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302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2부 48화
쾅-!!!!
순식간에 좁혀지는 거리.
도끼눈을 뜨며 대장 좀비의 안면에 주먹을 내지르려는 찰나, 놈의 미간에 힘이 들어가며 오른발이 뒤로 빠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음속에 반응한다고?
머릿속으로 빠르게 돌아가는 시뮬레이션.
이대로 주먹을 뻗으면 내 뒤통수가 으깨질 것이다.
이에 황급히 왼발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허리와 어깨를 비틀어 왼손 훅을 날렸다.
그러자 대장 좀비는 더킹을 시도하더니, 내 관자놀이를 향해 카운터블로를 날렸다.
100m를 0.3만에 돌파했는데, 이걸 육안으로 보고 회피하는 것도 모자라서 카운터블로를 시도해?
이에 뒤로 넘어지다시피 상체를 젖히고, 그 반동을 이용해서 돌려차기를 시도했다.
훙-!
두개골에 꽂히는 타격감 대신, 허공을 가르는 느낌만이 발끝으로 느껴졌다.
‘어디 갔어.’
집중력을 끌어올리며 모든 감각을 날카롭게 벼리자, 턱밑에서 살기가 날아드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어퍼컷을 준비하는 건가?
이에 확인할 새도 없이 주축 발로 사용하던 왼발을 치켜들었다.
콰직-!!!
내 왼발과 대장 좀비의 오른팔이 맞닿으며 벽돌 부서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재빨리 균형을 잡으려는 찰나, 상체가 좌측으로 기우는 것을 느꼈다.
‘어?’
무릎에 금이 간 것 같다.
대장 좀비 역시 눈살을 찌푸리며 본인의 오른손을 응시했다.
난 무릎에 금이 갔는데, 놈은 살집이 터진 게 전부였다.
심지어 5레벨 무릎 보호대 덕에 받는 피해를 30%나 감소시켰고, 철괴를 사용한 덕에 추가로 30%가 감소한 충격이었다.
당황스러운 마음에 엉거주춤 균형을 잡고 있는데, 대장 좀비의 입에서 이해할 수 없는 소리가 들려왔다.
“미확인 변종 주제에…….”
대장 좀비는 까드득 이를 갈며 오른팔을 파르르 떨었다.
그러자 찢어진 살점이 회복되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미확인 변종?
설마 나를 두고 하는 말인가?
이에 양손을 뻗어 격하게 손사래 치며 얘기했다.
“잠깐, 잠깐만!!”
“……?”
놈은 움찔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표정으로 드러나는 당혹감.
뒤이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지금…… 나한테 한 말인가?”
“그럼 당신 말고 누가 있어요.”
“대화가 가능한 변종이라니, 그런 건 들어본 적 없어.”
“플레이어, 플레이어입니다.”
“플레이어? 어디서 약을 팔아. 플레이어가 변종의 눈을 하고 있다고?”
“설명하면 길어요. 당신 혹시…… 한월이라는 여자 알아요?”
한월을 얘기하자, 그는 정곡을 찔린 사람처럼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석고상처럼 굳은 모습으로 내 얼굴을 멀뚱멀뚱 쳐다보더니, 오래 지나지 않아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네가 한월을 어떻게…….”
“왠지, 그럴 줄 알았어.”
“뭐?”
“당신, 한월과 유착관계 아니에요?”
그의 표정만 봐도, 이 싸움이 부질없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플레이어라는 말에 잠시나마 경계를 풀었고, 나를 변종으로 오인하고 공격했다.
대장 좀비가 막아선 길목은 암사생태공원으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파티 압구정과 결인들이 암사생태공원으로 이동하는 것을 확인하고, 알파5와 싸우다 말고 급히 달려온 이유가 뭐겠는가?
그의 눈에는 내가 플레이어를 노리는 변종으로 보였을 것이다.
이에 한숨을 내쉬며 얘기했다.
