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272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2부 18화
“좋아. 그럼 새벽 1시, 노량진역에서 보자고.”
-출발할 때 무전 보낼 테니 준비해.
대장 좀비는 무전을 마치고 창밖을 응시했다.
안개가 자욱하게 깔린 세상을 바라보며, 아직 만나지 못한 파티를 생각했다.
“뭔가 있어…… 소리결.”
반복되는 꿈과 소리결이, 분명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꿈속에서 본 플레이어는 총 10명이었다.
모두가 보호대를 착용하고 있었고, 라스트아크에 없는 보호대까지 착용하고 있었다.
이는 직접 제작했다는 뜻.
아이템을 제작하고 강화할 수 있는 파티는…… 랭킹 1위의 소리결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로그나이트와 덤프의 가격은 이미 여자를 통해 전해 들었다.
아무리 각성 파티라도, 코인을 습득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는 소리결에 에덤이 있다는 뜻이고, 서울에 있던 에덤과 달리 안정궤도에 진입했다는 말이 된다.
대장 좀비는 두 눈을 가늘게 뜨며 한숨을 내쉬었다.
“소리결을 도와서 싸우라는 건가?”
에스파디아가 점지한 희망이, 파티 소리결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대장 좀비가 이러한 생각을 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처음엔 좀비와 인간, 변종을 서로 싸움 붙이더니, 10성을 달성한 순간부터 협동하라는 식의 꿈을 보여주고 있으니까.
치지직- 치직-
뒤이어 무전기에서 신호가 들어오더니,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봐 안상진, 들려?
“얘기해.”
-애들이 아빠 보고 싶다는데, 손편지라도 하나 써.
“……잘 지내고 있는 것 맞아?”
-내가 감싸고 도는데 당연히 잘 지내고 있지.
대장 좀비의 이름, 안상진.
안상진에겐 8살 딸과 7살 아들이 있었다.
안상진의 자식들은 아버지가 벽 너머에서 좀비들과 싸우는 투사로 알고 있었다.
이는 여자가 지어낸 얘기였지만, 아이들에겐 영웅담처럼 뇌리에 남았다.
아이들의 머릿속에서, 아버지는 아크를 수호하는 슈퍼맨이었다.
안상진의 자식들은 다른 생존자들에게 아버지를 자랑하고 다녔지만, 생존자들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아버지를 잃은 아이들에게 흔히 하는 거짓말이라 생각했다.
아버지가 돈을 벌기 위해 미국에 갔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여자가 아이들을 위해 지어낸 얘기라 생각했다.
가끔 여자가 들고 오는 편지도, 여자가 쓴 편지라 생각했다.
산타할아버지가 존재한다며 아이들의 동심을 지켜주듯이 말이다.
덕분에 생존자들 사이에서 여자를 향한 믿음은 커졌고, 안상진의 자식들은 보살핌을 받을 수 있었다.
모든 진실을 아는 사람은 여자뿐이었다.
안상진은 한숨을 내쉬며 얘기했다.
“노량진에서 봐.”
-꼭 가져와. 요즘 들어 애들이 더 보고 싶어 하는 것 같으니.
안상진은 무전을 마치고 한숨을 내쉬었다.
두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앞머리를 쓸어넘기는 모습이, 조금은 애처로워 보였다.
안상진에게 중요한 건 자식들이었다.
아크에서 지내는 자식들을 생각하며, 지금껏 변종을 처리하고 여자를 도왔다.
여자가 바깥 활동을 할 때마다, 다른 플레이어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뒤에서 도왔다.
안상진 덕분에 여자는 생존자들 사이에서 신뢰를 얻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나 사탕도 챙기고, 의약품이나 생필품을 챙기며 신뢰할 수 있는 대표가 되었다.
이 모든 것은 안상진의 공이었지만, 그는 앞에 나설 수 없었다.
본인은 한낱 좀비일 뿐이니까.
유리에 비친 본인의 얼굴을 쳐다보며, 안상진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 * *
고속도로도 더는 안전하지 않았다.
위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감염된 동식물의 출현빈도가 높아지고 있었다.
고속도로에 진드기처럼 깔린 끈끈한 액체 때문에 고생하고, 덩굴처럼 깔린 감염된 식물을 처리하느라 차량을 정차하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감염된 고라니는 몇 번이고 튀어나왔으며, 놈들의 울음소리는 이명을 불러일으켰다.
청각이 예민해진 탓에, 2m 크기의 감염된 고라니가 거품 물고 소리칠 때면 고막이 찢어질 것 같았다.
고라니의 신체 능력은 뛰어나지 않았지만, 청각을 마비시키는 힘이 있었다.
