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289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2부 35화
순식간에 4,000마리의 좀비를 처리했다.
허공을 바라보며 심호흡을 반복하자, 전완수가 다가와 어깨를 툭, 치며 물었다.
“재형이 지쳤어?”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와 옹졸한 표정.
이에 전완수의 팔뚝을 때리며 싱겁게 웃었다.
전완수는 얼얼한 팔을 문지르더니, 저 멀리 보이는 일행에게 소리쳤다.
“다들 내려와요! 정리 끝났습니다!”
둔덕 위에서 이곳으로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일행은 피로 물든 대지를 보고 혀를 두르는 모습을 보였다.
이정우도 좀비들의 시체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4,000마리 죽이는데 30분도 안 걸린 것 같다?”
“이제 좀비는 걱정할 거 없어요. 3단계, 4단계 변종이 문제지.”
“그러고 보니 세 번째 에피소드 들어와서 변종 에덤은 만난 적 없지?”
“네, 아직.”
“변종 에덤도 감염된 식물이 진화를 도와주는 걸까?”
이정우의 물음에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생각해 보면…… 변종 에덤에 대한 연구가 너무 안 되었다.
이에 구레나룻을 긁적이며 대답했다.
“그건 모르겠어요. 그저께 처리한 부화장에 변종 에덤의 알집은 없었거든요.”
“이전에 2단계 처리할 때는 어땠어? 알아낸 거 있어?”
“부산에서 2단계 처리할 때요?”
“어.”
부산에서 변종 에덤 2단계를 상대할 때라…….
지금 생각해 보면 정보가 없는 게 당연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괴물을 상대하며 하나하나 실험이나 하고 있을 여유는 없었다.
이에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변종 에덤에 대한 정보는 아무것도 없네요.”
슬슬 변종 에덤에 대한 정보도 필요하다.
이전에는 살아남기 바빴지만, 추후 변종 에덤을 마주쳤을 때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정보를 얻어야 한다.
뒤이어 옆에 있던 설여원이 물었다.
“변종 에덤도 모든 개체가 2단계로 진화했을까?”
“그럴 거야. 1단계 변종은 이제 이 세상에 없으니까.”
“변종 에덤은 제외된다는 얘기 있지 않았어?”
“무슨 제외.”
“성장에서 제외된다는 내용.”
설여원의 말에 이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세 번째 에피소드가 시작될 때, 이러한 메시지를 확인한 기억이 있다.
-생존한 변종들은 2성으로 진화하며, 2성 변종의 신체 능력이 2배 증가합니다.
-변종 에덤의 신체 능력은 변화하지 않습니다.
“변종 에덤도 2단계로 진화했을 거야. 대신 다른 변종들처럼 신체 능력 2배 증가 버프만 없을 뿐이지.”
“아, 그거였나?”
설여원은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 변종 에덤의 신체 능력은 변화하지 않는다면…… 변종 에덤은 이전과 동일한 성장 추이를 보인다는 건가?
그렇다면 변종 에덤2가 변종 에덤3이 되는 순간, 7배의 성장을 보일지도 모른다.
물론 가설일 뿐이지만, 만약 7배나 강해진다면 에덤3의 근력은 22000이 넘는다.
자그마치 22000.
4000의 근력을 지닌 4단계 변종도 힘든데…….
이건 움직이는 저승사자나 다름없잖아.
가만히 턱을 매만지며 생각을 반복하자, 설여원이 다가오며 물었다.
“왜, 무슨 문제 있어?”
“마음에 걸리는 게 있어서.”
“어떤 거.”
얘기하고 넘어가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모두에게 내가 생각한 가설을 들려주었다.
최현은 양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은 채 곰곰이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오래 지나지 않아 입을 열었다.
“그건 아닐 거야.”
“근거는?”
“홀로그램에 적힌 메시지는 그게 다가 아니야. 뒤에 더 있었어.”
“뭐였지?”
“3단계 변종은 2단계보다 4배 강한 신체 능력을 지닌다는 문장이 있었어.”
그러자 맞은편에 있던 이정우도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나도 현이 의견이 맞다고 봐. 위에 변종 에덤의 신체 능력은 변화하지 않는다, 라는 말은 2단계 변종에 해당하는 내용일 거야.”
“…….”
“3단계부터는 변종 에덤도 4배만 증가하지, 7배씩 증가하진 않을 거야.”
일리 있는 말이다.
하긴, 알파2가 2배 강해지는 것과 변종 에덤2가 2배 강해지는 건 천지 차이였다.
만약 에덤2가 2배 강해졌다면, 세 번째 에피소드 시작과 동시에 변종 에덤2의 근력은 6000이 넘게 된다.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에스파디아가 저지한 것 같다.
그게 아니라면 변종 에덤의 진화 과정이 다른 변종과 달라서, 2배 증가 조건에서 제외됐을지도 모른다.
그럼…… 대체 변종 에덤은 어떤 방식으로 진화하는 걸까.
