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260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2부 6화
아직 윤혜리가 차에서 나오지 못했다.
감마가 낙하하기 전에 처리해야 한다.
“정우 형 쇠뇌!”
이정우를 쳐다보며 외치자, 그는 어깨에 메고 있던 쇠뇌를 건네주었다.
견착할 새도 없이, 감마 변종부터 겨누었다.
감마2의 폭발 범위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지만, 바로 옆에서 터지는 것보단 안전하겠지.
“전부 고개 숙여!”
투퉁-! 퉁! 퉁! 퉁!
펑-!!!
고막을 때리는 묵직한 폭음과 함께 고약한 악취가 코끝을 간질였다.
배 속의 가스가 폭발하며 구역질 나는 악취가 반경 50m로 퍼져나갔다.
칵- 카각- 까각-!
악취를 맡은 좀비들은 전신을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뒤이어 좀비들의 피부에 수포 같은 게 생기기 시작했다.
띠링-
-좀비들이 감마 변종의 가스를 흡입했습니다.
-신체 능력이 1.3배 증가합니다.
눈앞의 홀로그램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신체 능력 증가라니?
내가 기억하는 감마 변종에게 저런 능력은 없었다.
저것도 2성 진화체에게 부여된 능력인가?
일행의 표정을 살피자, 다들 기침을 토하며 눈도 제대로 뜨지 못했다.
마치 화생방에 들어간 것처럼 고통스러워했다.
“다들 왜 그래, 왜 그래!”
전완수의 어깨를 흔들며 묻자, 그는 눈물까지 찔끔 흘리며 얘기했다.
“이거 뭐야! 냄새도 고약한데 엄청 매워!”
매워?
난 왜 아무렇지 않지?
까각- 카하아아악!!!
카하아아악!!!
그러거나 말거나, 성장을 마친 좀비들이 일제히 달려들기 시작했다.
결국 카타나를 말아쥐며 일행에게 얘기했다.
“다들 진정될 때까지 여기 있어! 정우 형! 형은 치료부터 해줘요!”
감지의 남은 시간은 2분 30초.
정면으로 보이는 좀비는 대략 60마리.
저 멀리, 설여원과 다른 일행은 140m 뒤에서 좀비들을 처리하고 있었다.
반경 500m 이내에 자주색으로 보이는 변종은 없기에, 좀비들 처리에 집중했다.
* * *
얼추 정리를 마치고, 다들 전복된 승합차 앞에 모였다.
전완수는 폐부 깊숙이 숨을 들이쉬며 얘기했다.
“후아…… 매워서 죽는 줄 알았네.”
“이제 괜찮아?”
“3분 정도 어질어질했는데, 이젠 괜찮아.”
이에 이정우를 쳐다보며 물었다.
“치료 효과는 어때요?”
“내가 치료한 게 아니야. 자연 치유된 거지.”
“네?”
“치료해도 아무런 효과가 없더라고. 감마 변종이 폭발하면서 공기 중에 뭔가가 퍼진 것 같은데…… 인간에게 치명적인 요소는 아닌 것 같아.”
그럼 일시적으로 인간의 시야와 후각을 마비시키는 가스라는 건가?
역으로 좀비들은 강화되는 거고?
뒤이어 옆에 있던 최현이 입을 열었다.
“홀로그램은 확인했어?”
“홀로그램? 아, 좀비들 강화?”
“어, 1.3배 증가한다는 내용만 있고, 얼마나 지속된다는 설명이 없어.”
“영구적으로 적용된다는 거야?”
“그렇지 않을까? 다만 중첩되는 건지, 1회만 적용되는 건지 알 수 없어.”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이어나가자, 정진영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다들 무슨 얘기하는 거야?”
설여원과 정진영, 황덕록, 김희연은 우리에게 일어난 변화를 모르고 있었다.
가스가 퍼진 건 반경 50m 정도였으니, 140m 밖에 있던 일행은 알 턱이 없다.
