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335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2부 81화
고개를 끄덕이자, 김명석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그래도 노르웨이 친구들은 친해지면 잘 웃어요. 진짜 표정 변화 없는 건 옆 나라 핀란드 친구들이 무표정이죠.”
잘 웃지 않는다니 신기하네.
아무튼 그건 그렇고, 다시금 본론으로 돌아왔다.
“위험한 건 알지만, 세상을 예전으로 되돌리려면 저희가 시드볼트로 가야 한다고 전해주세요.”
김명석이 모든 내용을 전달하자, 안드레스는 수염을 매만지며 뒤에 있는 동료를 불렀다.
동료가 다가오자, 그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얘기했다.
“이 친구가 시드볼트에 있다가 왔다고 그러네요. 아, 그리고…….”
많아봐야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였다.
그는 김명석을 쳐다보며 무덤덤한 표정으로 계속해서 얘기했다.
김명석은 모든 설명을 듣고 탄성을 뱉더니,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
“열 수 없대요.”
“네?”
“시드볼트 저장고로 들어가기 위해선 EU소속 대표들의 열쇠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비상용 열쇠 보관함이 있지만, 거기에 변종이 있다고 하네요.”
“아까 변종이 세 마리 있다고 하셨죠?”
“네.”
“둘은 시드볼트에 있고, 다른 하나는 어디 있는 겁니까?”
“다산기지에 있습니다.”
다산기지?
어라? 어디서 들어봤는데.
그러자 뒤에 있던 설여원이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물었다.
“김명석 씨 다산기지 연구원이세요?”
“하하, 네.”
“우와, 거기 아무나 못 들어가잖아요.”
“그렇죠. 그랬죠. 그땐…… 그랬습니다.”
입은 웃고 있지만, 김명석의 표정이 씁쓸하게 변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악몽이 떠오른 모양이다.
김명석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프랑스 친구들이랑 같이 지냈는데, 밤새 안개가 퍼지면서 좀……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괜히 아픈 기억 들추고 싶지 않았다.
말하지 않아도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알기에, 질문 대신 쓴웃음을 지었다.
김명석은 가볍게 목을 가다듬으며 모두에게 얘기했다.
“아차차,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이만 들어가시죠. 숙소는 제가 배정해드릴게요.”
“아, 네.”
우린 김명석을 따라 숙소로 이동했다.
* * *
평범한 빌라를 생각했는데, 김명석이 안내해 준 곳은 호텔이었다.
그것도 바닷가가 보이는 오션뷰호텔.
생존자들이 지내는 곳에서 멀어봐야 150m 떨어진 곳이었다.
건물의 상단으로 ‘클라리온 호텔 더 에지’라는 이름이 보인다.
얼추 봐도 4성급은 될 법한, 이곳의 대표 호텔처럼 보였다.
노르웨이가 전 세계에서 삶의 만족도 1위라더니, 도시 경관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아크 내부는 안개 제거기 덕에 시야 확보가 가능하기에, 그 안락하고 평온한 풍경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물론 예전처럼 활력이 돌지 않지만, 지옥도로 변한 한국에 비하면 양반이었다.
숙소를 배정 받자마자 우린 침대에 엎어졌다.
별로 한 것도 없는데, 불편한 비행기에 오랫동안 앉아 있어서 그런지 피로가 몰려왔다.
다들 지쳤는지, 대화도 하지 않고 각자 방으로 들어가 휴식을 취했다.
똑- 똑똑.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깜박 잠든 것 같은데, 노크 소리를 듣고 일어났다.
현관으로 향하자, 안드레스와 김명석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아, 주무시고 계셨어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말씀하세요.”
“저녁 드셔야죠. 오늘은 배급이 많이 늦었네요.”
“아, 금방 나갈게요.”
얕은 수면에 빠진 일행을 흔들어 깨우고, 다 같이 김명석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
호텔 앞 공원에 도달하자, 그곳에 모닥불을 피우고 둘러앉은 생존자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모닥불 너머로 보이는 동상.
유명한 위인인가?
멍하니 동상을 쳐다보자, 옆에 있던 안드레스가 입을 열었다.
설명을 해주는 것 같은데, 통 알아들을 수 없었다.
이에 김명석을 쳐다보자, 그가 대신 설명해 주었다.
“로알 아문센, 노르웨이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죠.”
“유명한 분이에요?”
“인류사상 최초로 남극점에 도달한 분이에요. 북서항로 항행도 최초로 성공하고, 북자극 위치를 확인한 분이죠.”