또한 청각이 마비될 때면 달팽이관에 문제가 생긴 것처럼, 어지럼증이 일었다.
2시간이면 도착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점점 늦어지고 있었다.
감염된 식물을 처리하고 중형차의 조수석으로 돌아오자, 뒷좌석에 있던 오혜선이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다들 괜찮아요? 쉬지도 못하고 참…….”
“괜찮습니다.”
한숨을 내쉬며 칼날에 묻은 끈끈한 액체를 씻어냈다.
설여원은 찬물로 세수하고 운전석에 올랐다.
곧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얘기했다.
“눈에는 안 보이는데, 거대식물이 이 근처에 있는 것 같아. 감염된 식물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
“그렇다고 찾아다닐 수도 없잖아. 계속 가야지.”
치지직- 치직-
-여원아, 거기 한민욱 씨 있나?
무전기에서 들려오는 전완수의 목소리.
설여원은 뒤를 돌아보며 한민욱의 얼굴을 쳐다보더니, 무전기를 들고 대답했다.
“어, 같이 있어.”
-저 앞에 경기 광주분기점 보이는데,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지 물어봐 줘.
설여원이 한민욱을 쳐다보자,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얘기했다.
“어? 분기점이 하나 더 있어요?”
여기서 정답을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한민욱은 양손으로 관자놀이를 누르며 생각하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지금 중부고속도로 타긴 탄 거죠?”
“음…….”
설여원은 대답 대신 한민욱에게 무전기를 건네주었다.
한민욱은 얼떨결에 무전기를 받고, 긴장한 표정으로 전완수를 불렀다.
“전완수 씨, 지금 뭐 보여요?”
-표지판에 동서울이라고 적혀 있는데, 왼쪽은 제1중부고속도로고 오른쪽은 제2중부고속도로에요.
“아, 그럼 상관없어요.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아무거나 타면 돼요?
“네네, 왼쪽은 경기 광주로 빠지는 IC가 있어서 그래요. 결국에는 동서울요금소 앞에서 합쳐집니다.”
-그럼 오른쪽으로 갑니다.
한민욱은 들고 있던 무전기를 설여원에게 건네며 얘기했다.
“거의 다 왔네요.”
“그래요?”
“동서울 톨게이트만 지나면 그 앞이 하남IC거든요. 여기서 하남IC까지 20㎞도 안 될 거예요.”
한민욱의 설명을 듣고 현재 시각을 살폈다.
벌써 오후 4시.
11월 중순의 해는 짧다.
앞으로 1시간만 지나면 해가 완전히 떨어질 것이다.
이에 무전기를 들고 이정우를 불렀다.
“정우 형 들리세요?”
치지직- 치직-
-들려, 얘기해.
“고속도로에서 야영하는 게 어때요?”
-갑자기?
“하남 상황도 모르는데, 지금 들어가면 해 떨어져서 대응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요.”
이정우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일행과 상의하는 모양이다.
옆에 있던 설여원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여기서 노숙하는 것도 위험하지 않아? 오는 길에 감염된 동식물 많이 봤잖아.”
“아무리 그래도 도심으로 들어가는 거랑 달라. 하남에 변종이랑 좀비들까지 득실거리면 안전지대 찾기도 전에 지칠 거야.”
“음…… 하긴, 그것도 그렇네.”
섣불리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치지직- 치직-
뒤이어 무전기에서 신호가 들어왔다.
-지금 상의해 봤는데, 그래도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아.
“다들 동의한 거예요?”
-지금껏 IC 앞은 건물도 별로 없고, 몸 숨기기도 좋았으니까.
“알겠습니다.”
불안한 건 사실이지만, 모두의 뜻이 그렇다면 따라야지 어쩌겠는가?
밑도 끝도 없이 반대할 시간에, 차라리 선택에 따른 대책을 미리 생각하는 게 이롭다.
부우우웅-
무전을 마치자, 선두에 있는 살수차가 비상등을 점멸하며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에 설여원을 쳐다보며 물었다.
“여원아, 하남IC 앞에 뭐 있는지 알아?”
“IC 앞에? 다른 데랑 비슷할 거야. 주유소 몇 개랑 건물 몇 채? 나도 하남IC는 많이 안 타봐서 몰라.”
“아파트는 없는 거지?”
“아파트는 좀 들어가야 나와. 500m 정도?”
“또, 다른 특이사항은 없어?”
“글쎄, IC에서 멀지 않은 곳에 버스 차고지 있는 것 정도? 쭉 직진하면 버스 차고지 겸 시외버스터미널 있을 거야.”
터미널이 있다면 거기서 하남 전도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좀비의 숫자가 많을 것 같은데…….
이에 무전기를 들고 얘기했다.
