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334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2부 80화
우리가 찾아 나서기도 전에, 이곳에 있던 플레이어들이 먼저 찾아왔다.
항공기가 착륙하는 걸 보고 찾아온 건가?
어떻게 해야 좋을까.
적의를 드러내?
아니면 긁어 부스럼은 만들지 말고 친근하게 접근하는 게 좋을까?
터벅- 터벅-
지면에서 사람들의 발소리가 들려온다.
설여원은 지면을 살피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다섯 명.”
“무기는.”
“전부 나이프…… 어? 잠깐.”
설여원은 황급히 상체를 숙이며 모두에게 앉으라고 했다.
옥상에 납작 엎드린 채 설여원을 쳐다보자, 그녀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전부 소총 들고 있어.”
소총이라는 말에 반사적으로 움츠러들었다.
아니지, 소총이 뭐 어때서?
예전에나 소총이 무서웠지 지금은 두렵지 않았다.
지금이라면 총에 맞아도 생채기조차 생기지 않을 것이다.
이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설여원이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물었다.
“미쳤어? 뭐 하는 거야?”
“괜찮아.”
뒤이어 소총을 견착하는 소리와 함께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Ikke beveg deg! rekk opp hånden!”
……뭐라고 하는 거지?
무슨 말인지 몰라도, 움직이면 안 된다는 건 알 것 같다.
이에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돈 슛! 릴렉스! 아임 플레이어! 아임 프롬 사우스 코리아!”
어눌한 영어로 안개 속의 흐릿한 인영에게 외치자, 뒤이어 웅성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South Korea? Hey! Mr, Kim!”
미스터 킴?
안개 속에서 접근하는 발소리와 함께, 익숙한 언어가 들려왔다.
“한국인입니까?”
완벽한 한국어를 구사한다.
이에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물었다.
“한국인, 한국인이에요?”
“예, 한국인입니다.”
반가운 나머지 옥상 난간으로 다가가자, 철그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총구를 내리지 않았다.
경계심을 거두지 않는 이들.
곧 1층에 있는 한국인이 물었다.
“몇 명입니까.”
“일단 총구부터 내려주시죠.”
“협조적으로 나온다면 총구를 내리죠. 총 몇 명입니까.”
“7명입니다.”
한국인이 통역하는 동안, 옆에 있는 설여원을 쳐다봤다.
설여원은 열심히 홀로그램을 살피더니, 랭킹 56위에 있는 노르웨이 국적의 파티를 확인했다.
“저쪽 플레이어는 총 4명. 파티명은 오로라, 파티장은 안드레스. 공격대는 구성하지 않은 것 같아.”
설여원의 설명을 듣고 지면에 있는 사람들에게 외쳤다.
“저희는 파티 소리결입니다! 파티 목록을 보시면 아실 거예요. 그쪽은, 파티 오로라 맞습니까?”
그러자 1층에 있던 한국인이 통역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대화를 주고받더니, 뒤이어 총구를 내리는 모습을 보였다.
통역을 담당한 남자는 이곳을 쳐다보며 물었다.
“한국인이 노르웨이까지 어쩐 일입니까. 무슨 용건으로 온 거예요.”
“스발바르 제도에 있는 시드볼트를 가야 합니다.”
“…….”
너무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했나?
남자의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자, 오래 지나지 않아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스발바르 제도는…… 들어가면 안 됩니다.”
“네?”
“더는…… 거기서 사람이 살 수 없어요.”
철컥!
뒤이어 총구를 겨누는 소리가 들리더니, 남자의 외침이 들려왔다.
“진정, 다들 진정해!”
노르웨이 플레이어들에게 얘기하는 건가?
플레이어들이 적의를 드러내자, 한국인은 옥상을 쳐다보며 물었다.
“시드볼트를 가려는 이유가 뭡니까! 대답하지 않으면 이 사람들 쏩니다!”
“당연한 것 아닙니까? 게임 클리어해야죠.”
“스발바르 제도랑 게임 클리어가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거죠?”
“씨앗을 구하러 왔습니다. 세 번째 에피소드를 클리어하려면 스발바르 제도에 있는 시드볼트를 확인해야 돼요.”
망설이는 걸까?
뒤이어 옥상 바닥에 엎드리고 있던 일행이 자리에서 일어나 내 곁으로 붙었다.
다들 덤덤한 표정으로 발밑의 플레이어들을 쳐다봤다.
우리의 패를 전부 보여줬으니, 그만 경계를 거두라는 의미였다.
뒤이어 설여원이 내 귓가에 속삭였다.
“4명은 플레이어고, 한국인은 일반인 같아.”
“그럼 왜 따라온 거지?”
“그건 나도 모르지. 외국어에 능통해서 데려왔을 수도 있고.”
