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303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2부 49화
김희연의 말에 다들 무기를 손에 쥐며 경계 태세에 돌입했다.
덩치는 6m에 달하고, 송곳니의 길이만 80㎝는 되었다.
이정우는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한국에 호랑이가 있다고? 한국 호랑이는 멸종한 거 아니었어?”
그러자 억새풀 사이에 있던 오혜선이 외쳤다.
“동물원에 호랑이 있잖아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도 호랑이 있었어요!”
“수목원에서 여기까지 따라왔다는 겁니까?”
“그건 아닐 거예요. 따라왔다면 진즉에 공격했겠죠. 이 근처에 동물원 없어요?”
오혜선의 물음에 이정우는 일행의 얼굴을 쳐다봤다.
결인 중에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서울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알겠는가?
그러자 파티 압구정의 30대 남자가 대답했다.
“어, 어린이대공원! 어린이대공원에 동물원 있습니다!”
어린이대공원의 위치는 광진구.
일행이 있는 곳에서 한강을 건너가면 광진구였다.
그렇다면 강동구에서 일어나는 소란을 듣고 광진구에 있던 동식물이 넘어왔다는 건가?
식물들은 지반의 울림을 통해 먹잇감의 위치를 알 수 있다지만, 한강을 사이에 두고 지반의 울림을 파악할 수 있나?
뒤늦게 이정우의 머릿속으로 한 가지 가설이 떠올랐다.
‘저 호랑이가 끌고 온 건가?’
동물의 감각은 인간의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세 번째 에피소드에 진입하며 동물의 감각은 월등히 증가했다.
심지어 개체마다 특징이 있고, 고유의 능력을 바탕으로 특출난 능력까지 존재했다.
호랑이라 하면…… 모든 면에서 뛰어날 수밖에 없다.
소음이 사라진 종말의 세계에서, 몇 번이고 건물이 무너지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그런 굉음은 수 킬로미터 밖까지 퍼져 나갔다.
광진구에 있던 감염된 호랑이와 식물들은 굉음을 듣고 대이동을 시작한 것이다.
뒤이어 설여원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탄성을 뱉었다.
“아…….”
“왜, 또 뭔데?”
“변종까지 접근하고 있어요. 변종 에덤은 없지만, 3단계 변종이 너무 많아요. 4단계도 섞여 있습니다.”
감염된 식물이 대규모 이동을 하니, 변종들까지 따라온 것이다.
좀비를 제외한 모든 생물체가 암사생태공원으로 접근하는 상황.
이정우는 황급히 홀로그램을 열고 강화제 알약을 섭취했다.
그 모습을 보고 모든 일행이 강화제 알약부터 먹었다.
이정우는 훅, 하고 숨을 뱉으며 얘기했다.
“도망칠 곳은 없어. 재형이 올 때까지 죽을 각오로 싸운다.”
“네!”
결인들은 의지를 불태웠다.
* * *
훙-!
머리 위로 날아드는 알파5의 팔.
마치 전봇대를 휘두르는 것처럼, 위압감이 보통이 아니었다.
쾅!!!!
재빨리 좌측으로 몸을 날리자, 지면이 움푹 파이며 흙먼지가 일었다.
“척추를 노려!”
대장 좀비의 외침에 지면에 박힌 알파5의 팔을 타고 올라갔다.
그러자 알파5는 세차게 전신을 털기 시작했다.
반응 속도도 빠르고, 덩치에 비해 움직임도 상당히 빠르다.
가장 큰 문제는 아무리 타격을 입혀도 흠집도 가지 않는 육체였다.
좀비화의 남은 시간은 28분.
이에 대장 좀비를 향해 외쳤다.
“시선 좀 끌어줘요!”
“이미 끌고 있잖아!”
대장 좀비가 알파5의 앞에서 시선을 유도하며 타격을 입히고 있지만, 알파5의 두개골은 깨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시간을 지체해서 좋을 게 없다.
빠르게 홀로그램을 살피며 사용 가능한 스킬에 무엇이 있는지 살폈다.
아직 급가속과 감지, 하울링의 쿨타임이 돌아오지 않았다.
광란을 사용해야 하나?
아니, 광란을 사용한다고 해서 잡을 수 있을까?
대장 좀비의 신체 능력이 못해도 9000은 될 것 같은데, 알파5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지 못하고 있다.
내 신체 능력은 2300인데, 광란을 사용해 봐야 4600.
광란을 중첩 사용해야 간신히 9200이다.
문제는 알파5의 신체 능력이 16000이라는 것.
콰과과과과곽-!!!
뒤이어 알파5의 상체가 기이하게 뒤틀리더니, 빗자루처럼 지면을 쓸며 내게 날아들었다.
이에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간발의 차로 회피하는 찰나, 알파5의 시선이 내게 꽂히며 상체를 일으키는 모습을 보였다.
이미 예상하고 있었어?
15m 길이의 알파5는 기다란 몸을 채찍처럼 휘둘렀다.
이에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전신을 동그랗게 말았다.
쩍-!!!
“크흡!”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양팔과 다리로 방어했지만, 묵직한 충격과 함께 중력을 거스르는 부유감이 느껴졌다.
