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291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2부 37화
안상진의 냉정한 말에, 한월은 넋이 나간 표정을 지었다.
한월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안상진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아무튼 강동구부터 천천히 정리할 거야.”
“내가 할 일은 없을까?”
“기도해. 소리결이 살아 있기를.”
“강동구 뚫고 들어가는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
“안전하게 싸운다면 나흘, 빨라야 이틀.”
“그럼 여기 있을게.”
“아크로 안 돌아가고?”
“우리 아직 풀어야 할 문제가 많잖아? 너 쉴 때 대화 좀 나누자고.”
“…….”
안상진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뒤이어 두 주먹을 말아쥐며 송파구와 강동구의 경계로 향했다.
* * *
챙그랑!!
“뒤에 쏟아진다!”
전완수의 외침에 황급히 뒤를 돌아봤다.
인도의 양옆에 있던 건물에서, 좀비들이 유리를 깨부수고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이에 후방으로 이동하려 하자, 이정우가 팔뚝을 잡으며 얘기했다.
“후방은 우리가 맡을 테니 너희는 앞쪽 신경 써!”
이정우와 정진영, 박재우와 황덕록이 건물에서 쏟아져 나오는 좀비들을 담당했다.
챙그랑!!
뒤이어 바로 옆에 있는 건물에서도 좀비들이 창문을 부수고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무차별 폭격에 가까운 좀비들의 움직임에, 최현의 옷깃을 잡아끌며 외벽으로 붙었다.
와장창! 쾅! 콰곽! 콱!
지면에서 산산히 부서지는 유리파편과 사지가 부러지는 좀비들의 모습이 두 눈에 들어온다.
최현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좀비들과 내 얼굴을 번갈아 쳐다봤다.
“고, 고맙다.”
내가 잡아당기지 않았다면 최현은 좀비들에게 짓눌렸을 것이다.
크어어어어!!!
뒤이어 등을 맞대고 있는 외벽이 흔들리는 걸 감지할 수 있었다.
건물 로비에 있던 좀비들도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델타의 움직임은 없다는 것.
최현과 함께 재빨리 좀비들을 처리하며 전방에 있는 설여원과 전완수를 살폈다.
두 사람은 알파3과 혈투를 벌이고 있었다.
둘이서 7마리의 알파3을 상대하는 건 역부족이었다.
심지어 베타2와 베타3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설여원!! 전완수!! 뒤로 와!!”
목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치자, 설여원과 전완수는 뒤를 흘깃거리며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브르르릅- 브르릅.
귓가를 간질이는 베타 변종의 혓바닥 말리는 소리.
벌써 자리 선점을 끝내고 저격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최현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여기 맡아줘.”
“오케이.”
최현의 대답을 듣고 재발리 하체를 접었다.
“가속.”
쾅!!
눈앞의 좀비를 짓밟으며 쏜살같이 전완수와 설여원의 곁으로 향했다.
슈욱-!
동시에 설여원의 뒤통수로 날아드는 베타의 혓바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일격에 혓바닥을 잘라버린 뒤, 오감을 날카롭게 벼렸다.
브르릅-
‘오른쪽.’
훙!
공기를 박차며 우측으로 방향을 틀자, 이번엔 독 안개 제거기를 노리는 베타2의 혓바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에 베타2의 혓바닥을 반으로 가르며 다시 한번 허공에 박차를 가했다.
훙!!
쏜살같이 베타2의 앞에 다다르자, 징그럽기 짝이 없는 베타2의 안면이 두 눈에 들어온다.
일체의 망설임도 없이 놈의 두개골에 카타나를 찔러넣었다.
뚜두둑!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카운트 200점이 주어집니다.
송판을 뚫고 들어가는 듯한 촉감이 손끝으로 전해지고, 황급히 카타나를 뽑으며 지면에 있는 설여원과 전완수의 모습을 살폈다.
두 사람은 베타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이에 빠르게 눈을 굴리며 베타의 위치부터 살폈다.
맞은편 건물 옥상에 두 마리, 우측 30m 거리에 다섯 마리.
감지의 남은 시간은 30초.
30초 이내에 자리를 선점한 베타 변종들을 처리해야 한다.
이에 창틀을 붙잡고 하체를 접었다.
급가속을 강화한 뒤로 3단 뛰기기 가능하기에, 땅을 밟지 않고도 모조리 죽일 자신이 있었다.
쾅!!
창틀을 박차며 뛰어오르자, 맞은편 건물 옥상에 있던 베타 변종이 이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쒜엑-!
일직선으로 날아드는 베타2의 혓바닥.
혀에서 피가 철철 흐르는 것으로 보아, 조금 전 설여원을 노린 녀석이다.
오른발로 공기를 차며 좌측으로 방향을 틀자, 또 다른 혓바닥이 빗금을 그으며 날아들었다.