“파티 소리결의 박재형입니다. 당신, 생존자 편에서 싸우는 대장 좀비죠?”
“소리결? 지금 소리결이라고 했나?”
속고만 살았나.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퍼석한 입술을 핥으며 마른침을 삼켰다.
뭐지?
소리결을 알아?
이에 대장 좀비를 쳐다보며 물었다.
“소리결을 아는 눈치네요?”
“당연하지, 당신들을 찾고 있었으니.”
“소리결을? 무슨 이유로요.”
그는 앞머리를 쓸어넘기며 한숨을 내쉬었다.
뒤이어 오른팔의 재생이 끝난 것을 확인하고, 저 위에 있는 알파5를 가리키며 얘기했다.
“일단 저놈부터 처리하고 얘기하는 게 어때?”
대장 좀비의 수하들이 알파5를 저지하고 있었다.
아니, 저지라는 표현보다는…… 일방적으로 당하며 발목을 잡고 있는 정도였다.
이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좋습니다. 수하들한테 뒤로 빠지라고 명령해요.”
“아니야, 같이 싸워야…….”
“수하들이 저를 공격할 수도 있잖아요.”
“내 수하들은 안 그래. 예전에는 내 명령을 무시하고 생존자를 공격하는 일이 있었지만, 10성이 된 후로 그런 일 없었어.”
10성이라고?
10단계를 말하는 건가?
역시 보통 녀석이 아니었다.
아무튼, 10성이든 10단계든 수하들이 대장의 명령을 듣지 않은 건 사실이지 않은가?
“아닙니다. 아까 공격받았어요.”
“……뭐?”
“산책로에 있던 100마리 좀비, 그거 당신 수하죠?”
대장 좀비는 눈꼬리를 치켜뜨며 되물었다.
“내 수하를 죽인 게 너였어?”
“한 마리 죽였더니 나머지 99마리가 덤벼들었습니다.”
그는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처럼 보였지만, 대답 대신 허공에 손가락을 움직이며 얘기했다.
“그건 나중에 얘기하고, 빨리 저것부터 잡아야 해.”
내겐 대장 좀비의 홀로그램이 보이지 않지만, 손가락의 움직임만 봐도 홀로그램을 확인하는 것처럼 보였다.
시간에 쫓기는 건가?
5단계 이상의 대장 좀비에게는 플레이어처럼 스킬이 존재한다.
부산에서 7단계 대장 좀비를 잡을 당시, 내가 확인한 스킬만 3개였다.
전투의 포효, 폭식, 도취.
대장 좀비도 플레이어처럼 지속 시간과 재사용 대기시간이 있을 것이다.
놈은…… 스킬의 남은 시간이 촉박한 것이다.
지금은 대장 좀비와 손을 잡아서 나쁠 게 없다.
좀비화의 남은 시간이 그리 넉넉하지 않고, 알파5 역시 아직 건재하니까.
대장 좀비를 향해 손바닥을 내밀자, 그는 눈꼬리를 치켜뜨며 물었다.
“무슨 의미지?”
“뭐겠어요. 휴전협정이지.”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이, 내 손바닥을 짝! 소리가 나도록 치며 알파5를 응시했다.
우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하체를 접었다.
“가죠.”
쾅-!!!!
자전거도로에 거미줄 모양의 균열이 발생하고, 뒤이어 알파5의 신체를 타격하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쾅!!!! 쩡!!!
* * *
암사생태공원에 도착한 결인들은 빠르게 주변을 살피며 방어 대형을 구축했다.
“오혜선 씨랑 한민욱 씨는 장군이 데리고 억새들 사이로 들어가요!”
산책로의 좌측은 드넓은 운동장이었고, 우측은 한강까지 이어지는 억새들이 기다랗게 자라난 상태였다.
오혜선은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장군이를 안고 억새밭으로 들어갔다.
