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251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251화
끓어오르는 피와 전신을 조여오는 압력.
마치 중력을 몇 배로 받는 것처럼, 전신이 무겁게 느껴졌다.
광란을 사용하면 원래 이런 상태가 되는 거였어?
지금껏 몰랐다.
광란에 빠지면 내 이성은 무의식 속에 갇혀버렸으니까.
한계 돌파를 통해 광란을 사용한 상태에서도 이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정신만 온전할 뿐이지, 신체의 변화는 감당하기 버거웠다.
일단 숨 쉬는 것부터 버거웠다.
숨을 쉴 때마다 뜨거운 증기가 입 밖으로 뿜어져 나오는 기분이었다.
기온이 낮아진 탓도 있지만, 내 안의 혈류가 빨라지며 전신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츠으으-
부러진 신체가 재생되고, 몇 차례 심호흡을 반복한 뒤에야 진정되기 시작했다.
고개를 들고 정면을 살피자, 고릴라처럼 생긴 진화체가 전속력으로 달려오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이전보다 현저히 느려진 진화체의 움직임.
광란을 사용하면서 모든 신체 능력이 2배 증가했다.
현재 근력은 2070(+50).
동체 시력도 2배가 되었기에, 마침내 진화체의 움직임을 눈으로 좇을 수 있게 되었다.
지금껏 반사신경으로 회피하는 게 한계였는데, 선명해진 진화체의 움직임을 보고 자신감을 얻었다.
이전엔 반격하는 것도 버거웠지만, 지금이라면 충분히 타격을 입힐 수 있을 것 같다.
“하악……!”
폐부에 들어찬 뜨거운 증기를 내뱉으며 하체를 접었다.
쾅!!!!
동시에 지면을 박차며 진화체에게 달려들었다.
출발과 동시에 공기가 찢어지는 파공음이 울려 퍼졌다.
두 볼을 스치는 날카로운 칼바람을 뚫고, 그대로 진화체의 가슴에 주먹을 내질렀다.
떵-!!!!!
손끝으로 느껴지는 묵직한 타격감에 두 눈 부릅 뜨고 진화체의 모습을 살폈다.
정확히 가슴을 노렸지만, 놈은 양팔로 가슴을 방어한 상태였다.
뒤이어 작디작은 진화체의 얼굴에서 기이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으히히.”
입이 있었어?
어디서 나오는 소리야.
얼굴에서 나오는 소리가 아닌가?
무엇보다 으히히거리는 것으로 보아, 변종 에덤 진화체가 맞는 모양이다.
그 순간, 놈의 가슴이 위아래로 열리며 수십 개의 치아가 나타났다.
입이 어디 있나 했더니, 저 두꺼운 가슴팍이 전부 입이었다.
대뜸 내 상체를 씹으려고 하기에, 진화체의 앞니를 차며 거리를 벌렸다.
더는 입을 숨기지 않고, 쩍 벌린 채 나를 응시한다.
저건…… 완전 괴물이잖아.
어떻게 상대해야 하지?
양팔의 가동범위도 상당하고, 안으로 파고들면 물린다.
그렇다고 머리를 노리자니…… 머리가 너무 작다.
이제 와서 입을 열었다는 건 지금껏 나를 가지고 놀았다는 말인데…….
상대방을 가지고 놀다가 사냥하는 게 변종들의 특징인가?
마치 물개가 지칠 때까지 가지고 놀다가 잡아먹는 범고래처럼 말이다.
“까다로운 새끼.”
나지막한 목소리로 욕설을 읊조리며 스킬 목록을 확인했다.
스킬 쿨타임은 전부 돌아왔다.
그러다 문득, 특수 스킬에 적힌 난동이 눈에 들어왔다.
[난동]-특수 스킬 연격 발동 시 난동이 활성화됩니다.
-난동이 활성화되면 모든 신체 능력이 1.3배 증가합니다.
