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315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2부 61화
다급함이 묻어나는 목소리.
계획에 차질이 생긴 건가?
뒤에 있는 일행을 쳐다보자, 설여원과 전완수, 김희연의 두 눈이 새하얗게 변한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천리안을 통해 상황 파악에 나선 모양이다.
뒤이어 설여원은 세차게 고개를 젓더니, 카타나를 뽑으며 얘기했다.
“좀비들 몰려온다.”
“숫자는.”
“끝이 안 보여. 최소한 10만 이상이야.”
그러자 옆에 있던 파티 압구정과 호수공원, 망원시장의 플레이어들은 절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진선균과 최이경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내 곁으로 다가오며 물었다.
“뭡니까, 문제 생긴 거예요?”
“그런 것 같아요. 저 앞에 여의2교 지나서 국회대로 방면으로 가면 어디가 나오죠? 영등포구청인가요?”
“네, 그렇죠.”
영등포동을 지나면 양평동이고, 그 너머가 목동이었나?
그렇다면 서쪽에 있던 좀비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두두두두두두두-
뒤이어 안개의 경계면에서 죽기 살기로 달려오는 한월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악물고 앞머리를 흩날리며 달려오는 한월.
“들어가!! 다들 도망쳐!”
크어어어어어어!!!
카하아아아악!!
한월의 뒤로 끝을 알 수 없는 좀비 떼가 몰려오고 있었다.
거대한 벽이 다가오는 것처럼, 10차선 도로를 가득 채운 좀비들이었다.
결인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무기를 손에 쥐며 대로를 막아섰다.
좀비들의 숫자가 아무리 많아도, 일행의 신체 능력에 비하면 하등생물이나 다름없다.
또한 지형까지 우리에게 유리했다.
아크의 외벽은 여의서로에서 여의동로까지 이어진다.
여의도를 감싸는 샛강생태공원까지 있기에, 좀비들이 진입하려면 샛강공원을 가로지르는 여의교를 건너와야 한다.
즉, 아무리 많은 좀비가 달려들어도 눈앞의 다리만 막아서면 승산이 있다.
이를 알기에 결인들은 물러서지 않고 다리를 틀어막는 선택을 한 것이다.
카타나를 손에 쥐며 양옆으로 줄지어 선 일행을 쳐다보자, 전완수는 입꼬리를 올리며 얘기했다.
“전부 코인인데 외벽에 때려박게 둘 수는 없잖아?”
한월은 후다닥 내 곁으로 달려와 왼팔을 붙잡으며 얘기했다.
“들어가라니까 뭐 하는 거예요! 좀비들 10만이 넘는다고!”
이에 한월의 손길을 뿌리치며 뒤에 있는 플레이어들에게 외쳤다.
“파티 압구정와 호수공원, 망원시장은 뒤로 새는 좀비들만 잡아요! 정면은 소리결이 담당합니다!”
“저, 저것들과 싸우겠다고요?”
진선균이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다가왔다.
이에 입꼬리를 올리며 얘기했다.
“저희가 아크에 도착한 이상, 앞으로 어떤 식으로 싸우는지 잘 봐요.”
“…….”
진선균은 마른침을 삼키며 우와좌왕하더니, 뒤에 있는 플레이어들에게 외쳤다.
“우린 산책로 방면이랑 옆으로 새는 좀비들에 집중한다! 다들 무기 들어!”
진선균의 외침에 모든 플레이어가 무기를 들고 바들바들 떠는 모습을 보였다.
외벽 위에 있던 생존자들도 기겁하며 외쳤다.
“안 들어오고 뭐하는 겁니까!!”
“그냥 들어와!!”
“너무 많다고!! 풀링만 한다면서!”
“실패, 실패야!! 빨리 들어와!!”
생존자들의 외침을 외면하고, 옆에 있는 일행을 쳐다봤다.
다들 눈동자가 코인으로 변한 것처럼 보였다.
이에 훅, 하고 숨을 뱉으며 얘기했다.
“누가 제일 많이 잡나 시합할까?”
“재형이는 5분 뒤에 움직여야 하는 거 아니야?”
전완수가 콧방귀 뀌며 묻자, 옆에 있던 설여원은 싱겁게 웃으며 얘기했다.
“좀비화 쓰는 건 아니지? 그건 반칙이야.”
다들 장난기 가득한 모습을 보이자, 창을 쥐고 있던 이정우가 하체를 접으며 얘기했다.
“선착순.”
쾅-!
쏜살같이 달려나가는 이정우.
그 모습을 보고 여의2교에 있던 일행은 넋이 나간 표정을 지었다.
“야! 강화제 알약은 반칙이지!”
