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268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2부 14화
-생명 유지에 필요한 조건을 설정합니다.
-개체의 크기가 10㎝를 넘을 시 보관할 수 없습니다.
-설정이 완료되었습니다.
-현재 추가 비용: 0
추가 비용이 없다는 문구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씨앗 하나에 1코인씩 잡아먹는 양아치는 아니었다.
그건 그렇고, 개체의 크기가 10㎝를 넘으면 보관할 수 없다고?
사람이나 애완견을 넣지 못하도록 사전에 막아버리는 설정이었다.
설명을 확인하고, 일행에게 얘기했다.
“다들 코인 얼마나 있는지 알려줘.”
일행이 홀로그램을 확인하는 동안, 나도 플레이어 정보를 확인했다.
[플레이어 정보]-캐릭터 이름: 에덤 화이트
-능력: 강화
-한계 돌파 7단계
*세 번째 에피소드 클리어 시 한계가 해금됩니다.
-현재 처리한 좀비의 수: 120020/100000
(좀비 카운트가 10만으로 고정됩니다.)
-남은 포인트: 287
-스킬: 좀비화, 급가속 Lv.MAX, 감지 Lv.MAX, 하울링 Lv.6, 광폭화 Lv.MAX
-패시브 스킬: 재생, 광란(5/10)
-특수 스킬: 연격, 난동
-보유 중인 칭호: 4
-보유 중인 성물: 3
감염된 멧돼지와 식물들, 변종과 좀비들을 처리하며 대략 71,000카운트를 올렸다.
별로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예상보다 훨씬 많은 카운트를 습득했다.
식물과 변종, 좀비, 멧돼지 가족을 처리한 덕이었다.
환전부터 하고 일행을 쳐다보자, 다들 보유 중인 코인을 알려주었다.
“내가 27,487코인 있으니, 정우는 대략 8,500 정도 있겠네.”
정진영은 본인의 코인을 통해 이정우의 보유 코인까지 얼추 계산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정진영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형, 재우랑 덕록이도 오라고 해주세요.”
“오케이.”
정진영은 군말 없이 숙직실로 향했다.
정진영이 돌아올 동안, 다른 사람들의 코인을 확인했다.
설여원과 전완수는 89,887코인, 최현은 127,887코인을 보유 중이라고 한다.
최현과 윤혜리의 코인이 동일할 것이고, 김희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럼 남은 사람은 황덕록과 박재우.
뒤이어 롱패딩을 입고 다 같이 우르르 들어오는 수비팀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박재우와 황덕록의 코인을 묻자, 두 사람은 대수롭지 않게 알려주었다.
“우린 8,087코인.”
“생각보다 적네.”
“계속 무기 업그레이드 했잖아. 이제 신발도 만들어야지.”
박재우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일행을 쳐다봤다.
레이첼은 알약을 구매해야 하고, 로즈는 장비를 제작해야 한다.
현재 코인이 필요 없는 직업은 가브리엘과 데니.
설여원과 전완수, 김희연, 최현, 윤혜리에게 씨앗을 저장해 달라고 했다.
이유도 간략하게 설명하자, 다들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혜선은 결인들의 표정을 가만히 살피더니, 내게 물었다.
“씨앗은 안전해요?”
“네, 안전하게 옮길 수 있습니다. 그럼…… 저희가 가져가도 될까요?”
오혜선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더니,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한 걸음 물러섰다.
설여원은 홀로그램을 닫고 오혜선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실례하겠습니다.”
오혜선의 안내에 따라 결인들은 씨앗을 담았다.
제1저장고를 시작으로 제2저장고까지, 전부 인벤토리에 넣는 데 2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최현은 추위로 인해 오들오들 떨며 얘기했다.
“이야…… 씨앗 무게가 상당한가 보네.”
“왜, 디버프라도 있어? 이동속도 감소, 이런 거?”
