이라니.”
“서울의 아크는 여의도인 것 같습니다. 아크는 자기장 덕에 안전하지만, 여의도를 제외한 다른 지역은…… 이미 전멸이나 다름없어요.”
“대장 좀비가 그렇게 많아? 얼마나 강한데?”
“수도권의 상황은 보름 전의 기억이 마지막인데, 이미 9단계 대장 좀비가 있어요.”
9단계라는 말에 사람들은 상체를 부르르 떨었다.
말만 들어도 오한이 느껴지는 단어였다.
9단계.
얼마나 강할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최현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리고 5단계까지는 대장 좀비와 수하들의 신체 능력이 1.3배 증가하지만, 6단계부터 갈리는 것 같아요.”
“갈리다니?”
이예진이 되묻자, 최현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수하들은 계속해서 1.3배 증가지만, 6단계부터 대장 좀비의 신체 능력은 2배씩 증가합니다.”
“2배? 미친 거 아니야?”
플레이어가 좀비에게 물려서 대장 좀비가 되더라도, 똑같이 5에서 6의 근력을 부여받는다.
그것이 1단계 대장 좀비.
거기서 진화할 때마다 1.3배의 신체 능력이 증가하고, 6단계부터는 2배가 증가한다.
각성 플레이처럼 소수점은 반올림된다고 가정하고, 기본 신체 능력을 6으로 가정한다면, 7단계 대장 좀비는 근력은 68.
박재형에 비하면 한참이나 부족한 근력이지만, 생존자 입장에서는 저승사자나 다름없었다.
다들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반면에 최현은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게다가 5단계 대장 좀비부터는 스킬도 생성돼요.”
“스킬?”
“이놈은 4개의 스킬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질주, 전투의 포효, 폭식, 도취.”
“그게 뭐야.”
구창진이 묻기에, 최현은 각 스킬의 성능을 알려주었다.
전투의 포효, 폭식, 도취는 액티브 스킬이지만, 질주는 패시브 스킬이었다.
[질주]-인기척을 지우고 이동속도를 1.5배 증가시킵니다.
-7성 이상의 좀비 플레이어에게 부여됩니다.
이것이 질주의 성능이었다.
박재형이 7단계 대장 좀비를 보고 놀란 이유.
공격력에 비해 지나치게 빠른 움직임이 패시브 스킬 질주 때문이었다.
전투의 포효와 도취를 사용한 7단계 대장 좀비의 근력은 133.
알파2와 견줄 수 있는 근력이지만 박재형에겐 역부족이었다.
다만 질주와 폭식으로 인해 움직임은 뛰어나기에, 박재형이 고생한 것으로 보였다.
윤성민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얘기했다.
“7단계 대장 좀비의 능력이 어떻든, 박재형 씨가 잡았으니 이제 대공습이 끝날 때까지 큰 위협은 없는 거죠?”
최현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에 의구심을 느낀 홍성범이 물었다.
“또…… 무슨 문제 있어요?”
“이놈이 대구에서 본 형체가 마음에 걸려서요.”
“대구?”
최현은 긴가민가하다는 듯이 가만히 턱을 매만지는 모습을 보였다.
7단계 대장 좀비가 청도까지 내려온 이유.
7단계 대장 좀비는 원래 대구에 새로운 터전을 만들려고 했다.
아무래도 광역시는 돼야 먹이를 구하기도 쉽고, 수하들을 복구하기도 편하니까.
하지만 대구 서구에서 발견한 거대한 형체를 보고, 잔뜩 겁에 질린 채 청도로 대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변종 에덤과 흡사한 모습이지만, 어딘지 모를 괴리감이 있었다.
훨씬 두껍다고 해야 좋을까?
기억이 흐릿해서 명확한 생김새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7단계 대장 좀비가 느낀 공포심은 고스란히 느껴졌다.
‘만약 그 괴생명체가 대공습의 메시지를 받았다면…….’
변종의 특징이라면 관찰.
적의 움직임을 파악한 뒤에 행동으로 옮긴다.
특히 알파2와 변종 에덤의 지능은 알파1이나 좀비들에 비해 훨씬 뛰어나다.
만약 괴생명체의 정체가 변종 에덤의 진화체라면,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숨어서 치열한 전장을 응시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띠링-
-대장 좀비를 처리했습니다. 7코인이 지급됩니다.
뒤이어 눈앞으로 떠오르는 홀로그램.
동시에 무전기에서 신호가 들어왔다.
-남쪽 5단계 대장 좀비 처리 완료! 다른 곳 상황 보고해 줘!
남쪽으로 달려간 박재우의 목소리.
최현은 무전기를 들고 얘기했다.
“북쪽은 아직 찾는 중. 재형이가 와서 어떻게든 버티고는 있는…….”
띠링-
-대장 좀비를 처리했습니다. 7코인이 지급됩니다.
똑같은 메시지가 최현의 눈앞으로 출력되었다.
오류라도 발생한 건가?
치지직- 치직-
-북쪽도 정리 완료.
뒤이어 박재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최현은 멍하니 입을 벌린 채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개고생을 해도 대장을 찾지 못했는데, 박재형이 도착하고 단 10분 만에 대장이 잡혔다.
심지어 달려드는 좀비들까지, 모조리 처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수준이 달라.’
최현은 퍼석한 입술을 핥으며 얘기했다.
“7단계 대장 좀비 정보 파악했어. 와서 이놈도 처리해.”
-7단계였어?
박재형의 물음에 최현은 싱겁게 웃으며 얘기했다.