이번엔 두께 40㎝에, 혀끝이 동그랗게 생긴 혓바닥이었다.
베타3이다.
이에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황급히 위로 뛰어올랐다.
훙-!
날아드는 2개의 혓바닥을 회피하자마자, 마지막 세 번째 박차를 가하며 건물 옥상으로 몸을 날렸다.
촤악!!
낙하하는 힘을 이용해 베타2의 미간에 카타나를 찔러넣었다.
70㎝ 길이의 칼날이 베타2의 머리를 뚫고 들어가며, 오른손 손끝으로 베타2의 피부 질감이 느껴졌다.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카운트 200점이 주어집니다.
부르르릅- 브르릅-
카타나를 뽑기도 전에, 5m 옆에 있는 베타3이 혓바닥을 장전하기 시작했다.
뒤이어 옆구리로 날아오는 베타3의 혓바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베타3의 혓바닥은 100m 가량 뻗어나온다.
지금 회피하더라도 채찍처럼 유연한 베타3의 혓바닥은 피할 수 없다.
어떻게 해도 공격 범위에 잡힌다면, 다른 먹이를 주면 그만.
두 손으로 베타2의 시체를 붙잡고 방패로 사용했다.
촤라락-!
베타3의 혓바닥이 베타2의 시체를 칭칭 감싸더니, 쑥 잡아당기는 모습을 보였다.
앗, 아직 카타나 못 뽑았는데…….
브르르…… 븍…….
베타3은 입을 쩍 벌리고 베타2의 얼굴을 씹었다.
그 과정에 베타2의 머리에 박혀 있던 카타나가 베타3의 턱을 뚫고 나왔다.
의도치 않게 베타3의 혓바닥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다.
지금이다.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쏜살같이 베타3의 앞으로 달려가 놈의 안면에 쉴 새 없이 주먹을 내질렀다.
콰과과과과과곽!!
좀비화를 사용하지 않았기에, 근력이 381밖에 되지 않았다.
방어력이 뛰어난 베타3을 상대하는 건 역부족이지만, 내겐 두개골을 깨부술 방법이 있었다.
띠링-
-하나의 대상을 1초 이내에 5회 이상 타격 하여 연격이 발동됩니다.
-연격 발동 시 다음 10회의 공격은 공격력의 1.5배에 해당하는 피해를 줍니다.
띠링-
-난동이 활성화됩니다.
-난동이 활성화되면 모든 신체 능력이 1.3배 증가합니다.
-난동이 유지되는 동안 적의 공격을 1회 반사합니다.
특수 스킬 연격과 난동을 발동시키고, 거기에 급가속 중에 유지되는 일격 효과까지 적용되었다.
좀비화를 사용하지 않아도, 부서질 때까지 주먹을 내지르면 베타3도 처리할 수 있었다.
드드득- 쩍! 떠덕-!
뒤이어 베타3의 두개골이 함몰되고, 살가죽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쉴 새 없이 날아드는 주먹질에 베타3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놈의 전신이 진동의자에 앉은 것처럼 덜덜덜 떨렸다.
이에 도끼눈을 뜨며 계속해서 주먹을 내질렀다.
“내 카타나 내놔!!”
쩍-!!!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카운트 3000점이 주어집니다.
마침내 베타3을 처리하고, 이빨 사이로 보이는 카타나를 뽑아 들었다.
동시에 스킬 감지와 일격 효과, 연격, 난동의 지속 시간이 끝났다.
옥상 난간으로 달려가 전황을 살피자, 새하얀 안개가 세차게 일렁이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일격 효과는 1분밖에 유지되지 않지만, 급가속의 지속 시간은 8분이다.
즉 3단뛰기는 가능하기에, 단숨에 1층으로 뛰어내렸다.
낙하하는 힘에 급가속의 속도를 더하고, 일행에게 접근할 때 발생하는 성물 효과까지 더해서 알파3의 뒤통수에 카타나를 내질렀다.
쩌걱!!
설여원이 상대하던 알파3의 뒤통수를 꿰뚫고, 그대로 지면에 짓누르며 칼날을 뽑았다.
“더 뒤로 가! 우측 30m 거리에 베타 변종!”
“뭐?”
“혓바닥 사정거리라고!”
슈욱-!
등 뒤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볼 새도 없이 죽은 알파3의 머리를 필사적으로 끌어올렸다.
촤라락!
알파3의 머리를 방패처럼 치켜들자, 머리를 감싸는 혓바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동시에 순식간에 시체를 끌고 가는 베타2의 혓바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황급히 설여원과 전완수를 최현이 있는 곳까지 물렸다.
“재형아 여기!”
최현은 눈앞의 좀비를 반으로 쪼개며 내 이름을 불렀다.
이에 최현의 곁으로 달려가 브리핑을 시작했다.
“무턱대고 전진하면 안 돼. 인도 폭을 이용해서 알파3 순차적으로 처리해야 돼.”
