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323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2부 69화
한월과 안상진에게 금천구를 부탁했으니, 추후 적의 움직임이 감지되면 보고할 것이다.
지금은 목동에 들어찬 수십만 대군부터 처리해야 한다.
중력장이 사라짐과 동시에, 카타나를 말아쥐며 돌연변이에게 달려들었다.
지면에 박힌 돌연변이는 전신을 파르르 떨며 상체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푹-!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돌연변이의 정수리에 카타나를 박아넣었다.
-돌연변이를 처리했습니다. 카운트 100,000점이 주어집니다.
칼날을 비틀어 뽑은 뒤, 주변을 에워싼 변종들의 모습을 살폈다.
“박재형 저기!”
그 순간, 등 뒤로 설여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설여원은 정면을 가리키고 있었다.
설여원의 손끝을 따라 시선을 돌리자, 경인 지하차도를 가리키는 걸 알 수 있었다.
두 눈을 가늘게 뜨고 경인 지하차도를 응시하자,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기이한 울음소리를 파악할 수 있었다.
흐흑…… 흑…… 흐윽…….
여자의 울음소리.
델타 변종이다.
아직 태양이 중천에 떠오른 시각이니 델타가 밖으로 나오는 일은 없을…….
터벅-
흐흑…… 흑…….
터벅- 터벅-
그런 말이 있던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라는 말이야말로 있을 수 없다는 말이.
델타가 걸어 나온다.
볕이 내리쬐는 지하차도 밖으로, 상체를 흔들며 걸어 나온다.
5m 크기 델타 변종.
델타3이 3m가 되지 않았는데 5m의 델타라면…….
‘5단계다.’
반사적으로 마른침이 넘어갔다.
델타도 5단계가 되면 바깥 활동이 가능한 건가?
하긴, 햇볕을 싫어할 뿐이지 흡혈귀처럼 타 죽는 건 아니니,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게다가 5단계나 되는 녀석이라면 더더욱.
흐흑…… 흑.
200m 앞까지 접근한 델타5.
좌우로 흔들거리던 상체가 멈추고, 울음소리도 끊겼다.
델타3도 엄청난 속도를 지녔는데, 과연 5단계의 움직임은 얼마나 빠를까.
카타나를 말아쥐며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50cm에 달하는 델타5의 손가락이 활짝 펴지고, 놈의 상체가 앞으로 기우는 모습을 보였다.
긴장감을 끌어올리며 전신의 털끝을 곤두세웠다.
온…….
촤악-!
“어?”
온다, 라고 생각하려는 찰나, 허공에 흩뿌려지는 핏물이 두 눈에 들어왔다.
시간이 엿가락처럼 늘어지며 공중에서 회전하는 오른팔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른팔에는…… 카타나가 들려 있었다.
한 박자 늦게 우측으로 시선을 돌리자, 어깻죽지에서 쏟아지는 핏물과 함께 히죽거리는 델타5를 발견할 수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내 오른팔이 잘린 거야?
200m를 돌파하는 모습이 눈에 보이지도 않았는데?
뒤늦게 지끈거리는 통증이 몰려왔다.
좀비화가 활성화된 중에는 뼈가 부러질 정도의 충격에만 통증이 느껴지는데, 이건 차원이 다른 통증이었다.
누군가가 내 전신을 불로 지지는 듯한 고통.
“끄윽……!”
짧은 비명을 토하며 황급히 뒷걸음질 치는 찰나, 햇빛을 받아 번쩍이는 델타5의 손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왼쪽.’
시선을 돌릴 겨를도 없이, 뒤로 넘어지듯이 허리를 젖혔다.
핏-!
좌측 볼에 생채기가 생기고, 간신히 델타5의 공격을 회피할 수 있었다.
너무 빠르다.
눈으로 좇는 건 거의 불가능하고, 반응조차 쉽지 않았다.
“재형아!!”
저 멀리, 설여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설여원의 눈빛은 공포감에 젖어 있었다.
공중에서 회전하는 내 오른팔을 보고 절망에 잠식된 표정.
이는 다른 일행도 마찬가지였다.
두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하고 있었다.
동시에 델타5의 시선이 일행이 있는 곳으로 향하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엿가락처럼 느려진 시간 속에, 홀로 유유히 움직이는 델타5.
안 돼.
이대로 두면 안 돼.
반사적으로 목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쳤다.
“도망쳐!!”
하지만 델타5의 도약이 빨랐다.
어서 쫓아가야 하는데, 통증으로 인해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이에 까드득 이를 갈며 내면의 광기를 불러일으켰다.
죽인다, 죽여야 돼.
갈가리 찢어발겨야 돼.
죽이지 않으면…… 내 동료가 죽는다.