예전 알파 변종처럼 동족을 섭취하고 진화하는 걸까?
아니면 내가 모르는 변종 에덤 전용 부화장이라도 있는 걸가?
알파, 베타, 감마, 델타와 다른 궤도를 지닌 변종 에덤.
놈들의 성장과 관련된 정보는 여전히 미지수였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이 이어지기에, 고개를 저으며 생각을 포기했다.
주어진 정보가 너무 적어서, 지금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찾을 수 없다.
이에 훅, 하고 숨을 뱉으며 얘기했다.
“변종 에덤에 대한 건 추후 생각하고, 지금은 조정경기장부터 확인하죠.”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할 얘기 있는데.”
설여원은 조정경기장 방면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설여원을 쳐다보자, 그녀는 쓴웃음을 지으며 얘기했다.
“혹시라도 카누나 뭐, 그런 탈것이라도 있으면 한강으로 옮기려고 했잖아?”
“왜, 하나도 없어?”
“전부 박살 났어.”
전부 박살이라니?
멍한 표정으로 쳐다보자, 설여원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여기 있던 생존자들도 우리랑 비슷한 생각했을 거야.”
“무슨 생각.”
“서울까지 걸어가는 건 불가능하니, 강으로 이동하려고 했겠지.”
“…….”
“문제는 한강까지 카누를 옮기는 과정에 습격당한 것 같아.”
즉, 한강으로 이동하는 계획은 물 건너갔다는 건가?
하긴, 이곳에 있던 좀비들의 숫자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공원에 수천 마리의 좀비가 있을 이유가 없다.
안개가 퍼진 초기에, 아파트에 있던 생존자들이 조정경기장으로 대피했던 것이다.
그 과정에 좀비들의 습격이 있었고, 지금의 암담한 상황이 됐겠지.
한강 계획은 물 건너갔지만, 여전히 두 가지 방안이 남았다.
한강 공원을 따라 이동하는 것과 지하철을 통해 이동하는 것.
이에 결인들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수비팀은 여기서 기다려요.”
“기다리라니?”
“수색대만 들어가서 여원이 본가 확인하고 나올게요.”
“수색대만 들어가는 건 아닌 것 같다. 희연이랑 혜리만 남고 다 같이 들어가자.”
이정우의 의견에 일행의 표정을 살폈다.
다들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재우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김희연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희연이랑 혜리는 부력이 있는 물건 찾아봐.”
“부력이요? 그건 왜요?”
“수색대가 대피해야 하는 상황이면 오혜선 씨랑 한민욱 씨는 조정경기장으로 뛰어들어야 돼.”
“물로 뛰어들어요?”
박재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조정경기장의 폭이 130m에 달하기에, 물속으로 뛰어들면 좀비들로부터 안전하다는 것이었다.
박재우의 의견에 나도 동의했다.
수색대가 대피하는 상황이라면 변종 때문일 것이다.
그런 상황에 두 사람을 지키면서 싸우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니 오혜선과 한민욱은 안전하게 물속에 던져놓고 싸우는 게 이롭다.
박재우의 의견에 김희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혜선과 한민욱은 순순히 따르는 모습을 보였다.
김희연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어딘가를 가리키며 얘기했다.
“저쪽 끝에 미사경정공원 경정장이라고 있는데, 일단 저기서 대기할게요.”
“여기서 멀어?”
“많이 멀어요. 저도 간신히 보이는 정도.”
“그럼 경정장까지 다 같이 이동하자.”
설여원과 전완수가 선두에서 서고, 내가 그 뒤를 따르며 경정공원 경정장으로 이동했다.
더는 좀비가 없을 줄 알았는데, 경정장에 다다를수록 목젖을 가는 좀비들의 음성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조정경기장의 폭은 130m에 달하지만, 경기장 길이는 2㎞가 넘는 것 같다.
상상 이상으로 넓은 공원.
압도적인 크기가 부담스럽지만, 주변이 전부 평야라서 좀비들의 위치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또한 공원 테두리를 따라 무수히 많은 주차장이 있었다.
드넓은 주차장이 방패막이 역할을 해주었다.
수비를 도맡아야 하는 김희연의 시야 확보가 수월하니, 이는 긍정적인 요소였다.
좀비들을 정리하고 경정장에 도달하자, 김희연과 윤혜리, 오혜선과 한민욱은 부력이 있는 물건을 찾기 위해 분주히 돌아다녔다.
이정우는 바닥에 지도를 펼치며 얘기했다.
“경정장 뒤로 가면 엄청 넓은 주차장이 있어. 주차장 뒤편으로 이동하면 미사대로가 나오고.”
“저희는 미사대로로 진입하면 돼요?”
“아니, 미사대로 남서쪽으로 미사강변남로가 있어. 거기로 들어가야 돼.”
그러자 옆에 있던 설여원이 고개를 저으며 얘기했다.
