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300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2부 46화
라스트아크 특유의 기계음과 함께 안상진의 눈앞으로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띠링-!
-스킬 ‘탐욕’을 사용합니다.
-하나의 대상을 지정합니다.
-지정된 적은 신체 능력이 10% 감소하며, 사용자의 신체 능력은 10% 증가합니다.
-30분간 지속됩니다.
-재사용 대기시간 2시간.
*탐욕의 대상이 30분 이전에 사망 시, 그에 비례하여 재사용 대기시간이 감소합니다.
띠링-!
-스킬 ‘오만’을 사용합니다.
-수하들의 신체 능력이 2배 증가합니다.
-30분간 지속됩니다.
-재사용 대기시간 2시간.
*스킬이 재사용 대기시간에 걸려있는 동안 수하들의 신체 능력은 20% 감소합니다.
띠링-!
-스킬 ‘역병 군단’을 사용합니다.
-좀비 플레이어와 수하들의 신체 능력이 3배 증가합니다.
-1시간 동안 유지됩니다.
-스킬이 활성화된 동안 모든 수하에게 패시브 스킬 재생이 부여됩니다.
-재사용 대기시간 4시간.
*스킬이 재사용 대기시간에 걸려있는 동안 사용자의 신체 능력이 50% 감소합니다.
그러자 안상진의 수하들이 전신을 파르르 떨기 시작했다.
전신의 혈관이 하지정맥류에 걸린 것처럼 부풀어 오르고, 광견병에 걸린 들짐승처럼 걸쭉한 타액이 입 밖으로 흘러내렸다.
심지어 수하들의 안구도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안상진은 옥상 난간에 오른발을 걸치더니, 알파5를 똑바로 응시하며 수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가라. 모든 변종을 찢어 죽여.”
* * *
광나루한강공원에 수비팀이 도착한 순간, 먼발치서 들리는 굉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확한 거리는 측정할 수 없지만, 족히 2㎞ 이상 떨어진 거리라는 건 인지할 수 있었다.
이에 설여원과 전완수를 쳐다보며 얘기했다.
“여원아, 완수야, 천리안 쓰고 무슨 일인지 확인해 줘.”
“오케이.”
두 사람은 산책로 옆의 언덕으로 올라가 천리안을 사용했다.
천리안을 사용하면 무방비 상태가 되기에, 일행도 언덕으로 올라가 두 사람을 호위했다.
“어? 오빠. 저쪽에.”
그 순간, 김희연이 산책로를 가리키며 나를 불렀다.
타다닷- 타닷-
귓가를 간질이는 다수의 발소리가 들려온다.
김희연이 언덕으로 올라가지 않고 오혜선과 한민욱의 곁에 남아준 덕에 미리 알아챌 수 있었다.
“감지.”
스킬 감지를 사용하며 김희연이 가리키는 방향을 살피자, 100마리의 좀비가 이곳으로 접근하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반사적으로 눈꼬리가 올라갔다.
저것들…… 좀비 맞아?
덩치는 일반 좀비와 비슷한데, 색깔이 이상하다.
푸른색도 아니고, 자주색도 아니었다.
내게 보라색으로 보이는 좀비들.
이런 건 설명에 없었는데?
심지어 뛰는 건지 걷는 건지 모를 모호한 속도로 접근하고 있었다.
다리가 불편해서 엉거주춤거리는 게 아니라, 뒤따라오는 무언가와 거리를 조절하는 것으로 보였다.
뭔지 몰라도 결코 평범한 좀비가 아니다.
“다들 내려와!”
좀비들을 응시하며 언덕 위의 일행을 부르자, 다들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뒤를 돌아봤다.
뒤늦게 이곳으로 접근하는 발소리를 인지했는지, 이정우는 창과 방패를 손에 쥐며 내 곁으로 다가왔다.
이에 그의 팔을 붙잡으며 얘기했다.
“전부 뒤로 가요. 빨리!”
“4단계야?”
“다이브.”
두근-
설명도 없이 좀비화를 사용하자, 이정우는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내 얼굴을 쳐다봤다.
“너 뭐 하는 거야!”
“여기서 다 죽기 싫으면 빨리 뒤로 가요.”
미간을 찌푸리며 얘기하자, 이정우는 마른침을 삼키며 뒤에 있는 일행에게 외쳤다.
“완수랑 여원이 데리고 전부 뒤로 가!”
영문을 모르겠지만, 내 표정이 심상치 않으니 순순히 따라주는 모습이었다.
결인들이 200m 이상 거리를 벌리는 것을 확인한 뒤, 정면으로 보이는 낯선 좀비들을 응시했다.
이상하다.
좀비화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저놈들을 압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지 않았다.
낯선 놈들이라서, 내가 긴장이라도 한 건가?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하체를 접으며 읊조렸다.
