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342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2부 88화
활주로를 나아가는 항공기.
긴장되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옆에 있는 설여원을 쳐다봤다.
설여원은 내 얼굴을 슬쩍 쳐다보며 물었다.
“도착만 하면…… 세 번째 에피소드도 끝나는 거지?”
“맞아.”
“그럼 초월자 물약 마시고 각성한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거야?”
솔직하게 전부 얘기하는 게 옳을까?
내 계획을 전부 알려주는 건 부담스럽지만, 앞으로 벌어질 상황 정도는 알려주는 게 좋을 것 같다.
“에스파디아가 지닌 힘의 일부를 받게 돼.”
“힘의 일부? 에스파디아의 힘이라면…….”
“신의 권능이지.”
“그걸 받으면 어떻게 되는 거야?”
“그 힘으로 언노운의 침공을 막아야지.”
설여원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반대편에 있던 최현이 내게 물었다.
“재형이 너도 힘이 개방되는 거야?”
이미 모든 진실을 알고 있는 최현.
최현에겐 숨길 수 없기에, 덤덤하게 얘기했다.
“그럴 거야. 내 플레이어 정보에도 세 번째 에피소드를 클리어해야 한계 돌파가 가능하다고 적혔거든.”
“그 한계 돌파가 최종단계인 거네?”
“맞아, 하지만 전부 개방되는 건 아니겠지.”
“하긴…….”
최현이 말끝을 흐리자, 설여원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하긴? 하긴이라니?”
빨리 대답하지 않으면 꼬치꼬치 캐물을까 봐,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예를 들어 에스파디아의 힘을 100이라고 했을 때, 그걸 우리끼리 나눠서 받게 된다고.”
“아, 초월자의 물약을 마신 사람들끼리 나눠 받는다는 거야?”
“맞아. 초월자의 물약 5개 마시고 각성 단계 들어간 사람이 누구누구라고 했지?”
“정우 오빠랑 진영이 오빠, 완수, 현이, 그리고 나.”
“그럼 나까지 여섯 명이네.”
“100을 여섯 명이서 나누면…… 대략 16.5 정도 받게 되는 건가?”
대충 수긍하려고 했는데, 최현이 슬쩍 끼어들었다.
“그건 아닐 거야. 재형이가 50 가져가고 우리가 10 정도 받을걸?”
최현의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리며 그를 쳐다봤다.
최현도 아차 싶었는지, 머리를 긁적이며 얘기했다.
“재형이는 이스터에그를 가지고 있잖아.”
“그럼 원래는 재형이가 전부 받아야 하는데, 초월자의 물약을 통해 평범한 플레이어도 강해질 기회가 생겼다는 거야?”
“어어, 그, 그렇지.”
최현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설여원은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별 의심을 하지 않았다.
뒤이어 최현은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내 얼굴을 쳐다봤다.
난 조심하라는 의미로 두 눈을 가늘게 뜨며 한 차례 고개를 저었다.
이에 최현도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띵- 동.
-디스 이스 캡틴 스피킹.
뒤이어 기내 안내방송으로 박재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생존자들이 겁에 질린 걸 인지하고, 분위기를 풀어보려는 것으로 보였다.
정직한 영어 발음으로 이 항공기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로 간다고 알렸다.
뒤이어 필요하지도 않은 말을 덧붙였다.
-재뽜땅쟝시 여의도, 여의도 짹. 고노반도리와 여의도, 여의도 에끼대스.
그 말을 듣고 설여원과 나는 웃음이 터졌다.
서울 지하철에서 나오는 안내방송이었다.
박재우도 웃으라고 한 소리 같은데, 노르웨이 생존자들이 알아들을 수 있을까?
슬쩍 사람들의 표정을 살피자, 이전보다는 한층 편해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여전히 두렵지만, 위험한 곳으로 가는 건 아니라고.
안전한 곳으로 가는 게 맞다고, 그렇게 생각하는 것으로 보였다.
뒤이어 뒷좌석에 있던 정진영이 입을 열었다.
“다들 눈 좀 붙여. 또 한참 가야 돼.”
그래, 근심 걱정은 내려두고 조금 쉬자.
도착하면…… 한국은 오후 5시쯤 되려나?
저녁은 아닐 것이다.
편안한 비행을 기대하며, 두 눈을 붙였다.
* * *
“오빠, 이제 공습까지 며칠 남은 거예요?”
윤혜리의 질문에 이정우는 현재 시각을 살피며 얘기했다.
“예정대로면 5일 남았지.”
“걱정이에요. 또 예상이랑 다르게 흘러갈까 봐.”
“그러게, 공습 시작되기 전에 애들 도착해야 할 텐데.”
언제나 결인들의 예상을 벗어나는 게 시스템이었다.
