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278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2부 24화
황덕록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상체를 일으키더니, 양팔을 축 늘어뜨린 채 베타3의 앞으로 걸어갔다.
이미 죽은 베타3의 머리에 칼질하며 죽어, 죽어, 하는 말을 반복했다.
이미 지칠 대로 지친 나머지, 정신이 없는 것으로 보였다.
이정우가 황덕록을 말린 뒤에야, 그는 홀로그램에 적힌 메시지를 확인했다.
황덕록과 이정우는 기진맥진한 나머지 그 자리에 쓰러졌다.
“도와줘!!”
“전방에 알파3!”
하지만 잠시도 쉴 수 없었다.
산곡2교를 수비하는 박재우와 윤혜리의 외침에, 이정우와 황덕록은 하체를 덜덜 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 사람은 기어가다시피 계단을 올라 산곡2교의 상황을 살폈다.
박재우가 베타의 혓바닥을 저지하고, 윤혜리는 이 악물고 도끼를 휘두르며 알파3과 혈투를 벌이고 있었다.
알파3의 팔다리는 총 6개라서, 신체 능력이 비등한 결인들에게는 쉽지 않은 상대였다.
윤혜리는 쉴 새 없이 도끼를 휘두르며 알파3의 팔을 쳐냈다.
하지만 빈틈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생하는 법.
뻑!!
“커헉!”
윤혜리의 복부를 가격하는 알파3의 다리.
4개의 팔에 집중한 나머지, 하체의 움직임을 놓치고 말았다.
“혜리야!!”
옆에 있던 박재우는 이마에 핏대를 세우며 알파3에게 달려들었다.
알파3의 머리 위로 뛰어오르더니, 그대로 정수리에 카타나를 박아버렸다.
키에에에에엑-!!
하지만 제대로 박히지 않았는지, 알파3은 비명을 내지르며 허공에 팔을 휘젓기 시작했다.
브르릅- 브르릅.
그와 동시에 박재우의 허리를 휘감은 베타 변종의 혓바닥.
박재우는 알파3을 잡기 위해 5m 위로 떠오른 상태였기에, 저항조차 못하고 혓바닥에 끌려갔다.
이정우와 황덕록이 박재우를 구하려고 하자, 머리에 카타나가 박힌 알파3이 괴성을 내지르며 다리를 막아섰다.
“썅!”
황덕록은 욕설을 뱉으며 알파3에게 달려들고, 이정우는 무전기를 들고 외쳤다.
“희연아! 거기서 베타2 저격할 수 있어?”
치지직- 치직-
-사각이라서 안 보여요!
김희연은 터미널 옥상에서 접근하는 감마변종을 저격하고 있었다.
김희연이 저녁을 맡은 이유는 간단했다.
수비팀의 유일한 가브리엘이기도 했고, 김희연의 독 안개 제거기가 파괴되면 치명적이기 때문이었다.
다른 수가 없기에, 이정우는 손에 쥐고 있던 창을 투창 던지듯이 베타 변종에게 집어 던졌다.
근력 800대 후반의 이정우가 던지는 투창은 가공할 만한 위력을 보였다.
퍼벅! 뻑! 퍽!!
두 마리의 좀비를 꿰뚫고, 그 너머에 있던 베타2의 안구에 적중했다.
브르르릅!!
베타2는 박재우의 허리를 놓고 버둥거리기 시작했다.
짧은 앞다리로 인해 눈에 박힌 창을 뽑지도 못하고, 이리저리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박재우는 허리를 다쳤는지, 쉽사리 일어서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을 확인한 이정우가 박재우의 곁으로 달려가려고 하자, 길목을 막아선 알파3이 상황을 인지하고 허공을 향해 소리치기 시작했다.
키에에엑-!! 키에에엑-!!
지원군을 부르는 외침에, 이정우는 이마 위로 식은땀이 맺히는 것을 느꼈다.
