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325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2부 71화
이정우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앞뒤를 살폈다.
뒤에는 알파5가, 앞에는 다수의 변종과 좀비들이.
진퇴양난의 상황.
인류 최후의 보루나 마찬가지인 아크가 무너지기 일보 직전의 상황이었다.
‘재형이 말이 맞았어.’
대공습 레버를 당긴 것도 아닌데, 이렇게 많은 물량이 한순간에 몰려드는 건 말이 안 된다.
대장 좀비에 의한 의도적인 공습이다.
이정우는 떨리는 두 손에 힘을 주어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오래 지나지 않아 모두에게 외쳤다.
“전부 알파5에 집중해!!”
“너도 빨리 와!! 게이트 무너진다고!!”
정진영이 외치자, 이정우는 결의를 다진 것처럼 창과 방패를 손에 쥐며 외쳤다.
“생존자만 생각해!!”
이정우가 4번 게이트로 이동하자, 이를 바라보던 정진영이 오만상을 쓰며 결인들에게 물었다.
“너희 알파5 상대할 수 있어?”
“버티기만 해도 알아서 죽을 텐데 당연히 가능하죠!”
전완수가 의기양양한 모습을 보이자, 정진영은 카타나를 말아쥐며 얘기했다.
“부탁한다!”
“네?”
정진영은 곧장 4번 게이트로 달려갔다.
결인들이 애타게 정진영을 불렀지만, 알파5가 발악하자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설여원은 미간을 찌푸리며 주변 결인들에게 외쳤다.
“알파5부터 빨리 잡고 오빠들 도와주러 간다!”
“오케이!”
전완수와 최현은 망설임 없이 알파5에게 달려들었다.
한편 4번 게이트에 도착한 이정우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생각했다.
‘내가 버텨야 모두가 산다.’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그는 물러설 수 없었다.
목숨을 바쳐서라도 박재형이 도착할 때까지 시간을 끌어야 한다.
“이정우!!”
등 뒤로 정진영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이정우는 놀란 눈으로 뒤를 돌아봤다.
“왜 왔어 인마!!”
“죽으러 가는 거 뻔히 알면서 못 본 척하냐?”
정진영이 입꼬리를 올리며 되묻자, 이정우는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물었다.
“죽으러 온 거 뻔히 알면서 왔냐? 머리에 나사 빠졌어?”
“너 죽으면 누구랑 합주하냐.”
정진영의 대답에 이정우는 넋이 나간 표정을 지었다.
고작 그런 이유로 목숨을 걸어?
이정우가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하자, 정진영은 싱겁게 웃으며 얘기했다.
“소리결 데파페페는 죽어도 같이 죽는다.”
“미친놈.”
“자기소개 잘 들었고.”
정진영의 대답에 이정우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터무니없을 정도로 단순한 대답에, 웃을 수밖에 없었다.
뒤이어 4번 게이트를 응시하며 마른침을 삼켰다.
“준비해.”
“언제든.”
-내구도: 4%, 3%, 2%, 1%.
-4번 게이트의 전력이 차단됩니다.
치이이-
굳게 닫혀 있던 게이트가 좌우로 열리고, 그 너머로 눈부신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다.
크어어어어어어어!!!!
동시에 인간의 살점을 탐닉하는 지옥의 아귀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이정우와 정진영은 기합을 내지르며 좀비들에게 달려들었다.
훙-
그 순간, 푸른 하늘에 옥에 티처럼 박힌 검은 인영이 햇볕을 차단했다.
콰아아앙-!!!
연달아 허공을 박차며 소닉붐을 일으키더니, 그대로 수직 낙하하는 인영.
쾅-!!!! 우르르르- 쿠궁-
그대로 12차선에 달하는 서울교 중심에 낙하하더니, 다리의 중심부를 무너뜨렸다.
다리 위에 있던 좀비와 변종들은 반응조차 못 하고 샛강생태공원 저수로로 떨어졌다.
이정우와 정진영이 멍한 표정을 짓자, 뒤이어 자욱한 흙먼지 속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옆으로 새는 놈들만 처리해 줘요!!”