이에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그건 그렇고, 발소리 들리지 않아?”
“맞아. 재우랑 덕록이, 완수가 저 끝에서 접근하고 있어.”
“저 사람들은 발소리 안 들리나?”
“우리한테 집중하느라 정신없을 거야. 반사 신경이나 다른 감각도 많이 뒤떨어지는 것 같고.”
노르웨이 플레이어들은 서로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을 보였다.
뒤이어 한국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4명입니까? 7명이라더니.”
“남은 3명은 여기 없습니다.”
“그럼 어디 있다는…….”
탓-!
뒤이어 박재우와 황덕록, 그리고 전완수가 쏜살같이 그들을 제압했다.
첨예한 칼끝이 목젖에 닿자, 소총을 들고 있던 3명의 남자는 들고 있는 소총을 바닥에 던지며 양손을 들었다.
남은 한 명은 이도 저도 못 하고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옆에 있는 한국인에게 뭐라 뭐라 얘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인은 그제야 상황파악이 됐는지, 다급히 손사래 치며 외쳤다.
“자, 잠깐! 잠깐! 공격하지 말아요!”
“거기, 남은 한 명도 총 버리라고 해요.”
전완수가 얘기하자, 남은 한 명의 플레이어도 들고 있던 무기를 바닥에 던졌다.
순식간에 정리된 상황을 보고, 일행과 함께 1층으로 뛰어내렸다.
탁!
대략 3, 4층 높이에서 뛰어내리자, 한국인 남자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내 얼굴을 쳐다봤다.
“어, 어떻게 저기서…….”
“그러게 진즉에 총 버렸으면 좋았잖아요.”
“이, 이봐요. 이럴 필요 없어요. 우린 대화하려고 왔다고요.”
“대화하려는 사람이 총구부터 들어요?”
“세상이 워낙 흉흉해야죠.”
휘둥그레진 두 눈에서 공포심이 엿보였다.
이에 뒤에 있는 최현을 쳐다보자, 그는 내 곁으로 성큼성큼 다가와 한국인의 기억을 확인했다.
뒤이어 최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얘기했다.
“사실이야. 악의는 없어.”
이에 전완수는 쳐다보자, 그는 카타나를 거두고 노르웨이 사람들을 풀어주었다.
“어떻게 알고 왔어?”
전완수에게 묻자,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얘기했다.
“멀리서부터 자동차 소리 들리는데 내가 못 들을까 봐?”
하긴, 자동차 소리만 들어도 몇 기통에 무슨 차량인지 파악하는 전완수였다.
간만에 듣는 차량 엔진 소리에 호기심이 발동한 모양이다.
노르웨이 플레이어들은 여전히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한국인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통역해 줘요.”
“뭐, 뭐라고요.”
“싸울 생각 없다고. 우린 게임을 끝내러 왔지, 누군가를 헤치려고 온 게 아니라고.”
남자가 노르웨이어로 설명하자, 노란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라난 남자가 내 얼굴을 쳐다보며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전했다.
“뭐라고 하는 겁니까?”
“안드레스도 싸우는 건 원치 않는다고 합니다. 비행기가 착륙하는 걸 보고 찾아왔을 뿐이에요.”
안드레스?
저 노란 수염의 남자가 파티장이구나.
이에 앞머리를 쓸어넘기며 얘기했다.
“경계할 필요 없다고 전해주세요. 우리도 사람 죽이는 쓰레기 아닙니다.”
대략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국인 남자.
그는 놀란 마음을 가라앉히며 플레이어들에게 내 말을 전했다.
노르웨이 사람들이라 그런지 키가 상당히 크다.
다들 못해도 185㎝는 될 것 같다.
뒤이어 한국인 남자는 곤란한 표정을 짓더니, 목을 가다듬으며 얘기했다.
“그건 그렇고…… 시드볼트는 열어줄 수 없다고 합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저요? 아, 통성명도 안 했군요. 하하.”
입은 웃고 있지만, 겁에 질린 기색이 역력했다.
싸움이 익숙하지 않고, 이런 상황에 노출된 경험이 적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김명석이라고 합니다.”
“박재형입니다. 얘기가 잘 안 된 겁니까?”
“아 그게…… 스발바르 제도에 변종이 있어요.”
“변종이요?”
“네, 원래 이 사람들 파티원이었는데, 좀비한테 물렸거든요.”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죠?”
“한 달 전이라서 지금은 모르겠네요. 스발바르 제도에 제가 아는 변종만 3마리에요.”
그럼 2단계 변종으로 진화했을 것이다.
여기 있는 플레이어들은 1단계, 2단계 변종도 못 잡는 건가?
하긴, 아직 소총을 들고 다니는 걸 보면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김명석은 우리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
“일단…… 돌아가서 마저 이야기 나눌까요?”