40초만 기다리면 급가속의 쿨타임이 돌아오는데, 그 40초를 버티지 못해서 3단 뛰기를 할 수 없었다.
쾅-!!!
난 야구방망이에 치인 야구공처럼 도심까지 날아갔다.
등 뒤로 느껴지는 저릿한 통증에 걸쭉한 피를 토하며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름 모를 건물 외벽을 뚫고 들어온 것 같다.
머릿속으로 울리는 경종과 고막을 찌르는 이명.
전신으로 짜르르 퍼지는 통증으로 보아, 온전한 뼈마디가 없는 것 같다.
심지어 보호대의 내구도는 일격에 65%가 감소했다.
30%의 충격을 흡수하는 라스트아크의 보호대도 45%나 감소한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죽일 수도 없고, 버틸 수도 없다.
알파5는……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졌다.
훙-!
뒤이어 이곳으로 날아오는 인영이 두 눈에 들어왔다.
쾅-!!!!
쏜살같이 날아온 무언가는 내 바로 옆에 고꾸라지며 걸쭉한 피를 토했다.
“커헉!!”
대장 좀비였다.
대장 좀비의 얼굴을 보고 앓는 소리를 내며 물었다.
“당신, 뭐 가용할 수 있는 스킬 없어요?”
“이미…… 다 쓴 거야.”
대장 좀비도 이미 한계라는 건가?
더는 선택지가 없다.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한다.
이에 심장의 고동에 귀를 기울였다.
광란을 발동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정신력 스탯이 너무 높아지는 바람에 자극이 오지 않았다.
예전엔 정신력이 낮아서 문제였는데, 이젠 너무 높아져서 문제였다.
끙끙거리는 모습을 보이자, 옆에 있던 대장 좀비가 기침을 토하며 물었다.
“뭐 하는 거야.”
“조건부 스킬 발동하려면 집중해야 돼요. 말 시키지 말아요.”
두 눈을 지그시 감고 혈류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하지만 전신으로 퍼진 통증 때문인지, 도저히 자극이 오지 않았다.
광란을 발동시키려면 희열을 느끼는 것 외에도 다른 방법이 있다.
적을 향한 강한 집념, 집착.
집념을 보이기 위해선 적을 향한 분노심이 동반되어야 한다.
이에 저 멀리 보이는 알파5를 뚫어지게 응시하며 분노를 증폭시켰다.
대장 좀비의 수하들이 먼지처럼 쓸려나가고 있다.
두 눈에 힘을 주며 안간힘을 썼지만, 전혀 자극이 오지 않았다.
“에이 씨!”
좀비가 죽는 모습을 보고 화를 내본 적이 없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이렇게 된 거, 악으로 깡으로 부딪치며 광란이 발동되기를 바라는 수밖에.
띠링-!
-스킬 급가속의 대기시간이 끝났습니다.
-스킬 감지의 대기시간이 끝났습니다.
-스킬 철괴의 대기시간이 끝났습니다.
-스킬 하울링의 대기시간이 끝났습니다.
광란은 발동되지 않고, 액티브 스킬의 재사용 대기시간이 돌아왔다.
뒤이어 부러진 신체도 재생되기 시작했다.
이에 자리에서 일어나며 대장 좀비를 불렀다.
“저기요, 하나 부탁드려도 될까요?”
“얘기해.”
“저한테 다섯 대만 맞아주세요.”
“……뭐?”
대장 좀비는 대답 대신 인상을 찌푸렸다.
차근차근 설명할 시간이 없기에,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했다.
“1초 이내에 알파5를 다섯 대 때리기 어려우니까, 대신 좀 맞아달라고요.”
“……그게 조건부 스킬이야?”
“네.”
그는 착잡한 표정을 짓더니, 뻐근한 육체를 풀며 얘기했다.
“배에 힘주고 있을 테니, 배를 때려.”
내 계산이 맞다면, 광란을 사용하지 않아도 알파5를 처리할 방법이 하나 있다.
현재 내 근력은 2300.
거기에 급가속과 연격, 난동, 마무리 일격까지 사용한다면 대략 13500의 근력으로 피해를 입힐 수 있다.
마무리 일격의 마지막 타격은 2배가 아닌 3배의 피해를 입히기에, 20200의 근력으로 피해를 입힐 수 있을 것이다.
타격 횟수 제한이 있기에, 최대한 급소를 노려야 한다.
하울링까지 사용하면 적의 이동 속도를 감소시킬 수 있고, 받는 피해를 20% 증가시키는 집념 효과까지 적용될 것이다.
모든 계산을 마치고, 대장 좀비를 쳐다보며 얘기했다.
“배에 힘 꽉 줘요. 갑니다.”
“들어와.”
흡! 하고 숨을 들이쉬며 샌드백을 치듯이 대장 좀비의 복부에 주먹질을 날렸다.
띠링-
-하나의 대상을 1초 이내에 5회 이상 타격하여 연격 발동됩니다.
-연격 발동 시 다음 10회의 공격은 공격력의 1.5배에 해당하는 피해를 줍니다.