박재형의 목소리였다.
* * *
좀비화의 남은 시간은 55분.
55분 이내에 이 많은 좀비와 변종을 처리할 수 있을까?
3단계, 4단계는 발에 치일 듯이 많고, 저 멀리 5단계의 모습도 보인다.
‘집중해.’
고민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일단 해보고, 안 되면 그때 생각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이에 카타나를 칼집에 넣고, 건틀릿을 말아쥐며 하체를 접었다.
모조리 죽인다.
쾅-!!!!
공기를 찢으며 모든 좀비와 변종의 머리를 날렸다.
까드득- 까각- 깍!
그 속에서 들리는 돌연변이의 음성.
소리의 근원지로 시선을 돌리자, 머뭇거리는 돌연변이의 얼굴이 두 눈에 들어왔다.
이마에 적힌 1번이라는 글자를 보고, 도끼눈을 뜨며 살기를 내뿜었다.
띠링-!
-살기를 내뿜어 반경 500m 내의 적에게 두려움을 각인시킵니다.
-두려움이 각인된 적은 이동속도 30% 감소 효과가 적용됩니다.
재빨리 두 다리에 제동을 걸고, 발목을 비틀어 돌연변이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놈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다급히 허리를 숙이는 모습을 보였다.
보인다.
일전에는 읽히지 않던 움직임이, 지금은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이에 오른발로 있는 힘껏 땅을 내디디며, 오른손을 칼자루로 옮겼다.
스릉-
첨예한 칼날이 번뜩이고, 순식간에 뽑아 든 카타나로 돌연변이를 목과 허리를 노렸다.
두 차례 사선으로 그어지는 칼날.
깍…… 까각?
-돌연변이를 처리했습니다. 카운트 100,000점이 주어집니다.
돌연변이는 반응조차 못 하고, 그대로 머리와 허리가 갈라지며 차디찬 송장으로 전락했다.
핏방울도 튀지 않은 깔끔한 붙여 베기.
브르릅- 브릅-
뒤이어 200m 거리에서 혓바닥을 감는 베타 변종을 발견할 수 있었다.
12m에 달하는 덩치.
게다가 두꺼비처럼 전신에 수포가 있다.
저게 5단계 베타 변종인가?
쒜엑-!!
뒤이어 일직선으로 날아드는 혓바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저게 뭐야.’
혓바닥이 하나가 아니었다.
일직선으로 날아드나 싶더니, 히드라처럼 아홉 갈래로 나뉘는 혓바닥.
이에 두 다리에 힘을 주고, 날아드는 혓바닥의 궤도를 직시했다.
촤좌좌좌좌좌좍!!!
쏜살같이 칼날을 휘두르자, 혓바닥의 절단면에서 붉은 선혈 대신 산성 물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크어어어어!!
카하악…… 카학!!
그 밑에 있던 좀비들은 순식간에 피부가 녹아내렸다.
염산의 수준이 아닌데?
위협적인 건 사실이지만, 그래 봐야 물방울 떨어지는 속도.
충분히 파고들 수 있다.
두 다리에 힘을 주고 쏟아지는 산성 물질을 응시했다.
9개의 혓바닥이 춤을 추며 사방으로 산성 물질이 흩뿌려지고 있지만, 빈틈은 존재했다.
‘지금.’
쾅-!!!!
총구를 떠난 탄알처럼 베타5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섬광처럼 놈의 복부까지 파고든 뒤, 그대로 카타나를 치켜들었다.
촤악-!!
알파5보다 뼈대가 단단해서 그런지, 있는 힘껏 베어도 뼈가 뚫리지 않았다.
이에 허공을 박차며 놈의 머리 위로 오른 뒤, 정수리를 향해 쉴 새 없이 난타를 가했다.
콰과과과과과광-!!!!
융단폭격에 가까운 공격을 가하자, 눈앞으로 카운트 메시지가 떠올랐다.
-변종을 처리했습니다. 카운트 150,000점이 주어집니다.
베타5는 알파5와 마찬가지로 15만 카운트를 제공했다.