그래도 이번엔 에스파디아가 직접 얘기했다고 하니, 조금은 믿어도 되지 않을까?
“정우야, 저쪽에 변종 알집 생겼다.”
“아, 네.”
안상진의 부름에 이정우는 로그나이트로 만든 창을 쥐고 부화장으로 들어갔다.
노르웨이로 떠난 일행이 돌아오기 전에, 만반의 준비를 마치기 위해 서울에 남은 일행도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그 결과 안상진에겐 3마리의 돌연변이 수하가 생겼다.
현재 돌연변이로 변한 수하들은 여의도 반경 20㎞까지 나간 상태였다.
돌연변이는 좀비와 변종, 감염된 동식물까지 끌고 다니기에, 수하로 변한 돌연변이에게 아크에서 최대한 멀어지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런 식으로 진행하면 대공습이 시작되더라도 유혈사태 없이 클리어가 가능할 것이다.
돌연변이가 길거리 좀비들을 데리고 반경 100㎞ 밖으로 나간 뒤에 대공습 레버를 당기면 달려들 좀비가 없을 테니까.
인간을 위해 싸우는 대장 좀비는 이토록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이정우의 생각이었다.
이정우가 그토록 돌연변이 수하를 만들어야 한다고 얘기한 이유를, 이제야 안상진도 이해할 수 있었다.
월! 월!
장군이가 꼬리를 흔들며 다가오자, 안상진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그래, 네 공도 크지.”
안상진이 장군이의 머리를 쓰다듬자, 장군이는 해맑게 웃으며 말풍선을 띄웠다.
[좀비 냄새나는 인간 좋아!]“하하, 녀석.”
[좀비 냄새나는 인간 착해! 장군이 배도 쓰다듬어줘!]안상진을 바라보는 장군이의 솔직한 감상이었다.
안상진이 장군이의 배를 쓰다듬자, 뒤에 있던 김희연은 카타나를 손에 쥐며 얘기했다.
“저도 정우 오빠랑 같이 알집 파괴하고 올게요.”
“그래, 단단한 알집이면 얘기해. 나도 도울 테니.”
김희연도 부화장으로 들어서자, 가만히 팔짱을 끼고 있던 윤혜리가 안상진을 불렀다.
“안상진 씨.”
“응?”
“이거요.”
윤혜리가 내민 건 휴대폰이었다.
안상진은 주춤거리더니, 엷은 미소를 지으며 휴대폰을 받아들었다.
윤혜리는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이더니, 덩달아 카타나를 손에 쥐며 얘기했다.
“저도 가서 도울 테니, 조금 쉬고 계세요.”
“……고맙다.”
윤혜리도 부화장으로 들어가자, 안상진은 헛기침과 함께 휴대폰 사진첩을 열었다.
그곳엔 수두룩하게 쌓인 동영상이 있었다.
딸아이와 아들의 얼굴만 있는 사진이 아니라 목소리까지 담긴 영상이었다.
-이거 봐봐라! 이것두 소혜가 그린 거다!
딸아이는 본인이 그린 그림을 번쩍 들고 해맑게 웃었다.
반면에 아들은 신중하게 무언가를 그리고 있었다.
영상을 촬영하던 윤혜리가 무슨 그림이냐고 묻자, 아들은 배시시 웃으며 얘기했다.
-이건 우리 집이고, 이건 누나랑 나!
-저쪽 구석에 있는 사람은 누구야?
-이건 아빠요.
-응? 아빠는 왜 혼자 계셔. 같이 안 있고.
-아빠는 매일 바빠. 슈퍼맨이라서 지금도 하늘 날고 있는 거예요. 세상 구해야 돼서 같이 못 있어.
-우리 정수는 아빠 보고 싶어?
아들은 온몸을 꽈배기처럼 배배 꼬며 윤혜리에게 물었다.
-아빠 볼 수 있어요?
-정수가 아빠 보고 싶으면 언니가 전해줄게. 우리 정수랑 소혜가 아빠 보고 싶대요. 어서 오세요. 하고.
아들은 그제야 배시시 웃더니,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영상을 보는 안상진의 미간이 좁혀지기 시작했다.
꼬리를 흔들던 장군이는 안상진의 얼굴을 유심히 쳐다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좀비 냄새나는 인간 친구, 울어?]안상진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장군이는 그의 품에 안기며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
인간이든 좀비든, 자신을 사랑으로 보듬어준 모든 이에게 똑같이 마음을 전해주는 장군이었다.
* * *
“재형아, 재형아?”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어깨로 전해지는 촉감에 감았던 두 눈을 뜨자, 내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설여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너무 가까워서 화들짝 놀라자, 설여원은 뚱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뭐야 그 반응은?”
“아니…… 아니야.”
헛기침과 함께 쌍꺼풀진 눈을 껌벅였다.