“소란 듣고 좀비들 계속 몰려드는데, 그럼 어느 세월에 전진해?!”
전완수가 오만상을 찌푸리며 묻기에, 아랫입술을 깨물며 주변을 살폈다.
고막을 찌르는 좀비들의 포효와 각종 변종의 울음소리.
대지를 울리는 다수의 발소리도 파악할 수 있었다.
일행의 표정을 살피자, 아직은 체력적으로 여유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20분 뒤에도 지금처럼 싸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뒤에!”
최현의 외침에 설여원은 황급히 뒤를 돌아보며 카타나를 휘둘렀다.
촤악!
좀비의 머리를 상체와 분리시키자, 그 너머로 알파3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설여원과 전완수가 황급히 인도를 틀어막자, 최현은 옆으로 새는 좀비들을 상대했다.
콱! 콰곽!
뒤이어 외벽을 때리는 소리와 함께 시멘트와 벽돌 조각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고개를 들자, 안개 속에서 외벽을 타고 들어오는 알파3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5m 크기의 알파3이 외벽을 타고 들어오는 모습은 압도적이라고 해야 좋을지, 절망적이라고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도로 폭이 아무리 좁아도, 벽을 타고 들어오는 놈들까지 저지하는 건 불가능했다.
상황이 좋지 않다.
이만 결단을 내려야 하기에, 까드득 이를 갈며 읊조렸다.
“다이…….”
텁!
그 순간, 내 입을 틀어막는 손길을 확인할 수 있었다.
놀라서 뒤를 돌아보자, 어느새 접근한 이정우가 고개를 저으며 얘기했다.
“재형이 네가 후방 담당해. 이제 우리가 전진한다.”
정진영과 이정우, 박재우까지 다가온 상태였다.
저 멀리, 홀로 남은 황덕록이 방패를 들고 뒤에서 접근하는 좀비들을 저지하고 있었다.
강화제 알약을 10개나 먹은 일행이 3명이나 더 합류했으니, 알파3과도 비빌 수 있을 것이다.
불안한 건 사실이지만, 나도 일행을 믿어야 한다.
이들이 나를 믿어준 것처럼, 나도 등을 맡겨야 한다.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정면 60m 거리에 베타 변종 다섯 마리 있었어요. 그놈들도 이쪽으로 접근하고 있을 겁니다.”
“또 주의해야 하는 건?”
“아까 옥상에서 봤을 때, 감마 변종들도 접근하는 것 같았어요. 여원이랑 완수 뒤로 보내고 쇠뇌로 감마 저격하라고 해주세요.”
“건물 내부에 있는 델타는 무시해도 되는 거야?”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만 않으면 괜찮아요. 햇빛을 싫어하는지, 밖으로 나오진 않아요.”
“오케이, 어서 가서 덕록이 도와줘.”
좀비들의 혈액 때문에 손바닥이 질척거렸다.
이에 손바닥을 바지에 문질러 닦고, 칼자루도 급히 옷소매로 닦았다.
미끄러지지 않는 걸 확인하고, 카타나를 고쳐 쥐며 후방으로 향했다.
“덕록아!! 이쪽 상황 보고해!”
“미사대로에서 좀비들 계속 몰려오고 있어!”
“얼마나 되는지 확인했어?”
“몰라!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도, 우리 완전히 갇힌 꼴이야!”
가장 안전할 것이라 생각한 5m 폭의 인도.
물론 드넓은 대로로 이동하는 것보다 안전하겠지만…… 이 상황을 안전하다고 할 수 있을까?
내가 이스터에그를 지니지 않았다면, 과연 지금껏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좀비화 없이는 150m를 나아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띠링-!
그 순간, 귓가를 간질이는 기계음과 함께 눈앞으로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긴급 퀘스트가 생성됩니다.
[목숨보다 소중한 약속: 난이도 S]-파티 ‘소리결’ 전용 퀘스트이며, 타 파티와 공유가 불가능합니다.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목숨을 내건 소리결 파티에게 주어지는 퀘스트입니다.
-클리어 보상: 파티원 모두에게 상점 이용권이 지급됩니다.
-클리어 조건: 파티원 ‘설여원’의 본가를 확인하세요.
-제한 시간: 4분
눈앞의 홀로그램을 보고 놀란 눈으로 황덕록을 쳐다봤다.
황덕록도 홀로그램을 보고 두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내 얼굴을 쳐다보며 외쳤다.
“사, 상점 이용권! 이것만 완료하면 중력장 소총 구매할 수 있어!”
그래, 중력장 소총 좋지.
문제는 제한 시간이다.
제한 시간 4분.
이건 뭐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이 퀘스트를 실패하면 우린 일주일간 모든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즉 4분 이내에 설여원의 본가를 확인하지 않으면, 이곳이 무덤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