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game charac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345
종말 속 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2부 91화
쾅-!!
모래사장을 박차며 쏜살같이 호텔로 향했다.
단숨에 1층 로비에 들어서자, 2층에서 들리는 다수의 발소리를 감지할 수 있었다.
캉-!
뒤이어 들려오는 파찰음에, 델타와 일행이 전투 중이라는 걸 파악할 수 있었다.
망설임 없이 2층으로 향하는 찰나.
쾅!!!
어디선가 날아온 인간의 형체가 벽에 박히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시선을 돌리자, 미간을 찌푸리며 욕설을 읊조리는 전완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전완수는 한 박자 늦게 내 얼굴을 발견하고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왔냐.”
입술이 터졌는지 입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웃고 있다.
다들 고통에 익숙해진 건가?
웬만한 일로는 앓는 소리도 하지 않았다.
전완수가 날아온 방향을 살피자, 전신에서 피를 흘리는 델타3을 발견할 수 있었다.
놈은 거칠게 저항하며 발악에 가까운 몸짓을 보였다.
“델타2 다섯 마리 있다고 해서 왔는데, 3단계가 마중 나오네.”
전완수의 말을 듣고 황급히 카타나를 말아 쥐며 델타3에게 향했다.
쾅-!!!
총구를 떠난 탄알처럼 눈 깜박할 새에 접근하고, 빗금을 그으며 카타나를 휘둘렀다.
촤학-!
일격에 델타3의 머리가 신체와 분리되고 선혈이 낭자한다.
최현은 얼굴에 묻은 델타3의 혈흔을 닦으며 내 얼굴을 쳐다봤다.
“보였다.”
무슨 말인가 싶어서 최현을 쳐다보자, 그는 들뜬 목소리로 얘기했다.
“재형이 네 움직임, 확실히 보였어.”
“예전엔 안 보였어?”
“뭐가 지나갔다는 걸 인지하는 정도였어. 하지만 지금은…… 어깨가 움직이는 것까지 선명하게 보였어.”
강화제 알약 10개를 먹으면 일행의 신체 능력도 3000에 달한다.
내가 좀비화와 광폭화, 급가속을 사용해야 3500 정도니, 내 움직임을 눈으로 좇을 수 있는 모양이다.
물론 특수 스킬과 디버프 스킬을 제외한 상황이지만 말이다.
뒤이어 전완수가 다가오며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감염된 새들은.”
“전부 처리했어.”
“그걸 벌써 다 잡았다고? 푸하하! 진짜 미친놈이네.”
전완수는 호쾌하게 웃더니 따끔거리는 입술을 만지며 눈살을 찌푸렸다.
박재우와 황덕록의 모습이 보이지 않기에, 두 사람을 쳐다보며 물었다.
“재우랑 덕록이는?”
“위에 있을 거야.”
“왜 같이 안 있고.”
“델타3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바람에 흩어졌어. 복도도 좁아서 다 같이 있는 것보다 따로 움직이는 게 싸우기도 편하고.”
“2층은 이제 깨끗한 거야?”
“어, 빨리 올라가자.”
최현은 한발 앞서 3층으로 향했다.
전완수를 쳐다보자, 그는 뻐근한 어깨를 빙빙 돌리며 최현을 뒤따라 이동했다.
3층을 지나 4층, 5층에 다다라서야 박재우와 황덕록을 발견할 수 있었다.
복도에 앉아 물을 마시고 있던 두 사람은 내 얼굴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고, 재형이 언제 왔어?”
박재우가 신기하다는 듯이 묻기에, 싱겁게 웃으며 대답했다.
“방금 왔어. 너흰 왜 여기 있어.”
“해 떨어지고 있는데 빨리 정리해야지.”
벌써 3층과 4층 정리를 마치고 5층까지 올라온 것이었다.
창밖을 살피자, 저녁 어스름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해가 떨어지면 좀비들의 활동 반경도 넓어지기에, 어서 생존자들을 데려와야 안전하다.
이에 속도를 높여 7층 규모의 호텔을 빠르게 정리했다.
* * *
모든 정리를 마치고 해변으로 돌아가 생존자들을 데려왔다.
정진영은 생존자들의 치료를 마치고 기진맥진한 모습을 보였다.
레이첼의 경우 능력을 많이 사용하면 탈수에 걸린 사람처럼 기력이 쇠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정진영을 부축하여 호텔로 이동하고, 생존자들에게 7층과 6층을 사용하라고 했다.
뒤이어 김명석이 다가오며 물었다.
“정신없는 와중에 죄송하지만…… 이제 어떡하죠? 비행기는 추락하고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고, 지금은 포만감 알약 자판기도 없는데…….”
김명석의 말에 정진영은 게슴츠레 풀린 눈으로 홀로그램을 열었다.
뒤이어 5코인을 소모해야 하는 포만감 알약을 156개나 구매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그마치 780코인을 소모하여 모든 사람의 허기를 달래줄 알약을 구매했다.
