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321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2부 67화
어디서 나타난 거지?
이미 모든 스킬이 쿨타임에 들어갔고, 전신의 뼈마디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알파5를 잡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었는데 또 돌연변이라니.
양천구?
아니면 강서구에 있던 놈인가?
알파5가 일으킨 굉음이 돌연변이의 감각을 자극한 모양이다.
피리 부는 소년이나 다름없는 돌연변이가 왔다는 건…… 일대의 모든 좀비와 변종이 몰려온다는 뜻이다.
두두두두두두두두…….
뒤이어 천지를 울리는 말발굽 소리가 들려오고, 전신을 더듬는 끔찍한 울음소리가 고막을 울렸다.
크어어어어어어!!!
키에엑- 키에에엑!!
브르릅- 브릅-
좀비와 변종의 불협화음이 선명하게 들려왔다.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자, 돌연변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 모습을 위아래로 훑었다.
까각…… 깍? 까득.
변종인지 먹잇감인지 헷갈리는 건가?
놈은 내 앞으로 성큼 다가오더니, 콧잔등을 찌푸리며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지금의 난 피 칠갑을 한 상태나 다름없다.
알파5의 피 냄새가 섞여 있으니, 판단이 서지 않는 모양이다.
어떡하지?
선제공격해야 하나?
아니야, 돌연변이는 물리 공격을 반사 능력이 있고, 지금의 내겐 카타나가 없다.
아직 아군인지 적군인지 분간하지 못하고 있으니 이 틈에 거리를 벌려서…….
까득-
그 순간, 돌연변이의 입꼬리가 귓불에 걸릴 듯이 올라갔다.
설마 눈치챈…….
뻑-!!
“……어?”
조금 전까지 눈앞에 돌연변이가 있었는데, 지금은 푸르른 하늘 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나…… 맞은 거야?
한 박자 늦게 턱에서 얼얼한 통증이 느껴졌다.
무의식적으로 턱을 만지자, 하관이 반쯤 돌아간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어…… 어으? 으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
두 눈을 껌벅이며 황급히 상체를 일으키자, 서서히 접근하는 돌연변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어떻게든 상황을 모면해야 한다.
현재 가용할 수 있는 스킬은…….
‘하울링.’
이에 도끼눈을 뜨며 돌연변이를 응시하자, 심장의 고동과 함께 눈앞으로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반경 500m 내의 적에게 두려움을 각인시킵니다.
그러자 돌연변이의 올라간 입꼬리가 내려오고, 동시에 하체를 접는 모습을 보였다.
반응속도가 빠른 놈이니, 본인의 신체 능력이 너프된 걸 느끼고 속전속결로 끝내려는 건가?
덩달아 하체를 접으며 놈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쾅-!!
지면을 박차며 쏜살같이 접근하는 돌연변이.
이에 카운터블로를 날리려는 찰나, 오른팔로 전해지는 통증에 미간을 찌푸렸다.
‘때리면 안 돼.’
지금 돌연변이를 가격했다간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할지도 모른다.
오른팔에 금이 간 상황에, 반사 피해까지 들어오면 버티지 못할 것이다.
이에 카운터블로를 날리는 대신 알파5의 시신이 있는 곳으로 달렸다.
카타나부터 회수해야 한다.
쾅-!!
지면을 박차며 달려나가자, 목덜미로 서늘한 기운이 날아들었다.
슬쩍 뒤를 돌아보자, 발치까지 다다른 돌연변이의 얼굴이 두 눈에 들어왔다.
‘잡힌다.’
이에 기겁하며 상체를 숙였다.
훙-!
조금만 늦었으면 돌연변이의 주먹에 머리가 달아났을 것이다.
간발의 차로 회피하자, 돌연변이는 알파5의 시체와 내 사이를 가로막으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조금만 더 가면 카타나를 회수할 수 있는데.
알파5의 등에 박혀 있는 카타나를 곁눈질로 쳐다보자, 돌연변이는 덩달아 그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칼자루를 보고는 입꼬리를 올린다.
이 자식, 저게 날붙이라는 걸 아는 건가?
마운트 포지션을 단번에 학습한 것도 그렇고, 지금 행동도 그렇고, 돌연변이의 지능은 강아지와 엇비슷한 수준으로 보인다.
어떡하지?
좀비화와 광폭화만 가지고는 돌연변이를 상대할 수 없다.
내게 다른 선택지가…….
퉁-
그 순간, 청량한 소리와 함께 돌연변이의 어깨에 닿는 투명한 물방울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 저건…….
“피해!!!”
고막을 찌르는 여자의 목소리.
너무나도 익숙한, 너무나도 반가운 목소리였다.
설여원이다.
돌아볼 새도 없이 옆으로 몸을 날리는 순간.
콰아아아아아아아-!!!!
수직으로 쏟아지는 중력장이 돌연변이의 전신을 짓눌렀다.
