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292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2부 38화
눈앞의 홀로그램을 확인하고 뒤에 있는 이정우를 쳐다봤다.
이건…… 망설이고 있을 여유이 없다.
1분 1초가 아까운 상황.
“정우 형!!”
“써!!”
이정우를 부르자, 외마디 비명 같은 대답이 들려왔다.
질문도 하기 전에 대답이라니.
그 한 마디에 이정우의 심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에, 입꼬리를 올리며 읊조렸다.
“다이브.”
두근-
“광폭화.”
츠으으…….
심장이 거칠게 펌프질하며 혈류의 움직임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전신이 뜨겁게 달아오르며 증기가 피어났다.
폭주하는 아드레날린과 함께 시야가 맑아지고, 이곳으로 접근하는 모든 좀비와 변종의 모습이 두 눈에 들어왔다.
뒤를 돌아보자, 선두에서 알파3을 상대하는 설여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재우야! 덕록이랑 같이 이쪽 막아!”
박재우를 부르자, 그는 알파3의 팔을 잘라내며 이곳으로 달려왔다.
키에에에엑!!
팔이 떨어져 나간 알파3이 비명을 지르기에, 지면을 박차며 놈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쾅-!!
눈 깜짝할 새에 알파3의 앞에 도달하고, 놈의 안면을 붙잡으며 읊조렸다.
“시끄러.”
콰득!!
악력으로 알파3의 안면을 으스러뜨리고, 흘러내리는 뇌를 파괴했다.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카운트 3000점이 주어집니다.
급가속의 남은 시간은 2분.
아직 3단 뛰기가 가능하다.
생각을 정리하자마자 정면으로 보이는 알파3들을 응시했다.
바로 앞에 둘, 외벽에 하나, 그 너머에 둘.
숫자와 위치를 파악하고, 노도와 같이 달려들었다.
쾅-!!!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터뜨리고, 깨부수고, 짓밟고, 부러뜨리고, 으스러뜨리며 2초 만에 다섯 마리의 알파3을 처리했다.
설여원은 순식간에 머리가 터져 버린 알파3을 보고 넋이 나간 표정을 지었다.
입술을 벙긋거리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뒤늦게 내 얼굴을 발견하고 말까지 더듬으며 물었다.
“바, 박재형 너 좀비화…….”
텁!
예고도 없이 설여원을 들어 올리자, 그녀는 놀란 눈으로 내 얼굴을 쳐다봤다.
“너 뭐하는…….”
“꽉 잡아.”
꽝-!!!
지면을 박차며 공중으로 솟아오르자, 설여원은 두 눈을 가늘게 뜨며 숨을 참았다.
갑작스러운 칼바람과 역행하는 중력으로 인해, 오장육부가 짓눌릴 것이다.
미안하지만 참아야지 어떡해.
지금은 하나하나 따질 때가 아니다.
이에 연달아 허공을 박차며 순식간에 105동으로 날아갔다.
챙그랑-!!!
몇 호인지 모르겠지만, 거실 유리창을 깨부수며 착지했다.
들고 있던 설여원을 내려놓자, 그녀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2초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잠시나마 뇌 정지가 온 모양이다.
뒤이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다.
“뭐야, 여기 어디야.”
“네 아파트.”
“……벌써? 여기 몇 층인데.”
“모르겠어. 아마 7층일걸?”
눈어림으로 층수를 살피고 들어온 탓에, 나도 정확하지 않았다.
설여원은 현관을 열고 복도로 나가더니, 문 앞의 호수부터 확인했다.
“6층이야. 따라와.”
설여원과 함께 계단으로 이동했다.
7층에 올라 좀비의 유무부터 살폈다.
다행히 좀비들은 보이지 않았다.
설여원은 708호 앞에 서서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다.
“왜, 비밀번호 까먹었어? 부술까?”
“아니, 아니야.”
설여원은 심호흡과 함께 도어록을 열었다.