“몇 단계 대장 좀비인지도 모르고 이렇게 때려잡은 거야?”
-물어본다고 고분고분 대답할 놈은 아니잖아.
“그건 그렇지.”
-몇 단계든 때려잡고 봐야지.
다른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대답이었다.
하지만 박재형이 저런 말을 하면 괴리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할 수 있다는 걸 눈으로 직접 보여주니까.
* * *
대장 좀비를 처리하고 생존자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다들 안색이 좋지 않았다.
조금 전 친구를 잃은 사람도, 가족을 잃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여기 있는 생존자들은 살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보다,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을 느끼는 것으로 보였다.
어떻게 해야 좋을까.
이들을 전장으로 내몰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이미 한계점을 넘어섰다.
게다가 북쪽 바리케이드가 무너졌으니, 내가 북쪽을 지키지 않는 한 다른 지역까지 피해가 전염될 것이다.
또한 내가 북쪽을 담당하는 사이, 별동대에게 일이 생기면?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옆에 있던 최현이 입을 열었다.
“재형아, 사람들 3차 바리케이드로 보내는 게 좋을 것 같다.”
“지금 보내는 건 무리야. 아직 대공습 남은 시간도 많은데, 만약 3차까지 뚫리면 어쩌려고.”
“네가 알아야 할 게 있어.”
최현은 7단계 대장 좀비의 머릿속에서 확인한 정보를 하나도 빠짐없이 들려주었다.
수도권에 9단계 대장 좀비와 변종 에덤이 득실거린다는 말을 듣고, 머릿속이 멍해지는 것을 느꼈다.
서울과 경기도의 인구를 합하면 2천만이 넘는다.
상황이 좋지 않을 것이라 예상은 했는데, 훨씬 심각한 상황이었다.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최현은 내 팔뚝을 잡으며 얘기했다.
“아크는 안전해. 네 부모님, 분명 아크에 계실 거야.”
“하남은…… 기대하기 어려울까?”
“…….”
설여원의 본가가 하남이었다.
들어보니 여의도에 아크가 있는 것 같은데, 하남에서 여의도는 너무 멀다.
안개가 퍼진 초기에 아크로 이동한 사람이면 몰라도, 본가에서 구조를 기다렸거나 도보권이 아닌 사람들은…… 생존율이 희박하다.
최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대장 좀비의 머릿속에서 이상한 걸 봤어.”
이상한 거?
고개를 갸웃거리며 쳐다보자, 최현은 눈썹을 긁적이며 얘기했다.
“대구에 괴생명체가 있어.”
“변종 에덤이야?”
“아니, 느낌이 달라.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인데…… 변종 에덤의 진화체 같아.”
알파 변종에게 진화체가 존재하는 것처럼, 변종 에덤도 진화체가 존재할 것이라고 예상은 했다.
하지만 이렇게 이른 시일 내에 진화체가 등장할 줄은 몰랐다.
변종 에덤은 어떤 방식으로 진화하는 걸까.
알파1은 같은 알파1의 뇌를 먹고 진화한다.
만약 변종 에덤도 진화 조건이 같다면…… 알파1과 알파2만큼의 차이를 보일 것이다.
에스파디아가 설정한 값이 있을 테니 말이다.
알파1과 알파2의 신체 능력은 대략 7배 차이.
변종 에덤의 근력을 최소 450으로 잡아도, 7배면 3천이 넘어버린다.
이는 광란을 중첩 사용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수준이다.
문득, 에스파디아가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사람다운 사람을 살리고자 하는 내 의지는 높이 사지만, 그로 인해 모든 것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말이.
최현의 말대로 변종 에덤의 진화체가 대구에 있다면, 대공습의 반경에 속한다.
이는 변종 에덤이 부산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말이 되고, 우리가 무슨 짓을 하든 변종의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 된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을 버리면 광란을 중첩 사용하지 않아도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살아남으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내게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선(善)을 지켜온 사람들이다.
수백만 중 단 몇천 명.
이런 사람들을 버리고 혼자 도망치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차라리 생즉필생, 생즉필사의 마음으로 싸울 것이다.
대학교 본관에 있을 때, 창밖으로 뛰어내리려는 나를 설여원이 구해줬다.
설여원 덕에 얻은 두 번째 삶은, 내 뜻을 관철하며 살아갈 것이다.
난 최현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현아, 생존자들 전부 3차 바리케이드로 이동시켜.”
“오케이.”
“3차 바리케이드에서 다 같이 수비하고, 혹시 모르니 오륙도선착장으로 이동하는 뒷길 확보해.”
“우리가 준비한 배에 사람들 다 못 타는 거 알지?”
“오륙도선착장으로 도망쳐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자리가 남을지도 몰라.”
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전기를 들었다.
최후의 보루 3차 바리케이드.
3차 바리케이드까지 뚫리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갈 수 있도록 오륙도선착장 앞에 요트와 낚싯배를 준비해 둔 상태였다.
진즉에 배를 타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준비한 배에 탑승할 수 있는 생존자는 고작 500명.
또한 생존자들을 해저 도시로 안내해 줄 함선이 오륙도선착장에 나타났을 때, 탑승구의 위치를 알 수 없다.
만약 선착장 외에 탑승구가 없다면, 단 한 명도 탑승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크으으…… 커허억…….”
발밑에서 쇳소리를 내는 7단계 대장 좀비.
놈의 머리를 짓밟아 깨뜨린 뒤, 일행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움직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