이에 조금 전의 상황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모든 이야기를 들려주자, 설여원은 콧잔등을 긁적이며 물었다.
“폭발만 위험한 게 아니라, 디버프도 조심해야 하는 거야?”
“그렇지, 대략 50m 반경까지 퍼지는 것 같아.”
“베타랑 감마가 같이 나오면…… 상당히 까다롭겠는데?”
“까다로운 정도가 아니야.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어.”
덤덤하게 얘기하자, 뒤에 있던 황덕록이 긴장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건 그렇고, 감마 시체는 확인했어?”
“당연히 확인했지. 확실하게 처리했고, 볼트도 회수했어.”
“어떻게 생겼어?”
“터진 상태라서 정확하진 않은데, 덩치가 대략 4m는 될 것 같아. 팔다리는 짧은데 배만 엄청 튀어나왔고.”
설명을 들은 일행은 다들 함묵하는 모습을 보였다.
좀비카는 망가지고, 좀비는 강화됐으며, 변종은 까다로워졌다.
암담한 상황에 한숨만 깊어졌다.
“저기…… 재형 오빠.”
침묵을 깨고 윤혜리가 나를 부른다.
윤혜리를 쳐다보자, 그녀는 마른침을 삼키며 물었다.
“오빠는 디버프 면역이에요?”
윤혜리의 물음에 모두가 내 얼굴을 쳐다봤다.
나도 모르게 움찔거리고 말았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
“어떻게 한 거예요?”
“나도 모르겠어. 왜 멀쩡한지.”
그러자 설여원이 입을 열었다.
“혹시 이스터에그 에덤이라서 그런 거 아니야?”
“……?”
“좀비화라는 스킬도 이스터에그 에덤만 가능한 거고, 세 번째 에피소드 시작할 때 변종 에덤은 신체 능력에 변화가 없었잖아.”
“오오, 맞네. 에덤 설정도 개조 인간이고.”
설여원과 전완수의 말에 다들 짧은 탄성을 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전완수는 눈꼬리를 치켜뜨며 팔짱을 끼더니, 내 얼굴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야, 혹시 재형이 너…… 독 안개에 면역 있는 거 아니야?”
“그건 나도 모르지. 게임에서는 그런 메리트 없었어.”
“한 번…….”
전완수는 말끝을 흐리며 입맛을 다셨다.
이에 싱겁게 웃으며 물었다.
“왜, 들어가 보라고?”
“아니 꼭 그런 건 아니고…….”
“맞는 것 같은데?”
“……잠깐만 들어갔다 나오는 건 어때? 확인 차원으로.”
내 기억이 맞다면, 인간은 독 안개 속에서 10분도 버티지 못한다.
독 안개에 들어가서 1분 정도 버텨보면 신체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마치고, 일행을 쳐다보며 물었다.
“지금 움직일 수 있는 차량 몇 대야?”
“저 뒤에 중형차랑 중형 트럭은 아직 멀쩡해.”
설여원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다들 차에 있어.”
“진짜 실험하려고?”
“혹시 모르니 실험은 해봐야지. 완수 말대로 독 안개 면역이라면…… 난 행동에 제약이 없는 거니까.”
설여원은 전완수의 얼굴을 노려봤다.
그러자 전완수는 움찔거리며 얘기했다.
“왜, 왜 그렇게 쳐다봐? 선택은 재형이가 하는 거야.”
“네가 바람 넣으니까 저러는 거 아니야.”
“아니…… 무서워서 말도 못하겠네.”
설여원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이에 엷은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괜찮아. 확인하고 나올 거야.”
“무리하게 버티지 마. 그러다 진짜 죽으니까.”
“알았어.”
설여원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내 뒷모습을 주시했다.
다들 미동도 없이 내 모습을 지켜보기에, 가볍게 손을 흔들며 안개 속으로 스며들었다.
중앙고속도로를 따라 500m를 이동하자, 이윽고 녹색으로 물든 안개가 눈앞으로 펼쳐졌다.
