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247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247화
-대장 좀비를 처리했습니다. 카운트 400점이 주어집니다.
7단계 대장 좀비를 처리하자 이러한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알파2보다 훨씬 많이 준다.
시체를 내버려 두면 다른 좀비가 섭취할지도 모르기에, 형체를 알아볼 수 없도록 대장 좀비의 뇌를 으깨버렸다.
그동안 최현은 생존자들을 데리고 3차 바리케이드로 이동했다.
남은 체력 회복제는 3개.
4개를 소지하고 있었지만, 당곡공원에서 7단계 대장 좀비의 수하들을 처리하며 하나를 먹었다.
대공습이 끝나려면 한참 남았는데, 체력 회복제 3개로 버틸 수 있을까?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몰라도, 최대한 해봐야지 어쩌겠는가.
난 무전기를 들고 일행에게 얘기했다.
“중앙, 남쪽에 계신 분들도 대피 시작했습니까?”
치지직- 치직-
-이동 중!
-가고 있어요!
이덕배와 윤혜리의 대답을 듣고, 난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다들 3차 바리케이드 도착하면 북쪽 방면만 신경 써주세요.”
-북쪽? 이기대공원 방면 말하는 거야? 중앙이랑 남쪽은 어쩌려고.
“중앙은 소리결이, 남쪽은 자사모와 황금동이 막습니다. 지금 생존자들 상태로는 세 방향 못 막아요.”
지금은 생존자들에게 싸움을 강요할 수 없다.
5시간 가까이 쉬지 않고 싸운 것도 기적에 가까웠다.
여유는 생기는 게 아니라 만드는 거라는 말처럼, 생존자들에게 휴식 시간을 줘야 한다.
조금이나마 체력적으로 여유가 되는 각성 플레이어들이 분발하는 게 최선이었다.
이덕배는 대답을 망설이더니, 오래 지나지 않아 한숨을 내쉬며 얘기했다.
-알았어, 재형 학생도 몸조심해.
무전을 마치고 곧장 중앙부로 이동했다.
성모병원 방면에 다다르자, 다시금 좀비들의 울음소리가 귓가를 간질이기 시작했다.
크어어어어어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메아리치는 좀비들의 음성.
그어어어…… 어어…….
그 속에 공명 좀비의 울음소리도 섞여 있었다.
좀비들이 뭉쳐있는 장소를 확인하고, 카타나를 말아쥐며 재빨리 그곳으로 이동했다.
“여원아 뒤쪽 막아!”
“못 막아! 그냥 휘발유 남은 거 전부 부어!”
“남은 휘발유 없으니까 이러지!”
옥상에서 들리는 설여원과 전완수의 목소리.
1팀에 있던 최현과 내가 북쪽 바리케이드로 이동하는 바람에 설여원은 혼자가 되었다.
또한 2팀에 있던 윤혜리와 박재우도 남쪽으로 이동했으니, 전완수도 혼자가 되었다.
팀원을 잃은 설여원과 전완수가 힘을 합쳐 좀비들을 저지하고 있었다.
“가속.”
쾅!
지면을 박차며 단숨에 옥상에 올라서자, 설여원과 전완수는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카타나를 치켜들었다.
한 박자 늦게 내 얼굴을 발견한 전완수는, 계단으로 접근하는 좀비들을 처리하며 내게 외쳤다.
“미친놈아! 이럴 거면 1팀, 2팀 왜 나눈 거야!”
“미안하다. 늦었다.”
“이게 사과로 끝날 일이냐? 중간에 여원이랑 만나서 다행이지, 못 만났으면 우리 죽을 뻔했다고!”
“무전이라도 보내지 그랬어.”
“혼자 싸우는데 무전 치고 있을 시간이 어디 있냐?”
“다른 곳 상황이 워낙 급해서 여유가 없었어. 미안해.”
성난 전완수를 어르고 달랜 뒤, 설여원의 표정을 살폈다.
날씨가 더운 것도 아닌데, 전신이 땀에 젖어 있었다.
얼마나 힘들면 안색도 창백했다.