설여원과 전완수, 김희연은 주변 지형을 살피더니, 다들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주변에 엄폐물 하나 없는데, 왜 여기로 이동하라고 한 거지?”
전완수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묻자, 옆에 있던 설여원이 입을 열었다.
“여차하면 한강으로 들어가라는 거 아니야?”
“그럼 아까 있던 곳에서 들어가면 되잖아.”
“거긴 수풀이 뒤엉켜 있었잖아. 늪지처럼 변한 땅이 많아서 들어가기도 어렵고 다시 나오는 것도 어려웠어.”
“우리 신체 능력이면 그리 어렵지도 않은…… 아, 설마 오혜선 씨랑 한민욱 씨 때문이라는 거야?”
“그렇겠지.”
“걔는 그 짧은 순간에 오혜선 씨랑 한민욱 씨 걱정까지 하고, 아주 천하태평이네.”
전완수가 싱겁게 웃으며 얘기하자, 뒤에 있던 김희연이 입을 열었다.
“주변에 좀비는 없는 것 같은데, 이제 어떡하죠? 그냥 이렇게 있어요?”
“이렇게 있어야지 어떡해.”
“저희가 안 도와줘도 돼요?”
“재형이 말 못 들었어? 좀비들 신체 능력이 1500이야. 우리가 가봐야 아무런 도움도 안 된다고.”
그러자 전완수의 옆에 있던 이정우가 입을 열었다.
“지금은 완수 말이 맞아.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어.”
결인들의 대화를 유심히 듣고 있던 파티 압구정의 플레이어들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전신을 덜덜 떨었다.
이를 발견한 이정우가 그들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걱정하지 말아요. 이런 일 한두 번도 아니잖아요.”
“예? 아니…… 저희는 별로…….”
“생존자 구출하면서 좀비 웨이브 겪어본 적 없어요?”
압구정 플레이어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이정우가 한월을 쳐다보자, 그녀는 헛기침과 함께 얘기했다.
“우리는 좀비를 피해서 이동하는 데에 도가 텄어요. 굳이 멍청하게 싸울 필요가 없죠.”
“그건 불가능합니다. 특히 서울처럼 인구가 밀집된 지역이라면 더더욱…….”
“이봐요, 다 아는 것처럼 얘기하지 마요.”
“예?”
“댁이나 우리나 도망친 신세면서 잘난 체하지 말라고.”
한월의 말에 이정우의 눈꼬리가 꿈틀거렸다.
굳이 말은 하지 않았지만, 눈으로 욕하는 모습이 선했다.
이를 파악한 정진영이 이정우의 팔을 잡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정우는 한월과의 대화를 포기하고, 그녀의 뒤에 있는 30대 남자에게 물었다.
“좀비 웨이브를 겪은 적이 없다고 하셨는데, 마지막으로 좀비들과 격돌한 게 언제예요?”
“격돌이라고 하는 것도 좀 그런데…….”
“마지막으로 좀비를 죽인 게 언제예요.”
“세 번째 에피소드 시작되기 직전에, 다섯 마리 정도 죽였죠.”
“……다섯?”
30대 남자의 말에 이정우는 압구정 파티원들의 모습을 눈으로 훑었다.
3레벨 보호대 외에 쓸 만한 장비가 하나도 없었다.
로그나이트로 만든 무기가 있긴 하지만, 길이 15㎝ 길이의 헌팅 나이프로 보였다.
심지어 무기의 레벨도 1에서 2 정도로 보였다.
로그나이트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이 인간들 뭐지? 이런 상태로 서울에서 살아남았다고?’
이정우도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그러자 최현이 이정우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얘기했다.
“형, 저랑 얘기 좀.”
최현과 이정우는 압구정 파티와 100m 정도 떨어진 곳으로 이동했다.
뒤이어 윤혜리와 김희연이 따라왔다.
김희연은 안전을 위한 시야 확보 차원으로 따라왔고, 윤혜리는 최현과 같은 이유였다.