델타만 유독 높은 카운트를 지급한다는 건…… 변종 중에 델타가 가장 강하다는 건가?
“감지.”
스킬 감지를 이용해 주변 일대를 살피자, 거친 해일처럼 밀려드는 좀비 떼를 발견할 수 있었다.
중간중간 부표처럼 떠다니는 자줏빛 변종들.
일단 변종부터.
꿀벌집을 공격하는 장수말벌처럼, 거침없이 좀비들을 찢어발기며 변종들을 처리했다.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모르겠다.
피에 굶주린 맹수처럼,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가차 없이 죽였다.
빠르게 줄어드는 건틀릿의 내구도.
그럴 때마다 카타나로 교체하며 싸움을 이어나갔다.
신발의 내구도도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었다.
음속으로 이동하는 발걸음을 버텨내야 하니, 덤프로 만든 신발조차 한계가 있었다.
내구도 감소 폭과 복구 속도를 확인하며 적절히 조절했다.
그 순간, 남쪽 신길동 방면에서 보랏빛 존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전진하지 않고 후퇴하는 보랏빛 물결.
전황을 살피고 도주를 결심한 건가?
이번엔 안 놓친다.
신길동을 똑바로 응시하며, 곧장 박차를 가했다.
쾅-!!!
* * *
“뭐야 저게, 대체 뭐냐고!!”
임창민은 황급히 도주하며 옆에 있는 정소현에게 물었다.
혼란스러운 건 정소현도 마찬가지였다.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괴물이 좀비와 변종을 찢어발기고 있었다.
돌연변이도, 5단계 변종도, 놈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좀비는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물풍선 터지듯이, 놈의 신체에 닿기만 해도 신체가 파괴되는 모습을 보였다.
1번 돌연변이가 길거리 변종과 좀비들을 이끌고 선발대로 이동해서 망정이지, 만약 임창민과 정소현이 앞장섰다면 벌써 죽었을 것이다.
정소현은 아크 방면을 살피더니, 고개를 저으며 얘기했다.
“뭔지 몰라도 저런 미친 괴물이 있으면 아무것도 못 해.”
“안상진이고 뭐고 일단 퇴각이다!”
임창민과 정소현은 다음을 기약하며 줄행랑치기 시작했다.
훙-!
하지만 머리 위로 드리우는 그림자에, 임창민과 정소현은 걸음을 멈추고 허공을 쳐다봤다.
쾅-!!!
운석처럼 떨어진 존재는 지면을 박살 내며 자욱한 흙먼지를 일으켰다.
임창민과 정소현은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두 눈을 가늘게 떴다.
뒤이어 흙먼지를 뚫고 걸어 나오는 존재.
조금 전까지 영등포역에서 날뛰던 괴생명체였다.
임창민은 하늘에서 내려온 저승사자를 보고 마른침을 삼켰다.
‘500m 거리를 벌써 돌파했다고?’
체감상 1초도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접근한 괴생명체를 보고 말문이 막혔다.
임창민과 정소현은 두 눈을 화등잔만 하게 뜬 채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그러자 칠흑 같은 안구를 지닌 존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대장 좀비?”
분간하지 못하는 건가?
임창민은 이를 파악하고 상체를 좌우로 흔들며 여타 좀비들처럼 그어어어…… 하는 소리를 냈다.
정소현은 임창민과 괴생명체를 번갈아 쳐다보더니, 뒤늦게 상황 파악을 마치고 길거리 좀비처럼 행동했다.
콱!
하지만 한 박자 늦은 탓에, 정소현은 괴생명체의 손아귀에 붙잡혔다.
“큭…… 커헉!”
“너, 대장 좀비지?”
“……!”
“색깔이 왜 이래. 자주색도 아니고 보라색도 아니고.”
“무…… 뭔 개소리야!”
“10단계 아닌가 봐? 9단계쯤 되나?”
대장 좀비들의 눈에는 괴생명체로 보이겠지만, 그는 플레이어 박재형이었다.
정소현은 박재형이 걸치고 있는 보호대를 보고 까드득 이를 갈며 물었다.
“이 새…… 끼…… 플레이어…….”
