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250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250화
“5층에 하나 들어왔다! 막아!”
키에에에에엑!!!
알파1이 창문을 부수고 들어오자, 전완수는 밑에 있는 결인들에게 외쳤다.
가장 가까운 사람은 최현.
최현은 4층에서 5층으로 단숨에 올라간 뒤, 칼날을 쳐올리며 알파1의 머리를 잘라버렸다.
“힘들어 뒤지겠네!”
최현의 입에서 튀어나온 외침에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다들 속으로 공감하고 있었다.
그나마 박재형이 알파2를 모조리 처리해 준 덕에, 결인들은 손쉽게 알파1을 처리할 수 있었다.
이미 개개인의 근력이 알파1을 넘어섰고, 보호대와 로그나이트 카타나까지 소지하고 있기에 알파1은 결인들의 적수가 되지 않았다.
뒤이어 1층에 있던 이정우가 커다란 문짝으로 입구를 틀어막으며 외쳤다.
“재형이 쪽도 정리된 것 같다! 조금만 더 힘내자!”
“무슨 근거로?”
옆에 있던 정진영이 되묻자, 이정우는 홀로그램에 적힌 메시지를 보여주었다.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200코인이 지급됩니다.
이러한 문장이 8개나 적혀 있었다.
“아까 여원이가 그랬어. 변종 에덤 7마리라고.”
“메시지는 8개 떴는데?”
“대구에서 봤다는 변종 에덤. 그것까지 합치면 8마리잖아.”
“똑같이 200코인 들어왔는데? 진화체가 아니었다는 거야?”
“그렇지.”
이정우의 말에 정진영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귀신이라도 지나간 것처럼 주변이 조용해졌다.
계속해서 달려들던 알파1들의 압박이 거짓말처럼 사라진 것이다.
아파트 비상구 계단으로 침묵이 내려앉고, 결인들의 거친 숨소리만이 들려왔다.
다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지금의 기이한 현상에 당혹감을 느꼈다.
설여원은 창가로 걸어가더니, 벽에 등을 기댄 채 창밖의 상황을 살폈다.
“갑자기 왜 저러지?”
“왜, 무슨 일인데.”
최현이 다가오자, 설여원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알파1들이 도망치고 있어.”
“알파1이 도망친다고? 어디로.”
“옆 동으로 가는 것 같은데?”
“옆 동이면 재우랑 덕록이 있는 곳으로?”
설여원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뒤이어 1층에 있던 정진영이 7층까지 올라오더니, 옷소매로 얼굴을 닦으며 물었다.
“뭔데, 무슨 일인데?”
“알파1들이 옆 동으로 가고 있대요.”
“뭐? 왜.”
“저도 모르죠.”
최현이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하자, 정진영은 눈꼬리를 치켜뜨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뒤이어 무언가 의심스러운 부분이라도 있는지, 무전기를 손에 쥐었다.
“재형아, 들려?”
치지직- 치이이이-
무전기로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정진영은 마른침을 삼키더니, 다시 한번 박재형을 불렀다.
“박재형 대답해. 내 목소리 안 들려?”
치이이이익-
무전기에서 들려오는 탁한 소음에, 다들 마른침을 삼켰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걸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정진영은 박재형이 와서 알파1들이 도망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닌 모양이다.
그러자 9층에서 내려온 전완수가 입을 열었다.
“그 자식 또 무전기 고장 낸 거 아니에요?”
전완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깨진 유리 너머를 바라보며 외쳤다.
“박재형!! 대답해!!”
쩌렁쩌렁하게 소리쳤지만, 박재형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심지어 옆 동으로 이동하는 수백 마리의 알파1조차 관심을 주지 않았다.
전완수가 다시 한번 박재형을 부르려는 찰나.
“들어갈게.”
아파트 외벽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전완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얘기했다.
“하…… 이 새끼 무전기 좀 그만 고장…….”
전완수가 창밖으로 고개를 내미는 찰나.
텁!
설여원이 있는 힘껏 전완수의 어깨를 잡아당기며 뒤로 넘어뜨렸다.
전완수는 갑작스러운 악력에 뒤로 엉덩방아를 찧으며 어벙한 표정을 지었다.
“왜 또 시비…….”
“조용해. 뒤지기 싫으면.”
설여원은 사색이 된 표정으로 얘기했다.
설여원의 표정이 심상치 않자, 전완수는 마른침을 삼키며 조심스레 일어났다.
곧 창밖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 들어갈게. 들어…… 들…….”
설여원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거 재형이 목소리 아니…….”
“들어갈게!!! 게!!! 갈!! 게갈게!!!! 갈게!! 갈게갈게!!!”