“완수야, 하남IC 지나면 차량 세워.”
-IC 앞에 세우라고? 하남에서 서울 들어갈 때도 고속도로 타고 이동하게?
“아니, 좀비들이 엔진소리 듣고 몰려들지도 몰라.”
-그건 걱정하지 마. 가는 길에 좀비들 보이면 내가 알아서 정차할게.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이에 이마를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아직 감염된 동식물이랑 좀비의 관계를 정확하게 모르잖아.”
-그게 무슨 말이야?
“감염된 식물은 땅 울림으로 우리 위치를 파악할 수 있어. 그 범위는 우리 시야보다 넓고.”
-아…….
“좀비들이 식물의 이동을 인지한다면…… 우리보다 먼저 반응할 수 있다는 거지.”
-오케이, 알았어.
전완수의 대답을 듣고, 긴장되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정면을 응시했다.
봉화군에서 올라오는 길이기에, 경기도의 인구 밀집 지역은 전부 피해서 올라올 수 있었다.
하지만 경기도는 경기도.
뻥 뚫린 고속도로를 달리며 이유 모를 압박감을 느꼈다.
지금부터 어떤 기괴한 일이 일어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인구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좀비와 변종이 밀집되어 있다는 뜻이고, 이는 놈들의 진화가 빠르게 진행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장 좀비 역시, 지금껏 우리가 경험한 놈들과 다를 것이다.
부산에서 만난 7성 대장 좀비도 수도권 출신이었다.
심지어 하남은 서울과 붙어 있기에, 더더욱 예상하기 어려웠다.
하남의 인구는 32만이 조금 넘지만, 스타필드가 있어서 유동인구가 많았다.
예상보다 훨씬 많은 좀비가 득실거릴 가능성이 높다.
* * *
하남IC를 지나 일반도로로 내려오자, 전완수는 갓길에 차량을 정차하며 운전석에서 내렸다.
다들 차량에서 내리고, 오혜선과 한민욱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내 뒤에 바짝 붙었다.
“근처에 감염된 식물은 없고, 좀비도 별로 없어.”
“좀비들 위치는?”
“전방 400m 앞에 있는 고등학교 정문으로 열댓 마리 보이고, 왼쪽 실개천 너머에 두세 마리. 그리고 500m 좌측대각선방면으로 아파트 단지.”
전완수의 브리핑을 듣고 설여원을 쳐다보며 물었다.
“여원아, 터미널은 거리가 얼마나 돼?”
“정확하진 않은데, 아마 1㎞ 정도 될 거야.”
터미널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선 400m 앞에 있는 좀비들을 처리해야 한다.
다만, 전방의 좀비들을 처리하려면 아파트 단지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좀비들의 감각이 증가한 만큼, 놈들도 200m 거리는 인지할 수 있을 것이다.
고등학교와 아파트 사이에 실개천이 있다지만, 실개천의 폭은 대략 100m.
터미널을 정리하고 그곳에서 숙식을 해결할 생각이었는데, 계획을 바꿔야겠다.
이러한 생각을 일행에게 얘기하자, 옆에 있던 설여원이 입을 열었다.
“안전한 건 여기가 제일 안전해. 500m 앞에 있는 아파트를 시작으로 그 뒤는 계속 아파트야.”
“아파트가 그렇게 많아?”
“고속도로 북쪽으로는 전부 아파트라고 생각하면 돼.”
“고속도로 북쪽이 어딘데.”
“지금 우리가 있는 곳, 그리고 가야 하는 곳.”
곤란한 마음에 머리를 긁적이자, 정진영은 하늘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벌써 노을 지고 있어. 앞으로 30분이면 해 떨어질 거야. 슬슬 결정해야 해.”
쉽사리 입을 열 수 없었다.
단 한 번의 실수가 모든 것을 망칠 수 있으니까.
박재우는 양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생각을 정리하더니, 내 얼굴을 쳐다보며 물었다.
“재형아, 그냥 밀어버리면 안 되나?”
“밀자니, 그게 무슨 말이야.”
“하남 인구가 32만 조금 넘는다며? 재형이 좀비화 쓰고, 우린 강화제 알약 10개씩 먹고 밀자고.”
“…….”
“나도 안전하게 움직이고 싶지만, 지금은 상황이 안 따라주잖아?”
박재우의 말도 일리 있다.
예전에는 회피기동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좀비들의 인지 범위가 200m에 달한다.
사실상 들키지 않고 이동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에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다들 어떻게 생각해?”
“까짓거, 밀어붙여.”
전완수는 싱겁게 웃으며 카타나를 뽑았다.
모두가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오혜선과 한민욱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두 분, 지금부터 제가 하는 얘기 잘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