“어 플레이어야.”
박재형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정소현을 쳐다보며 물었다.
“얘기해. 10단계 어디 있어?”
“뒤…… 져…….”
“얘기하면 살려줄게.”
박재형이 태연하게 쳐다보자, 정소현은 곁눈질로 임창민을 쳐다봤다.
임창민은 상체를 좌우로 흔들며 좀비들 사이로 숨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정소현은 임창민의 비열한 모습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쳤다.
“어디…… 가…… 이 새끼야!”
“일단 킵.”
박재형은 손에 쥐고 있던 카타나로 순식간에 정소현의 사지를 잘라버렸다.
정소현은 눈 깜박할 새에 떨어져 나간 사지를 보고 넋이 나간 표정을 지었다.
뒤이어 좀비들 사이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폭식, 도취, 탐욕, 오만, 역병 군단.”
안상진이 사용하는 스킬과 똑같은 스킬명.
동시에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좀비들이 포효를 내지르며 박재형에게 달려들었다.
* * *
하, 까다롭네.
10단계부터는 수하와 대장이 구분되지 않았다.
온통 보라색으로 보이니, 누가 대장이고 누가 수하인지 모르겠다.
단, 9단계 대장 좀비는 아직 보랏빛으로 물들지 않은 덕에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
9단계 대장 좀비를 죽이지 않은 이유는 따로 있었다.
10단계 대장 좀비를 수하와 구분하지 못하고 실수로 죽여 버릴 수 있기에, 9단계를 살려두어야 한다.
죽일 때 죽이더라도 정보는 얻고 죽여야지?
어떻게 돌연변이를 수하로 만든 것인지 물어봐야 한다.
크어어어어어!!!
달려드는 좀비들의 신체 능력이 상당하다.
한놈 한놈이 최소 2000 이상의 근력을 지녔다.
전투의 포효까지 적용되어서 그런가?
그래 봐야 4단계 변종도 종잇장처럼 구길 수 있는 지금의 내겐,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았다.
볏짚을 베어 넘기듯이, 달려드는 좀비들을 모조리 베어 넘겼다.
건틀릿의 내구도가 복구될 때까지 카타나로 싸워야 한다.
또한 덤프로 만든 신발의 내구도도 상당히 줄어든 탓에 무리하게 움직일 수 없었다.
이젠 신체 능력이 문제가 아니라, 증가한 신체 능력을 5레벨 아이템이 버텨주지 못했다.
훙-
그 순간, 등 뒤로 살기가 느껴졌다.
10단계가 움직이는 건가?
바로 죽여?
아니야, 놓치면 또다시 수하들 속으로 숨을 것이다.
모든 스킬을 사용한 대장 좀비의 신체 능력은 1만에 달하니,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면 곤란하다.
방심하게 유도해야 한다.
이에 반격 대신 나지막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철괴.”
-5초간 받는 피해가 30% 감소합니다.
콰득-!!
대장 좀비는 온 힘을 다해 내 목덜미를 물었다.
물고기가 미끼를 문 것처럼,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왼팔을 뒤로 뻗어 놈의 목덜미를 붙잡았다.
그러자 대장 좀비는 히죽거리며 얘기했다.
“끝났다, 너도 끝났어! 이제 너도 변종이 되는……!”
쾅-!!!!
대장 좀비의 목덜미를 쥐고 그대로 지면에 내리꽂았다.
놈은 지면에 처박히며 헛숨을 토했다.
넋이 나간 듯한 표정.
거기서 멈추지 않고 놈의 하관을 으스러뜨리며 물었다.
“내가 사람으로 보이냐?”
“……으어?”
턱이 돌아가서 대답도 똑바로 못한다.
이에 조소를 지으며 물었다.
“좀비가 좀비한테 물렸다고 감염되는 거 봤어?”
좀비화의 능력은 단순히 신체 능력 향상이 아니었다.
-2시간 동안 좀비의 성향을 지닙니다.
-좀비에게 물려도 감염되지 않으며, 모든 신체 능력이 2배 증가합니다.
지금은 물려도 감염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