종이봉투에 결인들의 몫을 제외한 149개의 알약을 담아 김명석에게 건네주었다.
“이거 사람들 나눠주고, 오늘은 밖에 나오지 말고 숨어 있으라고 해요.”
김명석은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봉투를 들고 이동했다.
난 6층 601호에 정진영을 눕히며 얘기했다.
“형도 쉬어요. 뒷일은 저희한테 맡기고.”
“미안하다. 생각보다 지치네.”
“괜찮아요. 수고 많으셨어요.”
정진영을 방에 눕히고 나오자, 방문 앞에 모여 있는 결인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들 피곤할 텐데, 아직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기에 정신력으로 버티는 모습을 보였다.
“재형아, 좀비화 몇 분 남았어?”
설여원이 묻기에, 남은 시간을 살피며 대답했다.
“아직 1시간 20분.”
“엄청 많이 남았네. 나가서 좀비들 정리할 거야?”
“그건 위험해. 여기가 어딘 줄도 모르잖아. 남은 시간은 사냥에 쓸 게 아니라, 항구나 공항부터 찾아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옆에 있던 박재우가 입을 열었다.
“대충 어딘지는 알아.”
모두의 시선이 박재우에게 쏠리자, 그는 목덜미를 문지르며 얘기했다.
“아마 웨이하이시 앞바다일 거야.”
“웨이하이? 중국?”
“어, 톈진 외곽 다다랐을 때 새들의 습격이 있었고, 그 뒤에 착륙지점 생각하면서 고도 조절했거든.”
“그게 웨이하이라는 거야?”
“정확하진 않아. 웨이하이까지 왔으면 좋지만, 옌타이시일 가능성도 있고.”
사실 옌타이든 웨이하이든, 내겐 똑같은 중국 땅이라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모른다.
이를 파악했는지, 이번엔 황덕록이 입을 열었다.
“여기가 웨이하이면 인천까지 가는 배가 있을 거야. 한국이랑 제일 가까운 동네거든.”
“옌타이면?”
“큰 차이는 없어. 웨이하이 옆이 옌타이야. 조금이라도 빨리 가려면 웨이하이여야 좋다는 거지.”
황덕록의 대답을 듣고 가만히 턱을 매만지자, 이야기를 듣고 있던 전완수가 기지개를 켜며 얘기했다.
“그럼 좀비화 남은 시간 동안 해안가 따라서 정찰하는 게 어때?”
“항구 때문에?”
“어, 해안가 따라서 이동하면 뭐라도 보이겠지.”
“그럼 더 늦기 전에 빨리 이동하자.”
“지금 나가봐야 1시간도 못 찾아. 해 떨어지면 뭐가 보인다고.”
전기도 끊긴 세상이었다.
불빛 한 점 없는 세상에 어둠이 내려앉으면 정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익숙한 동네면 몰라도, 이런 낯선 땅에서의 어둠은 압박감으로 다가왔다.
“그럼 내가 좌측으로 돌 테니, 너희가 우측으로 돌아줘.”
일행을 쳐다보며 얘기하자, 최현은 콧방귀 뀌며 얘기했다.
“웬일로 혼자 안 하고 우리더러 한쪽 구역 맡으라고 하네?”
“더 어두워지면 정찰이고 뭐고 못하잖아.”
“좋지, 맡겨둬.”
최현은 칼자루에 손을 얹으며 말을 이었다.
“아 참, 여원이랑 완수 중 한 명은 여기 남아야 하지 않을까?”
“독 안개 제거기 때문에? 어차피 6층이라서 안개 안 올라와.”
설여원이 덤덤하게 대답하자, 최현은 고개를 저으며 얘기했다.
“혹시라도 발각됐을 때를 생각해야지. 무전 듣고 아무리 빨리 돌아오더라도 그새 수십 명은 죽을걸.”
최현의 설명에 설여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하긴, 그럼 이번엔 내가 나갈게. 완수가 수비해 줘.”
“어허, 우리 홍일점이 쉬어야지.”
“됐거든? 언제부터 홍일점 취급해 줬다고.”
설여원이 전완수의 등짝을 때리자, 그는 지렁이처럼 상체를 배배 꼬았다.
그 모습을 보고 눈꼬리를 치켜뜨며 물었다.
“완수 너, 아까 진영이 형한테 치료 안 받았어?”
“진영이 형 다 죽어가는 표정이던데 어떻게 치료받아. 좀 쉬게 하고 치료받으려고 했지.”
자세히 보니 아직 터진 입술도 아물지 않았다.
이에 전완수의 등짝을 때렸다.
전완수는 전신에 전류라도 흐른 것처럼, 손가락까지 오므리며 외쳤다.
“아이! 이 새끼들 툭 하면 사람 치네?!”
“아프면 쉬어, 인마. 오기 부리지 말고.”
싱겁게 웃으며 전완수에게 남으라고 했다.
전완수는 툴툴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박재우와 황덕록까지 손바닥에 입김을 불며 때릴 준비를 했다.
