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261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2부 7화
영주IC와 달리 풍기IC는 한산했다.
하지만 공단 방면에 숨어 있는 좀비들이 있을지도 모르기에, 전완수는 주변 일대를 살피며 바짝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치지직- 치직-
뒤이어 무전기에서 신호가 들어왔다.
-오빠, 옆에 버스터미널 보여요. 들어가서 지도라도 찾아볼까요?
무전기로 들려오는 김희연의 목소리.
전완수를 쳐다보자, 그는 갓길에 차량을 정차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전완수와 김희연, 설여원은 머리 위의 독 안개 제거기부터 확인했다.
모두 정상작동하고 있었다.
“저건 배터리도 없어?”
최현이 독 안개 제거기를 가리키며 묻자, 전완수는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글쎄, 얼마나 유지된다는 말이 없었으니 무제한 아닐까?”
“기계처럼 생겼는데, 전력 없이 돌아가는 기계라니.”
“지구의 기술이 아니잖아.”
두 사람이 독 안개 제거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 난 설여원과 함께 버스터미널 방면을 살폈다.
설여원은 터미널 일대를 유심히 살피더니, 오래 지나지 않아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저거 터미널 맞아?”
“왜?”
“아니…… 경비초소 같은 건물만 덩그러니 있어서.”
“시골 터미널은 대부분 그렇게 생겼어.”
내겐 안개뿐이 보이지 않기에, 설여원에게 주변 일대의 생김새를 물었다.
커다란 터미널 건물은 없고, 경비초소처럼 생긴 자그마한 건물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고 한다.
그 뒤편으로 마을회관처럼 생긴 2층 건물이 있고, 주변 일대는 전부 주차장이라고 한다.
이에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별다른 특징은 없어? 좀비나 변종은?”
“밖에는 아무것도 없어.”
“실내는? 여기서 확인 가능해?”
“모르겠어. 들어가서 봐야 알 것 같아.”
설여원의 대답을 듣고 뒤에 있는 일행에게 얘기했다.
“수비팀은 여기서 대기하고, 공단 쪽에서 좀비들 몰려오면 얘기해 주세요.”
“그래.”
이정우는 칼자루에 손을 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난 수색대와 함께 터미널 방면으로 이동했다.
설여원과 전완수가 선두에 서고, 난 그 뒤를 따랐다.
한동안 난전에 익숙해지다 보니, 이렇게 대열을 갖추고 이동하는 게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 순간, 설여원은 걸음을 옮기다 말고 오른손을 들었다.
정지 신호.
나 또한 걸음을 멈추고 뒤따라오는 최현과 정진영에게 정지 신호를 보냈다.
설여원은 슬쩍 뒤를 돌아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좌측 대각선 40m 거리, 이상한 게 있어.”
“왜.”
“주변에 다른 식물들은 가만히 있는데, 하나가 아지랑이처럼 흔들리고 있어.”
바람은 불지 않았다.
식물이 혼자 움직이고 있다면…… 의심해야 하는 게 당연했다.
전완수는 식물의 움직임을 유심히 관찰하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얘기했다.
“야, 저거 움직인다.”
“어디로.”
“이쪽으로 천천히 다가오고 있어.”
전완수의 말을 듣고, 옆에 있는 일행에게 얘기했다.
“여기서 대기해. 내가 가서 확인하고 올 테니까.”
다들 반박 대신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난 카타나를 뽑아 들고 설여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감염된 식물을 상대하는 건 처음이라서, 나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발소리를 죽인 채 안개 속을 나아가자, 오래 지나지 않아 흐릿한 형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2m 높이의 식물.
수십 개의 줄기가 살아 숨 쉬는 해파리처럼 흐느적거리고 있었다.
뿌리에서 즙 같은 게 흘러나오고, 이를 통해 조금씩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
원래 어떤 식물이었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꽃봉오리 같은 게 달려 있는데, 이 또한 좌우로 흔들리고 있을 뿐 공격성은 보이지 않았다.
생김새는 기괴하지만, 좀비나 변종처럼 극단적인 행태는 보이지 않았다.
카타나를 손에 쥐고, 칼끝으로 줄기를 건드렸다.
자극에 따른 반응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촤락- 쫙!!
그 순간, 수십 개의 줄기가 일제히 카타나를 말아쥐고, 꽃봉오리처럼 생긴 머리가 여섯 갈래로 나뉘며 거대한 입처럼 변했다.
동시에 카타나를 물어버리는 꽃봉오리.
놀란 나머지 황급히 카타나를 뽑았다.
촤악-!
줄기들이 잘려 나가고, 꽃잎에 생채기가 생겼다.
그러자 남은 줄기들이 지렁이처럼 발악에 가까운 채찍질을 가하기 시작했다.
날아드는 모든 줄기를 잘라버리자, 활짝 핀 꽃잎 속에서 점액이 쏟아져 나왔다.
화들짝 놀라서 뒷걸음질 치자, 내 움직임을 따라 점액을 흩뿌리기 시작한다.