정진영도 허겁지겁 강화제 알약을 섭취하며 달려나갔다.
이에 질세라, 나도 하체를 접으며 읊조렸다.
“가속.”
쾅-!!
길거리 좀비들뿐이라면 우리의 먹잇감일 뿐이다.
학살의 시간이다.
* * *
안상진은 눈앞의 변종을 보고 목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쳤다.
“크어어어어어!!!”
-스킬 ‘전투의 포효’를 사용합니다.
동시에 두 주먹을 말아쥐며 읊조렸다.
“폭식, 도취, 탐욕, 오만, 역병 군단.”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스킬을 사용하고, 변종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훙-!
머리로 날아드는 주먹에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다급히 하체를 숙였다.
빠르다.
모든 스킬을 사용한 안상진의 신체 능력은 9500에 달하는데, 간신히 회피하는 게 한계였다.
‘대체 뭐야 저거.’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변종이었다.
알파도 아니고 베타, 감마, 델타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변종 에덤이라고 할 수도 없다.
덩치도 다른 변종과 달리 훨씬 작은 모습을 보였다.
고작 2m 크기.
슬쩍 보면 인간의 모습과 비슷하지만, 마치 화상을 입은 것처럼 살가죽이 눌어붙은 모습을 보였다.
미확인 변종의 등장에 안상진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신체 능력도 최소한 1만 이상으로 보였다.
수하들을 이용해서 사냥하고 싶어도, 현재 전투에 가담할 수 있는 수하가 많지 않았다.
어제 강동구를 정리하며 너무 많은 손실이 있었다.
강동구로 데려간 10만의 수하 중 7만이 사망했다.
그렇다고 마포구와 금천구에 있는 수하를 부를 수도 없는 노릇.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마포와 금천의 수하들을 부르면, 그 뒤에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초래할지도 모른다.
현재 양평동에 있는 3만의 수하로 어떻게든 저지해야 하는데, 3만의 수하들은 변종을 저지하는 게 한계였다.
급하게 길거리 좀비들을 수하로 만들며 싸우고 있지만, 임시방편일 뿐이었다.
수십만의 좀비가 여의도로 달려가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까드득- 까드득-
그 순간, 안상진의 귓가로 듣기 거북한 소리가 들려왔다.
‘아차.’
잠깐 시선을 돌린 사이, 미확인 변종의 공격이 이어졌다.
콰과과과과과!!!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주먹질에 안상진은 가드를 올리며 방어했다.
두 팔에 축적되는 충격으로 인해 전완근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거리를 벌리기 위해 놈의 복부에 발길질을 가하자, 고무줄을 발로 찬 것처럼 기이한 감각이 느껴졌다.
‘설마.’
퉁-!
그대로 튕겨 나오는 오른발.
9500의 힘으로 때렸더니, 그 힘에 해당하는 반작용이 발생했다.
예상치 못한 탄력에 안상진의 하체가 균형을 잃고, 덩달아 가드도 풀렸다.
미확인 변종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안상진의 머리를 붙잡더니, 그대로 무릎으로 찍었다.
쾅!!
“커헉!”
안상진의 치아가 부러지며 콧대가 내려앉았다.
아찔하게 일렁이는 시야와 갈피를 잃은 초점.
치지직- 치직-
-안상진 어디야!!
무전기로 들려오는 한월의 외침.
하지만 대답할 여력이 없었다.
다른 방법이 없기에, 안상진은 눈살을 찌푸리며 머릿속으로 명령을 내렸다.
‘반경 1㎞ 이내의 수하들은 전부 나를 지켜라.’
크어어어어어어!!
그러자 변종을 저지하던 수하들이 일제히 안상진에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미확인 변종은 좀비들의 음성을 듣고 시선을 돌리더니, 붙잡고 있던 안상진을 몇 번이고 지면에 내리꽂았다.
크어어어어!!
안상진의 수하들이 도달하자, 미확인 변종은 안상진을 내팽개치며 수하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안상진은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오른손을 덜덜 떨며 무전기를 손에 잡았다.
조금 전의 공격으로 무전기는 산산이 조각난 모습을 보였다.
“젠장…….”
더는 움직일 힘도 없기에, 신체가 재생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때까지 수하들이 버텨주길 바라는 게 최선이었다.
* * *
아크의 외벽에 있던 생존자들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여의2교를 바라봤다.
기마대가 적진을 쓸고 들어간 것처럼, 소리결이 지나간 자리는 쑥대밭이 되었다.
곤죽이 된 좀비들의 시체가 둔덕을 이루고, 질척한 핏물이 생태공원으로 흘러 들어갔다.
“뭐, 뭐가 지나간 거야.”