두근-
심장의 고동과 함께 오른팔 절단면에서 쏟아지는 혈액의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혈류가 빨라지고, 전신의 혈관이 불끈 솟아났다.
두 눈의 실핏줄이 터지고, 시야가 좁아진다.
두근- 두근- 두근-
호흡이 가빠지고, 오직 델타5의 뒷모습만이 두 눈에 들어왔다.
전신을 휘감은 고통 속에서, 정체 모를 희열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띠링!
-특수 스킬 반격이 활성화됩니다.
[반격]-하나의 대상에게 일방적으로 공격당할 시 발동됩니다.
-반격이 활성화되면 30분간 모든 신체 능력이 2배 증가합니다.
-재사용 대기시간 1시간.
띠링-!
-광란이 활성화됩니다.
* * *
“진선균 씨 뒤로 와요!”
한월이 소리치자, 진선균은 대열을 살피며 주변 일행에게 외쳤다.
“6보 뒤로!”
호수공원의 파티원들은 진선균의 외침에 따라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목동교의 양 끝을 안상진이 담당하고, 중앙으로 들어오는 좀비들을 플레이어들이 담당하고 있었다.
처음의 어색하던 칼질도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소리결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나약하지만, 이들도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안상진은 부족한 수하를 복구하며 좀비들 처단에 열을 올렸다.
피빗- 핏- 피빅-
그 순간, 안상진의 머릿속에서 붉은 점이 빠르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는 정전기에 놀란 사람처럼 움찔거리더니,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금천구 방면을 살폈다.
안상진의 이상증세를 확인한 한월이 마른침을 삼키며 물었다.
“왜, 무슨 일 있어?”
“온다.”
“뭐?”
“금천구에서 몰려와.”
안상진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언제나 무덤덤한 표정에, 웬만한 일로는 감정의 동요를 보이지 않는 안상진이 두려움에 잠식된 표정을 하고 있었다.
한월은 이를 파악하고 황급히 무전기를 들었다.
“박재형 씨! 박재형 씨 대답해요!!”
하지만 박재형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치지직- 치직-
뒤이어 무전기로 신호가 들어오더니, 박재형 대신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한테 말씀하세요!
이정우의 목소리.
한월이 안상진을 쳐다보자, 안상진은 무전기를 낚아채며 얘기했다.
“금천구 방면에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규모 파악 가능합니까?
“파악은 안 됩니다. 다만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어요. 다수의 변종, 혹은 다른 무언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전부 아크로 돌아가세요! 우리도 곧 따라가겠습니다!
“예? 지금 돌아가면 좀비들이…….”
치지직- 치직-
뒤이어 무전이 겹치며 잡음이 잡혔다.
안상진이 말을 멈추자, 그제야 이정우의 대답이 들려왔다.
-전부 들어가라고!! 다 죽기 싫으면!!
쩌렁쩌렁하게 들리는 이정우의 목소리에, 안상진은 마른침을 삼키며 옆에 있는 플레이어들을 쳐다봤다.
다들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지만, 소리결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었다.
한월은 안상진의 손에 있는 무전기를 빼앗으며 얘기했다.
“전부 아크로 돌아갑니다.”
“…….”
“안상진 너도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 갈 곳 없으면 한강공원에 숨어 있어.”
“…….”
“진선균 씨, 무전기 있죠?”
한월이 진선균을 쳐다보며 묻자, 그는 옆구리에 차고 있던 무전기를 건네주었다.
한월은 진선균의 무전기를 안상진에게 건네주며 얘기했다.
“일단 몸 사려.”
“무슨 상황인지 알아야 대책을 세우지.”
“무슨 상황인지 몰라도, 대책 같은 건 필요 없어.”
“뭐?”
안상진이 눈살을 찌푸리며 묻자, 한월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계획은 예전에 틀어졌어. 지금은 소리결이 시키는 대로 따르는 게 최선이야.”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쟤들 두고 우리만 살자는 거냐? 우리도 도와야 할 것 아냐!”
안상진이 언성을 높이자, 한월은 미간을 찌푸리며 얘기했다.
“아직도 모르겠어?”
“……뭐?”
“살아남기도 힘든 세상에 계속 성장해 온 애들이야. 우리보다 영민한 애들이라고.”
“…….”
“시키는 대로 따르는 게 도와주는 거야.”
한월의 말에 반대하는 사람은 나오지 않았다.
다들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끝까지 망설이던 안상진도, 결국 세차게 혀를 차며 수긍했다.
“전부 돌아간다! 빨리 움직여!”
한월이 외치자, 목동교에 있던 플레이어들은 서둘러 아크로 이동했다.
안상진은 목동 방면을 어깨너머로 바라보더니, 두 눈을 질끈 감으며 애써 외면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월의 말이 맞다.