“아니 그런 건 아니고, 하루에 1,000코인씩 줄어들어.”
하루에 1,000코인?
너무 큰데?
놀란 눈으로 쳐다보자, 옆에 있던 설여원이 입을 열었다.
“어차피 가브리엘이랑 데니는 한동안 코인 쓸 일도 없잖아. 남은 시간도 70일 정도고.”
하긴, 70일 이내에 세 번째 에피소드를 클리어해야 한다.
70일 동안 사냥을 하지 않더라도, 일행의 보유 코인만으로도 씨앗의 생명유지장치를 가동할 수 있다.
전완수는 인벤토리에 들어간 씨앗을 확인하며 내 곁으로 다가왔다.
“야, 박재형. 이거 클리어할 수 있는 거 맞아?”
“왜?”
“홀로그램 봐봐.”
-클리어 목표: 전 세계 씨앗의 60% 이상을 수집하여 아크로 이동해야 합니다.
-현재 확보된 씨앗: 15%
씨앗의 60%를 확보해야 하는데, 이제 고작 15%였다.
그것도 시드볼트를 깨끗하게 털었는데 말이다.
이러면 곤란한데.
시드뱅크까지 털어야 하나?
혼란스러운 마음에 눈썹을 긁적이자, 옆에 있던 오혜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요? 문제 있어요?”
오혜선의 눈에는 홀로그램이 보이지 않을 것이다.
“실장님, 혹시 여기 있는 씨앗은 이게 전부예요?”
“부족해요?”
“턱없이 부족합니다.”
“밖에 더 있긴 한데…….”
“밖에 어디요?”
“아직 검수가 덜 끝난 씨앗들도 같이 있어요. 그래도 챙겨볼래요?”
고개를 끄덕이자, 오혜선은 현재 시각을 살피며 얘기했다.
“지금은 너무 늦었고, 내일 이동하면서 챙기죠.”
“이동이요?”
“서울에 아크가 있다면서요? 저희도 가야죠.”
아…… 같이 가자고?
이건 예상 못했는데.
당황스러운 마음에 이정우를 쳐다보자, 그는 목덜미를 문지르며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도 마음 같아서는 함께 가고 싶다.
하지만 가는 길에 무슨 변고를 당할지 알 수 없다.
생존자들은…… 게임이 클리어될 때까지 이곳에서 기다리는 게 안전하지 않을까?
여긴 독 안개도 정화되는 시설이 완비되어 있으니 말이다.
쉽사리 입을 열 수 없었다.
오혜선은 우리의 눈치를 보더니, 쓴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혹시 두고 가려는 건 아니죠?”
“아…… 그건…….”
“구조대라면서요.”
오혜선의 덤덤한 목소리에 수많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
처음 소개할 때부터 구조대라고 얘기한 탓에, 이제 와서 말을 바꿀 수도 없었다.
예전이나 구조대라는 말이 통했지, 지금은 누구를 구조할 여력이 없었다.
이정우는 잠시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아까 제가 말씀드렸죠? 현재 바깥 상황이 어떤지.”
“알아요. 좀비, 변종, 식인 식물부터 감염된 동물까지, 해괴망측한 세상이라는 거.”
“함께하는 건 상관없지만, 솔직히 여러분의 생명까지 저희가 책임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함께 싸웠던 사람들도 부산에서 헤어졌다고 그랬죠? 그만큼 세 번째 에피소드가 위험하다는 거 알아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밖에 나가자마자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 수도 있어요. 그래도 상관없습니까?”
“죽더라도 햇빛은 보고 죽어야죠. 내가 무슨 뱀파이어도 아니고.”
오혜선의 태연한 말에 다들 함묵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들 대답을 회피하자, 오혜선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얘기했다.
“씨앗을 보관하고 관리하는 게 제 일이에요. 여러분에게 씨앗을 맡긴 만큼, 함께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한 것 아닌가요?”