“어디로 돌아간다는 거죠?”
“당연히 아크죠. 근방이거든요.”
김명석의 말에 선뜻 대답하는 대신 일행을 쳐다봤다.
정진영은 하늘을 쳐다보더니, 입맛을 다시며 얘기했다.
“어차피 해 떨어져서 지금은 못 움직여.”
“다들 진영이 형이랑 같은 생각이야?”
결인들은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아크로 가서 이곳 상황도 듣고, 스발바르 제도에 대해서도 들어보죠.”
의견을 조율하고 김명석에게 얘기하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노르웨이 사람들에게 얘기했다.
노르웨이 플레이어들은 여전히 우리를 향한 경계심을 거두지 않았다.
목에 칼이 들이댔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지금은 김명석이 조율해 주길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 * *
차를 타고 10분 정도 이동했을까?
거대한 아크의 외벽과 함께 게이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눈 덮인 게이트는 그 웅장함을 한껏 뽐내고 있었다.
게이트가 열리고, 그곳으로 진입하자 한국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가 펼쳐졌다.
이게 북유럽의 풍경인가?
고층 건물은 찾아볼 수 없었다.
높아 봐야 4층 정도.
지형은 대부분 평지였고, 약간의 경사면이 존재할 뿐이었다.
“det er ankomst.”
핸들을 쥐고 있던 안드레스가 얘기하자, 김명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내리세요. 도착입니다.”
차량에서 내리자, 건물에 숨어 있던 생존자들이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다 합쳐도 200명이 안 될 것 같다.
“생존자는…… 여기 계신 분들이 전부예요?”
“네, 다 합쳐도 200명이 안 됩니다. 정확히 144명이죠.”
“트롬쇠 인구는 얼마나 됩니까?”
“전체 인구는 7만 8천 정도 될 거예요. 그중 여기, 트롬쇠위아 섬에 거주하는 사람이 대략 3만 명 정도죠.”
“그중 살아남은 사람이 144명뿐이라는 거예요?”
김명석은 대답 대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하긴, 인구 1000만이 거주하는 서울도 정작 살아남은 사람은 1만뿐이었다.
뒤이어 조수석에서 내린 전완수가 이마를 긁적이며 물었다.
“다들 우리 째려보는 것 같지 않아?”
“이 사람들 입장에선 낯선 사람이잖아. 당연한 거야.”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어색한 공기가 맴돌았다.
경계심도 아니고, 어색함도 아니었다.
무념무상이라고 해야 좋을까?
이곳에 있는 생존자들은 그런 표정을 하고 있었다.
뒤이어 선두에 있던 안드레스가 생존자들을 향해 연설하기 시작했다.
김명석을 쳐다보자, 그는 곧장 통역해 주었다.
“경계할 필요 없다. 이 사람들은 한국에서 온 플레이어들이다. 악의는 없고, 노르웨이에 일이 있어서 왔다고 한다.”
그러자 생존자들 사이에서 질문이 들려왔다.
김명석은 알아서 통역해 주는 모습을 보였다.
“노르웨이에 무슨 볼일이 있냐고 그러네요.”
질문에 대답하려는 찰나, 앞에 있던 안드레스가 먼저 입을 열었다.
김명석은 안드레스의 말을 가만히 경청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공항에서 여러분이 했던 말 그대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생존자들 사이로 웅성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도나도 한마디씩 건네는데, 당최 알아들을 수 없었다.
차라리 영어로 대화하면 조금이나마 알아듣겠지만, 노르웨이어는 접해본 적이 없었다.
김명석은 사람들의 반응을 지켜보더니,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다고. 이 게임 좀 끝내 달라고 하네요.”
“끝내기 위해선 스발바르 제도에 있는 시드볼트로 가야 합니다. 정확한 위치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김명석은 이마를 긁적이며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안드레스를 부르며 얘기했다.
두 사람은 대화를 주고받더니, 곧 안드레스가 내 앞으로 다가왔다.
가까이서 보니 덩치가 상당하다.
190㎝는 될 것 같고, 노란 수염이 턱을 가릴 정도로 자라난 상태였다.
“위험한 곳에 억지로 데려가는 게 내키지 않는다고 합니다.”
걱정을 해준다고?
표정은 협박하는 것 같은데?
“화난 거 아니에요?”
싱겁게 웃으며 묻자, 김명석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통역할까요?”
“아니요, 적당히 걸러주셔야죠.”
“아, 혹시 표정 때문에 그러시는 거면 걱정하지 마세요. 원래 북유럽 친구들이 좀 냉소적인 표정이에요. 물론 성격까지 그런 건 아니고요.”
우리한테 불만이 있는 줄 알았는데, 단순한 문화 차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