‘아직도 더 남았어?’
두두두두두두두-
뒤이어 좀비들의 발소리가 귓가를 간질이고, 우측 대각선 방면에서 좀비와 변종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정우가 넋이 나간 표정을 지으며 휘청거리자, 그의 옆을 쏜살같이 지나가는 인영을 발견할 수 있었다.
머리에서 피를 흘리는 와중에도, 양손에 손도끼를 들고 알파3에게 달려가는 윤혜리.
“시선 끌어줘요!”
윤혜리가 소리치자, 황덕록은 지면을 박차고 뛰어올라 알파3의 얼굴에 카타나를 휘둘렀다.
윤혜리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알파3의 다리 사이로 미끄러지듯이 들어가 박재우를 부축했다.
쾅-!!
동시에 알파3의 시선을 끌었던 황덕록이 지면에 내리꽂히는 모습을 보였다.
농구에서 블로킹하듯이, 알파3의 오른팔이 황덕록을 내려찍는 것이다.
뒤이어 알파3의 왼발이 황덕록을 짓밟으려는 찰나.
떵-!
이정우가 방패를 들고 달려와 알파3과 황덕록 사이를 가로막았다.
파지지직!!
방패에 전류를 흘려보내자, 알파3은 전신을 부르르 떨며 뒤로 엎어졌다.
이정우는 충격으로 인해 오른팔을 덜덜 떨며 황덕록의 상태를 살폈다.
“괜찮아?”
“조, X나 아파요…….”
“욕하는 것 보니 괜찮네.”
윤혜리가 박재우와 함께 돌아오고, 이정우는 황덕록의 카타나를 낚아채며 쓰러진 알파3의 미간에 꽂았다.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300코인이 지급됩니다.
알파3의 머리에 박힌 박재우와 황덕록의 카타나를 뽑아서 각각 주인에게 돌려주고, 이정우는 도주한 베타2를 찾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칠흑 같은 세상이라, 정확한 위치 파악에 어려움을 겪었다.
크어어어어어어!!
아직 창을 회수하지 못했는데, 좀비와 변종들이 벌써 근방까지 접근했다.
“다들 뒤로 가.”
“어떡해요? 수색대 불러야 하는 거 아니에요?”
“걔들도 정신없을 거야. 아까 1300코인 들어온 것만 봐도, 4단계 변종과 싸우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그럼 어떡해요?”
“일단 오혜선 씨랑 한민욱 씨 차량에 태워서 고속도로로 대피시킨…….”
텁!
그 순간, 기다란 혓바닥이 이정우의 왼발을 휘감았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날아든 혓바닥으로 인해, 이정우는 대응조차 못하고 지면에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황덕록이 황급히 혓바닥을 잘라내려고 하자, 이번엔 황덕록의 오른팔을 휘감는 혓바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치이이이익-!
“끄으윽……!”
황덕록의 오른팔에서 연기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이는 베타3의 혓바닥이라는 뜻.
윤혜리는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베타3의 혓바닥에 도끼질을 가했다.
박재우도 움직이지 않는 다리에 힘을 주어 이정우에게 달려갔다.
다이빙하듯이 이정우의 팔을 붙잡은 뒤, 그의 다리를 휘감은 혓바닥을 잘라냈다.
동시에 무전기를 손에 쥐었다.
“박재…….”
훙-!
그 순간, 박재우의 앞으로 검은 무언가가 스쳐 지나갔다.
콰아앙-!!!!!
한 박자 늦게 따라오는 굉음.
동시에 세차게 몰아치는 거센 바람.
예상치 못한 강풍과 사방으로 흩날리는 아스팔트 파편으로 인해, 이정우와 박재우는 바닥에 납작 엎드리며 얼굴을 가렸다.
치지직- 치직-
-이미 재형이 그쪽으로 갔어!
뒤늦게 들려오는 전완수의 대답.