점액의 정체를 모르기에, 접근하는 대신 손에 쥐고 있던 카타나를 투척했다.
촥-!
정확히 꽃자루를 잘라버린 카타나.
그러자 잘려 나간 꽃자루에서 묽은 액체가 솟아나고, 서서히 쓰러지는 모습을 보였다.
마치 사람의 머리가 잘렸을 때 분수처럼 핏물이 솟아나는 것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쯔득-
카타나를 줍기 위해 식물의 곁으로 다가가는 길에, 바닥에 쏟아진 점액의 일부를 밟고 말았다.
순간접착제도 이렇게 끈끈하진 않을 것이다.
“이, 이게 무슨.”
제자리에서 버둥거리자, 뒤에 있던 일행이 달려왔다.
다들 내 모습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거기서 뭐 해.”
“완수야, 나 좀 당겨봐.”
전완수는 내 양팔을 붙잡고 있는 힘껏 잡아당겼다.
쫙-!!
신발 밑창이 떨어지며 간신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다들 바닥 조심해. 저거 안 밟도록.”
주변에 흩뿌려진 정체 모를 액체.
설여원은 식물의 모습을 가만히 쳐다보더니, 눈꼬리를 치켜뜨며 물었다.
“저거 죽은 거 맞아?”
“머리가 잘렸으니 죽었겠지.”
“저건 식물이잖아. 뿌리를 잘라야 하는 거 아니야?”
아, 그런가?
하지만 꽃자루가 잘린 뒤로 미동도 하지 않았다.
확인이라도 하기 위해, 저 멀리 바닥에 떨어진 카타나부터 주웠다.
그리고 칼끝으로 줄기를 툭툭 건드리자, 다시금 꿈틀거리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아직 살아 있는 건가?
이에 뿌리를 잘라버리자, 눈앞으로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감염된 식물을 처리했습니다. 카운트 20점이 주어집니다.
20점?
어마어마하게 많이 주는데?
좀비보다 까다로운 건 사실이지만, 이렇게 많이 주면 나야 좋지.
칼날에 묻은 액체를 털어내기 위해 앞뒤로 흔들었지만, 정체 모를 점액은 떨어지지 않았다.
손으로 잡으면 붙을까 봐, 땅바닥에 열심히 비벼도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자 뒤에 있던 최현이 인벤토리에서 생수를 꺼내며 내 곁으로 다가왔다.
“자.”
“괜찮아.”
“마시라는 게 아니라, 물로 닦으라고.”
“물로 되겠어?”
“혹시 모르니 해봐.”
칼날을 따라 조심스레 물을 흘리자, 끈적한 점액이 깨끗하게 씻겨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놀란 눈으로 쳐다보자, 최현은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식물이 감염됐다는 건 공기의 문제도 있겠지만, 제일 큰 문제는 수분공급이니까.”
그러자 옆에 있던 전완수가 입을 열었다.
“그럼 신발 뜯어내기 전에 얘기하지 그랬냐.”
“지금 생각난 걸 어떡해.”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기 전에 인벤토리를 열고 새 신을 꺼냈다.
여분의 옷과 신발을 인벤토리에 넣어둔 상태라서, 언제든 교체할 수 있었다.
뒤이어 정진영이 다가오며 물었다.
“재형이 네가 보기엔 어때? 위협적이야?”
“좀비보다 까다로운 건 사실이에요. 줄기에도 점액이 있고, 악력도 상당합니다.”
“힘으로 끊어내기엔 어려울까?”
“힘으로 끊어도 점액이 문제에요. 그리고 줄기에 붙잡히면 꽃잎이 잡아먹으려고 하더라고요.”
“꽃이 잡아먹어? 파리지옥이야 뭐야.”
정진영의 말을 듣고 반사적으로 탄성이 터졌다.
“맞네요, 파리지옥, 이거 파리지옥이에요!”
“응?”
“파리지옥인데, 파리가 아니라 사람을 먹는 거죠.”
설여원은 가만히 턱을 매만지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끈끈한 액체도 그렇고, 닿자마자 먹으려고 하는 것도 그렇고. 파리지옥이랑 비슷하네.”
“주변에 이런 식물 더 없어?”
“근처엔 안 보여.”
“앞으로는 식물도 조심해야 돼. 지금처럼 이상한 식물 보이면 언제든 얘기해 줘.”
설여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우측에 위치한 터미널로 이동했다.
가까이서 확인하니 경비초소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크기였다.
매표소만 덩그러니 놓인 느낌.
설여원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
“지도는 없고, 버스 시간표만 가득해.”
“저 뒤에도 건물 있다고 하지 않았어?”
“마을회관? 마을회관에 지도가 있어?”
“나도 몰라. 그래도 확인은 해봐야지.”
“가자.”
설여원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마을회관으로 이동했다.
난 시들어버린 식물을 흘깃 쳐다본 뒤, 설여원의 뒤로 붙었다.