“전부 죽인 거야? 순식간에?”
“인간의 속도가…… 아니, 인간이 아니야.”
“좀비들, 좀비들이 쓸려나갔다!”
“신이다!! 소리결은 신이야!!”
생존자들의 표정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밑바닥까지 내려갔던 의지가 샘솟고, 사그라들었던 희망의 불씨가 다시금 타오르기 시작했다.
압도적인 격차를 목도하고, 소리결의 이야기를 신뢰하기 시작했다.
아니, 신뢰 정도가 아니었다.
소리결의 이야기가 전설이 되는 순간이었다.
불신으로 가득하던 생존자들의 마음에 믿음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생존자들의 함성이 들려오자, 외벽 너머에 있던 플레이어들은 얼굴에 묻은 핏물을 닦으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진선균은 퍼석한 입술을 핥으며 옆에 있는 한월에게 물었다.
“소리결, 소리결은 어디 갔습니까.”
“국회대로로 들어갔어요.”
“네? 밀고 들어갔다고요?”
“……네.”
직접 두 눈으로 보고도 한월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샛강생태공원 방면을 살피던 최이경은 마른침을 삼키며 물었다.
“옆으로 새는 좀비들 잡으라더니, 더는 접근하는 좀비도 없습니다.”
파티 압구정과 호수공원, 망원시장의 플레이어들은 낙동강 오리 알 신세가 되었다.
끽해봐야 200마리 잡았을까?
물론 이들에게 200마리는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었다.
좀비들과 대놓고 전면전을 치른 건 이번이 처음이기에, 다들 심장이 터질 듯이 뜀박질 치고 있었다.
띠링-
뒤이어 각 파티의 파티장 눈앞으로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힘을 합쳐 전투를 치른 플레이어들에게 공격대 구성의 기회가 주어집니다.
-가장 많은 적을 처리한 파티에게 공격대 대표의 권한이 주어집니다.
-파티 압구정, 파티 호수공원, 파티 망원시장은 이미 공격대를 구성한 상태입니다.
-이전 공격대 구성을 취하하고 소리결을 대표 파티로 새로운 공격대를 구성하시겠습니까?
한월과 진선균, 최이경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공격대 구성을 취하했다.
동시에 소리결을 대표 파티로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수락을 눌렀다.
띠링-!
-공격대 대표 파티에 소리결을 등록합니다.
-레이첼 버프가 적용됩니다.
-소리결에는 두 명의 레이첼이 존재합니다.
-공격대원의 신체 능력이 1.2배 증가합니다.
-공격대원의 신체 능력이 1.2배 증가합니다.
이들의 신체 능력은 대부분 20대, 혹은 30대였다.
평균을 25로 가정했을 때, 1.2배 효과를 받게 되면 +5의 스탯을 추가 능력치로 얻게 된다.
홀로그램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띠링-!
-공격대에 속한 파티원이 적을 처리할 시, 공격대원은 50% 삭감된 코인을 제공받습니다.
-좀비를 처리했습니다. 0.05코인이 제공됩니다.
-좀비를 처리했습니다. 0.05코인이 제공됩니다.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100코인 제공됩니다.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100코인 제공됩니다.
-좀비를 처리했습니다. 0.05코인이 제공됩니다.
…….
…….
쉴 새 없이 올라가는 코인 메시지를 보고 공격대원들은 벌어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시야를 뒤덮어버리는 코인 메시지에 한월은 두 눈을 껌벅이더니, 말없이 코인 메시지 차단을 눌렀다.
코인 메시지를 차단했지만, 라스트아크의 기계음이 계속해서 들리는 묘한 기분을 느꼈다.
“다, 다들 봤어요?”
한월이 말까지 더듬으며 묻자, 모든 플에이어가 얼빠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선균은 마른침을 삼키며 국회대로 방면을 응시하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이건…… 기적이야.”
1초에 수십 개의 코인 메시지가 표시될 수 있다는 걸, 이들은 오늘 처음 알았다.
반면에 최이경은 현 상황을 믿을 수 없는지, 머리를 긁적이며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물었다.
“소리결은…… 저희랑 같은 게임 하는 거 맞아요?”
모든 플레이어가 대답 대신 허탈하게 웃었다.
차원이 다른 전투력.
압도적이라는 표현도 부족했다.
한월은 헌팅 나이프를 불끈 쥐며 안개의 경계를 응시하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이게…… 랭킹 1등…….”
차마 말을 끝맺지 못했다.
지난 5개월간, 소리결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밀도가 다르다는 게 어떤 것인지,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었다.
성장이 정체되어 있던 플레이어들에게 소리결의 등장은 신선한 자극이자, 희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