-난동이 유지되는 동안 적의 공격을 1회 반사합니다.
-10초간 지속되며, 재사용 대기시간은 30분입니다.
연격을 발동시켜야 활성화되는 특수 스킬.
연계 스킬인가?
연격과 동일한 재사용 대기시간을 공유하는 것으로 보아, 연계 스킬이 맞는 모양이다.
연격을 발동시키려면 하나의 대상을 1초 이내에 5회 이상 타격해야 하는데…… 저놈을 1초 이내에 다섯 번 타격할 수 있으려나?
까짓 거, 해봐야지 어쩌겠는가.
우선 하울링부터.
폐부 깊숙이 숨을 들이쉰 뒤, 변종 에덤 진화체를 향해 포효를 내질렀다.
“크어어어어어어!!”
-하울링을 사용합니다.
-적이 저항합니다.
역시 하울링은 안 통한다.
이는 진화체의 신체 능력이 나보다 뛰어나다는 뜻.
정말 3,000의 근력을 지닌 모양이다.
놈은 입을 쩍 벌린 채 괴상한 웃음소리를 터뜨렸다.
꺼걱- 꺽- 꺼거걱-
비웃는 건가?
어디, 언제까지 웃을 수 있는지 보자고.
1초 이내에 5회 이상의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부위라면…….
역시 저기뿐인가?
진화체의 하체를 응시하며 두 주먹을 말아쥐었다.
기회는 한 번뿐.
“가속, 감지.”
선명하게 보이는 자주색 덩어리를 직시하며, 총구를 떠난 탄알처럼 튀어 나갔다.
쾅-!!!!!
갑작스레 증가한 움직임에 진화체는 움찔거리는 모습을 보이더니, 황급히 오른손을 내질렀다.
이에 지면을 박차며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간발의 차로 진화체의 주먹을 회피한 뒤, 작디작은 머리를 향해 발길질을 가했다.
텁!!
그러자 진화체의 왼손이 내 발길질을 막아냈다.
펑!!!
스킬 급가속에 있는 일격 효과는 모르는 모양이다.
일격 효과가 발생하며 진화체의 손바닥 살점이 터지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꺼걱-! 꺽!
놈은 왼손을 털며 황급히 거리를 벌리는 모습을 보였다.
시간을 주면 안 된다.
일격 효과가 유지되는 20초 이내에 연격을 발동시켜야 한다.
지면에 착지하자마자 재빨리 발목을 비틀어 진화체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쾅-!!!
노도와 같이 접근하자, 놈은 대뜸 가슴을 내미는 모습을 보였다.
한입에 내 전신을 삼킬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주둥이.
그 찰나의 순간이 엿가락처럼 늘어지고, 빠르게 눈을 굴리며 빈틈을 찾아나섰다.
‘있다.’
모든 건 예상대로.
태클을 걸듯이 반쯤 누운 채, 놈의 가랑이 사이로 미끄러지듯 들어갔다.
덩치가 거대하다는 것은, 그만큼 발밑이 허술할 수밖에 없다.
진화체가 상체를 앞으로 숙인 지금, 균형을 되찾기 전에 타격을 입혀야 한다.
두 다리에 힘을 주어 지면을 박차고, 양손으로 땅을 밀치며 다급히 방향을 틀었다.
그와 동시에 놈의 허벅지를 향해 난타를 가했다.
퍼버버버버벅!!!
-스킬 연격이 발동됩니다.
-스킬 난동이 활성화됩니다.
모든 신체 능력을 1.3배 증가시키는 난동, 그리고 10회의 공격이 1.5배의 피해를 주는 연격.
두 개의 스킬이 동시에 활성화됐으니, 다음 10회의 공격은 근력 3,000중반의 힘이 실린다.
거기에 급가속의 일격 효과까지 적용되니, 가히 4,000에 가까운 근력일 것이다.
제아무리 변종 에덤 진화체라도 버티기 힘들 것이다.
