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306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2부 52화
최현의 말에 이정우는 눈꼬리를 치켜뜨며 물었다.
“허영심이 생겼다고? 이 상황에?”
“네, 거짓말이 쌓이고 쌓이면서 점점 뒤틀린 거죠.”
“뒤틀리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런 말이 있잖아요. 거짓을 사랑하는 자에게 진실은 독이라는 말.”
“거짓을 포장하기 위해 위선을 떨다가, 위선이 안 통하니 강압적으로 변했다는 거야?”
이정우가 생각을 정리하며 묻자, 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다 같이 힘을 합쳐서 방안을 모색하거나 하지 않고, 어느 순간부터 독단적으로 행동한 것 같아요.”
“그걸 다른 플레이어들이 내버려 둬?”
“플레이어들은 따를 수밖에 없죠. 안개 속에서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최현이 어깨를 으쓱이며 얘기하자, 이정우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공격대에 속한 파티가 2개나 더 있다며. 거기엔 가브리엘 없어?”
“있긴 있는데, 두 팀 모두 수비에 전념하는 것 같아요. 바깥 활동을 주로 하는 건 파티 압구정입니다.”
최현의 설명에 다들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표정.
이정우는 어질어질한 정신을 다잡으며 물었다.
“플레이어는 그렇다 치고, 생존자들은 반발 없어?”
“그게 문제에요. 저희가 대공습을 버텨내면서 전 세계의 알약 자판기가 초기화됐죠? 거기서부터 틀어지기 시작했어요.”
“어떤 식으로?”
“플레이어 반대 시위가 생겼어요.”
“플레이어 반대 시위? 그게 뭐야.”
“여의도에 있는 생존자들은 플레이어 반대 시위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최현은 본인이 들여다본 모든 것을 얘기했다.
시위대가 플레이어를 향한 신뢰를 잃고 들고 일어선 내용이었다.
이정우는 이마를 짚으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현 상황을 어떻게 정리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표정.
이대로 아크에 들어선다면 파티 소리결도 설 자리를 잃을 것이다.
한번 민심이 돌아서면, 사람들은 진실마저 외면하게 된다.
오직 분노와 증오심만을 표출할 뿐이다.
소리결이 라스트아크에 대한 모든 것을 얘기해도, 그들은 듣지 않을 것이다.
그러자 옆에 있던 설여원이 눈살을 찌푸리며 얘기했다.
“미친놈들.”
“……응?”
설여원의 입에서 나온 말에 최현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설여원은 한숨을 내쉬며 앞머리를 쓸어넘기더니, 결인들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시위대의 주장은…… 플레이들이 거짓말로 일관하며 착취라도 한다는 거야?”
“비슷해.”
“무슨 착취를 했는데?”
“내가 들여다본 기억에는 착취한 것도 없어. 그냥 속았다는 생각에 이성을 잃고 난리 치는 거로 보여.”
“시위대 규모는.”
“4,000명.”
“거의 생존자의 절반이네?”
최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설여원은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하…… 4,000명을 죽일 수도 없고, 어떡하지?”
“이미 죽일 생각까지 한 거야?”
“말이 그렇다는 거지, 진짜로 그럴 생각은 없어. 그 사람들이 사이코패스처럼 타인을 죽이거나 등 떠밀어 죽인 건 아니잖아.”
“이건 내 생각인데, 힘을 보여주는 건 어때?”
최현의 의견에 설여원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힘을 보여줘? 힘으로 쫓아내자는 거야?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 이런 식으로?”
“그건 아니고.”
“그럼 뭐야.”
“플레이어의 힘을 보여주는 거지.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그게 무슨 말이야.”
“좀비의 증가한 신체 능력을 보여주고, 플레이어가 얼마나 강한지 보여주자고. 그럼 생존자들 스스로 깨닫지 않을까?”
최현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최현에게 쏠렸다.
좀 더 상세하게 얘기하라는 것처럼 보였다.
최현은 가볍게 목을 가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예전보다 강해진 좀비를 보여주면…… 아크에 있는 생존자들도 생각하겠지. 아크가 완벽하지 않다는 걸.”
“시위대 스스로 플레이어에게 매달리도록 만들자는 거지?”
“그거야.”
최현의 방안에 다들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팔짱을 끼고 있던 전완수도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해와 바람 이야기 같네. 나그네 스스로 겉옷을 벗도록 하자는 거 아니야?”
최현은 싱겁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정우는 가만히 턱을 매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한참이나 생각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곧 모두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현이 방안이 최선인 것 같고, 그렇게 하기 위해선 파티 압구정도 진실을 알아야 할 것 같아.”