엄청 유명한 사람이었다.
인류 최초라는 타이틀은 언제 들어도 놀랍다.
그 누구도 개척하지 않은 길을 스스로 뚫고 나아가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까.
연신 고개를 끄덕이자, 옆에 있던 안드레스가 엷은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김명석은 안드레스의 말을 듣고 새삼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에 고개를 갸웃거리자, 김명석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안드레스도 여러분에게 기대를 거는 것 같네요.”
“예?”
“방금 로알 아문센의 명언을 읊었어요.”
김명석은 안드레스와 내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승리는 모든 것을 제대로 갖춘 자를 기다린다. 우리는 그걸 성공이라 부른다.”
“…….”
“필요한 절차를 등한시한 자에게는 시간이 지난 후에 반드시 실패가 찾아온다. 우리는 그것을 불행이라 부른다.”
선두에 있던 안드레스는 내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더니, 눈썹을 씰룩이며 물었다.
김명석은 안드레스의 말을 듣고 내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당신은 준비되었는가?”
만반의 준비가 존재할 수 있을까?
아무리 준비를 해도, 매 순간 최선을 다해도 부족했다.
준비를 무색하게 만드는 변수가 끝도 없이 나타났으니까.
이는 안드레스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안드레스가 원하는 대답은 물질적인 것이 아니다.
그만한 집념이, 의지가 있냐고 묻는 것이다.
“완벽합니다.”
그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대답하자, 김명석은 덤덤한 목소리로 안드레스에게 통역했다.
안드레스는 그제야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우리를 안내한 곳은 생존자들이 둘러앉은 모닥불 앞이었다.
그곳에 앉아 포만감 알약을 먹고, 따뜻한 수프로 언 몸을 녹였다.
“원래 포만감 알약만 먹는데, 여러분 왔다고 특별히 준비했다고 그러네요.”
김명석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옥수수 수프였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수프를 한 모금 마시자,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따뜻한 기운에 상체가 부르르 떨렸다.
“히야, 맛 좋다.”
옆에 있던 전완수도 싱글벙글 웃으며 연신 수프를 마셨다.
설여원도 말없이 수프를 한 모금 마시더니 내 팔뚝을 툭, 치며 얘기했다.
“우리도 꺼내야 하는 거 아니야?”
“어?”
“이 수프도 엄청 귀한 것 같은데, 우리 왔다고 없는 살림에 이렇게 열어준 것 아냐.”
이곳에 있는 생존자들도 서울과 다를 바 없는 상황일 것이다.
아니, 어쩌면 더 힘겨운 나날을 이겨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서울 마포구와 비슷한 면적의 트롬쇠위아 섬.
이곳에서 식량을 구하는 건 한계가 있을 것이다.
목숨을 걸고 다리를 건너야 간신히 얻는 식자재.
보아하니 어린아이도 여럿 보였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10살 미만의 아이만 30명은 되었다.
이에 인벤토리를 열고 라면을 꺼냈다.
김명석은 라면 봉지를 보고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물었다.
“그, 그거 라면 아니에요?”
“맞습니다. 양은 많지 않아요.”
“아아…….”
상당히 아쉬워한다.
김명석도 오랫동안 고국을 떠나있었으니, 한국의 맛이 그리울 것이다.
이에 싱겁게 웃으며 얘기했다.
“김명석 씨는 같이 드세요. 저희는 괜찮아요.”
“앗, 그래도 되겠습니까? 하하!”
커다란 냄비에 물을 끓인 뒤, 들고 온 모든 라면을 투하했다.
마법의 가루가 들어가자, 코끝을 자극하는 달짝지근한 향기가 퍼졌다.
노르웨이 사람들은 그 향기에 이끌려 호기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우린 수프 마셨으니, 라면은 여기 있는 분들 드리자.”
“하하! 좋지, 그게 한국인의 정이지.”
전완수는 호쾌하게 웃으며 얘기했다.
다들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144명이 전부 맛보기엔 양이 너무 적었다.
라면이 완성되자, 어른들은 자그마한 접시에 조금씩 라면을 담아 아이들에게 먼저 건네주었다.
라면의 신비로운 맛에 눈을 뜬 아이들은 자리에서 펄쩍펄쩍 뛰며 기뻐했다.
그 모습을 보고 덩달아 입가로 미소가 번졌다.
“재형아,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야지.”
“아, 네.”
정진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김명석에게 물었다.
“그건 그렇고, 스발바르 제도로 들어가는 방법은 배편이 유일한가요?”