“아니요, 그쪽으로 가면 좀비들 엄청 많을 거예요. 주변이 전부 1000세대 넘는 대단지 아파트예요.”
“아, 그래?”
“지도에 사각형으로 보이는 건 전부 아파트라고 생각하면 돼요.”
하남이 살기 좋은 동네라더니,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공원과 아파트, 학교 등이 밀집되어 있었다.
물론 좀비들이 바글거리는 세상에선 최악의 동네가 되었지만 말이다.
이정우는 이마를 긁적이며 물었다.
“그럼 어디로 가.”
“경정장 뒷문으로 나가면 바로 앞에 버스 전용 주차장 있어요. 담벼락 높이가 6m는 되지만, 뛰어넘을 수 있잖아요?”
설여원의 말이 옳다.
굳이 지도에 있는 길을 따라갈 필요 없이, 우린 새로운 길을 개척하면 된다.
이정우가 수긍하는 모습을 보이자, 설여원은 지도를 가리키며 얘기했다.
“여기, 담벼락 넘어가면 바로 앞에 차량 출입금지 도로가 있어요.”
“이게 인도였어?”
“네, 여긴 차량 진입 안 돼요.”
“인도 폭은.”
“5에서 6m요. 인도로 진입해서 150m만 직진하면 바로 앞에 본가 나와요. 돌아갈 필요 없이 직선으로 길 뚫죠.”
“호반 써밋 105동 708호라고 그랬지?”
“네.”
“좋아, 그럼 인도로 진입한 뒤에 아파트 정문으로 들어갈 필요 없이 105동 외벽 타고 들어가자.”
아파트 정문을 무시하고 외벽으로 진입.
결인들의 신체 능력이 증가하면서 불가능한 계획도 가능하게 되었다.
이에 현재 시각을 살피며 얘기했다.
“벌써 12시 넘었네요. 1시간 이내에 확인 마치고 점심 먹죠.”
자신감 넘치게 얘기하자, 다들 싱겁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정우는 들고 있던 지도를 인벤토리에 넣고, 창과 방패를 손에 쥐며 얘기했다.
“움직이자.”
“자, 드가자!”
전완수는 칼집을 어깨에 걸치며 경정장 뒷문으로 이동했다.
* * *
버스 전용 주차장에 도달하자, 설여원의 말대로 7m 높이의 높다란 담벼락이 나타났다.
하체를 접으며 있는 힘껏 뛰어오르자, 단숨에 미사대로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박재우가 새로 만들어준 신발 덕분인가?
훨씬 가볍고, 탄력 있는 느낌이었다.
심지어 신발의 레벨도 최고 레일인 5에 도달한 상태.
내가 기절한 동안, 축적된 코인으로 결인들의 신발을 5레벨까지 높였다고 한다.
상체를 낮추고 좀비들의 인기척에 집중했다.
크르르르…….
멀찍이서 들리는 좀비들의 음성.
대략 50m 거리.
소리가 울리는 것으로 보아, 건물 내부에 있는 모양이다.
밑에 있는 일행에게 올라오라고 손짓하자, 다들 7m 담벼락을 단숨에 올라오는 모습을 보였다.
전완수는 카타나를 손에 쥐며 얘기했다.
“9차선 대로고. 여원이 말대로 바로 앞에 인도.”
“인도에 좀비는?”
“눈에 보이는 놈은 없어. 하지만 양옆에 있는 건물에서 좀비들이 나올 거야.”
“우리 위치 들켰어?”
“아직 들키진 않았는데, 유리창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놈들이 많아.”
아파트까지 이동한 뒤에 감지를 사용하려고 했는데, 여기서 사용해야 할 것 같다.
인도 방면을 살피며 스킬 감지를 사용하자, 건물 내부에 있는 좀비와 변종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좌측이랑 우측 건물에 델타2 득실거려. 나중에 대피하더라도 건물로 들어가지 말고 인도에서 죽여.”
“오케이. 다른 변종은 없어?”
감지의 범위가 500m나 되기에, 원근감을 생각해서 위치를 가늠해야 한다.
똑같은 좀비라도 크게 보이는 놈은 가까운 곳에 있고, 작게 보이는 놈은 멀리 있는 것이다.
이에 두 눈을 가늘게 뜨며 얘기했다.
“120m 앞에 알파 변종 다수, 그 근처에 베타도 많아. 감마 변종은 최소 200m 뒤에 있는 것 같아.”
“여원이 본가까지 150m라고 했으니 알파랑 베타는 피할 수 없겠네?”
“못 피할 거야. 그래도 4단계는 없으니 크게 위협적이지 않아. 독 안개 제거기만 조심해.”
“알파3이랑 베타3 숫자는?”
“알파3은…… 7마리. 베타3은 5마리.”
전완수는 모든 설명을 듣고 인벤토리에서 강화제 알약을 꺼냈다.
강화제 알약 10알을 손바닥에 올린 뒤, 뒤에 있는 일행에게 얘기했다.
“자, 약발로 밀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