“가속.”
쾅-!!
노도와 같이 달려들자, 전방에 있던 100마리의 좀비가 일제히 움직임을 멈추고 내 얼굴을 쳐다봤다.
‘인지했다고?’
아무리 광폭화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해도, 좀비화를 사용한 상태에선 신체 능력이 760이 넘는다.
그걸 좀비가 눈치챘다고?
가장 앞에 있는 좀비의 얼굴에 주먹을 내지르는 찰나.
훙-
가뿐하게 회피하는 좀비의 움직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에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읊조렸다.
“광폭화.”
츠으으으-!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며 전신의 근육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한다.
빠르게 눈을 굴리며 좀비의 위치를 파악한 뒤, 다시 한번 주먹을 내질렀다.
쾅!!!
그제야 손끝으로 묵직한 타격감이 느껴졌다.
평소라면 들떠야 정상이지만, 손끝으로 느껴지는 타격감에 황급히 뒷걸음질 치며 거리를 벌렸다.
고작 좀비의 머리를 때렸을 뿐인데, 이런 타격감이 느껴지는 게 말이 안 된다.
이놈들…… 3단계 변종보다 단단하다.
대체 뭐 하는 놈들이지?
가뜩이나 혼란스러운데, 남은 99마리의 좀비는 내게 달려들지도 않고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그동안 잊고 있던 존재가 떠올랐다.
‘대장 좀비의 수하들인가?’
부산에서 만난 7단계 대장 좀비.
놈의 수하들은 평범한 좀비와 격이 다른 신체 능력을 보였다.
지금 내 앞에 있는 놈들이 대장 좀비의 수하라면 현 상황이 설명된다.
감지를 사용했을 때 보라색으로 보인 건…… 지금껏 경험한 대장 좀비와 격이 다르다는 건가?
크르르르르…….
놈들은 목젖을 갈며 두 주먹을 말아쥐었다.
폭력성만을 지닌 여타 좀비들과 달리, 이놈들은 명령에 따르기 위해 필사적으로 본능을 억누르는 모습을 보였다.
인간을 공격하지 말라는 명령을 받은 건가?
설마, 예전 곽찬혁과 비슷한 대장 좀비가 서울에 있는 거야?
크어어어어어!!!
하지만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는지, 99마리의 좀비가 일제히 달려들기 시작했다.
놈들의 갑작스러운 움직임을 보고, 반사적으로 가드를 올렸다.
빠르다.
30m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졌다.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상체를 비틀자, 간발의 차로 빗겨나가는 좀비의 손길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재빨리 더킹을 시도하며 놈의 옆구리와 턱에 훅을 꽂아 넣었다.
쾅-!!
벽돌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안면이 박살 나는 좀비.
전체적인 신체 능력은 대략 1500 정도.
하지만 움직임만큼은 근력 4000에 달하는 알파4와 엇비슷했다.
급가속을 사용한 상태가 아니었다면 회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게 좀비야?
하나하나가 강화제 알약 10개를 먹은 일행보다 강하다.
카하아악!!! 카하악!!
기를 쓰고 달려드는 좀비들을 보고, 재빨리 전진 더킹을 시도하며 난타를 가했다.
쾅!!! 콰직- 떵!! 쾅!! 콰광!!!
알파3들을 처리할 때도 이렇게 묵직하진 않았다.
예상치 못한 좀비들로 인해, 이마 위로 식은땀이 맺히는 것을 느꼈다.
“박재형 고개 숙여!!”
뒤에서 설여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흘깃 고개를 돌려 쳐다보자, 중력장 소총을 들고 있었다.
이에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외쳤다.
“쏘지 마!! 그러다 다 죽어!!”
설여원은 움찔거리는 모습을 보이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총구를 내렸다.
중력장 소총을 발사하면 일직선의 기둥이 쏟아질 텐데, 그럼 우리의 위치를 대장 좀비에게 알려주는 꼴이다.
그러니 내가 처리해야 한다.
간만에 대형 변종이 아닌 나와 비슷한 체격의 좀비들과 주먹다짐이다.
상대가 강한 만큼, 피가 끓는 것을 느꼈다.
두 주먹을 말아쥐며 노도와 같이 달려드는 좀비들의 안면에 스트레이트를 꽂아 넣었다.
팡!! 퍼걱-!! 쾅!!!
쉴 새 없이 눈을 굴리며 주먹을 내질렀다.
회피하는 놈이 있으면 그에 따라 백스텝을 밟으며 리치를 조절했다.
학살의 희열이 아니라, 비등한 싸움에서 오는 박진감은 집중력을 끌어올리기에 충분했다.
오감이 번뜩이고, 세포 하나하나가 살아 숨 쉬는 느낌이었다.