뒤이어 전완수와 김희연이 설여원의 옆에 서더니, 같은 지점을 향해 중력장 소총을 발사했다.
퉁-! 퉁-!
콰아아아아아아앙-!!!!
연달아 쏟아진 눈부신 빛줄기는 돌연변이의 반사 능력마저 무력화시켰다.
하지만 카운트 메시지가 떠오르지 않은 상황.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황급히 알파5의 시체로 달려가 등에 박힌 카타나를 뽑았다.
단단하게 고정된 카타나를 있는 힘껏 뽑아내고, 엑스칼리버를 뽑아 든 아서왕처럼 돌연변이를 향해 돌진했다.
움푹 파인 지면에 대(大)자로 박혀 있는 돌연변이.
놈이 상체를 일으키려는 찰나.
푹!
놈의 경추에 카타나를 찔러넣고, 그대로 비틀었다.
촤악-!
-돌연변이를 처리했습니다. 카운트 100,000점이 주어집니다.
이전보다 손쉽게 돌연변이를 처리하고, 이곳으로 달려오는 일행을 쳐다봤다.
“한바탕 신나게 날뛰었나 보네?”
전완수는 싱겁게 웃으며 내 전신을 훑었다.
전신에 피 칠갑을 하고, 부러진 뼈마디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난 심호흡과 함께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목동교는?”
“안상진 씨가 담당하고 있어. 거기도 좀비들 많거든.”
“뭐?”
“걱정 마. 변종은 우리가 전부 처리했고, 남은 좀비는 안상진 씨가 수하로 만들겠다고 남은 거야.”
다행히 안상진과 만난 모양이다.
그럼…… 안상진과 결인들이 교대했다고 봐야 하나?
뒤이어 옆에 있던 김희연이 후방을 살피며 얘기했다.
“얘기는 나중에 하고, 빨리 저것들부터 정리하죠.”
김희연이 가리키는 방향을 살피자, 국회대로에서 선혈이 낭자 하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각종 변종을 상대로, 결인들이 혈투를 벌이고 있었다.
혈투? 아니, 저건 혈투가 아니다.
일방적인 폭행이지.
일행의 움직임이 이상하다.
저건 알파4와 엇비슷한 수준인데?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고개를 갸웃거리자, 전완수는 입꼬리를 올리며 얘기했다.
“너 좀비화랑 광폭화 쓰면 신체 능력 2300이지?”
“어.”
“이젠 전부 떠맡으려고 할 필요 없어. 우리 강화제 알약 10개 먹으면 신체 능력 3000이니까.”
3000?
어디서 그런 힘이 생긴 거지?
놀란 눈으로 쳐다보자, 설여원은 접근하는 좀비를 일격에 으스러뜨리며 얘기했다.
“얘기는 나중에 듣고, 일단 신체부터 재생해. 이번엔 우리가 시간 끌어줄 테니.”
얼떨떨한 상황에 대답도 못 하고,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 * *
일행의 전투를 지켜보며 벌어지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신체 능력 3000에 달하는 플레이어 9명이 모이자, 더는 위협이라 부를 만한 적이 없었다.
4단계 변종의 신체 능력이 4000인데, 일행은 라스트아크의 아이템과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1천의 근력 차를 극복하고 있었다.
심지어 동시에 달려들어서 처리해 버리니, 4단계 변종도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좀비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고작 20에서 30을 오가는 좀비들은 비바람에 쓰러지는 갈대처럼 허망하게 누워버렸다.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건가?
감염된 식물이 나타나도 마찬가지였다.
설여원과 전완수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인벤토리에서 호스를 꺼내어 식물에게 분사하고, 최현과 이정우, 정진영이 빛의 속도로 식물을 처리했다.
윤혜리와 김희연, 박재우와 황덕록은 좌우로 나뉘어 접근하는 모든 감염체를 처리했다.
말문이 막힌다.
일행은 폭주 기관차나 다름없었다.
돌연변이가 끌고 온 수십만의 좀비, 수천 마리의 변종, 꿈틀거리는 감염된 식물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다만 조심해야 하는 부분도 있었다.
‘슬슬 진정해야 돼.’
전투가 길어지면서 접근하는 좀비와 변종의 숫자가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좀비들의 포효와 변종의 비명이 끝도 없이 퍼져 나갔으니 말이다.
구로구와 계양구, 부평구의 좀비와 변종까지 몰려오는 것으로 보였다.
전황을 살피며 불안한 마음이 자꾸만 솟아올랐다.
안상진이 그랬다.
서쪽은 정리가 되지 않았다고.
그래서 아크를 중심으로 반경 4㎞에 수하들을 분산시켜서 수비에 전념하는 상태라고.
지금 일행이 향하는 곳은…… 태초의 상태 그대로일 것이다.
생존자는 찾아볼 수 없는 변종과 좀비들의 터전.
오직 약육강식으로 세계.
이에 무전기를 들고 외쳤다.
