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264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2부 10화
몸에 닿는 모든 식물이 잘려 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예전 길거리의 좀비들은 풍선처럼 터져 나갔는데, 확실히 식물들의 신체 능력이 월등한 모양이다.
닿는 즉시 가루가 되지 않고, 일부만 잘려 나가는 모습.
공기 중에 흩뿌려지는 점액과 활어처럼 파닥거리는 줄기, 그리고 나뭇가지들.
장군이를 감싸고 있는 뿌리를 잘라내자, 장군이는 더욱 격분하여 주변 일대를 휩쓸기 시작했다.
뒤를 돌아보자, 일행도 내 뒤를 따라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모두가 따라오는 걸 확인하고, 한발 앞서 식물을 처리하며 정상으로 향했다.
그러자 눈앞으로 독 안개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독 안개 제거기의 범위는 500m.
일행이 내 속도를 따라붙지 못하고 있었다.
기다려야 하나?
‘아니야, 확인할 기회야.’
좀비화 상태에서 독 안개에 면역이 생기는지, 이번 기회에 확인해야겠다.
훅, 하고 숨을 뱉으며 독 안개 속으로 들어갔다.
‘어?’
이전에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는데, 지금은 반경 100m 이내의 모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이 서린 듯이 흐릿하지만, 사물을 분간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촤라락-!
독 안개 속에서도 식물들의 공격은 끊이지 않았다.
심지어 독 안개 속에서는 이전보다 빨라진 모습을 보였다.
그래 봐야 식물.
광폭화까지 사용한 내게, 식물의 공격은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
카타나를 말아쥐며 쏜살같이 베어 넘겼다.
정상에 도달하자마자, 경사가 완만한 내리막을 찾아 나섰다.
우측 대각선이 가장 완만하기에, 길을 막아선 모든 식물을 쳐내며 내려갔다.
치지직- 치직-
-야 박재형! 너 어디야!
무전기로 들려오는 전완수의 목소리.
이에 왼손으로 무전기를 쥐고, 오른손으로 식물을 처리하며 대답했다.
“길 따라서 올라와.”
-길? 무슨 길.
“식물들 처리한 길. 깨끗한 길이 있을 거야.”
-너 설마, 지금 독 안개 속이야?
“장군이 데리고 빨리 와.”
-장군아!! 장군이 워워!
무전기로 장군이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더니, 그 뒤로 신호가 끊겼다.
이젠 괜찮냐는 질문 대신, 묵묵히 내 의견에 따라주는 모습을 보였다.
-감염된 식물을 처리했습니다. 카운트 20점이 주어집니다.
-감염된 식물을 처리했습니다. 카운트 20점이 주어집니다.
눈앞으로 쉴 새 없이 올라가는 카운트 메시지가 거슬린다.
이에 메시지 목록에서 감염된 식물을 제외하고, 빠르게 길을 뚫었다.
띠링-
-독 안개를 1분간 흡입했습니다.
-마비가 시작됩니다.
띠링-!
-이스터에그 에덤 화이트는 좀비화가 유지되는 동안 독 안개에 면역을 지닙니다.
-마비에 저항합니다.
역시, 예상대로였다.
띠링-!
하지만 모든 예상을 벗어나는 게 바로 라스트아크.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독 안개가 이스터에그 에덤 화이트의 신체에 변이를 일으킵니다.
-시각과 청각, 후각이 4배 증가합니다.
-표피와 골밀도가 2배 증가합니다.
-한번 발달한 감각은 감소하지 않습니다.
-추후 좀비화를 사용할 때마다 지금의 감각이 유지됩니다.
독 안개에 내성을 지닌 좀비들은 전체적으로 4배 증가했는데, 난 근력과 체력을 제외한 다른 스탯이 증가했다.
곧 흐릿하던 시야가 맑아지고, 100m가 한계였던 시계가 400m까지 증가했다.
반경 400m 이내의 세상이 온통 옥빛으로 보였다.
뒤이어 300m 앞으로 아스팔트가 깔린 2차로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에 무전기를 들고 일행을 불렀다.
“다들 빨리 와!”
치지직- 치직-
-무슨 일이야?
전완수의 물음에 두 눈을 가늘게 뜨고 표지판에 적힌 글자를 살폈다.
“문수로라고 적혀 있는 길이 있는데, 지도에 있는 길이야?”
대답이 들려올 때까지 감염된 식물을 처리했다.
감각이 대폭 증가하면서 지반의 떨림을 감지할 수 있었다.
온 세상이 옥빛을 띠는 것으로 보아, 아직 독 안개 속이다.
이는 안개 제거기를 돌리고 있는 일행과 500m 이상 떨어져 있다는 증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으로 접근하는 일행의 위치가 머릿속으로 그려졌다.
족히 600m는 떨어진 거리에서 지반의 울림을 감지할 수 있었다.
한순간에 대폭 증가한 감각으로 인해 두통이 몰려올 정도였다.
듣기 싫은 소음이 고막을 찌르고, 역한 악취가 코를 찌른다.