애타게 기다리면 수색대가 도착했다.
* * *
황덕록의 팔을 휘감은 베타3의 혓바닥을 카타나로 잘라버리고, 달려오는 모든 변종과 좀비를 일도양단 냈다.
다행히 4단계 변종은 존재하지 않았고, 감마변종이 접근할 때면 설여원과 전완수가 쇠뇌를 견착하며 미리 처리했다.
앞으로 좀비화의 남은 시간은 13분.
잠시도 쉴 시간이 없기에, 두 눈 부릅뜨고 학살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3분이 남았을 무렵, 모든 좀비와 변종을 정리할 수 있었다.
“후…….”
폐부에 들어찬 탁한 숨을 내쉬며 뒤를 돌아보자, 설여원과 전완수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내 곁으로 다가왔다.
“수고했다.”
전완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설여원은 내 모습을 위아래로 훑더니, 마른침을 삼키며 물었다.
“어때? 좀비화 끝나면 기절할 것 같아?”
“괜찮아, 재생이 발동된 적은 없어서 기절하진 않을 거야.”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아, 좀비화 중에 재생이 발동되면 십중팔구 기절했다.
좀비화와 광폭화를 사용하면 아드레날린 분비가 촉진되고 혈류가 빨라지기에, 신체에 작은 상처라도 발생하면 더 많은 혈액을 잃었다.
이는 몇 배의 재생력을 요구하기에, 좀비화가 끝나면 기절하는 것이라 생각되었다.
설여원과 전완수는 멀쩡한 것 같아서 다행이다.
주변에 널브러진 신체들을 정리하며, 바닥에 떨어진 볼트를 회수했다.
모든 볼트를 회수하고 일행의 곁으로 돌아가자, 이미 이정우와 정진영이 다친 일행을 치료하고 있었다.
터미널에서 나온 김희연과 장군이, 오혜선, 한민욱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김희연에게 물었다.
“장군이는 왜 터미널에서 나와? 같이 안 싸웠어?”
“겁먹었어요.”
장군이를 쳐다보자, 머리 위로 말풍선이 떠올랐다.
[괴물들 많아. 무서워.]“…….”
[전부 간 거야? 이제 괴물 없어?]장군이는 기분에 따라 전투에 나서기에, 아직 등을 맡길 만큼 믿음직하지 않았다.
이에 쓴웃음을 지으며 장군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장군아, 다음엔 힘 좀 내줘. 알았지?”
[나 잘했어?]아차, 혼낼 때는 쓰다듬으면 안 된다고 그랬는데.
이에 황급히 손을 떼며 얘기했다.
“장군이 안 돼!”
[???]“친구들 아픈데 혼자 숨어 있고 그러면 안 돼!”
[-혼란-]머리 위로 표시되는 장군이의 감정을 보고, 구레나룻을 긁적이며 김희연을 쳐다봤다.
김희연은 쓴웃음을 지으며 시선을 회피했다.
뒤이어 이정우가 다가왔다.
“어떻게 된 거야. 1.3km 반경 정리 끝난 거야?”
“계획대로 저지선에서 끝내긴 했는데…… 아직 몰라요.”
“모른다니?”
“여원이가 신기루로 시선 돌렸거든요. 신기루가 지속되는 건 30분이 한계라서, 그 뒤에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어요.”
“안도하긴 이르다는 거네.”
지끈-
뒤이어 관자놀이를 찌르는 두통으로 인해, 미간을 찌푸리며 이마를 짚었다.
“왜 그래, 괜찮아?”
“아…… 괜찮아요. 좀비화 지속 시간 끝나서 그래요.”
어느새 설여원이 다가와 어깨를 부축해 주었다.
오혜선과 한민욱은 내 모습을 유심히 살피더니, 퍼석한 입술을 핥으며 물었다.
“저기…… 박재형 씨 괜찮은 것 맞죠?”