지금은 시키는 대로 따르는 게 최선이었다.
* * *
콰직- 쾅!!!!
설여원은 눈앞에서 벌어진 광경을 보고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분수처럼 쏟아지는 핏물.
낭자하는 선혈.
얼굴을 적시는 핏물의 온도.
툭-
두 눈을 껌벅이자, 바로 옆으로 고꾸라지는 델타5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델타5는 감전된 쥐새끼처럼 전신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아직 숨이 붙어 있지만, 충격으로 인해 뇌기능을 상실한 것으로 보였다.
설여원은 얼굴에 묻은 핏물을 닦으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거의 넋이 나간 표정으로 정면을 살피자, 그곳엔 박재형이 서 있었다.
박재형의 전신에서 뜨거운 증기가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었다.
스킬 급가속을 사용했을 때 나타나는 기류.
아니, 평범한 기류가 아니다.
급가속으로 발생하는 기류보다 더욱 거칠고 빠른 기류가 맴돌고 있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박재형은 델타5의 오른팔을 뜯어내고, 그대로 등을 가격하여 제압했다.
“바, 박재형.”
설여원이 말까지 더듬으며 박재형을 부르자, 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아크로…… 돌아가.”
“너, 너 괜찮은 거야? 설마 광란…….”
“돌아가.”
박재형의 이마 위로 핏줄이 불끈 솟아났다.
화난 건가?
당최 무슨 감정인지 파악할 수가 없었다.
뒤이어 박재형의 입에서 힘겹게 내뱉는 말이 들려왔다.
“중첩…… 될 것…… 같아.”
“뭐?”
“시간이…… 없어.”
화가 나서 저러는 게 아니었다.
광란의 중첩 발동.
박재형은 광란이 중첩 발동되지 않도록 힘겹게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다.
치지직- 치직-
-박재형 씨, 박재형 씨 대답해요!! 금천구 방면에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뒤이어 무전기에서 한월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상황을 지켜보던 이정우가 대신 입을 열었다.
“전부 아크로 돌아가세요! 우리도 곧 따라가겠습니다!
-예? 지금 돌아가면 좀비들이…….
“전부 들어가라고!! 다 죽기 싫으면!!”
이정우는 무전을 마치고 박재형과 설여원의 곁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뒤이어 박재형의 두 눈을 똑바로 주시하며 얘기했다.
“대답해. 돌아올 수 있다고.”
“…….”
“어서 대답해! 정신줄 안 놓고 다시 인간으로 돌아오겠다고!”
박재형은 두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심호흡하더니, 전신에 힘을 주며 대답했다.
“할 수 있습니다.”
이정우는 박재형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그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뒤이어 울상에 가까운 표정을 짓더니, 지금의 무거운 마음을 입 밖으로 꺼내 들었다.
“미안하다. 우리가 더 강해지지 못해서.”
박재형은 힘겹게 감정을 억누르며 얘기했다.
“빨리…… 돌아가요. 더는…… 버티기 어렵습니다.”
박재형의 어깨를 붙잡은 이정우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두려움 때문이 아니었다.
죄스러움과 죄책감이 느껴지는 손길이었다.
이정우는 두 눈을 질끈 감으며 시선을 외면하더니, 뒤에 있는 결인들에게 외쳤다.
“전부 아크로 돌아가! 돌아가면서 변종이랑 좀비들 처리한다!”
결인들의 표정도 이정우와 다를 바 없었다.
목석처럼 우두커니 서 있는 박재형을 보고, 다들 두 주먹을 쥐며 고개 숙였다.
설여원은 힘겹게 눈물을 삼키며 얘기했다.
“좀비화 풀리는 시기에 맞춰서 올게.”
“…….”
“꼭 데리러 올게.”
설여원은 여기까지 말을 마치고 결인들의 곁으로 향했다.
결인들이 목동을 벗어나고, 홀로 남은 박재형은 지면에 엎어진 델타5를 응시했다.
델타5는 오른팔이 잘려나간 것도 모자라, 등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
박재형은 델타5의 뒤통수를 유심히 쳐다보더니, 오른발을 수직으로 치켜들었다.
꽝-!!!!!
뒤통수로 직격한 오른발에 델타5의 두개골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으스러졌다.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카운트 200,000점이 주어집니다.
알파5와 달리, 델타5의 카운트는 20만 점.
알파5에 비해 델타5의 방어력과 근력은 뒤떨어지지만, 치명적인 손톱과 압도적인 속도로 인해 지급하는 포인트에 차이가 있었다.
좀비화와 광폭화, 광란, 반격, 거기에 급가속과 하울링까지 사용한 박재형.
연격과 난동을 사용하지 않아도, 현재 박재형의 신체 능력은 13800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