“괜찮아?”
설여원을 쳐다보며 묻자, 그녀는 싱겁게 웃으며 대답했다.
“죽을 맛이지.”
“……미안하다.”
“사과할 시간에 좀비 한 마리라도 더 잡아.”
이에 설여원과 전완수에게 얘기했다.
“둘 다 뒤로 가서 체력부터 회복해. 내가 시간 끌어줄 테니까.”
전완수는 기다렸다는 듯이 벽면에 등을 기대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죽겠다, 죽겠다, 하는 소리를 반복했다.
설여원도 상당히 지친 탓에, 전완수의 옆에 앉으며 열심히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결인들이 체력 회복제를 내게 몰아준 만큼, 내가 더 열심히 싸워야지 어쩌겠는가.
훅, 하고 숨을 뱉으며 빠르게 좀비들의 숫자를 줄여나갔다.
* * *
그렇게 1시간, 2시간, 3시간…….
시간은 무던히도 흘러, 어느새 대공습이 시작된 지 15시간 가까이 지났다.
쉬지 않고 싸운 탓에, 사지는 덜덜 떨리고 현기증이 일었다.
체력 회복제 3개로는 턱없이 부족해서, 윤혜리와 박재우, 황덕록이 소지하고 있던 체력 회복제까지 내가 먹었다.
더는 체력 회복제를 소지한 파티원이 없다.
수류탄과 부탄가스, 휘발유는 바닥이 드러난 지 오래였다.
또한 3차 바리케이드는 탄알도 전부 소진해서, 소총을 몽둥이로 쓰고 있었다.
이렇게 처절하게 싸운 끝에, 슬슬 부산에 있는 좀비들은 씨가 마르기 시작했다.
좀비들의 공세는 이전보다 훨씬 느려졌고, 중간중간 틈이 생기기 시작했다.
오륙도선착장으로 대피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모두가 애써준 덕에, 웨이브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타 지역에 있던 좀비들이 도달했지만, 예상대로 산 넘고 물 건너온 좀비들이라서 정상이 아니었다.
전부 하체를 비틀거리고 있었다.
체력적으로 지친 탓이 아니라, 뼈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였다.
용호동에서 날이 밝도록 전투를 이어온 결인들은 가쁜 숨을 고르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씨X, 힘들어 뒤지겠네.”
전완수는 퀭한 눈으로 진심을 담아 욕설을 내뱉었다.
칠흑 같은 어둠이 가시고, 벌써 아침 해가 고개를 내밀었다.
잠시도 쉬지 않고 15시간 가까이 싸우는 건 정신적으로도 너무 힘들었다.
“하…… 30년은 늙은 것 같다.”
정진영은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지금의 심정을 토해냈다.
치지직- 치직.
뒤이어 무전기에서 신호가 들어왔다.
-남쪽 방면 상황 종료. 다른 곳 상황보고 바랍니다.
곽찬혁의 목소리.
무전기를 들 힘도 없어서, 팔을 드는 대신 고개를 숙이며 얘기했다.
“좀비들은 확실히 줄었어요.”
-여기도 안정화됐어.
무전기에서 들리는 이덕배의 목소리가 거칠었다.
얼마나 소리를 질렀으면, 목에서 쇳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곧 곽찬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함선 도착까지 5시간 정도 남았는데, 이제 어떻게 할까요?
이에 싱겁게 웃으며 대답했다.
“좀비들 없으면 쉬어야죠. 남은 5시간은 무탈하게 지나가기를 바라면서.”
-알았어. 살아 있는 좀비들은 없는지 확인하고, 함선 도착 1시간 전에 선착장으로 이동할게.
“네.”
무전을 마치고 일행을 쳐다보자, 다들 설여원과 내 눈치를 봤다.
메인 퀘스트를 완료해야 아크 입장권을 얻을 수 있고, 아크 입장권을 얻어야 탑승권을 받을 수 있다.
즉, 설여원과 나는 함선에 탈 수 없다.
난 일행의 표정을 보고 싱겁게 웃으며 얘기했다.