“다들 돌아와! 더 들어가면 안 돼! 지금도 너무 깊어!”
치지직- 치직-
-재형아! 저 앞에 신월IC 보이는데, 김포공항까지 얼마나 남은 거냐?
무전기로 들려오는 전완수의 목소리에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얘기했다.
“거기 아니야! 화곡동 가로질러 가면 되는데 왜 대로로 이동해서 어그로를 끌어!”
-정우 형 스탑! 거기 아니래요!
결인들은 눈앞의 좀비와 변종에게 집중한 나머지, 무턱대고 직진한 모양이다.
증가한 신체 능력으로 인해 아드레날린이 폭주하는 건 알겠지만, 진정할 필요가 있다.
그러다 문득, 나도 모르게 실웃음이 터졌다.
이런 기분인가?
좀비화를 쓰고 날뛰는 내 모습을…… 일행은 이렇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본 건가?
그동안 이정우와 설여원이 왜 그리 걱정했는지 알 것 같다.
살얼음판을 걷는 자식을 지켜보는 기분이었다.
고개를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신체 재생도 완료되었고, 장비의 내구도도 복구되었다.
저 멀리, 이곳으로 돌아오는 일행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좀비화의 남은 시간은 1시간.
슬슬 웨이브를 끊어야 한다.
“다들 목동교로 뛰어!! 좀비 웨이브 끊고 가야 돼!”
국회대로를 질주하던 일행은 알겠다는 대답과 함께 목동교까지 쉬지 않고 달렸다.
나도 일행을 뒤따라 목동교로 향했다.
“감지.”
목동교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감지를 사용하자, 저 멀리 보랏빛으로 보이는 안상진을 발견할 수 있었다.
1천도 되지 않던 수하는 어느새 8만 이상의 보랏빛 물결로 변한 상태였다.
결인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목동교 앞에서 대열을 정비했다.
이정우는 입가에 묻은 좀비들의 혈흔을 닦으며 물었다.
“좀비화 몇 분 남았어.”
“1시간이요.”
“그럼 40분만 싸우고, 신기루로 웨이브 끊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무기를 고쳐 쥐었다.
겉으로 내색하지 않지만, 결인들의 호흡은 상당히 거칠었다.
아무리 신체 능력이 증가해도 체력적 부담은 어쩔 수 없었다.
1시간 동안 쉬지 않고 격하게 몸을 움직였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전완수는 이정우의 눈치를 보며 물었다.
“형, 저희 체력 회복제 먹고 싸우는 건 어때요?”
“안 돼. 참아.”
“40분은 더 싸워야 하는데…….”
“강화제 알약도 별로 안 남았잖아. 체력 회복제 하나가 강화제 알약 10개 값이라고.”
이정우가 단칼에 거절하자, 전완수의 입술이 뾰로통해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최현이 능글맞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우리 완수 힘들었쪄요?”
“징그러, 하지 마.”
“우쭈쭈, 완수 힘들어요?”
두 사람이 시시덕거리자, 이번엔 설여원이 입을 열었다.
“둘 다 집중 안 해? 저것들 안 보여?”
어느새 300m 앞까지 접근한 좀비와 변종들.
알파, 베타, 감마, 감염된 동식물 할 것 없이 떼거리로 몰려오고 있었다.
전완수는 카타나의 내구도를 살피더니, 한숨을 내쉬며 얘기했다.
“어휴, 아주 그냥 오늘 끝을 보겠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전완수를 포함한 모두의 눈빛에 생기가 돌았다.
의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스킬 감지가 유지되는 동안, 난 접근하는 모든 개체를 주시했다.
자주색으로 보이는 변종의 크기를 통해 진화 단계를 파악할 수 있었다.
다행히 500m 이내에 5단계 변종은 없었다.
이에, 칼자루를 말아쥐며 얘기했다.
“5단계는 없어. 다들 100m 거리 유지하면서 싸워. 깊게 들어가면 위험하니…….”
두근-
그 순간, 심장에서 아찔한 진자운동이 느껴졌다.
시야의 끝자락.
500m 끝.
있어선 안 되는 존재가, 우리를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발견하고 목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쳤다.
“안상진 씨!!”
좌측에서 길거리 좀비들을 정리하고 있던 안상진이 이곳을 쳐다본다.
곧 쏜살같이 다가오며 물었다.
“왜, 무슨 일이야.”
“대장 좀비, 서울에 대장 좀비 더 있어요?”
“없어. 내가 유일해.”
“그럼 목동에 두고 온 수하는요?”
“아까 나올 때 전부 데리고 나왔…….”
“그럼 저건 뭐예요.”
안상진의 말을 자르며 목동을 가리켰다.
안상진은 목동 방면을 살피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왜, 뭐 있어?”
좀비와 변종 때문에, 안상진의 눈에는 저놈이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이는 결인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내겐…… 500m 끝에서 이곳을 똑바로 응시하는 보랏빛 존재가 선명하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