음량조절 기능이 고장 난 확성기처럼, 고막을 때리는 괴성에 다들 혼비백산한 표정을 지었다.
최현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창가에 있는 설여원과 정진영을 뒤로 잡아끌었다.
전완수는 양손으로 카타나를 쥐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씨X…… 방금 뭐…….”
“넣어줘!!! 나도!!! 나도 들어갈래!!!! 나도 넣어줘!!!! 문 열어!!! 들어간다!!! 들어갈게!!!”
또다시 창밖에서 들리는 괴성에 다들 양손으로 귀를 틀어막았다.
굳이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외벽에 있는 존재가 박재형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또한 외벽에 붙어 있는 변종이 어떤 최후를 맞이했는지도 알 것 같았다.
동료들의 배신으로 좀비에게 물렸고, 그 길로 변종이 된 모양이다.
설여원은 전신을 파르르 떨며 얘기했다.
“저, 저거 말을 안 더듬어.”
“알파2도 말 더듬잖아. 저거 설마 변종 에덤 아니야?”
뒤이어 창밖에서 기이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으히히, 히히, 으히히.”
바깥에서 들리는 웃음소리를 듣고, 일행은 석고상처럼 굳어버렸다.
곧 1층에 있던 이정우가 발소리를 죽인 채 일행에게 다가왔다.
뒤이어 손에 쥐고 있는 알약을 건네주었다.
강화제 알약이었다.
심지어 한 사람당 10개씩 먹을 수 있는 양.
설여원은 이정우의 손에 있는 알약을 바라보더니, 아랫입술을 핥으며 속삭이는 목소리로 물었다.
“우리가 잡자고요?”
“다른 방법 있어? 한 놈이 이리로 왔다는 건 재형이가 발목을 잡혔다는 거야.”
“재형이 발목을 잡을 수 있는 건…….”
“변종 에덤 진화체.”
그제야 다들 상황을 인지하고, 이정우가 건네주는 강화제 알약을 한 움큼씩 쥐었다.
강화제 알약 세 알을 동시에 삼켰을 때 30분 뒤에 혈압이 떨어지며 빈혈 증세가 발생했다.
열 알을 동시에 삼킨다면…… 최소한 탈진, 혹은 기절할 게 뻔하다.
심지어 열 알을 삼켜도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일행의 기본 근력은 12.
강화제 알약으로 기본 근력을 1.5배 증가시켜봐야 6이 증가한다.
10개를 먹으면 60이 증가하고, 거기에 레이첼의 버프가 적용된다.
열 알을 삼키고 근력 60이 증가한다고 쳤을 때, 그럼 결인들의 기본 근력은 72가 된다.
거기에 이정우와 정진영의 레이첼 버프가 추가되면 144.
공격대에 속한 각성 레이첼이 4명 있으니 기본 능력의 1.2배 효과를 받아서 총 신체 능력은 200이 된다.
모든 버프는 기본 근력을 기준으로 증가하기에, 저런 괴물을 상대하려면 최소한 20알은 삼켜야 한다.
450 이상은 되어야 변종 에덤을 상대할 수 있는데, 일행의 신체 능력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설여원은 아랫입술을 깨물며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이정우를 쳐다보며 물었다.
“더 먹죠. 10개로는 부족해요.”
“신체 능력 향상은 한 번에 10중첩이 최대야. 11개부터는 지속시간만 늘어나고 신체 능력은 증가하지 않아.”
“아…….”
그러자 옆에 있던 전완수가 눈살을 찌푸리며 얘기했다.
“알파2라면 카타나가 통하니까 어떻게든 잡겠지만, 저건 카타나도 안 통하잖아요. 어떻게 잡아요?”
“그렇다고 이대로 있을래?”
“저희가 가만히 있으면 저것도 못 들어와요. 덩치가 6m라서 창문으로는…….”
쾅!!!!
그 순간, 외벽을 가격하는 소리와 함께 벽에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결인들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시멘트 가루가 떨어지는 벽면을 응시했다.
곧 전완수는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일행에게 얘기했다.
“삼켜. 빨리 삼켜!”
“물도 없이 10개를 삼키라고?”
“침으로 삼켜! 빨리!”
* * *
뻑-!!!
좌측에서 날아드는 주먹을 양손으로 방어했지만, 전신을 밀어내는 압박감은 이겨낼 수 없었다.
“큽……!”
훙-!
결국 버텨내지 못하고, 우측으로 40m가량을 뒹굴었다.
손가락으로 벌레를 튕기듯, 놈은 손쉽게 나를 쳐내고 있었다.
또한 스킬 급가속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놈의 움직임이 더욱 빨랐다.
재빨리 균형을 잡고 상체를 일으키자, 축 늘어지는 왼팔을 확인할 수 있었다.