“다들 왜 그렇게 쳐다봐.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
“만약 저희가 함선에 탑승하면…… 소리결은 어떻게 되는 거예요?”
가만히 있던 윤혜리가 가장 먼저 입을 열자, 다들 숨죽인 채 눈을 굴리기 시작했다.
이에 어깨를 으쓱이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나도 모르지. 게임에서는 1차 바리케이드 진입하는 순간 끝났어. 대공습을 직접 겪지도 않았고.”
“오빠랑 여원 언니는…… 여기 계속 남아야 하는 거예요?”
시스템이 허락하지 않는 한, 설여원과 내가 함선에 탑승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러자 옆에 있던 설여원이 입을 열었다.
“사람이 많은 것보다 적은 게 좋아. 식량 보급 면에서도 그렇고, 신경 쓸 게 줄어들면 생존에도 유리하고.”
설여원은 덤덤하게 얘기했지만, 그녀의 눈빛에 씁쓸한 기운이 남아 있었다.
함께 하고 싶지만, 이는 퀘스트를 완료한 일행을 억지로 데려가는 꼴이었다.
상황은 언제나 변화한다.
모두의 동의하에 경산과 대구, 구미, 포항 순으로 확인했고, 마침내 부산에 도착했다.
퀘스트를 완료한 사람은 이제 그만 떠나고, 남겨진 사람들은 남은 여정을 이어가야 한다.
그러자 뒤에 있던 전완수가 팔짱을 끼며 얘기했다.
“난 같이 갈 거야.”
“수연이도 생각해야지. 동생 걱정도 안 돼?”
“살아 있잖아. 그럼 된 거야. 그리고 박재형 너는 남 걱정 좀 그만해.”
전완수가 눈살을 찌푸리며 얘기하자, 옆에 있던 최현은 목덜미를 주무르며 얘기했다.
“나도 같이 가. 지혜 함선에 탑승하는 것만 확인하고.”
그러자 너도나도 손을 들며 끝까지 함께하자고 했다.
가장 먼저 입을 열었던 윤혜리도, 뜻을 정하고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함선은 서울에서 다시 타면 돼요. 어차피 해저 도시 도착하면 다시 만날 텐데, 뭐가 걱정이에요?”
말은 쉽게 하지만, 눈빛에는 두려움과 걱정이 서려 있었다.
이미 수도권의 상황을 전해 들은 결인들.
어떻게 해야 좋을까.
솔직하게 말하면…… 모두를 함선에 태워서 해저 도시로 보내는 게 마음 편할 것 같다.
가능하다면 설여원까지 말이다.
하지만 설여원은 함선에 탑승할 수 없으니, 결국 서울까지 나와 함께 가야 한다.
많은 사건사고가 발생할 것이다.
내가 설여원과 멀어지는 순간이 있을 것이고, 설여원 홀로 생존에 전념해야 하는 순간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그런 모든 가설을 생각했을 때, 결인들이 함께 해준다면 마음은 편할 것이다.
하지만 탑승권까지 소지한 이들을 데려가는 게 과연…….
쉽사리 선택을 내리지 못하자,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이정우가 입을 열었다.
“다들 동의한 거야. 재형이 넌 생각하지 마.”
“그래도 탑승권까지 소지했는데, 해저 도시로 가는 게 옳지 않아요?”
“왜, 서울까지 가는 길에 혹시라도 우리 죽을까 봐?”
“사람 일 어떻게 될지 누가 알아요.”
“재형이 너, 어떤 때는 이성적인데 또 어떤 때는 엄청 감성적인 거 알아?”
“네?”
“친한 사람들 관련된 일에는 너무 착해. 넌 좀 이기적이게 변할 필요가 있어. 넌 당당하게 요구해도 돼.”
이정우의 말에 옆에 있던 정진영이 입꼬리를 올리며 얘기했다.
“그럼 정해졌네. 재형이는 발언권 없으니 반박할 생각이면 접어둬. 다 같이 서울로 가는 거야.”
“아니…….”
말끝을 흐리며 입맛을 다시자, 박재우가 입을 열었다.