슈퍼맨의 어린 시절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치지직- 치직-
-오빠 거기 맞아요! 그 길 따라서 5㎞만 더 올라가면 수목원이에요!
무전기로 들려오는 김희연의 목소리.
이에 눈살을 찌푸리며 얘기했다.
“감염된 식물 정리하고 있을 테니 빨리 와!”
-네!
무전을 마치고, 카타나를 말아쥐며 벌목을 이어나갔다.
* * *
수십, 수백 구의 소나무를 벌목한 것 같다.
전부 밑동이 검게 그을린 감염된 나무였다.
식물도 개체마다 부여하는 카운트가 다를 줄 알았는데, 전부 20카운트를 주었다.
2차선 도로에 올라 주변을 살피자, 기다랗게 이어진 도로를 제외한 모든 장소가 숲과 나무로 뒤덮여 있었다.
뒤이어 독 안개가 걷히고, 옥빛으로 물들었던 시야가 환해지기 시작했다.
뒤를 돌아보자, 이곳으로 달려오는 일행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선두에 있던 설여원은 지도를 살피며 얘기했다.
“거의 다 왔어. 5㎞만 더 가면 목적지야.”
정진영은 훅, 하고 숨을 뱉으며 혼잣말을 읊조렸다.
“제발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나와라. 더 깊이 들어가는 건 싫다.”
지도에 표시된 연두색 지역은 두 곳이었다.
확률은 낮지만, 부디 첫 번째 선택이 목적지이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전완수는 산기슭을 바라보며 얘기했다.
“식물들은 안 따라오는 것 같아.”
“따라올 수가 없지. 누가 전부 베어버렸는데.”
최현은 어깨를 으쓱이며 대수롭지 않게 얘기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난 일행의 얼굴을 살피며 물었다.
“장군이는 어디 있어?”
전완수는 뒤에 있는 이정우를 가리켰다.
이정우는 장군이를 품에 안고 있었다.
사자처럼 거대해졌던 몸이, 다시금 본래의 크기로 돌아왔다.
“어떻게 한 거예요?”
“뭐가.”
“장군이 몸이요.”
“앉아, 기다려, 빵! 했더니 작아졌어.”
“……그게 돼요?”
“그냥 하면 안 되고, 간식 들고 해야 돼.”
흥분한 장군이를 간식으로 진정시켰다는 말이 아닌가?
아무리 작아졌다고 한들, 장군이는 래브라도 리트리버였다.
본인의 덩치도 모른 채, 이정우의 품에 안겨 육포처럼 생긴 간식을 씹고 있었다.
머리 위에서 춤추는 음표들로 보아, 분노를 가라앉히고 간식을 음미하고 있었다.
뒤이어 최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좀비화 상태에서는 독 안개 면역이야?”
“어, 심지어 감각도 증가해.”
“얼마나.”
“시각, 후각, 청각 같은 감각은 4배, 표피랑 골밀도는 2배.”
“좀비화랑 광폭화를 사용한 상태에서 4배, 2배가 증가한다고? 스탯 미쳤는데?”
“적응 안 되더라.”
싱겁게 웃으며 얘기하자, 지도를 살피던 설여원이 입을 열었다.
“일단 움직이자. 반대편 산에도 감염된 식물 있을지도 몰라.”
설여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나아가는 찰나, 이전과 달라진 부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무리 광폭화를 사용해도, 시계는 100m가 한계였다.
그런데 지금은 400m 전방이 훤히 보였다.
독 안개 제거기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데, 왜 400m까지 보이는 거지?
독 안개 밖으로 나왔으니 다시금 100m로 줄어야 하는 거 아닌가?
두 눈을 껌벅이기도 하고, 세차게 고개를 저어도 400m 전방이 훤히 보였다.
설마 독 안개를 흡입하면서 세포에 변이가 발생한 건가?
뒤늦게 독 안개 속에서 확인한 문구가 떠올랐다.
-한번 발달한 감각은 감소하지 않습니다.
-추후 좀비화를 사용할 때마다 지금의 감각이 되살아납니다.
독 안개가 아닌 일반 안개 속에서도 발달한 감각이 유지되는 모양이다.
어벙한 표정을 짓자, 윤혜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오빠 괜찮아요?”
“어? 어어, 괜찮아.”
당황스러운 건 사실이지만, 긍정적인 변화였다.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건…… 좀비화가 풀렸을 때 이상증세가 발생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지금은 고민해 봐야 답이 나오지 않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한발 앞서 안개 속을 나아갔다.
* * *
문수로를 따라 한참을 올라가자, 저 멀리 건물의 윤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좌측은 경사가 가파른 산이 있지만, 도로의 우측은 주차장이 존재했다.
정문에 다다르자, 입구에 적힌 커다란 글자를 확인할 수 있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제대로 찾아왔다.
차단봉이 내려와 있는 것으로 보아,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되는 것인지, 아니면 주차요금을 따로 받는 것인지 모르겠다.
지금은 상관할 바가 아니기에, 성큼성큼 들어갔다.
전완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얘기했다.