“지금 얘기하려고? 그럼 한월도 그렇고, 파티 압구정도 어떻게 될지 몰라.”
정진영이 반박하자, 이정우는 마른세수와 함께 얘기했다.
“한월이 자초한 일이야. 그리고 판단은…… 압구정 플레이어들이 할 일이지.”
“…….”
뒤이어 김희연이 설레발 치며 얘기했다.
“어어! 저기 압구정 플레이어들 와요.”
한강에 몸을 숨기고 있던 파티 압구정과 오혜선, 한민욱이 다가왔다.
이정우는 다가오는 파티 압구정을 보고 결인들에게 얘기했다.
“전부 얘기할 거야. 의견 마찰로 허비할 시간 없어.”
“…….”
“강압적으로 보이더라도 양해해 줘.”
“네.”
결인들은 이정우를 믿고 고개를 끄덕였다.
산책로로 올라온 압구정 플레이어들은 지면에 널브러진 전투의 흔적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이게 대체…… 전부 여러분이 정리한 거예요?”
30대 남자가 말까지 더듬으며 묻자, 이정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하나만 묻겠습니다.”
“네? 아, 네. 말씀하시죠.”
“여러분 평균 근력이 어떻게 됩니까.”
“갑자기요?”
30대 남자는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더니, 오래 지나지 않아 홀로그램을 살피며 얘기했다.
“저는 22고…… 다른 사람들은 19에서 20입니다.”
“그게 공격대 버프까지 더한 스탯입니까?”
“네, 저희는 레이첼이 두 명이고, 공격대에 속한 파티는 각각 한 명씩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진즉에 죽었어야 됩니다.”
“……네?”
이정우의 직설적인 표현에, 파티 압구정의 플레이어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정진영이 이정우의 팔을 잡자, 이정우는 손길을 뿌리치며 냉정하게 얘기했다.
“여러분의 스탯으로는 좀비 한 마리도 버거워요.”
“네? 아니요. 좀비들은 강해봐야 5에서 6 정도 스탯이고…….”
“그건 세 번째 에피소드 시작하기 전이죠. 지금은 길거리의 좀비도 24의 근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네?”
“이제 그만 사실대로 얘기하시죠.”
“아니 뭐를…….”
30대 남자가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이자, 이정우는 구석에 있는 한월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언제까지 숨기실 겁니까. 한월 씨.”
“뭐, 뭐를요. 내가 뭘 숨겼다고요.”
“저희 파티원과 악수를 하고도 발뺌하는 겁니까?”
“예? 내가 언제 악수를 했다고…….”
한월이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자, 이번엔 압구정 플레이어들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압구정 파티에 있는 20대 후반의 여자가 한월을 쳐다보며 물었다.
“언니 기억 안 나요?”
“어?”
“전투 시작하기 전에 언니가 저기 있는 남자분이랑 악수했잖아요.”
“내가?”
한월이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자, 30대 남자는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당신들, 설마 우리 파티장한테 마리오네트 쓴 거야?”
“네. 썼습니다.”
이정우가 태연하게 대답하자, 30대 남자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너무 당당하게 얘기하니 당황한 모양이다.
이정우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들을 몰아붙였다.
“여러분이 지금껏 살아남은 거, 여러분이 잘해서가 아닙니다. 한월 씨에게 놀아난 거죠.”
“네?”
“한월 씨가 대장 좀비랑 손잡은 덕에 살아남은 겁니다.”
이정우가 진실을 까발리자, 한강 공원으로 무거운 침묵이 맴돌았다.
20대 후반의 여자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대뜸 이정우에게 소리쳤다.
“당신들 뭐야? 언제 봤다고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여! 우리 언니가 어떤 사람인데!”
“한월 씨가 어떤 사람인지 아무것도 모르는 건 당신입니다.”
이정우가 덤덤하게 얘기하자,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었다.
이정우는 30대 남자를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성함이 정명석, 맞습니까?”
“……맞습니다.”
“직업이 데니라고 들었습니다. 못 믿으시겠으면 직접 확인하시죠.”
정명석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한월과 이정우를 번갈아 가며 쳐다봤다.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자는 정명석을 쳐다보더니, 한월의 앞을 가리며 얘기했다.
“명석 오빠 생각 똑바로 해요. 오늘 처음 본 사람들 때문에 한월 언니 의심하는 건 아니죠?”
정명석은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더니, 한월과 여자를 쳐다보며 얘기했다.
“확인만 하는 게…… 나쁜 건 아니잖아.”