오기인지 패기인지, 혹은 책임감인지 모르겠다.
경계가 모호하지만, 죽어도 상관없다는 사람을 굳이 말릴 필요는 없었다.
결국 한숨을 내쉬며 얘기했다.
“좋아요, 같이 가죠.”
“…….”
“대신 죽어서도 우리 탓하지 말아요. 우린 분명히 경고했으니까.”
오혜선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마른침을 삼켰다.
시작도 하기 전에 겁부터 주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현실이 시궁창인 것을.
상황을 지켜보던 정진영은 상체를 오들오들 떨며 얘기했다.
“얘기 끝났으면 이제 나가지? 이러다 출발도 하기 전에 얼어 죽겠다.”
다들 입술이 푸르죽죽하게 변한 상태였다.
서둘러 숙직실로 돌아가 따뜻한 홍차를 마셨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홍차를 마시며 생존자들의 모습을 살폈다.
오혜선은 구현희와 한민욱, 공석훈과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다.
조금 전에 나누었던 대화를 그들에게 들려주고, 서로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으로 보였다.
황덕록은 따뜻한 홍차를 단숨에 들이켜더니, 자리에서 일어나며 물었다.
“다들 발 크기부터 확인하자.”
생존자들이 의견을 조율하는 동안, 박재우와 황덕록은 신발 제작에 열중했다.
* * *
초목이 이슬에 젖은 이른 새벽, 우린 간단한 아침 식사를 마치고 덤프로 만든 새 신발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1층으로 올라왔다.
“괜찮은데?”
“발에 잘 맞아?”
박재우와 황덕록의 눈 밑으로 다크서클이 내려앉아 있었다.
밤늦게까지 신발을 제작하느라 잠을 설친 모양이다.
두 사람의 노고에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일행의 표정을 살폈다.
다들 흡족한 표정으로 신발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었다.
위이잉-
뒤이어 승강기가 올라오고, 오혜선과 구현희, 한민욱과 공석훈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오혜선을 쳐다보며 물었다.
“더 챙길 건 없어요?”
“옷이랑 음식만 있으면 되죠. 비상식량은 20일 정도 먹을 수 있어요.”
“말씀 편하게 하세요. 저희가 훨씬 동생인데.”
“동생이면 편하게 말 놓겠는데, 조카뻘은 나도 어려워서요. 그냥 존대가 편해요.”
오혜선의 말에 뒤에 있던 한민욱이 해맑게 웃으며 얘기했다.
“하하! 맞네요. 20살 차이면 조카죠.”
“넌 아닌 줄 아나 봐?”
“에이, 10살 차이는 형이죠.”
“그럼 너랑 나랑 10살 차인데, 내가 누나야?”
“어…….”
“알겠니?”
한민욱은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목덜미를 긁적였다.
오혜선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내게 얘기했다.
“저랑 한민욱 씨만 가기로 했어요.”
“네? 그럼 뒤에 계신 두 분은…….”
“지난밤 얘기 많이 했어요. 충분히 상의했고, 구현희 씨와 공석훈 씨의 의견이니 따라주세요.”
뒤에 있는 두 사람을 쳐다보자, 구현희는 검은색 비닐봉지를 건네며 얘기했다.
“고마워요.”
“……저희가 뭐 한 게 있나요.”
“왜 없어요. 우리 남편 살려줬는데.”
“…….”
“드릴 게 없어서 미안해요. 이거라도 가져가세요.”
구현희가 건네준 비닐봉지에는 감자와 소금, 김치가 들어 있었다.
이런 알감자는…… 이제 쉽게 구할 수 없을 텐데.
시드볼트에 식량이 있다지만, 대부분이 비상식량이었다.
죽 같은 종류가 많았고, 맛도 평범하기에 김치와 감자는 정말 소중한 음식이었다.
마음만 받으려고 했지만, 구현희는 무조건 가져가라며 손사래 쳤다.