아…… 마음이 급한 탓에 나도 모르게 압박을 주고 말았다.
지금 가장 긴장되는 사람은 설여원일 텐데.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자, 설여원은 훅, 하고 숨을 뱉으며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현관을 열자, 바닥에 깔린 티끌 먼지와 함께 퀴퀴한 냄새가 올라왔다.
중문을 열고 들어서자, 먼지가 수북한 거실의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발자국이 없다는 건 좀비도, 생존자도 없다는 뜻.
띠링-
그 순간, 귓가를 간질이는 기계음에 설여원을 쳐다봤다.
설여원의 눈앞으로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설여원은 홀로그램을 보고 움찔거리더니, 반사적으로 탄성을 내뱉었다.
“아…….”
이 광경, 내게 낯설지 않았다.
수성구에서 박재우의 본가에 들어선 순간, 지금과 비슷한 장면을 목격했다.
설여원의 부모님은 이미 돌아가신…….
“아이 씨…… 썅! 놀랐잖아!”
순간, 설여원은 욕설과 함께 홀로그램을 닫아버렸다.
설여원이 욕하는 모습은 처음 봤다.
당혹감에 어깨를 움츠린 순간, 내 눈앞에도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띠링-
[목숨보다 소중한 약속: S(Clear)]-클리어 보상: 모든 파티원에게 상점 이용권을 지급합니다.
퀘스트 완료 메시지였다.
약간의 시차를 두고 메시지가 뜨는 바람에, 순간 설여원의 메인 퀘스트가 완료된 줄 알았다.
“여원아.”
“짜증 나 진짜…… 사람 놀라게…….”
설여원은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코를 훌쩍였다.
많이 놀란 모양이다.
하필 메시지도 퀘스트 완료 메시지라서, 메인 퀘스트와 혼선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
설여원의 어깨를 손을 얹자, 그녀는 옷소매로 눈가를 훔치며 얘기했다.
“단서부터 찾아보자.”
“진짜 괜찮은 거 맞아?”
“괜찮다니까. 우리 엄마 아빠 아직 살아 있다는 뜻이잖아.”
“…….”
“지금까지 살아 있다면 분명 아크에 계실 거야. 살아계셔. 안전해.”
얼마나 놀랐으면, 언제나 대장부처럼 강한 모습을 보이던 설여원이 오른손으로 심장을 부여잡고 있었다.
이에 설여원의 어깨를 토닥이며 얘기했다.
“너희 부모님도 쪽지를 남겼을 거야. 같이 찾자.”
“아니야. 내가 찾을 테니, 너는 빨리 가서 다른 애들 도와.”
“…….”
“급한 불은 껐잖아.”
“혼자 괜찮겠어?”
“현관 닫고 있으면 안전해. 밖에서 워낙 시끄럽게 싸우니, 좀비들도 여긴 관심 없을 거야.”
일리 있는 말이다.
이에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무슨 일 생기면 혼자 싸우지 말고 무전 쳐. 바로 올 테니까.”
“알았어.”
창문으로 나가면 좀비들이 달려올까 봐, 계단으로 향했다.
한 계단씩 내려갈 여유는 없기에, 난간 사이로 몸을 날렸다.
쾅!!
단숨에 1층에 착지하자, 지면에 거미줄 모양의 균열이 생기며 시멘트 가루가 안개 속으로 퍼져나갔다.
크어어어어어-!!
동시에 귓가를 간질이는 좀비들의 울음소리.
‘60m.’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좀비들의 위치가 머릿속으로 그려진다.
칼집에 넣어둔 카타나를 손에 쥐고, 섬광처럼 달려나갔다.
챙그랑!!!
정면으로 보이는 자동문을 때려 부수며 밖으로 나가자, 조경이 조성된 장소에서 다수의 좀비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에 두 눈을 번뜩이며 쏜살같이 좀비들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단지 내부에 있던 3,000마리의 좀비를 순식간에 처리하자, 안개 속으로 비릿한 피 냄새가 퍼지기 시작했다.