이들은 좀비화를 처음 봤기에, 상당히 당황한 것으로 보였다.
설여원은 주변 상황을 살피더니, 이정우를 쳐다보며 얘기했다.
“오빠, 일단 들어가서 얘기하죠.”
“그러자. 다들 터미널로 들어와!”
* * *
터미널 4층으로 올라가 텐트를 설치하고, 다 같이 저녁을 먹으며 얼어붙은 몸을 녹였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내가 경험한 것들을 얘기했다.
두 번째 실개천 앞에서 목격한 식물과 변종의 관계를 설명하고, 오혜선과 한민욱이 오해하지 않도록 좀비화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모든 설명을 들은 이정우는 가만히 턱을 매만지며 물었다.
“그럼…… 3단계랑 4단계 변종은 식물이 없으면 진화할 수 없다는 거야?”
“그렇죠. 문제는 감염된 식물은 전멸시킬 수도 없으니, 지금처럼 부화장을 찾아서 처리하는 것 말고는 사전에 처리할 방법이 없어요.”
“1300코인 들어오는 것 보고 나도 놀라긴 했어. 4단계가 변종 에덤 2단계보다 강하다는 뜻이니까.”
“변종 에덤 2단계의 근력이 3000대 초반이었으니, 4단계 변종의 근력은 4000 정도 될 거로 예상합니다.”
이정우는 한숨을 내쉬며 이마를 문질렀다.
뒤이어 창가에 있는 김희연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희연아 거기서 뭐 해. 와서 몸 좀 녹여.”
“망보는 사람은 있어야죠.”
이번 싸움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생각하는지, 김희연은 솔선수범하여 보초와 정찰을 도맡았다.
말려봐야 김희연의 미안한 마음만 커질 게 뻔하다.
이를 이정우도 알기에, 어깨를 으쓱일 뿐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저기…… 이거.”
오혜선은 품에 안고 있던 종이를 내밀었다.
하남 전도.
바닥에 지도를 펼치고, 다 같이 현 위치를 살폈다.
전완수는 뭐가 그리도 좋은지, 싱글벙글 웃으며 얘기했다.
“히야, 역시 지도가 있어야 돼. 바로 지형이 이해되잖아.”
이정우는 내 옆으로 다가와 지도를 살피더니, 설여원을 쳐다보며 물었다.
“여원아, 본가가 어디야?”
“미사역이요. 여기서 지하철로 세 정거장 떨어져 있어요.”
이정우는 지도를 살피더니, 노선을 따라 손가락을 짚으며 얘기했다.
“재형이 말대로 지하철로 이동하는 게 안전할 것 같다.”
가는 길에도 사방에 아파트가 존재했다.
계획도시라서 그런지, 격자 형태의 도로 주변이 온통 학교와 아파트였다.
이에 설여원을 쳐다보며 물었다.
“여원아, 아파트 이름이 뭐야?”
“여기야. 105동 708호.”
설여원은 지도를 짚으며 얘기했다.
미사역 5번 출구로 나가서 대략 300m 앞에 있는 아파트였다.
이에 지도를 유심히 살피며 얘기했다.
“여원이 본가로 가는 두 가지 방법이 있어요.”
“두 가지? 지하철 말고 또 있어?”
이정우가 묻기에, 지도를 살피며 말을 이었다.
“위치를 보니 꼭 지하철로 이동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요.”
“왜?”
“사실 지하철도 완전히 안전하다고 볼 수 없어요. 바깥보다야 좀비나 변종의 숫자가 적겠지만, 외길에 시야 확보도 어렵다는 단점이 있죠.”
“하긴, 심지어 델타 변종이 있을 가능성도 높고, 갇히면 탈출도 불가능하고.”
“네, 그래서 여기로 이동하는 게 더 안전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손가락으로 지도의 한 부분을 가리키자, 다들 내 손끝을 쳐다봤다.
그곳엔 조정경기장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