“아니요. 스발바르 공항이 있습니다.”
“공항이요?”
“네, 종자 저장고 바로 앞에 있죠.”
일이 이렇게 풀린다고?
배를 타고 들어갈 생각만 했는데, 공항이 있다고 한다.
그것도 종자 저장고 바로 앞에.
김명석은 라면 국물을 마시며 얘기했다.
“스발바르 제도로 가는 길은 여기 있는 노르웨이 파티원이 압니다.”
시드볼트에 변종이 있다고 알려준 30대 후반의 남자.
결인들이 그를 쳐다보자, 그는 라면을 먹으려다 말고 움찔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좌우를 번갈아 살피더니, 고개를 삐죽 내밀며 검지로 본인을 가리켰다.
“저분은 이름이 뭐죠?”
“저 친구요? 시몬이라고 부르면 됩니다.”
30대 후반의 남자 시몬.
그에게 시드볼트로 가는 길을 물었다.
그러자 시몬은 안드레스와 대화를 주고받으며 고심에 잠긴 모습을 보였다.
김명석은 모든 이야기를 듣고 슬쩍 내게 들려주었다.
“노르웨이 파티원들이 여러분을 걱정하네요. 솔직히 저도 걱정입니다. 변종은 정말…… 상상을 초월해요.”
“괜찮습니다.”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에요. 혹시 변종을 경험한 적이 없는 거예요?”
“정말 괜찮아서 괜찮다고 하는 겁니다.”
엷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자, 이번엔 옆에 있던 전완수가 입을 열었다.
“변종 100마리가 덤벼도 재형이 못 이겨요.”
“……예?”
“인마가 제일 괴물이라고요.”
전완수가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얘기하자, 김명석은 어벙한 표정을 지었다.
사람은 눈으로 본 것만 상상할 수 있다고 하던가?
변종을 처리하는 플레이어를 본 적이 없는 모양이다.
뒤이어 안드레스가 내 얼굴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여기 있는 파티 오로라 분들이 같이 가겠다고 하네요.”
“아니요. 길잡이만 있으면 됩니다. 시몬 씨만 데려가면 돼요.”
“시몬 씨가 본인만 가겠다고 했더니 안드레스가 다 같이 가자고 한 거예요. 여기 사람들 의리 하나는 끝내주거든요.”
“…….”
“바이킹의 후예잖아요. 상남자예요.”
김명석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얘기하기에, 그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얘기했다.
“고맙다고 전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김명석 씨.”
“네?”
“김명석 씨도 같이 가주셔야 합니다.”
그러자 김명석은 세상 잃은 표정을 지었다.
“통역해 주는 사람은 있어야죠.”
“아니…… 그건…… 아…….”
고장 났다.
이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위험한 일은 없을 겁니다. 제가 보장해요.”
“아니 변종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놈이 아니라니…….”
“괜찮아요. 소리결을 믿으세요.”
김명석의 어깨를 흔들며, 애써 환하게 웃었다.
김명석은 우는 건지 웃는 건지 모를 표정을 지으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뒤이어 7살 정도로 보이는 아이가 접시를 들고 내 앞으로 다가왔다.
접시에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라면이 담겨 있었다.
“나 먹으라고?”
아이를 쳐다보며 묻자, 아이는 다른 대답 대신 배시시 웃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엷은 미소를 지으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첫인상은 굉장히 차가워 보였는데, 서로 마음을 열자 노르웨이 사람들의 맑은 미소가 두 눈에 들어온다.
때 묻지 않은 미소.
정진영은 덩달아 흐뭇한 미소를 짓더니, 인벤토리에서 기타를 꺼내며 얘기했다.
“낭만에 기타가 빠지면 소리결이 아니지.”
대화는 통하지 않지만, 따뜻한 양식과 음악이 서로의 언 마음을 녹여주었다.
우린 즐거운 분위기 속에,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 * *
다음 날 아침, 우린 일찍이 나갈 채비에 나섰다.
어제 잠을 많이 자서 그런지, 시차로 인한 피로도 별로 없었다.
채비를 마치고 호텔 밖으로 나가자, 먼저 나와 있는 노르웨이 파티원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god morgen vakker.”
안드레스는 환하게 웃으며 얘기했다.
뭐라고 하는지 몰라도, 대충 아침 인사라는 건 알 수 있었다.
이에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굿모닝 안드레스.”
뒤이어 김명석이 다가오며 얘기했다.
“바로 출발하실 거죠?”
“네, 지금 가죠.”
포만감 알약으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이들의 차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