진화체는 하체에 쌓인 충격으로 인해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이더니, 다급히 상체를 비틀며 왼팔을 휘둘렀다.
훙!
관자놀이로 날아드는 공격.
빠르게 날아드는 공격에 다급히 상체를 숙인 뒤, 머리칼을 스치는 팔의 움직임을 인지하고 땅을 박차며 튀어올랐다.
그대로 진화체의 얼굴에 안착하자, 6개의 안구가 두 눈에 들어왔다.
이에 도끼눈을 뜨며 읊조렸다.
“죽어.”
콰과과과과과과광!!!!
작디작은 머리에 쉴 새 없이 난타를 가했다.
가히 4,000의 근력으로 난타를 가하고 있는데, 쉽사리 머리가 깨지지 않았다.
떡-!
뒤이어 두개골에서 금이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금이 간 부위를 발견하고 말아쥔 주먹을 팽팽하게 당겼다.
연격의 남은 횟수는 1회.
이번 공격에 두개골을 깨뜨려야 한다.
훙-!
하지만 주먹을 뻗으려는 찰나, 진화체의 오른손이 내 상체로 날아들었다.
날아드는 주먹을 확인했지만, 차마 회피할 수 없었다.
기회를 놓칠 수 없으니까.
지금 두개골을 깨뜨리지 않으면 사실상 패운이 짙어진다.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놈의 머리를 왼손으로 붙잡았다.
펑!!!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내 상체에 진화체의 주먹이 닿는 순간, 오히려 진화체의 주먹이 튕겨 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것도 손가락이 으스러지며 말이다.
설마.
특수 스킬 난동의 효과.
적의 공격 1회 반사.
“고맙다 에스파디아……!”
반사 효과를 넣어준 건 신의 한 수가 되었다.
두 눈 부릅뜨고 남은 연격 효과를 진화체의 깨진 두개골에 꽂아 넣었다.
쾅-!!!!!
이 악물고 주먹을 내지르자, 마침내 두개골이 깨지며 새까만 뇌수가 눈에 들어왔다.
마무리 일격을 가하려는 찰나, 놈의 왼팔이 날아드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촌각을 다투는 순간.
방어를 포기하고 진화체의 깨진 두개골 속으로 왼팔을 쑤셔 넣었다.
동시에 인정사정없이 뇌수를 헤집었다.
쩌득-! 촤악!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카운트 10000점이 주어집니다.
뻑-!!!!
동시에 내 관자놀이를 가격하는 거대한 주먹의 압력이 느껴졌다.
죽는 순간까지 한 방 먹이고 가는 진화체.
난 30m가량을 날아갔다.
쾅!!!
거대한 바위에 부딪힌 뒤에야 부유감이 사라졌다.
난 눈살을 찌푸리며 앓는 소리에 함께 고개를 들었다.
왼팔이 지끈거린다.
좀비화와 광폭화, 심지어 광란까지 사용했는데 통증이 느껴졌다.
왼팔로 시선을 돌리자, 팔꿈치 밑으로 덜렁거리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억지로 두개골 속에 팔을 쑤셔 넣는 바람에, 관자놀이를 가격당할 때 뼈가 부러진 모양이다.
이에 미간을 찌푸리며 잠시나마 통증을 인내했다.
오래 지나지 않아 패시브 스킬 재생 덕에 부러진 팔이 제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바닥에 쓰러진 진화체를 확인하자, 미동도 하지 않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힘은 진화체가 더 강하지만, 속도에서 우위를 선점한 덕에 처리할 수 있었다.
뒤탈을 방지하기 위해, 진화체의 앞으로 걸어가 흘러내리는 뇌를 사정없이 짓밟았다.
콱! 콰직! 콱!! 쩍! 쩍!!
형체를 알아볼 수 없도록 만든 뒤, 다른 변종 에덤들의 시체도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뇌를 파괴했다.