뒤이어 기지개를 켜며 물었다.
“벌써 다 온 거야?”
“도착한 건 아니고, 거의 다 온 것 같아.”
창밖을 살피자, 노릇노릇한 햇살이 기내를 비추고 있었다.
노을 지는 시각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은 했는데, 생각보다 늦어진 건가?
이에 현재 시각을 살피며 물었다.
“지금 어디쯤이야?”
“중국.”
“중국? 그럼 두 시간은 더 가야 하는 거 아니야?”
“그래서 계속 자려고?”
“……그런 건 아니고.”
입맛을 다시며 기내를 살피자, 생존자들은 꿈나라에 빠진 상태였다.
결인들은 언제 일어났는지 몰라도, 각자 할 일을 하고 있었다.
최현은 카타나를 닦으며 마음을 가다듬고 있었고, 전완수는 기내에 배치된 잡지를 보며 키득거리고 있었다.
정진영은 말없이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모습을 보였다.
다들 일어났으니, 나도 일어나야지 어쩌겠는가.
자리에서 일어나 기장실로 향하자, 박재우와 황덕록은 잠도 못 자고 조종에 집중하고 있었다.
“상황은 어때?”
“일어났나?”
박재우는 피곤한 안색으로 내 얼굴을 슬쩍 쳐다봤다.
눈 밑으로 드리운 다크서클.
이는 황덕록도 마찬가지였다.
10시간이 넘도록 움직이지도 못하고 운항에 집중하고 있으니, 두 사람의 노고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너희가 고생이 많다.”
“고생은 무슨.”
“여원이 말로는 지금 중국 상공이라던데. 정확히 어디쯤이야?”
“이 밑에가 톈진이야.”
톈진이라면…… 예전 중국의 아크가 있던 곳인가?
중국 파티 홍런이 있었고, 대공습 레버를 당기며 파멸로 치달은 지역.
그곳이 톈진이었다.
박재우도 이를 기억하는지, 싱겁게 웃으며 얘기했다.
“이 밑에 어떤 변종이 있을지 가늠조차 안 돼.”
“그러게. 앞으로 몇 시간이나 남은 거야?”
“대략 1시간 30분 정도?”
거의 서울에서 제주도 가는 시간과 비슷했다.
서울에서 트롬쇠로, 트롬쇠에서 스발바르 제도로, 다시 트롬쇠를 갔다가 한국으로.
정말 최단 거리로 움직였다.
예상보다 일찍 한국에 돌아간다는 생각에 마음이 놓였다.
이제야 조금…… 초조함이 사라졌다.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창밖을 바라보는 찰나.
“재형아!!”
기내에서 내 이름을 외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째서 마음 좀 놓으면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좋지 않은 상황이 발생했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황급히 기내로 돌아가자, 설여원이 내 팔을 잡고 창가로 끌고 갔다.
이미 전완수와 최현, 정진영까지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설마.
다시금 고개를 내미는 초조함.
침착하게 창밖을 살피자, 기다란 횡대가 바로 밑에서 항공기를 따라오고 있었다.
저게 뭔가 싶어서 유심히 살피자, 옆에 있던 전완수가 인상을 찌푸리며 얘기했다.
“죽지도 않고 또 왔네.”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유심히 살피자, 감염된 철새들로 보였다.
선두에 있는 우두머리가 항공기를 주시하고 있었다.
항공기를 식량으로 인지한 건가?
아무리 식량으로 인지해도 그렇지.
그보다 철새들이 고기를 먹나?
혼란스러운 정신을 가다듬고, 침착하게 기장실로 돌아갔다.
“재우야, 고도 높여서 날 수 있어?”
“왜, 무슨 일인데.”
“뒤에 감염된 새들 붙었어.”
“몇 마리.”
“바글거려. 철새들 같아.”
황덕록이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자, 박재우는 심호흡과 함께 얘기했다.
“침착해. 긴장할 필요 없어.”
이미 출발할 때 겪어본 일이라서 그런가?
약간의 긴장감은 맴돌지만 이전처럼 절망스럽진 않았다.
박재우는 흡! 하고 숨을 들이켜며 고도를 높였다.
쒸이이이이이이-!
그 순간, 푸른 하늘에 박힌 수십, 수백 개의 옥에 티들이 시야에 포착됐다.
저게 뭔가 싶어서 고개를 삐죽 내미는 찰나, 박재우는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외쳤다.
“씨발!!”
조금 전까지 침착하라더니, 황급히 방향을 틀었다.
덜덜덜덜덜-털털털털-
급격한 선회로 인해 기체가 떨리기 시작했다.
균형을 잡기 위해 양손으로 조종석을 붙잡는 찰나.
쾅-!!!!
들려선 안 되는.
듣고 싶지 않았던.
그런 소리가 좌측 날개에서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