“와…… 진짜 찾아왔어. 국립백두대간수목원.”
“그럼 진짜로 찾아오지, 가짜로 찾아오냐?”
최현이 싱겁게 웃으며 묻자, 전완수는 뚱한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
“아니 신기하잖아. 찍었는데 처음부터 맞은 것도 그렇고, 전 세계 두 곳뿐인 씨트볼트가 여기 있다는 것도 그렇고.”
한껏 들뜬 전완수만큼이나, 이정우도 마른침을 삼키며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두려움 때문이 아니라, 설레는 것으로 보였다.
반면에 설여원은 지도를 살피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이 지도는 나중에 탈출할 때 다시 봐야겠어.”
“시드볼트 위치는 안 나와 있어?”
“수목원 이름도 안 적혀 있는데, 시드볼트가 적혀 있겠니?”
멋쩍은 마음에 대답 대신 주변을 살폈다.
저 멀리 방문자센터가 있기에, 일행과 함께 그곳으로 향했다.
방문자센터의 옆으로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구조와 건물의 위치, 설명 등이 적혀 있었다.
김희연은 건물의 위치를 유심히 살피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여기에 시드볼트 있는 것 맞아요?”
“뉴스에서 그렇게 봤어.”
이정우가 대답하자, 김희연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
“여기…… 시드볼트 얘기는 없는데요?”
“뭐?”
결인들은 너도나도 방문자센터 앞으로 다가와 수목원의 구조를 살폈다.
그러다 문득, 내 눈에 들어오는 건물이 하나 있었다.
“저기, 제일 깊은 곳에 있는 건물.”
“저건 뭐야?”
“내 말이 그거야. 저 건물만 설명이 없잖아.”
모든 건물이 각각의 역할과 이름이 있었다.
하지만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타원형의 건물만 이름과 설명이 적혀 있지 않았다.
이정우는 가만히 턱을 매만지더니, 예전 기억을 되새기며 입을 열었다.
“예전에 뉴스에서 봤을 때, 시드볼트 건물이 저렇게 생겼던 것 같아.”
“타원형이요?”
“어, 위에서 내려다보면 딱 저런 모양일 거야.”
“그럼 저기로 가보죠.”
반대의 목소리는 없었다.
뭐든 눈으로 확인하는 게 최선이니까.
아직 좀비화가 40분이나 남았기에, 내가 선두에 섰다.
김희연과 설여원, 전완수가 동쪽, 서쪽, 남쪽 방면을 살피고, 다른 일행이 중앙에서 이동하는 구조로 나아갔다.
쌀쌀한 날씨 때문인지, 아니면 골짜기를 가로지르는 세찬 바람 때문인지, 인적이 끊긴 수목원은 을씨년스러웠다.
세상과 단절된 공간에, 우리만 뚝 떨어진 기분이었다.
쯔즉- 으드득-
그 순간, 귓가를 간질이는 소리에 오른손을 들었다.
모두가 걸음을 멈추고 정면을 응시했다.
“왜.”
“소리 들려요.”
“소리?”
이정우는 양손으로 창을 쥐며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난 상체를 숙이며 좌측 벽에 붙으라고 손짓했다.
오래 지나지 않아 이름 모를 건물의 뒤편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우측 대각선, 대략 350m 거리.
건물의 외관을 뚫어지게 살피자, 거대한 형체가 밖으로 나오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저, 저게 뭐야?”
전완수는 멍하니 입을 벌리며 읊조렸다.
나도 마른침이 넘어갔다.
높이 3m에 달하는 거대한 몸집.
50㎝가 넘는 거대한 어금니.
생김새만 보면 멧돼지나 다름없는데, 그 크기는 압도적이었다.
설여원은 눈을 껌벅이며 물었다.
“한국에 코뿔소가 살아?”
“저거 멧돼지야.”
“……뭐?”
능력은 가브리엘이지만, 설여원은 시력이 썩 좋지 않았다.
반면에 태생적으로 시력이 좋은 김희연은 마른침을 삼키며 얘기했다.
“뒤에 새끼들도 있는 것 같아요.”
“새끼들?”
“건물 반대편 보세요.”
김희연이 가리키는 방향을 살피자, 1m 크기의 새끼 멧돼지 3마리가 무언가를 가지고 장난치고 있었다.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유심히 살피자, 그것이 좀비 시체라는 걸 알아챌 수 있었다.
감염된 동식물이 좀비와 공생관계가 아니라는 걸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곧 전완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 저거 본 적 있어.”
“저거를?”
설마 산에서부터 따라온 건가?
전완수가 봤다면 봉화군 어딘가에서 봤다는 말이 아닌가?
눈꼬리를 치켜뜨며 쳐다보자, 전완수는 구레나룻을 긁적이며 얘기했다.
“내가 예전에 했던 게임 중에 와우라고 있거든? 거기에 역병 걸린 멧돼지라는 몬스터가 딱 저렇게 생겼어.”
“…….”
자동차와 관련된 일이 아니면 진지함을 찾아볼 수 없는 전완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