감연된 식물과 좀비의 상관관계까지 파악하고 싶었지만, 근처에 좀비가 없어서 그럴 수 없었다.
저게 정말 파리지옥이라면…… 사람이든 좀비든, 뭐든 잡아먹지 않을까?
추후 확인할 기회가 생기면 한번 실험해 봐야겠다.
우린 발소리를 죽인 채 마을회관 1층으로 들어섰다.
회관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오랫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았는지, 먼지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이에 나지막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여기서 흩어지자. 지도 찾으면 얘기해.”
그러자 선두에 있던 설여원이 긴가민가하다는 듯이 얘기했다.
“여기…… 뭔가 이상해.”
“뭐가.”
“입구 쪽은 발자국이 없는데, 저쪽에만 발자국이 있잖아.”
설여원이 가리키는 방향을 쳐다보자, 희뿌연 안개 외에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었다.
가뜩이나 안개 때문에 안 보이는데, 슬슬 저녁 어스름이 내려앉고 있었다.
그러자 전완수도 우측을 가리키며 얘기했다.
“저쪽에도 흔적 있어.”
전완수가 가리키는 곳을 살피자, 이번엔 발자국과 함께 벽에 생긴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날카로운 칼날로 벽을 그은 흔적이 3개나 있었다.
비슷한 위치, 일경한 간격의 흔적.
이건…… 영화 속 울버린의 흔적과 비슷했다.
신발을 신지 않은 발자국은 족히 300㎜가 넘을 것 같다.
이에 눈살을 찌푸리며 일행에게 얘기했다.
“다들, 혹시 이상한 소리 들은 것 없지?”
“무슨 소리.”
“여자 우는 소리.”
설여원은 움찔거리는 모습을 보이더니,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델타 변종 말하는 거야?”
“어, 이런 흔적을 남길 수 있는 건 델타 변종밖에 없어.”
전완수는 발자국을 따라 시선을 돌리더니, 뒤편의 창문을 가리키며 얘기했다.
“발자국이 저쪽으로 이어져. 창문 밖으로 나간 것 같은데?”
“저 뒤로 가면 뭐가 나오지?”
“숲이지, 그 너머에 공단이 있고.”
공단이라…….
이 근처에 좀비가 없는 건 변종 때문인가?
생각을 정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얘기했다.
“적당히 찾아보고 나가자.”
“지도 없이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찾아갈 수 있어?”
“…….”
“수목원에 씨드볼트가 있다는 건 알아도, 수목원 가는 길을 모르잖아.”
최현이 덤덤하게 묻기에, 이마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가는 길에 표지판 있지 않을까?”
“없으면 어쩌려고? 씨드볼트는 일반인에게 개방되지 않은 장소일 텐데, 표지판이 있을까?”
사실…… 나도 확신은 없다.
그 순간, 설여원이 벽면을 가리키며 물었다.
“저건 어때?”
설여원이 가리키는 방향을 쳐다보자, 벽면에 걸린 커다란 지도가 눈에 들어왔다.
가로 3m, 세로 2m에 달하는 지도.
봉화군 전도였다.
정진영은 지도의 상태를 살피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얘기했다.
“액자에 지도를 넣어둔 건가? 뜯어갈 수 있겠는데?”
“가져가죠.”
“다들 파편 조심해.”
“네?”
챙그랑!!
정진영이 칼자루로 액자를 가격하자, 바닥으로 수많은 파편히 떨어졌다.
정진영은 조심스레 액자 속의 지도를 꺼낸 뒤, 입구 쪽에 펼치며 물었다.
“씨드볼트 있는 곳이 백두대간수목원이라고 그랬지?”
“액자 내려서 뒤에 열면 유리 안 깨고도 꺼낼 수 있는데…….”
“아 그래? 내가 액자를 걸어본 적이 있어야 알지.”
“…….”
“아무튼, 백두대간수목원 맞지?”
“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이요.”
정진영은 손전등을 쥐고 지도를 살폈다.
대략 1분 정도 지났을까?
어느 한 점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얘기했다.
“다들 이리와서 봐봐. 이거 아니야?”
“어디요?”
“여기. 산에 둘러싸여 있고, 중앙에 연두색으로 표시된 장소.”
수목원 이름이 적혀 있는 건 아니지만, 등고선 표시가 없는 지역이 있었다.
굳이 이곳만 표시가 다른 이유가 뭘까.
자연스레 이곳이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치지직- 치직-
그 순간, 무전기에서 신호가 들어왔다.
-다들 나와! 그쪽으로 좀비들 간다!
좀비들이 몰려온다고?
설마…… 유리 깨는 소리를 들은 건가?
정진영은 지도부터 챙기고, 설여원은 카타나를 뽑으며 얘기했다.
“다들 딱 붙어서 따라와.”
그러자 너도나도 무기를 챙기며 노련한 맹수처럼 바깥을 응시했다.
좀비들이 몰려오는데, 당황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