누군가가 칼로 절단한 것처럼 기존 안개와 독 안개가 나뉜 상태.
심호흡과 함께 독 안개 속으로 들어갔다.
“후…….”
희뿌연 안개와 달리, 독 안개 속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원근감을 확인하기 위해 왼손을 앞으로 쭉 뻗자, 내 손등이 흐릿하게 보일 정도였다.
위아래가 구분되지 않는 세상.
오래 있으면 내가 걸어온 길을 잃을까 봐, 괜스레 불안한 마음마저 들었다.
그렇게 50초 정도 지났을까?
띠링-
-독 안개를 1분간 흡입했습니다.
-마비가 시작됩니다.
-움직임이 20% 느려집니다.
-5분 이상 독 안개 흡입 시, 전신이 마비됩니다.
-10분 이상 흡입 시 사망합니다.
동시에 시야의 좌측으로 직사각형 모양의 계기가 생성되고, 그곳에는 이러한 글자가 적혀 있었다.
-마비 증상: 20%
눈앞의 홀로그램을 보고 황급히 뒷걸음질 쳤다.
오래 지나지 않아 녹색으로 변한 세상이 사라지고 노을에 젖은 안개가 눈앞으로 나타났다.
“후아…….”
참아왔던 숨을 뱉으며 일행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성물의 효과가 적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두 다리의 움직임이 확연히 느려졌다.
뒤이어 이곳으로 달려오는 인영을 확인할 수 있었다.
“괜찮아?”
설여원이었다.
걱정과 궁금증이 뒤섞인 목소리.
이에 싱겁게 웃으며 얘기했다.
“면역 아니야.”
“몸은 어때. 불편한 곳은 없어?”
“살짝 어지럽고 몸이 무거운 정도.”
1분에 20% 둔화가 적용되었으니 2분은 40%, 3분은 60%, 4분은 80%, 5분은 전신 마비에 걸리는 모양이다.
그 뒤로는 누군가가 구해주기를 기도하는 게 최선이었다.
부우웅- 부웅-
뒤이어 중형차와 중형 트럭이 내 앞으로 다가왔다.
전완수가 중형 트럭을 운전하는 것으로 보아, 버스도 버린 모양이다.
결인들은 차에서 내려 내 곁으로 다가왔다.
결과를 묻기에, 독 안개 속에서 겪은 일을 상세하게 들려주었다.
신체 둔화는 예상한 범위라서 다들 쉽게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다는 말에, 최현은 혀를 차며 얘기했다.
“독 안개 속에서는 뭐 하려고 하면 안 되겠네.”
“좀비화 쓰면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지만…… 지금 사용하는 건 무리지.”
뒤이어 시야의 좌측에 있던 마비 게이지가 사라지고, 둔화되었던 신체가 정상기능을 되찾았다.
이에 뻐근한 팔다리를 풀며 일행에게 얘기했다.
“그건 그렇고, 풍기IC도 여기랑 상황이 다를 것 같지는 않은데, 영주IC로 나갈까요?”
“아니야. 풍기로 가자.”
이정우의 대답에 고개를 갸웃거리자, 그는 우측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혜리 말로는 저쪽 영주IC 앞에 농공단지가 있대. 그 뒤에 영주 시내가 있고.”
“좀비들이 꽤 있겠네요.”
“좀비도 좀비지만 변종이 걱정이야. 세 번째 에피소드 적응할 때까지 시가전은 피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그럼 풍기IC로 나가면 뭐가 있어요?”
“재우 말로는 북서쪽에 공단이 있는 것 같아.”
“그러면 거기도 위험하잖아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북동쪽이야.”
방향이 겹치지 않았다.
이정우는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나갔다.
“공단 옆에 북동쪽으로 이어지는 대로가 있나 봐. 거기로 이동하는 게 최선인 것 같아.”
공단 쪽의 상황은 알 수 없지만, 영주 시내를 뚫고 들어가는 것보다는 안전할 것 같다.