그러다 문득, 뒤늦게 잊어버린 존재가 떠올랐다.
“한 마리 어디 갔어.”
진화체 때문에 변종 에덤 한 마리를 놓쳤다.
내 주변에 없다는 건…….
“설마.”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황급히 3차 바리케이드로 향했다.
* * *
“진영아!! 현이 치료해!!”
이정우가 소리치자, 정진영은 들고 있던 카타나를 내팽개치며 저 멀리 나가떨어진 최현에게 달려갔다.
최현은 피를 토하며 얼떨떨한 표정으로 지면에 쓰러져 있었다.
본인이 얻어맞았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야 인마! 정신 차려!”
“쿨럭! 형…… 커헉!”
정진영은 최현의 가슴에 양손을 얹으며 빠르게 치료에 나섰다.
갈비뼈가 부러지며 폐를 찌른 것으로 보였다.
조금만 늦었어도 생명에 지장이 갔을 것이다.
부러진 갈비뼈가 서서히 재생되고, 거칠어진 숨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쾅!!!
뒤이어 정진영의 옆으로 떨어지는 인간의 형체.
정진영이 놀란 눈으로 쳐다보자, 넋이 나간 전완수가 쇳소리를 뱉으며 허공을 쳐다보고 있었다.
“커허…… 존…… 나 빨라…….”
전완수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신음에, 정진영은 최현과 전완수의 상체에 양손을 얹으며 치료에 집중했다.
그러자 변종 에덤의 시선이 정진영에게 향했다.
“으히히.”
변종 에덤이 정진영에게 달려들려고 하자, 이정우는 황급히 놈의 다리를 붙잡았다.
변종 에덤은 벌레를 털어내듯, 붙잡힌 다리를 들고 탈탈 터는 모습을 보였다.
이정우은 탈수기에 들어간 수건처럼 나풀거리더니, 결국 버티지 못하고 지면에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커헉!”
변종 에덤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오른팔을 치켜들더니, 이정우의 안면을 향해 내리찍었다.
쾅!!
기다란 낫처럼 생긴 오른팔이 이정우의 콧잔등까지 다다른 찰나, 설여원의 발길질이 변종 에덤의 공격 궤도를 밀어냈다.
“일어나요!”
설여원이 소리치자, 이정우는 앓는 소리와 함께 바닥을 뒹굴며 일어났다.
근력을 200까지 높인 다섯 명의 결인이 달려들어도, 변종 에덤을 처리할 수 없었다.
오히려 피해만 축적되고 있었다.
이정우가 다리를 절뚝거리자, 설여원은 이를 파악하고 눈살을 찌푸렸다.
이정우의 발목이 기이하게 뒤틀린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오빠도 빨리 가서 치료해요.”
“너 혼자 못 버텨. 완수랑 현이 치료될 때까지 같이 싸워.”
“그러다 훅 가요. 2분 정도 버텨줄 테니 빨리 가서 치료부터 해요.”
이정우는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더니, 결국 세차게 혀를 차며 안개 속으로 이동했다.
변종 에덤이 외벽을 부수고 들어오는 바람에, 결인들은 1층으로 변종 에덤을 유인했다.
고층에 갇혀 있는 생존자들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안개만이 자욱하게 깔린 아파트 1층으로, 설여원과 변종 에덤이 서로를 노려본다.
설여원은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심호흡을 반복했다.
지금의 미쳐 버린 세상에서, 본인이 주인공이 될 수 없다는 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주인공이 아니라고 해서, 일행을 내팽개치고 도망갈 순 없지 않은가?
‘주인공이 별 거야?’
비록 찰나의 순간이라도, 모두를 위해 한 걸음 나아가는 것.
그것이 주인공이다.
설여원은 변종 에덤을 노려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덤벼. 2분 동안은 내가 주인공이니까.”
두려움을 떨쳐내며 집중력을 끌어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