그러자 공석훈이 다가오며 얘기했다.
“이래야 우리 집사람 마음이 편해요. 받아주세요.”
“그럼…… 감사히 먹겠습니다.”
“꼭 살아서 다시 만나면 좋겠습니다.”
“두 분도 몸조심하세요.”
인심 좋은 부부의 모습에, 괜스레 마음 한편이 무거워졌다.
그러자 옆에 있던 오혜선이 싱겁게 웃으며 물었다.
“언제는 우리 다 두고 가겠다더니?”
“네? 제가 언제 그랬어요. 위험하니까 그런 거죠.”
“목숨 구걸 안 할 테니 걱정하지 말아요.”
이정우는 중년의 부부에게 마지막까지 신신당부했다.
절대로 밖에 나오지 말라고.
언제쯤 나오면 되겠냐는 공석훈의 물음에, 이정우는 이렇게 대답했다.
“저희가 다시 올 때까지, 절대로 나오시면 안 됩니다.”
기약 없는 약속이지만, 어둠 속에 숨어 지내던 그들에겐 작은 희망과도 같았다.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는 중년 부부의 얼굴을 보고, 내심 생각했다.
부디 그들의 희망이 절망으로 변하지 않도록, 되도록 빨리 올 수 있으면 좋겠다고.
“움직이죠.”
아쉬운 작별인사를 나누고, 우린 단기 저장고로 이동해 남은 씨앗을 챙겼다.
단기 저장고와 중기 저장고까지 탈탈 털어서, 보유 중인 씨앗은 간신히 20%가 되었다.
곤란한 표정을 짓자, 옆에 있던 오혜선이 입을 열었다.
“무슨 고민 있어요?”
“아, 세 번째 에피소드 클리어 목표가 좀…… 어렵네요.”
“전 세계 씨앗의 60%를 확보해야 한다고 그랬죠?”
“네.”
“불가능해요.”
“네?”
“한국과 스발바르 제도에 있는 씨앗을 전부 합쳐도, 전 세계 씨앗의 50%가 안 돼요.”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반면에 오혜선은 태연한 목소리로 물었다.
“한국 시드볼트에 있는 씨앗 전부 챙기고, 몇 프로나 올랐어요?”
“20%요.”
“그럼 다행이네요. 스발바르 제도까지 돌면 얼추 60% 될 거예요.”
“아까는 안 된다면서요.”
“한국에 있는 씨앗만 챙겼는데 20%나 올랐다는 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씨앗이 기준이 아니라, 현재 알려진 씨앗을 기준으로 60%를 채우라는 말일 거예요.”
“…….”
“스발바르 제도의 시드볼트가 한국보다 몇 배는 커요. 저장 중인 종자도 몇 배는 많고.”
“그럼 가능하다는 거예요?”
“우리도 세간에 알려진 시점보다 2배는 규모가 커졌으니, 스발바르 제도의 시드볼트도 지금쯤 규모가 더 커졌을 거예요.”
천만다행이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자, 옆에 있던 설여원이 입을 열었다.
“얘기는 그쯤하고, 빨리 이동해야 할 것 같은데?”
설여원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자, 그녀는 입구 방면을 유심히 살피며 얘기했다.
“이상한 게 오고 있어.”
“변종이야?”
칼자루에 손을 얹으며 묻자, 설여원은 두 눈을 가늘게 뜨며 정면을 살폈다.
“아니, 변종은 아니고…….”
설여원은 말끝을 흐리더니,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러자 옆에 있던 김희연이 입을 열었다.
“보라색으로 보이는 땅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어요.”
그게 무슨 소리야.
보라색으로 보이는 땅이 가까워지고 있다니?
전완수는 김희연의 말을 듣고 입꼬리를 올렸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야? 난이도 올라가면서 새로 추가된 설정이 한두 개도 아니잖아.”
결인들은 긴장하기는커녕, 오히려 의기양양한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