생각을 정리하고, 일행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그럼 풍기IC로 나가죠.”
“아 참, 그리고 재형아.”
“네?”
이정우를 쳐다보자, 그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이제 좀비카는 못 쓸 것 같은데, 어떻게 할 거야?”
모두가 내 얼굴을 쳐다봤다.
이에 전완수를 쳐다보며 물었다.
“완수야, 네 생각은 어때.”
지금껏 좀비카를 담당했던 전완수의 의견을 먼저 들어보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전완수는 양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은 채 고심에 잠긴 모습을 보였다.
바닥의 돌을 툭툭 차며 한숨을 내쉬더니, 오래 지나지 않아 입맛을 다시며 얘기했다.
“솔직하게 말하면…… 한계야. 로그나이트로 차량 뼈대 만들지 않는 한 못 버텨.”
“차량 한 대에 로그나이트 얼마나 필요할 것 같아?”
“제작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레벨도 높여야 돼. 좀비도 버거운데 변종이 달라붙으면 종이처럼 찌그러질걸.”
“…….”
“좀비카 제작에 로그나이트를 쓰는 것보다 볼트를 더 만드는 게 이득이야.”
내심 아쉬울 텐데, 전완수는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전완수의 팔뚝을 토닥인 뒤, 일행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지금은 우리가 발로 뛰는 게 버스보다 빠를 거야. 짐칸에 있던 물건도 인벤토리에 넣었으니, 더더욱 차가 필요 없지. 하지만 단점이라면…….”
“체력이지 뭐.”
박재우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체력은 중간마다 쉬어가면 그만이야. 더 큰 문제는 신발이지.”
“…….”
“씨드볼트 도착하면 프린트로 신발부터 만들어줘.”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하자, 박재우는 황덕록과 의견을 주고받았다.
지금껏 우리는 무수히 많은 신발 상점을 털었다.
전투를 치르고 나면 완전히 못 쓰게 되는 경우가 많았기에, 수비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신발 가게와 옷 가게가 보이면 항시 새 옷과 새 신을 구비했다.
모든 장비를 최고 레벨까지 높였으니, 신발 제작에 로그나이트와 덤프를 사용해도 부담스럽지 않을 것이다.
그러자 이야기를 듣고 있던 박재우는 머리를 긁적이며 얘기했다.
“만드는 건 가능할 것 같은데, 남은 덤프로 강화까지 하는 건 무리야.”
“상관없어. 아무리 레벨이 낮아도 지금보다 튼튼하겠지.”
황덕록은 눈썹을 긁적이며 대답을 망설이더니, 어깨를 으쓱이며 얘기했다.
“불편해도 우리 탓은 하지 마. 신발은 처음 만드는 거니까.”
이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상황을 지켜보던 이정우는 뒤에 있는 차량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럼 다른 좀비카도 버리고 가?”
“표지판 보니 풍기까지 10㎞는 남은 것 같은데, 근처에 좀비도 없으니 타고 가죠.”
“그래, 버리더라도 최대한 뽕은 뽑아야지.”
다들 차량에 탑승하는 반면, 홀로 남은 전완수는 전복된 승합차와 앞면이 박살 난 버스를 멍하니 쳐다보는 모습을 보였다.
전완수의 두 눈에 차마 떨쳐내지 못한 미련이 엿보였다.
이에 전완수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누구보다 자동차를 사랑하는 전완수였다.
이렇게 버려두고 가는 게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다.
“괜찮아?”
“내 새끼들 여기 두고 가려니, 발걸음이 안 떨어지네.”
“다들 아쉬울 거야. 나도 정든 차량이라…… 마음이 편치 않아.”
나지막한 목소리로 얘기하자, 전완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주인 잘못 만나서 험하게 구르다 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전완수에게 자동차는…… 평범한 이동수단이 아니었다.
또 하나의 생명체나 다름없었다.
이에 전완수를 위로하고, 토닥여주었다.
그동안 우리의 여정을 지켜준 소중한 버스와의 이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