“솔직히 재형이 네 덕에 여까지 왔는데, 이제 퇴로 열렸다고 우리끼리 도망치는 것도 염치없지.”
“염치를 목숨 걸고 따질 일은 아니잖아.”
“너는 그럼 뭐, 목숨 여러 개라서 우리 구해줬나?”
박재우가 콧방귀 뀌며 입꼬리를 올리자, 정진영은 팔짱을 끼며 입을 열었다.
“그래, 동사나사 아니겠어?”
“네?”
“동기 사랑 나라 사랑.”
정진영의 말에 설여원은 싱겁게 웃으며 얘기했다.
“진짜…… 이 동아리 진즉 가입할 걸 그랬어요. 난 바보들이랑 잘 맞는 것 같아.”
“나도. 안개 퍼지기 전에 가입했으면 얼마나 좋아.”
“동아리 홍보 좀 많이 하지.”
설여원과 박재우, 황덕록이 한 마디씩 꺼내자, 정진영은 호쾌하게 웃으며 얘기했다.
“여원이 재우, 덕록이, 희연이는 명예 회원이지. 그리고 이미 소리결 파티원이잖아? 그럼 결인이지. 동아리가 별거야?”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몸은 힘들지만, 이렇게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웃을 수 있었다.
난 두 주먹을 쥐었다 펴며 악력이 돌아온 것을 확인하고, 다시금 카타나를 손에 쥐었다.
“그럼 푹 쉬었으니, 다시 파이팅 넘치게 사냥하러 갈까요?”
“오케이!”
“가자!”
다들 으쌰, 하는 추임새와 함께 무기를 들고 일어났다.
바닥에 널브러진 좀비들 사이에, 아직 숨이 붙어 있는 놈들이 상당히 많았다.
지금부터는 전투가 아니라, 수확의 시간이다.
띠링-!
그 순간, 라스트아크의 기계음과 함께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5시간 뒤에 아크가 도착합니다.
-진행도를 70% 달성하셨습니다.
-마지막 웨이브가 시작됩니다.
-적들의 눈에 생존자의 위치가 표시됩니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함선에 탑승하시기 바랍니다.
눈앞의 홀로그램을 확인하고, 다들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이는 나도 마찬가지였다.
마지막 웨이브?
이미 남은 좀비가 별로 없는데?
심지어 타지에서 온 좀비들도 대부분 죽었고, 남은 놈들이라고 해봐야 이미 맛이 간 놈들이 대부분이었다.
없는 좀비를 소환하지는 않을 것이고, 빈사 상태의 좀비들을 치료한다거나 신체 능력을 강화한다는 내용도 없었다.
누굴 위한 마지막 웨이브지?
좀비들이 생존자들의 위치를 알아도, 공격할 좀비가 없는데?
혹시 시스템상으로 설정해둔 내용이라서 뜬 건가?
쿵-
그 순간,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1차 바리케이드 방면에서 울림이 들려왔다.
커다란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
흔들거리는 외벽의 일부가 떨어진 건가?
설여원과 전완수, 김희연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시선을 돌렸다.
세 사람 모두 천리안을 쓰고 1차 바리케이드를 살피더니, 10초도 되지 않아 욕설을 읊조렸다.
“씨X…… 한동안 조용하더라니.”
전완수의 말에 설여원은 일행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다들 수비 강화해.”
이에 카타나의 내구도를 살피며 물었다.
“좀비야?”
“변종들 몰려온다.”
“변종이라니, 변종은 이미 전멸…….”
그러다 문득, 설마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15시간 가까이 쉬지 않고 싸우느라 인지하지 못했을 뿐, 아직 남은 변종이 있었다.
변종 에덤의 진화체.
또한 대공습 초기에 보인 알파 변종들의 기이한 행동.
하나같이 관찰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증거로 내게 들켜서 죽은 놈들 말고는, 그 뒤로 변종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지금껏 때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옆에 있던 최현은 땅이 꺼지도록 한숨을 내쉬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얘기했다.
“개새끼들, 더럽게 똑똑해졌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