5분이면 수천 마리의 좀비를 처리하는 내가, 100마리를 처리하는 데 5분이 걸렸다.
100m 단거리 경주만을 해오던 내가, 100m 장애물 경기를 했다고 해야 좋을까?
모든 좀비를 곤죽으로 만든 뒤, 폐부에 들어찬 탁한 숨을 내쉬며 두 주먹을 털었다.
단단한 놈들을 계속 때려서 그런지, 5레벨 건틀릿의 내구도가 16%나 줄어들었다.
설여원의 본가를 정리할 때 20% 줄었는데, 고작 100마리 처리하는 데 16%라니.
“뭐야 이것들? 좀비 맞아?”
뒤이어 전완수가 다가오며 물었다.
“대장 좀비 수하 같아.”
“대장 좀비? 변종이 이렇게 많은데 지금껏 살아남는 대장 좀비가 있다고?”
“나도 이런 좀비는 처음이야. 하나하나가 알파3보다 강했어.”
전완수는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그러자 이정우가 다가오며 물었다.
“좀비 하나가 알파3보다 강하다고?”
“네.”
“서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무슨 일이든, 상상 이상인 것 같아요.”
“수하들이 죽었으니, 이제 대장 좀비가 오는 거 아니야?”
쾅-!!! 콰광-!!! 우르르르…….
뒤이어 먼발치서 울리는 굉음에 다들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대체 이 소리는 뭐지?
이에 설여원과 전완수를 쳐다보며 물었다.
“아까 천리안 사용했을 때 특이점 못 찾았어?”
“변종이랑 좀비들이 싸우는 것 같았어. 중간에 천리안 풀리는 바람에 정확하게 확인하진 못했고.”
“그럼…… 대장 좀비가 변종이랑 싸우고 있는 건가?”
“변종이 좀비들 잡아먹는 줄 알았는데, 현 상황만 놓고 보면 그렇지 않을까?”
바스락-
그 순간, 우측에서 나뭇가지를 지르밟는 소리가 들려왔다.
도끼눈을 뜨며 우측을 살폈지만, 그곳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뭐지? 잘못 들었나?
그럴 리가.
좀비화와 광폭화를 사용한 이상, 내 청각은 400m 밖에서 사람이 걸어 다니는 소리까지 감지할 수 있다.
“왜 그래.”
설여원이 묻기에, 여기서 기다리라는 말을 남기고 조심스레 하체를 접었다.
쾅!!
쏜살같이 수풀을 헤치며 나아가자, 뒤이어 공공화장실의 모습이 두 눈에 들어왔다.
“흡!”
그 뒤편에서 들리는 숨넘어가는 소리에, 방향을 틀어 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향했다.
인영을 발견하고 주먹을 내지르려는 찰나, 한 박자 늦게 머릿속으로 의문이 떠올랐다.
‘좀비가 숨을 참을 수 있나?’
다급히 두 다리에 제동을 걸자, 넋이 나간 5명의 생존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들은 입술을 벙긋거리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지나치게 놀랐는지, 숨도 쉬지 않았다.
어떡하지?
지금은 나도 좀비나 다름없는 모습인데…….
“아…… 안녕하세요.”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온 말이었다.
안녕하세요라니.
내 입으로 얘기했는데, 내가 더 민망하다.
이에 헛기침하며 얘기했다.
“괜찮으십니까.”
그러자 화장실 외벽에 있던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대답 대신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뒤이어 그들이 착용하고 있는 보호대가 두 눈에 들어왔다.
5레벨이 되면 칠흑처럼 어둡게 변하지만, 1레벨 보호대는 회갈색에 가까웠다.
이들이 착용하고 있는 보호대는 그 중간의 어디쯤으로 보였다.
대략 3레벨 정도 될까?
“다들 플레이어예요?”
그들에게 묻자,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여자가 내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뒤이어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당신 뭐야. 좀비야, 플레이어야.”
“사람이니까 경계 풀어요.”
덤덤하게 얘기하자, 여자의 눈꼬리가 꿈틀거리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뒤이어 마른침을 삼키며 물었다.
“방금…… 저 앞에서 좀비들 처리하는 실력이 상당하던데, 혹시 파티명이 뭐지?”
내가 싸우는 걸 지켜봤다고?
그렇다면 이 여자의 직업은 가브리엘인가?
뒤이어 여자의 입에서 직설적인 질문이 들려왔다.
“당신, 혹시 소리결이야?”
“질문하기 전에 본인 소개부터 하는 게 순서 아닙니까?”
강압적인 모습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러자 여자는 입술을 달싹이며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더니, 한 차례 심호흡과 함께 얘기했다.
“……미안합니다. 놀라서 경계심이 과했네요.”
“아닙니다.”
“한월이라고 합니다. 파티 압구정의 파티장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