크르르르르…… 카하악!!
그러자 105동 앞의 4차선 도로에 있던 좀비들이 이곳을 돌아본다.
크어어어어어어!!
카하악!! 카학!!
놈들은 일제히 목젖을 갈며 내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브르릅- 브릅.
아파트 외벽과 주변 건물에 있던 베타 변종들도 이곳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였다.
좀비보다 변종을 먼저 잡아야 한다.
베타의 음성이 들려온 곳으로 시선을 돌리자, 총 다섯 마리의 베타 변종이 내 모습을 직시하고 있었다.
조금 전 일행을 보조하며 확인했던 놈들이다.
인도 폭이 좁은 탓에 진입하지 못하고 여기서 대기하고 있는 건가?
-스킬 급가속의 지속시간이 끝났습니다.
눈앞으로 떠오르는 홀로그램을 닫고, 카타나를 고쳐 쥐며 훅, 하고 숨을 뱉었다.
3단 뛰기는 불가능하지만, 좀비화와 광폭화를 사용한 이상 단 한 번의 도약으로 충분히 오를 수 있는 위치였다.
“이번엔 합법이다.”
이정우의 허락도 받았으니, 남은 시간은 마음껏 날뛰어도 상관없겠지?
올라가는 입꼬리를 주체할 수 없었다.
재빨리 상체와 하체를 접고, 거리낌 없이 베타 변종에게 달려들었다.
쾅-!!!
지면을 박차며 10m 위에 있는 베타2의 미간에 카타나를 찔러넣었다.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카운트 200점이 주어집니다.
‘손맛이 약해.’
역시 좀비화와 광폭화를 사용한 상태에선 주먹이지.
손에 들고 있던 카타나를 칼집에 넣고, 외벽을 박차며 맞은편 건물로 뛰어올랐다.
쒜엑-!
얼굴로 날아드는 베타3의 혓바닥.
고개를 살짝 비틀어 회피한 뒤, 놈의 안면에 주먹을 내질렀다.
쾅-!!!!
베타3의 얼굴에 주먹을 내질렀을 뿐인데, 외벽을 뚫고 건물 내부로 들어갔다.
아직 카운트 메시지가 뜨지 않았기에, 다시 한번 주먹을 내질렀다.
쾅!!!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카운트 3000점이 주어집니다.
그렇지, 이거지.
손끝의 뼈마디가 울린다.
그럴수록 아드레날린과 도파민이 미친 듯이 분출되었다.
처절한 싸움이 아니다.
간만에 느껴보는 전투의 환희에 도끼눈을 뜨며 베타 변종들에게 달려들었다.
* * *
“정우 형!! 재형이 또 날뛰어요!!”
“광란 쓴 거야?”
“그건 모르겠어요! 그런데 박재형 저 새끼…… 웃고 있는 것 같아요!”
웃고 있다는 말에 이정우는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외쳤다.
“무전 쳐! 박재형 진정시켜!”
전완수는 80m 앞에서 벌어지는 참극을 목격하고 황급히 무전기를 들었다.
“박재형, 박재형 대답해.”
하지만 박재형은 베타 변종 사냥에 집중하고 있을 뿐, 무전에 대답하지 않았다.
이에 전완수는 눈살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박재형!!”
치지직- 치직-
-아, 미안. 불렀어?
그제야 박재형의 대답이 들려왔다.
“진정해 인마! 너 설마 광란까지 쓴 거야?”
-아니야, 광란 안 썼어.
“아이 씨…… 너 웃고 있어서 광란 쓴 줄 알았잖아 인마!”
-웃는 게 보여?
“외벽에 베타 변종 얼굴 짓이기면서 실실 웃는 거 다 봤어. 미친놈인 줄 알았네.”