왼팔에 충격이 쌓이며 더는 가드도 올릴 수 없었다.
좀비화의 남은 시간은 32분.
더는 망설이고 있을 시간도, 여유도 없었다.
에스파디아는 조심하라고 경고했지만, 난 이미 뜻을 정했다.
내 뜻을 관철하기로 다짐한 이상, 굽힐 생각은 없다.
부러질지언정, 구부리진 않을 것이다.
“후…….”
폐부에 들어찬 탁한 숨을 내쉬며 변종 에덤 진화체를 응시했다.
놈을 뚫어지게 응시하며, 단단히 붙잡고 있던 감정의 끈을 놓았다.
“……어?”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희열이 느껴지지 않았다.
설마 정신력이 너무 높아져서?
그동안 정신력이 낮아서 문제였는데, 이젠 정신력이 너무 높아져서 광란을 사용할 수 없었다.
쿵-!!
그러거나 말거나, 놈은 지면을 박차며 노도와 같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지금껏 최대한 거리를 벌리며 싸웠지만, 더는 회피하지 않았다.
이미 놈의 패턴은 충분히 익혔고, 이 상황을 회피한다고 해서 방안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도주하는 대신, 스킬 광란의 설명에 적혀 있던 문장을 떠올렸다.
-학살의 희열을 느낄 시 이성을 잃고 발동됩니다. 또는 사냥감을 향한 강한 집착을 보일 시 발동됩니다.
사냥감을 향한 강한 집착.
가까운 거리에서 전투를 이어가면 집념이 강해지니, 광란이 발동될 것이다.
잠들어 있던 모든 세포를 하나하나 깨우듯, 숨을 참고 놈의 모습을 직시했다.
쿵! 쿵! 쿵!!
빠르게 좁혀지는 거리.
놈의 하체를 곁눈질로 확인한 뒤, 공격 궤도를 계산했다.
‘왼쪽.’
내 왼팔에 문제가 생긴 걸 아는지, 집요하게 좌측을 노린다.
이에 왼발을 앞으로 내디디며 상체를 숙였다.
훙-!
간발의 차로 빗겨나가는 공격.
동시에 허리를 회전시키며 있는 힘껏 오른손을 내질렀다.
뻑-!!!
정확히 놈의 갈빗대를 가격했지만, 뼈를 뚫고 들어가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손끝으로 느껴지는 무게감과 뼈마디가 울리는 전율에 반사적으로 이가 갈렸다.
내 팔에 충격이 더 쌓이는 기분.
훙-!
곧 머리 위로 날아드는 거대한 주먹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에 회피하는 대신, 그대로 돌려차기를 시도했다.
쾅-!!!
왼발로 놈의 공격 궤도를 옆으로 흘리자, 놈은 휘청거리며 양손으로 지면을 짚었다.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회전하는 힘을 이용해서 그대로 오른발을 휘둘렀다.
쩍!!!
진화체의 머리를 노렸지만, 쓸데없이 작은 크기로 인해 정확한 타격을 입힐 수 없었다.
“씹……!”
두개골 대신 놈의 견갑골을 가격한 정강이.
정강이에서 시작된 저릿한 전류가 전신으로 퍼져 나갔다.
좀비화를 사용한 상태에서 통증이 느껴진다는 건…… 내 뼈에 문제가 생겼다는 증거.
텁!
놈은 그틈을 놓치지 않고 내 오른발을 잡더니, 그대로 팽이처럼 회전하기 시작했다.
훙- 훙- 훙훙훙!!
내게 풍차돌리기를 당한 알파 변종들의 기분이 이랬나?
원심력으로 인해 뇌가 정수리를 뚫고 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피가 머리로 쏠려서 눈이 터질 것 같았고, 숨도 쉴 수 없었다.
뒤이어 쏜살같이 날아가는 부유감과 함께 세상이 뒤죽박죽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어디가 앞이고 뒤인지, 하늘과 땅의 구분이 사라졌다.
찢어지는 바람 소리 외에, 아무것도 인지할 수 없었다.
쩍!! 콰직!! 쿵!!
등으로 느껴지는 묵직한 충격이 연달아 세 번이나 느껴진 뒤에야, 부유감이 사라졌다는 걸 인지할 수 있었다.
“커헉!”
폐에 문제가 생겼는지, 입 밖으로 피가 쏟아졌다.
흐릿한 눈으로 정면을 살피자, 쓰러지는 나무 세 그루를 확인할 수 있었다.
두근-
그 순간, 심장의 고동과 함께 머릿속으로 울리는 경종이 점점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머리에 피가 쏠리면서 혈압이 높아지고, 그로 인해 도파민이 분비되며 희열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는 말처럼, 마침내 광란이 발동되었다.
두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