-연격의 재사용 대기시간은 30분입니다.
띠링-
-스킬 난동이 발동됩니다.
-특수 스킬 연격 발동 시 난동이 활성화됩니다.
-난동이 활성화되면 모든 신체 능력이 1.3배 증가합니다.
-난동이 유지되는 동안 적의 공격을 1회 반사합니다.
-10초간 지속되며, 재사용 대기시간은 30분입니다.
연격과 난동이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하고, 허공을 바라보며 포효를 내질렀다.
“크어어어어어!!!”
-두려움이 각인된 적은 10분간 이동속도 30% 감소 효과가 적용됩니다.
*‘집념’ 효과가 생성됩니다.
*하울링의 반경 내에 있는 좀비, 혹은 변종 사이에서 가장 강력한 적에게 집념을 보입니다. 집념의 대상이 된 적은 받는 피해가 20% 증가합니다.
반경 500m 이내에 가장 강력한 적은 당연히 알파5.
집념 효과는 알파5에게 적용되었다.
여유 부릴 시간이 없기에, 재빨리 하체를 접으며 읊조렸다.
“가속, 감지, 철괴, 핀치.”
모든 스킬을 동시에 사용하자, 전신의 근육이 압축되기 시작했다.
좀비화와 광폭화를 사용한 상태에서도 이 정도 압박감이라니.
난동이 유지되는 건 10초밖에 되지 않기에, 지체할 새 없이 알파5를 향해 박차를 가했다.
떵- 콰아앙-!!!!
지면을 박차는 순간, 공기가 찢어지는 파공음과 함께 눈 깜박할 새에 200m를 돌파했다.
코앞으로 나타나는 알파5를 확인하고, 두 주먹을 말아쥐며 읊조렸다.
“죽어, 지렁이 새끼야.”
꽝-!!!!
놈의 안면에 주먹을 내지르자, 그토록 단단하던 안면이 함몰되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연달아 타격을 입히려는 찰나, 알파5는 재빨리 고개를 치켜들었다.
동시에 단두대처럼 직격하는 알파5의 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머리 위로 먹구름이라도 생성된 듯, 반경 4m가 칠흑처럼 어두워졌다.
펑-!!!
내 정수리에 알파5의 턱이 닿는 찰나, 알파5의 턱이 반으로 쪼개졌다.
특수 스킬 난동에 있는 효과.
-난동이 유지되는 동안 적의 공격을 1회 반사합니다.
키에에엑-!!!
예상치 못한 충격에 알파5는 외마디 비명을 내지르며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지면을 박차며 알파5의 머리 위로 뛰어올랐다.
정수리에 안착하자마자 쉬지 않고 난타를 가했다.
콰과과과과과광!!!!
융단폭격에 가까운 난타를 가했다.
양손으로 전해지는 묵직한 타격감과 함께 뼈마디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마무리 일격의 5회째 타격은 최후통첩 효과가 적용되어 3배의 피해를 입혔다.
그러자 알파5의 두개골이 으스러지며 그 속에 들어있는 거대한 뇌를 확인할 수 있었다.
두 팔에 쌓이는 충격도 잊은 채, 쉴 새 없이 난타를 가했다.
도끼눈을 뜬 채 내 몸집보다 거대한 뇌를 헤집고, 그 질척하고 역한 공간을 지나 반으로 쪼개진 턱주가리를 뚫고 나왔다.
전신에 피 칠갑을 한 채 폐부에 들어찬 숨을 내쉬자, 그와 동시에 눈앞으로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띠링-!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카운트 150,000점이 주어집니다.
쿵!
알파5의 시체가 엎어지고, 동시에 자욱한 흙먼지가 일었다.
자그마치 15만 카운트.
기뻐야 정상인데, 기쁨의 환희는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 덜덜 떨리는 오른손을 쳐다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쉬지 않고 난타를 가할 때는 몰랐는데, 손목이 버티지 못하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골밀도의 비율이 아무리 높아도, 스킬로 증폭시킨 근력은 내게 부담으로 다가왔다.
이런 맹공격을 버티기 위해선…… 광란까지 사용해야 한다.
최후의 방파제이자 양날의 검.
선택지처럼 제공하더니, 점점 광란을 사용하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수준이 되어가고 있었다.
“주, 죽은 거야?”
뒤이어 대장 좀비가 다가오며 묻기에,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알파5의 시체와 내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이마를 문지르며 물었다.
“대체 너는…… 정체가 뭐지? 9500의 근력으로 때려도 흠집조차 안 생기는 알파5의 머리를 깨부수다니.”
9500의 근력?
대장 좀비의 근력이 9000은 될 것이라 예상했지만, 막상 정확한 수치를 들으니 당혹감이 느껴졌다.
산책로에서 서로 합을 주고받을 때, 대장 좀비는 전력을 다하지 않은 모양이다.
만약 전력을 다했다면, 난 스킬도 사용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했을 것이다.
콰아아아아아-!!
그 순간, 일행이 이동한 암사생태공원 방면에서 일직선으로 쏟아지는 빛줄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중력장 소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