“얘기해요. 따라오는 사람 없어요.”
김희연의 말에 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정우 형, 아무래도 한월이란 여자, 뭔가 비밀이 있는 것 같아요.”
“나도 느꼈어. 질문하면 대답은 하지 않고 날부터 세우잖아. 꿍꿍이가 있는 거야.”
“재형이도 느낀 것 같아요. 아까 따로 불러서 묻더라고요.”
“뭐를.”
“압구정이랑 여의도 아크에 대해서요. 저쪽 파티원들은 괜찮은 것 같은데, 한월이 문제에요.”
“한월이 모두를 속이는 것 같다는 거야?”
“네.”
최현의 말에 이정우는 두 눈을 가늘게 뜨며 생각에 잠긴 모습을 보였다.
억지로 신체 접촉을 하면 압구정 파티와 척지게 될 수도 있다.
곰곰이 생각을 정리하던 이정우는 금세 손가락을 튕기며 물었다.
“마리오네트로 어떻게 안 될까?”
“네?”
“사람도 조종할 수 있는 거 아니야? 설명에 좀비만 조종할 수 있다는 말은 없잖아.”
이정우의 말에 최현은 어벙한 표정을 지었다.
그동안 좀비만 조종했지, 사람을 조종한 적은 없었다.
최고 레벨을 찍었지만, 5단계 이상의 대장 좀비에게는 통하지 않고, 변종에게도 통하지 않아서 쓸모없는 스킬로 전락해 버린 마리오네트.
이걸 이렇게?
그러자 옆에 있던 윤혜리가 입을 열었다.
“제가 스킬 쓸 테니, 현이 오빠가 생각 들여다볼래요?”
“알았어.”
중상모략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는 진실을 알아야 했다.
이에 이정우와 최현, 윤혜리, 김희연은 태연하게 일행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한월은 그들을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봤다.
윤혜리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한월의 두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읊조렸다.
“마리오네트.”
띠링-
-5초 이내에 명령어를 말씀하세요.
-입력이 완료되면 대상은 5분간 명령에 복종합니다.
-오전, 오후 12시마다 초기화됩니다.
윤혜리는 기다렸다는 듯이 명령어를 입력했다.
최현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하라는 명령이었다.
그러자 일행을 노려보던 한월이 움찔거리는 모습을 보이더니, 덤덤하게 걸어와 최현을 향해 오른손을 내밀었다.
최현은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태연하게 연기했다.
“악수요? 괜찮아요?”
“…….”
“아까는 신체 접촉 싫다고 하시더니…… 하하!”
최현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한월의 손을 잡았다.
파티 압구정의 플레이어들은 경계하지 않았다.
다만 의외라는 듯이 한월을 쳐다볼 뿐이었다.
뒤이어 최현의 눈꼬리가 꿈틀거리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봐선 안 되는 것을 확인한 사람처럼 마른침을 삼키며 이정우를 쳐다봤다.
이정우가 질문하려는 찰나, 주변을 살피던 설여원이 카타나를 뽑으며 외쳤다.
“전투 준비! 500m 거리에서 감염된 식물 접근합니다!”
설여원의 외침에 이정우는 황급히 뒤를 돌아봤다.
뒤이어 전완수도 카타나를 말아쥐며 얘기했다.
“뭐야 저것들, 어디서 나타난 거야.”
전완수의 말에 이정우는 창과 방패를 손에 쥐며 물었다.
“규모는.”
“더럽게 많아요. 문제는…… 거대 식물도 보입니다.”
라플레시아를 닮은 거대 식물.
반면에 설여원은 거대 식물 대신 다른 걸 보며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저건…… 무슨 동물이지?”
이곳으로 접근하는 건 감염된 식물만이 아니었다.
동물도 섞여 있었다.
멧돼지도 아니고 고라니도 아니었다.
황갈색 털과 검은 줄무늬가 인상적인 동물.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김희연이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저, 저거 호랑이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