“오빠! 우리 신뢰 관계가 이것밖에 안 돼요? 지금 우리끼리 서로 의심하는 거예요?”
“아니 그게 아니고…….”
“아니긴 뭐가 아니야! 맞잖아요!”
20대 여자가 물러서지 않자,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전완수가 웃음을 터뜨렸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모두의 시선이 전완수에게 쏠렸지만, 그는 타인의 시선은 관심도 없다는 듯이 배꼽을 잡고 웃었다.
20대 여자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전완수를 노려보며 얘기했다.
“이게 웃겨? 당신들 목적이 뭐야. 왜 갑자기 나타나서 분탕질이야?”
“아니 존나 웃기잖아. 나만 웃겨?”
전완수가 눈물까지 찔끔거리며 웃자, 20대 여자는 씩씩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전완수는 힘겹게 웃음을 참으며 얘기했다.
“다들 안 웃겨요? 좀비 한 마리도 똑바로 못 잡는 사람들이 플레이어래. 이러니 생존자들한테 무시당하지.”
“……뭐?”
“가진 건 손톱만큼도 없으면서도 어깨에 힘주는 꼴이 웃기잖아. 그리고 의심? 아무것도 모르면서 잘났다고 떵떵거리는 게 너무 웃겨.”
“…….”
20대 여자는 두 주먹을 말아쥐며 파르르 떨었다.
하지만 달려들지는 못하고 이만 바득바득 갈았다.
전완수는 간신히 웃음을 그치며 여자에게 물었다.
“당신은 의심이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믿음이 없는 거지.”
“아니, 당신이 말하는 믿음은 믿음이 아니야. 맹신이지.”
“…….”
“사람은 의심하는 거야. 상대방을 알기 위해 의심하는 거라고. 그 의심이 해소될 때야 비로소 신뢰가 생기고 믿음이 생기는 거야.”
“…….”
“내가 틀렸나? 그럼 이렇게 묻지. 당신은 한월에 대해 얼마나 알지? 한월의 말이면 죽는시늉까지 하는 아첨꾼 아닌가?”
“아, 아첨꾼? 지금 뚫린 입이라고…….”
“내 눈엔 그렇게 보이는데? 아니라면 증명해 봐. 정명석 씨가 확인하도록 비키라고.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하지 말고.”
속사포처럼 뱉어내는 말에 최현과 설여원은 멍한 표정으로 전완수를 쳐다봤다.
최현과 설여원의 시선이 교차하자, 설여원은 입꼬리를 올리며 속삭였다.
“완수가 원래 이렇게 말을 잘했어?”
“가끔 신 내린 것처럼 보일 때가 있어.”
전완수가 까불거려서 그렇지, 생각이 없는 사람이 아니었다.
감정에 솔직할 뿐이었다.
20대 여자가 한월과 정명석을 번갈아 가며 쳐다보자, 한월은 반박 대신 마른침을 삼켰다.
붉으락푸르락해진 표정과 달리, 눈빛은 모든 것을 체념한 사람처럼 보였다.
이정우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지만, 한월이 끝까지 입을 열지 않자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한월 씨, 무전기 두 대 쓰시죠?”
“…….”
“조끼 주머니에 대장 좀비와 내통하는 무전기가 있다는 거 다 압니다. 이제 그만 사실대로 얘기하세요.”
그러자 조금 전까지 한월의 편을 들던 20대 후반의 여자가 한월을 쳐다보며 물었다.
“언니 아니죠? 저 사람들이 거짓말하는 거죠?”
“…….”
“왜 대답이 없어요. 무섭게.”
20대 후반의 여자가 반쯤 울먹이며 묻자, 한월은 두 눈을 질끈 감으며 얘기했다.
“……미안해.”
“네?”
“다들, 그동안 미안해.”
한월은 쓴웃음을 지으며 파티 압구정의 플레이어들을 가볍게 훑었다.
뒤이어 순식간에 옆구리에 차고 있던 헌팅 나이프를 뽑았다.
동시에 본인의 목으로 가져갔다.
푹-!
지면으로 붉은 핏방울이 떨어졌다.
한월의 예상치 못한 행동에, 파티 압구정의 플레이어들은 석고상처럼 굳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한 사람, 한월의 행동을 예상하고 반응한 사람이 있었다.
“…….”
이정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한월을 노려봤다.
뚝- 뚝-
이정우의 손에서 핏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이정우는 한월의 헌팅 나이프를 붙잡고, 한탄에 가까운 목소리로 얘기했다.
“끝까지 책임감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