-아니 그냥…… 마음대로 날뛸 수 있는 게 좋아서.
전완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곧 걱정 어린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러다 광란 터지면 어쩌려고 그래? 적당히 해 인마.”
-괜찮아, 이젠 웬만한 일로는 광란 자극도 안 와.
“무슨 헬스장 무게 치는 것처럼 얘기하네.”
-충분히 제어할 수 있어. 혹여나 광란 발동되더라도 이젠 이성 유지할 수 있으니 예전처럼 부담스럽지도 않고.
“아무튼 릴렉스! 보는 사람이 조마조마해.”
-알았어. 좀비들 정리하고 그쪽으로 갈게.
전완수는 무전을 마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자 최현이 다가오며 물었다.
“뭐래? 광란 쓴 건 아니지?”
“광란은 아니고, 그냥 날뛰는 게 재밌나 봐.”
“나도 저런 속도로 움직일 수 있으면 재밌을 것 같은데?”
최현이 싱겁게 웃으며 얘기하자, 전완수는 콧방귀를 뀌며 얘기했다.
“사실 나도.”
두 사람이 시시덕거리자, 이를 지켜보던 이정우가 소리쳤다.
“별일 아니면 빨리 좀비들 처리하는 거 도와!”
“넵!”
전완수와 최현은 아파트 방면을 무시하고 뒷길을 저지하는 일행을 도왔다.
그렇게 8분 정도 지났을까?
쾅-!!
와장창!!!
고막을 때리는 굉음과 함께 새까만 무언가가 좌측 건물로 들어가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태풍처럼 불어닥치는 강풍과 창틀을 뚫고 들어가는 충격으로 인해 1층 통유리가 모조리 깨졌다.
이정우가 놀란 표정으로 돌아보자, 옆에 있던 박재우도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후방을 살폈다.
분명 굉음이 들렸는데, 그곳엔 유리 파편을 제외한 아무것도 없었다.
“방금 무슨…….”
“박재형이야.”
박재우가 말을 끝맺기도 전에 전완수가 대답했다.
또한 놀란 표정의 일행과 달리, 전완수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아파트 방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정우는 눈꼬리를 치켜뜨며 물었다.
“재형이가 벌써 왔다고? 아까는 아파트 근처 좀비들 처리한다며.”
“저거…… 형은 안 보여요?”
전완수의 말에 이정우는 마른침을 삼키며 아파트 방면을 살폈다.
시계가 10m밖에 안 되는 이정우의 눈에 아파트 방면이 보일 턱이 없었다.
하지만 특이점은 느낄 수 있었다.
아파트 방면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이정우는 설마 하는 마음에 전완수를 쳐다보며 물었다.
“설마…… 벌써 정리 끝난 거야?”
“안개 속에 핏기도 가시지 않았어요.”
전완수의 눈에는 선명하게 보였다.
아파트 방면의 안개는 온통 붉게 물들어 있었다.
수천, 수만의 좀비가 단 8분 만에 압살당하고, 공기 중에 흩날린 핏물이 안개를 붉게 물들였다.
쾅!! 턱- 떵!!!
뒤이어 좌측 건물에서 연달아 굉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건물이 무너지기라도 하는 듯, 무언가를 쉴 새 없이 때려 부수는 소리였다.
이에 이정우는 홀로그램을 열고 코인 메시지를 확인했다.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
박재형은 길거리에 있는 좀비로 만족하지 못하고, 건물청소까지 시작했다.
그렇게 좌측, 우측 건물 내부에 있는 델타 변종까지 모조리 죽인 뒤에야, 박재형은 인도로 걸어 나왔다.
전신에 피 칠갑을 한 채, 박재형은 아파트 방면을 가리키며 얘기했다.
“가죠. 여원이 기다려요.”
전완수가 어벙한 표정을 짓자, 옆에 있던 최현은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물었다.
“그동안 좀비화 쓰고 싶어서 어떻게 참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