그제야 전완수는 격하게 손사래 치며 남겠다고 했다.
내가 생각해도 참…… 소리결은 신기한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런 상황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비팀에 남으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소리결은 반대였다.
박재우와 황덕록은 언제나 수비를 담당했지만, 바깥 활동의 기회가 오면 기다렸다는 듯이 나섰다.
전완수는 언제나 바깥 활동을 했기에 수비를 어색하게 여겼다.
다들 먼저 나서서 하려는 태도.
이런 사람들과 함께하기에 내가 지금껏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내 무리한 요구나 과격한 행동까지 묵묵히 받쳐주는 일행이 있으니 말이다.
모두에게 감사하고, 정말 고맙다는 말은 전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런 말을 꺼내면 오글거린다고 뭐라 할 게 뻔하기에, 한 차례 심호흡과 함께 얘기했다.
“가자, 1시간 뒤에 여기서 다시 모이는 거로.”
더 늦기 전에, 서둘러 항구를 찾아 떠났다.
* * *
일행이 우측으로 이동하는 걸 확인하고, 난 좌측 해안가를 따라 이동했다.
결인들은 눈치채지 못한 것 같지만, 사실 내가 좌측으로 이동하겠다고 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박재우는 톈진 외곽에서 감염된 새들의 공격을 받았다고 했다.
어쩌면, 정말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다면…….
톈진에 있던 상위 개체 변종들이 폭음을 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위험부담이 적은 우측으로 일행을 보내고, 부담이 존재하는 좌측을 내가 돌겠다고 한 것이다.
좌측 해안선을 따라 이동하면 톈진이 나오니까.
불안한 상황과 달리,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 고요했다.
철썩이는 파도 위로 달빛이 드리우고, 짙게 깔린 해무를 뚫고 잔잔한 물비늘이 반짝인다.
바다와 밀접한 구역이라 그런지, 접근하는 좀비는 보이지 않았다.
멀리서 들리는 좀비들의 음성은, 최소한 400m 이상 도심 쪽으로 떨어진 거리였다.
좀비화와 광폭화를 사용한 이상, 수백 미터 거리의 소리도 인지할 수 있었다.
최대한 멀리까지 확인해야 하기에, 더욱 속도를 높였다.
1㎞, 2㎞, 3㎞.
머릿속으로 지나온 거리를 가늠하며 신발의 내구도도 수시로 확인했다.
뾰족한 바위 지대에 도달하자 신발의 내구도가 이전보다 빠르게 감소하기 시작했다.
“가속.”
이에 스킬 급가속을 이용해 3단 뛰기를 사용했다.
최대한 내구도 감소를 줄이고, 높은 곳에서 주변을 살피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5㎞ 정도 이동했을까?
정박된 어선들이 두 눈에 들어왔다.
그 옆으로 보이는 요트들.
저 멀리 간판이 하나 있는데, 중국어의 밑으로 영어가 적혀 있었다.
[Xiaoshidao Rec Fishery Tourism Area]샤오시다오?
정확한 명칭은 발음하기 어렵지만, 어업 관광 지역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어선을 타고 한국까지 이동할 수 있을까?
아니, 어선에 156명이 탈 수 있나?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에 가깝기에, 서둘러 요트 선착장으로 향했다.
요트의 크기도 가지각색이었다.
그중 유독 눈에 들어오는 요트 한 대.
300명은 탈 수 있을 것 같은 거대한 요트였다.
한국의 퀸메리즈호와 비교한다면 3분의 1 정도 크기.
정확한 고장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실내 정도는 미리 봐두는 게 좋겠다.
부서진 흔적 정도는 나도 알 수 있고, 좀비나 변종의 여부는 파악해야 하니까.
단숨에 요트로 들어가 상태를 확인했다.
오랫동안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아 먼지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먼지가 쌓였다는 건 희소식이었다.
좀비든 변종이든, 그 누구의 손도 닿지 않았다는 뜻이니까.
이거면 될 것 같다.
그렇게 흡족한 마음을 안고 호텔로 돌아가려는 찰나.
흐흑…… 흑…….
귓가를 간질이는 음성에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눈에 보이는 건 없지만, 털끝이 곤두서는 살기에 반사적으로 마른침이 넘어갔다.
요트에서 들리는 소리가 아니었다.
또한 선착장에서 들리는 소리도 아니었다.
도심 방향에서 들리는 여자의 울음소리.
울음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건물 내에 숨어 있지 않고, 바깥 활동을 하는 델타 변종이라면 하나뿐이다.
황급히 카타나를 말아쥐고, 소리의 근원지를 응시했다.
터벅- 터벅-
흐흑…… 흐흑…….
흐릿한 형체가 두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바람에 살랑이는 갈대처럼, 상체를 좌우로 흔들며 접근하는 존재.
기다란 양팔과 영화 가위손의 주인공처럼 10개의 손가락이 길쭉한 칼날처럼 생긴 존재.
5단계 델타 변종이다.